마음속에 사는 사람
갈빛 김명자
응석도 부리면서 매달리고 싶은 마음
쓸쓸히 감추어 두었습니다.
때로는 밉기도 하고,
때로는 속상하기도 하고
따스한 마음 모를 바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가슴 한 구석 언제나 빈 마음
몰래 숨기고 살았습니다.
사는 동안 못 견딜 만큼 외롭고 쓸쓸해지면
하나씩 꺼내보며
마음 달래보려고 다짐하였지만
살아온 세월 너무도 힘들어
자꾸만 자꾸만 떠오르는 사람
수많은 세월이 지나도
새록새록 되살아나는 얼굴, 그 아름다운 시간들
다시금 되돌아가고 싶은 시간에는
지워도 지워도 어느새 몰래 들어와
마음속에 사는 사람.
안개・2
갈빛 김명자
알 수 없는 곳에서부터 시작된 미로
술래잡기하듯 앞 다투어 하나 둘씩 숨어버린다
멋지게 폼 잡으며 하늘을 메고 있던 산봉우리
쉴 새 없이 조잘대던 키다리 낙엽송
모두가 슬그머니 어디론가 숨어버렸다
여름내 물이 흐르던 계곡엔
미처 영글지 못한 꿈 껍질들이
안개처럼 부서져 계곡을 메우고
웃음소리 자글자글 쉴 새 없이 구르던 소롯길은
낙엽 속으로 숨어들고, 햇살도 빙그르르 돌다
자라모양 움츠리며 숲 속으로 숨어버린다
반질반질 윤기 나는 눈, 코, 입
바람도 없는데 긴 머리 휘날리며 춤을 추더니
모래알처럼 사방에 흩어져 버리고
무게도 형체도 없는 희뿌연 광목 한 자락,
비닐처럼 날아와 내 곁에 눕는다.
카페 게시글
짚신문학 26호 원고 모집
Re: 김명자 시-마음 속에 사는 사람,안개 2
김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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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04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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