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에서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따로따로 시작되고, 각각 이야기가 진행되어 가면서 종반이 가까워짐에 따라 끔찍한 전개가 되어가는데, 처음에 설계와 같은 것이 있었나요?
아니요, 그런 것은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저 몇 가지 이야기를 동시적으로 쓰기 시작해서, 그것이 각각 제멋대로 진행되어 가는 것 뿐입니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이 어떻게 될 것인지, 몇 가지 이야기 어떻게 결부될 것인지, 그런 것은 저 자신도 전혀 알 수가 없었지요. 이야기적으로 말한다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예측도 할 수 없다는 말이지요. 단, 쓰기 시작할 때, "숲에 대해서는 쓰고 싶다"라는 생각은 있었습니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의 이미지에서 계속되는 것으로서요. 그러니까 숲 속의 세계가 나온다는 것은 대충 알고 있던 셈입니다. 알고 있었던 것은 그 정도였지요. 나머지 일은 뭐, 되는 대로 되리라고.
원래는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의 속편 같은 것을 쓰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 소설의 종반에서 숲에 들어가던 사람들의 그 후의 일이 저 자신도 궁금했으니까, 그런 것에 대해서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지요. 그러나 구체적으로 생각을 하면 할수록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습니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쓴 지도 15년 넘게 지났거든요. 그래서 전혀 다른 소설을 쓰기로 마음먹었는데, 역시 숲의 이미지만은 그려 보고 싶었습니다. 그런 마음은 제법 간절했던 것 같습니다.
――홀수 장과 짝수 장은 번갈아 쓰셨나요? 아니면 홀수 장은 홀수 장만 어느 정도 계속해서 쓰고... 라는 그런 식으로 쓰셨나요.
홀수와 짝수는 어김없이 번갈아 썼어요. 그러니까 독자가 그 소설을 읽을 때와 똑같은 차례로 저도 그것을 쓴 거지요. 그러지 않으면 소설의 자연스러운 리듬이 생기지 않거든요. 물론 나중에 고쳐 쓰고, 보태어 쓰고, 갈아 넣고, 사실관계를 맞추기는 합니다만, 그것을 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작품이 안 되니까. 예를들면, 두 개 있는 "까마귀라고 불리는 소년"의 독립된 장은 나중에 보태어 썼죠. 처음의 원고에는 없었습니다.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쏘두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