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금선사에서 열린 종교인 대화 모임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서울 북한산의 유서 깊은 고찰에서 종교간 화합의 마당이 펼쳐졌다. 서울 금선사(주지 법안스님, 조계종 중앙종회 부의장)는 지난 14일 천주교 개신교 원불교 등 지역의 4대 종교인을 초청해 ‘지역주민 소통과 화합을 위한 종교생명평화 문화한마당’을 열었다.
이날 행사는 극심한 계층과 이념갈등을 겪고 있는 한국사회를 종교계가 앞장서서 치유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비교종교학의 권위자인 오강남 캐나다 리자이나대 명예교수가 종교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서 특강을 했으며, 참가자들은 대화와 토론을 통해 종교화합에 대한 개념을 익혔다. 아울러 지역의 종교지도자들은 금선사의 역사와 현황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뜻 깊은 시간을 보냈다.
이번 행사는 종교간 벽을 허물고 지역사회를 위해 함께 힘을 모으자는 금선사 주지 법안스님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이웃종교 대표로 천주교 세검정성당, 서울교회, 원불교 사직교당의 신부와 목사, 교무가 참석했다. 법안스님은 인사말에서 “각 종교마다 교리는 다르지만 궁극적으로는 참되고 의미 있는 삶을 지향하고 있다”며 “서로가 이웃종교와의 대화를 통해 가까워지려 노력한다면 종교화합과 함께 사회통합에도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종교와 종교의 대화’를 주제로 강연에 나선 오강남 명예교수는 “종교 간 대화 없이는 종교 간 평화는 있을 수 없고, 종교간 평화 없이는 세계평화는 불가능하다”며 “각 종교가 소통과 상생을 위해 모인 이 자리는 세계평화의 첫걸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종교가 각자의 울타리에 갇혀 개인적인 소원성취에만 연연하는 ‘표층종교’의 시대는 이제 종언을 고하고 있다”며 “종교의 본질을 탐구하는 심층종교가 종교갈등의 대안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주목받았다.
그는 “옛 패러다임에 기초한 종교는 어떤 면에서 통속적이고 천박하게 이해된 데다 물질제일주의에 경도돼 더 이상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며 “종교가 본래 인간에게 주려고 했던 그 속내와 심층, 영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서는 차이를 존중하면서도 본질을 추구하는 종교인들의 포용적 자세가 필요하다.
마치 “어린아이가 자신에게 선물을 주는 산타클로스를 마냥 좋아하다가 성장하면서 산타클로스의 사랑과 자비를 이해하게 되고 학문적 노력으로 종국엔 천지합일이라는 우주의 원리를 깨닫는” 이치다. 오 교수는 “심층종교란 결국 깨달음의 종교”라며 “이기주의와 고정관념을 깨면 종교간의 진실한 만남이 이뤄질 수 있다”고 역설했다.
한편 금선사는 이날 행사를 계기로 종교간 소통의 기회를 더욱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주지 법안스님은 “이웃종교의 경전을 함께 읽고 소감을 이야기하는 책읽기 모임과 불우이웃돕기 공동바자회를 준비 중”이라며 “금선사를 중심으로 종교생명평화의 초석을 닦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