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랫목에서 덥혀지던 아버지의 밥-
흰밥도 눈물을 흘린다/ 김영미
아버지의 온기가
구들장 내력을 묶어놓은 오전
누군가 시루 속 콩나물을 깨워 놓고 간
참 이상도 하지
문종이를 통과한 햇살의 잔영에도
제 음표의 고개를 드는
그 빛나는 여백 속에서
내가 꿈꾼 것들은
어떤 허기의 아랫목을 기억하는 걸까
열려라 흰밥
그 순간
아버지의 부피를 젖히고
담요 속에서 들췄던 건
작은 세례명
참 이상도 하지
밥을 열자 뚜껑 안쪽에 숨겨진 눈물
검은 오지의 깡마른 아이 눈망울에서
꼿꼿하던 아버지의 고개 숙인 음표들이
디지털 밥솥의 경적을 울리며
내 안으로 들어선 후에야
눈부신 아버지 눈물이 보이는 것은.
[시작메모]
*아버지는 우리들의 밥이었다.
추수가 끝난 겨울이면 농부들에겐 휴식기지만 아버지는 언제나 일찍 일어나 군불을 지피셨다.
새벽밥 짓는 어머니와 늦잠 자는 자식들 춥지 않도록 온돌을 덥히고 세숫물을 끓인 것이다.
자신의 고단함은 내색하지 않고 새벽부터 밤까지 일을 놓지 않으셨던 아버지.
어머니는 늘 따뜻한 새벽밥을 밥주발에 담아 아랫목 담요 속에 묻어두곤 했다.
구들장의 온기로 들일 나간 아버지의 점심을 데운 것이다.
아버지는 언제나 강건하고 눈물이 없는 든든한 존재라믿었는데,
부모가 되어 보니 '빈곤한 시절 가장의 어깨는 얼마나 무겁고 힘겨웠을까' 를 새삼 느끼게 한다.
지금의 이 안락한 삶의 원천은 기꺼이 우리들의 밥이 되어 주던 부모님의 희생과 사랑의 힘이라는 것도...
▼ 골프타임즈 가는 길
골프타임즈 모바일 사이트, [김영미의 참 시詩 방앗간 15회] 흰밥도 눈물을 흘린다 (thegol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