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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수색초등학교42회동창회
 
 
 
카페 게시글
세상사는 이야기 스크랩 그라데이션....그리고 단풍호수-소요산
뛰심(오동식) 추천 0 조회 58 11.10.20 09:57 댓글 6
게시글 본문내용
지난 서른 아홉번의 가을이 나에게는 추상적인 개념으로만 머물렀었나 보다.
 
해마다 가을이면 낙엽과 단풍과 스산한 바람, 그리고 파란하늘, 코스모스 등으로 조각난 단상만 사유하였던것 같다.
 
제대로 껴맞추지 못한 퍼즐조각을 하나씩 집어들며 '아! 가을이여' 하는 감상에 젖어들고는 했던 것이 얼마나 빈곤한 정서의 편린이었는지...
 
해마다 넘치는 단풍관광객들의 소식을 접하며, 텔레비젼에 비추어지는 설악산, 오대산, 내장산의 단풍을 보면서도 '주변에도 가을을 느끼기에 충분한 전경이 얼마든지 있을텐데 꼭 저러고 단풍구경을 다녀야 하나 ?' 하는 의문을 품었엇다.
 
하지만 이제는 기를 쓰고 명산의 단풍을 구경하려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할수 있다. 정다운 벗들과 가을의 소요산을 오르면서 나는 만났었기에...  조각나지 않은, 온전하게 출렁이고 있는, 그래서 사람들까지도 온통 물들이는 가을을.....
 
 
인쇄, 출판에 관계되는 일을 하는 회사에 다니다 보니 일러스트 작업을 하는 직원을 통해서 그라데이션, 혹은 복카시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단색이든지 여러색이든지 명도가 밝은 쪽에서 어두운쪽으로 색이 점점 짙어지는 효과를 내는것이 그라데이션이다.
 
나는 단풍잎에서 그라데이션을 보았다. 엷은 노랑에서 출발해서 주황을 거쳐 크림슨 레드에 이르는, 경계가 없이 번지고있는 고운 빛갈의 어울림을....
 
아니, 단풍잎 뿐아니라 나무자체가 여전히 광합성에 열중인 초록잎사귀부터 온전히 붉게 겨울을 채비하는 잎사귀까지 매어달고서 변화와 조화가 주는 아름다움를 품어내고 있었다.
 
서로 다른 것들이 그렇게 경계없이 조화롭다는 것이 이렇게까지  아름다울수가...경이롭기까지했었다.
 
 
정겨운 사람들과 가픈 호흡을 고르면서 하백운대, 중백운대, 상백운대 그리고 나한대를 거쳐서 의상대, 마지막 공주봉의 봉우리를 차례로 오를때마다, 펼쳐진 가을 소요산의 절경을 내려다 보면서 아, 아 나는 깊은 호수에 침잠해 들어가는 느낌으로 영혼이 아득한 행복감에젖어들고는 했다.
 
누군가 나의 정수리에 가을을 쏟아붇기 시작해서 내몸을 차고 넘친 가을이 넘실넘실 온산을 가득 채우더니 때로는 잔잔하게, 때로는 거세게 파도치고 있었다.
 
몰아, 그리고 자연과의 합치....
 
행복했다. 그대로 바람이되고 허공이 되고싶었다...
 
노랗게 혹은 붉게, 여전한 초록과 다양한 브라운의 빛깔들이 어우러지고 또 틈새마다 처연한 바위가 반사해내는 햇살의 고운빛까지....
 
이번에는 병치다....지독하게 뿜어져 나오는, 완전한 경계를 이룬것들끼리의 어울림의 미학이다.
 
가을을 이고 있는 산은 산이 아니라 호수였다...내가 깊이 가라앉아 행복한 미소지으며 죽어가도 좋을 만큼 맑고 투명한호수.
 
 
의정부역에서 일행들을 만나고-처음뵙는 분들도 계시고- , 버스로 소요산입구까지 이동하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산을 오르고, 성찬에 준하는 도시락들 펼쳐놓고 식사를 나누고, 자잘한 에피소드를 피워내며 하루를 보낸것이.......어찌 소소할수 있겠냐 마는 ....
 
또한 기차로,일부는 다시 버스로 의정부에 돌아와서 족발과 보쌈에 술잔을 기울인것과 노래방에서 흥에 취해본것이 어찌 큰 도락이 아닐까마는.....
 
내가 산이되고 가을이 되어 본 이번 산행의 기억은  지난 서른 아홉해, 조각난 가을을 꿰맞추어서 온전한 아름다움을 지닌 가을로 퍼즐을 완성했다는 것, 그리고 그 가을은 내 몸을 관통하면서도 행복한 기운만 남긴다는 것으로 내기억의 서랍에 갈무리 될것이다.
 
 
아 이제는 나도 기를 쓰면서라도 명산 단풍을, 아니 가을을  해마다 누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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