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손 순 자
기나긴 코로나 19로 이웃과의 왕래도 뜸했던 시간 지나
태풍으로, 섬으로 향하던 발길 돌리고 다시 35일 만에 도착한
‘연평바다 역’엔 상기된 얼굴로 ‘코리아스타 호’에서 이제 막
도착한 사람들과 떠나려는 이들의 설렘과 아쉬움이 교차 한다
조기, 청어, 홍어가 사라졌지만
꽃게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는 연평주민들은
오늘도 조기들의 회유回游를 기다리며
일찌감치 바다로 나가며 꿋꿋하게 삶을 이어 간다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 포격전이 있던 그 날
가장 멋진 모습으로 말년 휴가를 떠나던 청년(故서정우 하사)은
마지막 순간 소나무에 해병대 모표 만 남긴 채 장렬히 산화되어
돌아 올 수 없는 먼 길로 마지막 휴가를 떠났다
절이던 김장배추에 떨어진 시커먼 쇳조각을 보고 놀라 피했다는 주부
안락한 삶의 터전이었던 ‘연평면 171-177번지 일원
여전히 과거의 시간은 멈춰 이곳이 민간지역 포격현장 이라고
그 모습 고스란히 남겨 ‘안보교육장’으로 시선을 모으고 있다
가까이 달려드는 파도, 주황빛 노을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마을의 골목마다 따스하고 정겨운, 무인등대 마저 그림 속 풍경
아침에 뭍으로 나간 물결도 오후가 되면 다시 제 자리에 돌아오는
목숨 바쳐 지켜낸 섬, 연평도! 이 땅의 평화를 목 놓아 부르짖는다.
걸산동
‘육지섬’이라 불리는 걸산동에 가려면
‘부처고개’를 넘어야한다
희미하게 간판만 남아 있는 턱거리 마을을 지나야한다
중복 지나 햇살부신 신작로에 인적은 없고
좁은 골목마다 과거의 영화를 상징하듯
문이 굳게 닫혀 있는 빛바랜 건물들만
한 때, 캠프 호비(Camp hovey)의 병사들과 짧은 미래를 약속하던
허스키한 목소리, 핫팬츠의 그녀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산허리 좁은 임도를 따라 굽이굽이 이어진 이 길은
동두천 산악자전거(MTB) 대회를 열면서 만들어진 길
그 옛날 땔감을 짊어지고 풀 위에 길을 만들며 가던 길이라네
더 이상은 갈 수 없다고 버티고 있는 미군부대 앞에서
온 몸으로 흐느끼는 칡꽃 향기에 어지러운 날
70여 년 전, 잘 못 끼워진 첫 단추로
시대의 아픔, 번민하던 세월 모두
의연하게 살아낸 것처럼 또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5060, 청춘로드
숨 가쁘게 살아오느라 놓쳐버린 시간
채울수록 허기지던 젊음은 가고 없지만
누군가는 ‘야래향’ 유년의 추억을 말하고
어떤 이는 ‘동광극장’ 두근거리던 연애의 기억을
그 길 어딘가에 스며있는 청춘을 찾아 간다
약속시간 지나도 오지 않던 그녀를
그 이를 한없이 기다리던
잃어버린 마음의 고향을 찾아 가는 길
하루하루 고달프고 치열하게 살아왔어도
가난을 공유하며 끈끈한 정을 나누며 살던
사람냄새 물씬 풍기는 추억의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서러운 인생에 귀 기울인다
그때가 좋았네, 그 시절이 그립네
무엇을 놓쳤는지 잃어버렸는지 모르고 지난 세월
일상의 쉼표를 찍고 찬찬히 돌아본다
생명의 에너지가 충만한 청춘로드에서.
소요산 연가
인생길
설렘의 정거장에 서서
동반자를 기다리던 스물 셋
그때,
그대를 만났습니다
사랑의 날개 펴고
소요산 아래 둥지 틀어
그대 품에 안겼을 때
이 세상 누구보다
행복에 젖었음을 고백합니다
사랑은
단둘이 해야만 하는 것
언제나 그 자리 머물러주세요
그대만이
살아가는 이유가 됩니다.
손순자
시인, 시낭송가, 동두천문인협회 지부장, 동두천문화원 생활문화예술 시낭송 강사역임, (사)한국문인협회 지회지부 협력위원회 위원, (사)한국편지가족 회원, 문학의 집, 서울문인회원, 동두천시립도서관 운영위원, 현)동두천문화원 이사, (사)한국문인협회 동두천시지부 회장 역임,
시집 : 《소요산 연가》, 《어떤 바람의 술래》, 《행복한 여자》, 《샛골에 피는 꽃》 외, 제9회 한국착각의 시학 창작문학상 대상 수상(2014), 제15회 한국공간시인협회 시부문 본상 수상, 제16회 순수문학 수필부문 우수상 수상, 제12회 동두천시여성상(예능부문) 수상(2015), 한국스크린인쇄공업협회 공로패(2014), 감사패(2002) 수상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