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정보 애달픈 사랑이 흐르는 메밀꽃밭 언저리

[*홍 보*]

허생원의 애달픈 사랑이 흐르는 메밀꽃밭 언저리               

학창시절 읽었던 소설 중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작품이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이다. 한 편의 서정시를 읽는 듯한 향토색 짙은 이야기는 지금도 애틋한 그리움을 남겨 놓는다. 그래서 소소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의 문턱에 서면 무작정 소설 속의 무대를 찾아 떠나고 싶은 여수에 젖게 된다.

<메밀꽃 필 무렵>은 잘 알려진 대로 강원도 평창군 봉평 땅이다. 봉평에서 장평을 거쳐 대화로 가는 팔십 리 길이 무대였고 이야기는 봉평장에서 재미를 보지 못한 장돌뱅이들이 달빛 젖은 밤길을 걸어가면서 주고받는 사연으로 되어 있다.

작가가 유년시절 서당에 다니면서 봉평 장터의 충주집에서 보았던 장꾼들의 이야기를 훗날 함경도 경성, 먼 타향에서 살며 향수에 젖어 이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그의 나이 서른 한 살 되던 해였다.

하지만 봉평에서 이효석의 자취를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평창보통학교에 진학한 이래 그는 타관으로만 떠돌았고 뇌막염으로 쓰러진 후에야 백골이 되어 고향산천에 돌아 왔다. 그래서 봉평에서 이효석을 자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은 어린 날을 보냈던 집터와 메밀밭, 봉평 장터, 그리고 최근에 조성된 기념물들뿐이다.

봉평 장터에서 남안동 쪽으로 가다보면 이효석을 기념하는 가산공원이 자리 잡고 있다. 이효석의 흉상과 함께 세워진 문학비에는 그의 일대기와 작품세계가 소개되어 있다. 문학평론가 김우중은 “효석의 인생은 짧았지만 그 짧은 인생 속에서 그가 남긴 문학은 조선의 언어예술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높은 봉우리였다”고 쓰고 있다.

가산공원에서 흥정천을 건너가면 물레방앗간이 있다. 소설 속에서 허생원이 목욕을 하러 나왔다가 달빛에 빛나는 하얀 메밀밭 때문에 옷을 벗으로 들어가 울고 있던 성서방네 처녀를 만나 사랑을 나누었던 현장이다. 물레방아는 더 이상 돌지 않고 관광지의 너저분한 장바닥으로 변해 있지만 주변이 온통 메밀밭 천지여서 소설 속 달밤의 메밀밭을 걸어보는 듯 감회가 새롭다.

물레방앗간에서 문학관을 지나 2킬로쯤 더 올라가면 나지막한 산기슭에 농가 한 채가 나온다. 마당에는 엄나무 한 그루가 넉넉한 그늘을 드리우고 있고 주변의 산세가 강원도답지 않게 유순하여 더없이 평화로운 집이다. 작가가 유년시절을 잠깐 살았을 뿐이어서 별다른 흔적은 없지만 독자들에게 메밀꽃이 필 무렵이면 꼭 한번 다녀가고 싶은 고향집과 같은 곳이다. 하지만 이 집도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외딴 산골짜기의 수수한 농가였는데 지금은 통나무집으로 지은 음식점이 들어서 음식장사를 하고 있어 부산스러워졌다. 주인을 잃어버린 듯 더욱 쓸쓸해진 툇마루에는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이 소감을 적어 놓은 방명록이 있는데 거기에 채워진 글들이 나그네들의 애틋한 소회를 담고 있다.

	<찾아가는 길> 영동고속도로 장평 나들목으로 진입하여 봉평읍 이정표를 따라간다. 가는길에 율곡 선생 수태지 판관대와 팔석정, 봉산서재 등을 둘러보고 봉평읍내에서 가산공원과 충주집 주막, 흥정천 섶다리, 물레방아간, 이효석 문학관, 생가 터 순으로 여행한다. 메밀꽃은 물레방아가 있는 남안동 일대와 무이미술관 주변이 좋다. <맛있는 집> 봉평읍내 현대 막국수(033-335-014)은 평창의 별미인 메밀막국수와 메밀부침을 잘한다, 푸짐한 인심과 함께 옛 장터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이효석 문학관 주차장 건너편에 위치한 쌍둥이네 가벼슬(033-336-0609)은 곤드레밥을 잘하는 숨은 맛집이다. <편한 잠자리> 봉평읍내와 휘닉스 파크 주변에 다양한 펜션과 모텔들이 즐비하다. 이색적숙소를 원한다면 운두령 가는 길의 산마을 풍경(033-333-4412)을 찾아가볼만하다.

자료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