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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는시간 빼곤 英語에 몰두 |
[머니투데이 2005-05-23 07:48] |
"고등학교 다닐때부터 영어의 억양(intonation)이 너무 좋았어요. 학창시절 매일 테잎을 끼고 다니며 영어 교과서를 달달 외우기도 했고 집에서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AFKN 드라마를 시청하곤 했지요"
토익영어 교재의 최고 히트상품 '토익점수 마구 올려주는 토익(토마토)'의 개발 주역인 오혜정 능률교육 수험영어혁신팀 팀장의 영어 사랑은 이렇듯 학창시절부터 남달랐다.
오 팀장은 대학에서는 교육심리학을 전공했는데 전공 공부는 생각보다 재미가 없었다고 말했다. 대학교 3학년이 되고 취업을 고민하면서 영어 사랑은 다시 불붙기 시작했다. 방학 때 잠자는 2~3시간을 제외하고는 미친 듯이 영어공부에만 몰두했다. 1988년 대학 졸업을 앞두고 영어를 업으로 삼기 위해 동시통역대학원에 지원했지만 아쉽게도 2차 면접에서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실패가 기회이자 곧 성공의 열쇠가 됐다.
전화 위복이라고 해야할까. 시험에 떨어졌다는 생각으로 망연자실하고 있었는데 이찬승 능률교육 사장으로부터 직접 면접을 보지 않겠냐는 전화가 걸려왔다. 이 사장은 당시 동시통역대학원 시험에 낙방한 사람 명단을 입수해 직접 입사 권유 전화를 걸었던 것. 동시통역대학원 시험을 볼 정도면 영어를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들이란 판단에서였다.
오 팀장은 영어를 공부하면서 목적에 맞는 학습교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 좋아하는 영어를 맘껏 공부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이를 수락했다. 이후 오 팀장은 15년이 넘도록 영어 교재 개발 전문가로 전념하면서 중·고등학교 영어독해교재 베스트셀러 '리딩튜터'를 비롯해 30여권에 넘는 영어 교재를 만드는 최고의 개발 전문가로 명성을 날렸다.
능률교육은 2002년 ‘토마토’를 출시하기 전까지만 해도 중고등학교 참고서가 주력이었기 때문에 사업영역을 넓힐 기회를 모색하고 있었다. 일반인 영어 교재 시장에서 토익책 시장 규모가 300억원으로 가장 컸고, 리딩튜터를 보던 중·고등학생들이 대학생과 일반인이 돼 있었기 때문에 능률교육의 인지도를 익히 알고 있는 이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새로운 토익책을 만들기로 했다.
2000년 7월부터 오 팀장을 주축으로 회사내에 토익 교재 개발팀이 구성됐다. 지원자를 받아 토익시험을 치루고 느낀점을 서로 공유했다. 중·고등학교 교재만을 개발하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토익책을 개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오 팀장은 우선 토익시험을 제대로 알기 위해 모든 토익시험을 빼놓지 않고 치뤘다. 새벽마다 유명하다는 토익 강사들의 강의는 모두 섭렵하며 토익에 대한 감을 익히는 등 1년이 넘는 시간을 밤낮없이 교재개발에만 매달렸다.
토익 점수가 한 사람의 취업과 승진으로 연결되고 한 가족의 생계와도 직결된다는 사명감은 팀을 끌고 가는 원동력이었다. 오 팀장은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시중에 나와있던 파트별로 구성된 천편일률적인 토익책과는 개념이 다른 진단, 처방, 치료를 함께 제공하는 새로운 토익책을 만들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오 팀장은 강점은 빨리 넘어가고 약점을 집중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진단 테스트를 만드는데 가장 큰 공을 들였다. 영어 교육과 토익에 관련된 수 많은 논문들을 뒤져봤고 저명한 교수들도 직접 찾아가 자문을 구했다. 기존에 없는 것을 새로 만든다는 일념이었다.
토익책이 너무 지루해 끝까지 본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에 끝까지 재밌게 볼 수 있는 책을 만드는 것도 과제였다. 이를 위해 영화 이야기 등 재밌는 내용과 함께 지루하지 않도록 한 단락의 호흡 및 길이를 짧게 구성하는 색다른 방법을 도입했다.
책의 이름을 짓는 방식도 톡톡 튀었다. 오 팀장은 책의 이름을 지을때도 고객을 철저히 분석해야겠다는 생각에 수험생들이 많이 가는 게시판을 3~4개월동안 뒤적이며 올려진 글들을 분석했다. 그런데 '토익, 답이 보인다'라는 책 제목이 '토답'으로 불리는 등 축약어가 많이 사용된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오 팀장은 새로운 토익책도 축약어로 불릴텐데 우선 '토'자가 들어간 신선하고 뜻 깊은 말을 먼저 찾은 후 거꾸로 책제목을 정하자고 제안했다. 회사 인트라넷에 채팅방을 열고 브레인스토밍을 가졌다. 나온 책이름 만도 1000개가 넘었다. 그 중 오 팀장이 제안한 '토마토'가 만장 일치로 채택됐다. 이후 토마토를 어떻게 책 이름과 연결시킬지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토익 마스터스 토익’, ‘토익 마니아스 토익’ 등도 거론됐지만 딱딱한 이름보다는 부드러운 것이 낫겠다는 의견이 우세해 결국 '토익점수 마구 올려주는 토익'으로 정해졌다.
표지 디자인도 혁신적 개념을 도입했다. 토익이라는 글자가 크게 들어간 기존 교재와는 달리 '토마토'라는 제목을 전면에 부각시켰다. 클로즈업된 인물사진이 돋보이는 편집은 토익책이라기 보다 잡지를 연상시켰다.
마케팅 과정도 돋보였다. 책이 나오기 전부터 개발자를 비롯한 직원들이 토익 관련 인터넷 게시판 홍보와 인터넷 까페 개설 등을 통해 사전 마케팅을 펼쳤다. 2001년 초부터 팀원들은 토익 게시판을 돌아다니며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토익에 대한 의문점들에 대답해줬고 호응도 받았다. 이후 인터넷 포털에 토익 관련 까페를 개설, 토익에 대한 의문점도 풀어주고 토마토에 대한 사전 홍보 활동도 펼쳤다. 이러한 사전 마케팅은 효과 만점이었다. 수 많은 토익 관련 까페들은 곧 능률교육의 이러한 노력을 알아줬고 나중에는 토마토의 홍보도 도맡았다. 이를 바탕으로 토마토는 시장에 출시하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성공가도를 달릴 수 있었다.
오혜정 팀장은 미래에 대한 준비도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었다. "토익 시장은 300억원 규모인데 비해 토마토는 1등 제품임에도 20% 가량인 60억원 매출을 올리는데 그치고 있다"면서 "향후 제품을 다변화해서 나머지 80%의 시장도 장악해 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목표를 실행하기 위해 고객들을 세분화하고 토마토 라인을 단계별로 구축하고 있었다. 특히 독자들이 모든 '토마토' 라인을 읽지 않고 필요한 단계만을 보더라도 소기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둘 계획이다. 능률교육은 오는 6~7월 경에는 토익 기본서인 '토마토 베이직'을 출시할 예정이다.
능률교육은 향후 토익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교재 판매에만 그치지 않고 온라인 서비스와의 결합을 통해 고객서비스를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난 9일부터 온라인 무료 강좌서비스도 시작했다. 9~18일 동안 방문자수가 이미 지난달 전체 사이트 방문자수를 넘어서는 등 호응도 매우 좋다.
오 팀장은 "영어는 평생 공부해야 할 학문이기 때문에 업무의 많은 부분을 연구에 투자하고 있다"면서 "팀원들이 전문지식을 발휘하게 하도록 방향도 제시하고 서로 많이 배워나갈 수 있도록 연구 학습 문화를 만들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토마토의 미래를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오혜정 능률교육 수험영어혁신팀 팀장 약력
1966년 경남 진해 출생
1985년 서울 여의도고등학교 졸업
1989년 서울 이화여자대학교 교육심리학과 졸업
1989년 능률교육 중고등교재 개발
2000년-현재 능률교육 수험영어교재 개발
김경환기자 kennyb@money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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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헤럴드’ 이경희 주필
“좋은 영어 읽어야 좋은 영작 나온다”
문화라는 척도로 봐도 한국은 ‘우물안 개구리’다. 우리끼리는 반만년 문화전통 운운하며 폼을 잡지만, 정작 대다수 외국인들은 우리를 중국문화나 일본문화의 아류 정도로밖에 알아주지 않는 게 현실. 이게 다 ‘영어 못하는 나라’가 겪는 설움이다.
‘우리 전통문화의 세계화 수준’은, 대형 서점에 가서 우리 문화를 소개하는 영문책자가 몇 권이나 진열돼 있는지 살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하기야, 유적지에 서 있는 영어 안내판조차도 제대로 쓰지 못해 걸핏하면 지적을 받곤 하는 나라에서, 그동안 정색하고서 우리 전통문화를 세계에 소개하겠다고 나선 이가 얼마나 될까?
‘우리 문화계의 보배 같은 존재’
그런 점에서 영자신문 ‘코리아 헤럴드’의 이경희(李慶姬·52) 주필은, 한 언론계 후배의 표현에 따르면, ‘우리 문화계의 보배 같은 존재’다. 그가 20여 년 동안 영자신문 기자로 일하며 우리 전통문화를 해외에 알리는 일에 매달려온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여기서 그의 영어실력이 무기가 됐음은 물론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주필의 경우 해외유학은커녕 그 흔한 단기연수 한 번 다녀온 적이 없다는 사실. 이 주필은 우리나라 최초로 편집국장(1998.2~1999.2)이 된 여성으로도 유명하다. 더욱이 이 편집국장 경력은, 그가 정치부·경제부·사회부 등 언론사의 ‘핵심부서’ 출신이 아니라 문화부 기자로 오랫 동안 활동한 끝에 오른 자리라는 점에서 더욱 돋보인다. 앞의 언론계 후배는 “영자신문은 다른 신문보다 지면경쟁이 덜한 편이고, 따라서 기자가 좋은 기사를 발굴해서 마음껏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문화를 소재로 영어기사 쓰는 일을 20여 년 하다보니 이주필이 쓴 기사는 좋은 자료가 됐고, 당사자는 한국 전통문화 분야의 전문가로 인정받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부 출신 편집국장이라는 경력은 그런 노력의 작은 결과일지 모른다.
―평생 영어를 쓰는 직업에 종사하셨으니 영어만큼은 누구보다….
“아이구, 그렇지 않아요. 제가 영자신문사에 있으니까 다들 그렇게 생각하는데, 사실 저 자신은 영어를 특별히 잘한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외국어란 죽을 때까지 공부해도 완벽해질 수가 없어요. 그런 사람을 왜 찾아오셨는지….”
―언론계에 입문하신 게 언제입니까?
“69년 말이에요. 70년부터 ‘코리아 타임스’에서 5년 반쯤 일하다가 75년 여름에 ‘코리아 헤럴드’로 왔습니다. 그 사이 아스팍 사회문화센터라는 국제기구에서 출판홍보 담당으로 잠시 일하기도 했고, 몇 년간은 프리랜서로 뛰었어요.”
―그러니까, 사회생활을 하면서 손에서 영어를 놓아본 적이 한번도 없으신 거죠?
“그래요. 영어는 늘 썼어요.”
―영어 문장이 좋다고 소문이 자자하던데요.
“잘못된 정보를 들었나본데…(웃음). 나는 항상 자신이 없어요. 지금도 제가 쓴 글은 반드시 미국인이 검토하게 한 다음에야 내보냅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이상 틀린 부분이 나올 가능성은 항상 있으니까요.”
―영어에 관심을 가진 건 언제부터입니까?
“우리 때에는 중학교부터 영어를 가르쳤는데, 그때부터 영어를 좋아했어요. 그렇다고 남다르거나 유별난 방식으로 영어공부를 한 것은 아니고, 노는 시간에 팝송 듣고 영화 보는 게 일이었지요. 팝송가사나 영화대본을 읽으면서 시간을 많이 보낸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게 다 영어공부였겠죠, 뭐. 그런 식으로 남보다는 영어를 조금 더 많이 접했다고 할까.”
―바람직한 영어공부 방법에 대해서 한 말씀 해주신다면?
“흔히들 영어회화 배우겠다고 미국인과 얘기하는 것을 좋은 방법으로 생각하는데, 한두 마디 해봤자 거기서 그치기가 쉽다고 봐요. 내 생각에 언어를 습득하기 위한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좋은 글을 많이 읽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어란 기본적으로 사고체계이므로 그들의 생각이나 글을 제대로 배우려면 좋은 글을 끊임없이, 많이 읽는 게 최선이라고 봅니다. 많이 읽고, 많이 쓰고, 영어 배우는 게 끊임없는 고행인 것 같아요. 아이구, 이거 도움이 별로 안되는 것 같아서 어쩌나.”(웃음)
―이주필께서는 어떤 분야의 글을 많이 읽습니까?
“요즘은 바빠서 많이 못 읽어요. 언론계에 있으니까 신문·잡지는 항상 읽지요.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은, 제가 쓰는 글이 시사영어인데도, 신문 잡지만 읽어서는 글이 잘 써진다는 느낌을 갖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문학작품을 읽고 있을 때 글이 더 잘 써지고, 흐름도 좋아진다는 느낌을 갖게 돼요”
“우리말 안되면 영어도 안된다”
―혹자는 우리말을 잘해야 영어도 잘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만….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언어란 사고의 흐름이고, 따라서 결국은 다 통한다고 봐요. 예를 들어 영어로 글을 처음 쓰는 사람이 우리말로는 절대로 하지 못할 말들을 영어로는 할 수도 있다고 오해하고 마구 쓰는 걸 봅니다. 그런 문장은 한국말로 옮겨보면 말이 안돼요. 영어로도 말이 안되는 것은 물론이죠. 우리말로는 절대로 하지 못할 말을 영어로 늘어놓고서, 이건
문화의 차이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는 겁니다. 제 생각엔 언어란 건 능숙해질수록 (글을 쓸 때 한국어와 영어의) 길이가 비슷해집니다.
그런데 제가 전공한 한국의 전통문화는 경우가 좀 다르지요. 일반적인 표현으로는 의사전달이 명확하게 안 되는 경우가 있고, 그 문화에서 가장 가까운 표현을 찾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영자신문사에 들어가려면 영어를 얼마나 잘해야 합니까?
“요즘엔 외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학교에 다닌 사람들도 많이 들어옵니다. 그런 사람들은 마치 미국사람처럼 말하는데, 우리 같은 옛날 사람은 그들 앞에서 영어를 쓰기가 좀 뭐할 때가 있어요.(웃음)
그런데 영어로 말을 잘하는 사람이 모두 영어로 글을 잘 쓰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영어회화는 잘하는데 문법이 약한 경우도 있고, 논리력이 부족한 경우도 있고…. 이런 게 결국은 독서와 관련되는 게 아닌가 생각해요”
인터뷰 말미에 이주필은 기자에게 자신의 영문저서 두 권을 선사했다. 제목은 ‘Korean Culture : Legacies and Lore(한국의 문화 : 유산과 전승)’와 ‘World Heritage in Korea(한국의 세계유산)’. 앞의 책을 뒤적거리다 우리 전통춤의 한 가지인 승무(僧舞)를 소개하는 장의 첫 문단에 눈길이 오래 멈췄다.
“The Dancer is seated on the stage, with her face and torso bent deep, almost touching the floor. She begins to move from the shoulders, slowly and mysteriously. In a dramatic and solemn gesture, she faces upward, turning her torso to the left and then to the right. Her movements are delicately restrained, but unusually powerful. (…)”
(무용가는 얼굴과 몸이 바닥에 닿을 듯 깊숙이 구부린 채 무대 위에 앉아 있다. 그녀가 양 어깨부터 천천히, 신비롭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극적이고 장중한 몸짓에 이르자 그녀는 얼굴을 위로 향하고, 몸을 왼쪽, 그리고 오른쪽으로 돌린다. 그녀의 움직임은 섬세하게 절제돼 있지만, 동시에 이상하리만큼 강력하다.…”
승무가 표출하는 동(動)과 정(靜)의 미묘한 교차와 흐름을 우리말도 아닌 영어로 이만큼 정밀하게 묘사하기 위해서, 그는 단어 하나하나를 얼마나 고르고 다듬었을까? 언론계 후배의 말처럼 그는 분명 ‘보배로운 존재’임에 틀림없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