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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 노트 79 – 통증은 관념이고 느낌은 실재다
< 수행 노트는 1996년도부터 미얀마 마하시 명상원에서 수행을 지도하시는 스승과 한국인 수행자들의 수행면담을 해를 거듭하면서 기록한 내용입니다. 오래 전에 미얀마에서 약 10여 년 동안 수행한 기록을 요약해서 올리겠습니다. < 참고 >는 수행자의 바른 이해를 돕기 위해서 별도로 보충한 내용입니다. 수행은 개인의 근기에 따라 다양한 수행방법과 지도방법이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묘원 >
1. 질문 : 좌선을 할 때 몸의 여기저기서 다양한 느낌이 선명하게 나타납니다. 이런 느낌이 일어나면서 때로는 소리도 분명하게 들립니다.
사야도 답변 : 몸에서는 항상 지수화풍이라는 4대가 느낌으로 일어난다. 이와 같은 4대가 나타날 때 선명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몸에서 어떤 소리가 나더라고 있는 그대로 자세하게 알아차려야 한다. 몸에서 어떤 느낌이 일어날 때 한 곳이 아닌 두 곳에서 일어날 때는 먼저 한 곳에서 일어나는 느낌을 알아차려라. 더 강한 곳에서 일어나는 느낌을 알아차리면 다른 한 쪽의 느낌은 없어질 때도 있다. 그런 뒤에 한 쪽의 느낌이 없어지면 그때 다른 한쪽의 느낌이 나타날 수 있다. 어느 느낌이나 자세하게 알아차려야 한다.
< 참고 >
몸에서 나타나는 지수화풍이라는 4대는 몸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입니다. 이런 요소가 인식할 수 있는 느낌으로 나타납니다. 이런 느낌을 통해 몸이 있는지 알 수 있으므로 4대는 몸의 실재에 속합니다. 몸을 몸이라고 할 때는 부르기 위한 명칭으로 관념이지만 몸의 실재하는 요소는 지수화풍이라는 느낌으로 드러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어느 느낌이거나 단지 알아차릴 대상으로 삼아야 합니다. 이런 느낌이 왜 나타났는지 알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이 느낌이 4대 중의 어느 것인가를 분석해서도 안 됩니다. 4대 자체가 하나의 실재하는 느낌을 개념으로 분류한 것일 뿐입니다. 몸에는 단단함과 부드러움이라는 지대와 물의 요소인 수대와 뜨거움과 차가움이라는 화대와 끊임없이 움직이는 풍대가 있습니다. 이것을 단지 4대라고 정의하는 것이므로 4대라는 개념 자체에 의미를 두어서는 안 됩니다. 그러므로 지수화풍 4대는 사념처 수행에서 신념처에 속하지만, 이것을 알아차릴 때는 느낌으로 알아차려야 합니다.
집중이 되면 몸과 이곳저곳에서 다양한 느낌이 일어납니다. 때로는 이것이 통증으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결국 통증과 4대의 느낌에 불과하다. 처음에는 몸에서 다양한 느낌이 일어나는 것을 불편하게 여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이런 현상은 수행해서 보는 힘이 생겼기 때문에 느낄 수 있기도 합니다. 수행 초기에는 이러한 4대를 알아차리기도 힘듭니다. 결국 몸을 알아차린다는 것은 4대의 다양한 변화를 느끼는 것이다. 호흡도 일어나고 꺼지는 바람의 요소인 풍대의 하나입니다. 사실 몸에서 일어나는 느낌이 다양해 보여도 4대가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이런 다양한 느낌은 결국 무상한 것이고 괴로움이고 나의 의도대로 되지 않는 무아를 아는 대상입니다.
몸을 알아차릴 때 두 곳에서 느낌이 동시에 일어나면 먼저 강한 곳에 있는 느낌을 집중해서 알아차려야 합니다. 왜냐하면, 처음에는 강한 느낌이 알아차리기가 좋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집중력이 생겨서 고요할 때는 오히려 미약한 느낌을 대상으로 알아차릴 때도 있지만, 처음에는 알아차리기 좋은 강한 것을 대상으로 삼아야 합니다. 두 곳의 느낌을 동시에 알아차리면 마음이 분주해져 집중되지 않습니다. 또 느낌을 한 곳에서 알아차려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느낌을 알아차릴 때 느낌을 없애기 위해서 알아차리는 것이 아닙니다. 느낌이 없어지고 없어지지 않고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없어질 때가 되면 없어질 것이고 없어지지 않아도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 없어지지 않는 것일 뿐입니다. 느낌을 알아차리는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무상하고 괴로움이고 나의 힘으로 되지 않는 무아를 알기 위해서입니다. 왜냐하면, 위빠사나 수행의 목표는 있는 그대로 알아차려서 대상의 성품을 아는 지혜를 얻고자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몸에 일어나는 두 곳의 느낌 중에 먼저 강한 곳을 알아차리면 얼마간 시간이 지나면 강한 느낌이 약해집니다. 이때 다른 한쪽의 느낌이 다시 강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있는가 하면 마음은 한순간에 하나밖에 알아차리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강한 쪽의 느낌이 있을 때는 약한 쪽의 느낌을 알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때의 느낌이란 주로 통증을 말합니다. 하나의 통증을 알아차려서 약해졌는데 또 하나의 통증이 나타나면 화가 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통증은 온몸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의 하나라고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통증을 없애려고 알아차려서는 안 됩니다. 알아차린다고 해서 없어지지 않는 것이 통증이기 때문입니다. 수행자가 좌선을 위한 몸이 만들어지기까지는 누구나 이런 통증을 경험합니다. 그러므로 어떤 느낌이거나 어떤 통증이거나 하나의 대상으로 알아차려야 합니다. 몸에서 느껴지는 느낌과 함께 소리도 들릴 때는 단지 소리가 들리는 것을 알아차리면 됩니다. 집중력이 생겨 아는 마음의 힘이 커지면 다른 감각기관에서 일어나는 것도 아는 마음이 생깁니다. 하지만 소리는 일반적으로 오래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알아차리는 것으로 그치면 됩니다.
2. 질문 : 경행을 할 때 다리가 휘청거립니다.
사야도 답변 : 경행을 할 때 다리가 흔들거릴 때는 잠시 경행을 멈추고 잠시 자리에서 서서 알아차려야 한다.
< 참고 >
좌선을 하다 경행을 할 때는 조금 빨리 걸어서 좌선을 할 때 긴장한 근육을 이완해주어야 합니다. 처음부터 너무 자세하게 집중해서 수행을 잘하려고 천천히 걸어도 걸음이 뒤뚱거릴 수 있습니다. 또 처음부터 발의 움직임을 전부 알아차리려고 집중하다보면 걸음이 꼬이거나 흔들릴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조금 천천히 걷거나 잠시 자리에 서서 호흡을 가다듬은 뒤에 다시 걸으면 됩니다. 이런 현상이 일시적인 것일 때는 크게 문제 삼지 말고 경행을 계속해야 합니다. 경행을 하면서 망상이 심할 때는 잠시 그 자리에 서서 망상하는 마음을 알아차린 뒤에 다시 걷기 시작해도 됩니다.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마음이 발의 움직임을 알아차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마음이 자꾸 발이 아닌 다른 곳으로 달아나거나 짧은 순간에 망상이 일어납니다. 이런 현상은 지극히 당연하게 여겨야 합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걸으면서 발을 알아차린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경행하는 것을 마음이 싫어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싫어하는 마음을 달래서 발의 움직임을 겨냥하도록 하려면 처음에는 가볍게 알아차림을 시작해야 합니다. 그리고 지금은 발의 움직임을 알아차리는 시간이라는 것을 전제해야 합니다. 발을 알아차리는 순간에 마음이 발에 있지 않고 망상이 일어난다면 마음이 발에 관심이 많지 않다는 뜻입니다. 이런 마음을 헤아리고 발의 움직임을 알아차리기 위한 별도의 의도를 내야 합니다. 발의 움직임을 알아차릴 때는 발에서 망상을 일으키지 말아야 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실제로는 그럴 수 없는 것이 수행입니다. 그러므로 마음이 달아났을 때는 달아난 마음을 다시 발로 향하게 하는 노력이 계속 필요합니다.
경행은 매우 중요한 수행의 하나이므로 반드시 좌선과 병행을 해야 합니다. 이처럼 너무 자세하게 알아차리려고 했을 때 마음이 따라가지 못하면 경행하기가 싫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가볍게 걸으면서 알아차릴 수 있는 만큼 알아차리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걷다가 집중이 되면 조금씩 더 자세하게 알아차리면 됩니다. 경행은 정진력을 키우는 노력의 일환이므로 반드시 필요한 수행입니다. 경행을 적절하게 했을 때 집중력을 키우는 좌선이 힘을 받습니다.
3. 질문 : 좌선을 할 때 몸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통증을 알아차렸는데 변화가 심한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똑같은 통증이 아닌 것을 알았습니다. 경행을 할 때도 발의 움직임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변화를 느꼈습니다.
사야도 답변 : 좌선을 하면서 통증을 자세하게 밀착해서 알아차리면 변화가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개미가 줄을 지어서 기어갈 때 멀리서 보면 한 줄로 연결되어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자세하게 보면 개미 한 마리와 한 마리마다 사이가 있는 것처럼 통증도 매 순간 똑같지 않다. 그래서 통증을 밀착해서 알아차리면 줄어들었다, 다시 나타났다가 하는 현상이 반복되는 것을 알 수 있다. 경행을 할 때도 마찬가지로 발을 들 때의 가벼움과 내려놓을 때의 무거움을 알아차려라. 그리고 발이 바닥에 닿았을 때도 단단함이나 부드러움이나 또 차가움과 따뜻함을 느끼는 것이 좋다.
< 참고 >
수행자는 몸에서 일어나는 아픔을 일반적으로 통증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사야도께서는 괴로운 느낌이라는 뜻으로 둑카 웨다나(dukkha vedanā)라고 하거나 그냥 느낌이라는 뜻으로 웨다나(vedanā)라고도 합니다. 둑카(dukkha)는 괴로움이고 웨다나(vedanā)는 느낌입니다. 이때 느낌이라는 뜻의 웨다나(vedanā)는 느낌, 감각, 수(受), 감수 작용, 고통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합니다.
보통 느낌을 말할 때는 크게 즐거운 느낌, 괴로운 느낌, 즐겁지도 괴롭지 않은 느낌 이렇게 세 가지로 말합니다. 그러나 수행을 할 때는 세 가지 느낌 중에서 항상 괴로운 느낌이 제일 강하므로 괴로운 느낌이라고 하지 않고 그냥 느낌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몸에서 일어나는 즐거운 느낌은 느낌이라고 알기 어렵고, 또 즐겁지도 괴롭지도 않은 덤덤한 느낌도 인식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괴로운 느낌은 매우 강력하므로 그냥 느낌이라고 했을 때도 괴로운 느낌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느낌은 몸이라는 감각기관에서 일어나는 감수 작용인데 이 느낌의 특징은 매 순간 변화무쌍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느낌 자체가 무상해서 괴로움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느낌은 무상을 알기에 매우 적합한 대상입니다. 위빠사나 수행이 몸과 마음의 느낌을 알아차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수행자는 이런 느낌을 통증이라고 말하고 사야도께서는 그냥 느낌이라고 말하는데 여기에 깊은 뜻이 있습니다.
수행자가 몸에서 일어나는 아픔을 통증이라고 하면 아픔의 실재를 아는 것이 아니고 관념으로 아는 것입니다. 하지만 몸의 아픔을 느낌이라고 했을 때는 몸에서 일어나는 실재를 아는 것입니다. 통증이라고 관념으로 알 때는 즉각 통증을 싫어하는 마음이 일어나서 없애려고 저항합니다. 하지만 느낌이라고 알았을 때는 변화가 심해서 무상을 볼 수 있으므로 실재를 보는 것이라서 지혜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몸의 아픔을 통증이라고 알면 부정적으로 보이지만 느낌으로 알면 실재를 알게 되어 통증이라는 것이 찌르고, 당기고, 화끈거리고, 욱신거리는 다양한 것으로 바뀝니다. 통증은 싫어하는 마음 때문에 알아차리는 힘이 약해집니다. 그러나 찌르고, 당기고, 화끈거리는 현상은 느낌이라서 알아차릴만한 대상입니다. 통증은 계속해서 아프지만, 이것을 느낌으로 보면 계속되기보다 간헐적으로 지속하는 것으로 보여 견딜만합니다.
이처럼 수행자의 질문에서 보면 아픔을 통증으로 보지 않고 느낌으로 알아차렸기 때문에 느낌의 변화를 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것이 통증을 느낌으로 알아차려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느낌이 변화가 심해서 같은 느낌이 아니라고 알 때 비로소 무상의 지혜가 성숙하기 시작합니다. 무상은 변화를 말하며 한순간에도 같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지혜입니다.
경행을 할 때 발을 들 때는 가벼움이 있고 내려놓을 때는 무거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발을 들을 때도 무거움은 있고 내려놓을 때도 무거움이 있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들을 때는 내려놓을 때보다 무거움이 현저하게 적기 때문에 들을 때의 가벼움이라고 합니다. 발이 바닥에 닿았을 때 마음이 바닥으로 가면 차가움이 있지만, 마음을 발바닥에 두면 따뜻함이 있습니다. 사실 따뜻함이 있어서 차가움을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마음을 어느 곳에 두느냐에 따라 온도의 차이가 달라집니다.
경행을 할 때는 이렇게 발의 느낌을 알아차리다가 어느 순간이 되면 발을 들으려는 의도와 내리려는 의도를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발의 움직임은 발이 저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 아닙니다. 반드시 몸의 움직임에는 마음의 역할인 의도가 있습니다. 그러면 원인과 결과를 아는 지혜가 성숙합니다. 이때의 마음은 의도고 행위는 결과입니다. 이런 원인과 결과가 바로 업입니다. 누구나 업을 짓고 사는데 이것을 모를 때와 알 때의 차이가 큽니다. 왜냐하면, 업은 반드시 인과응보가 따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의 행동이 업이라고 알아야 책임감을 느끼고 지혜가 날 수 있습니다.
묘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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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또 다시 점검을 합니다.
고맙습니다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