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은 감자 만들려고 따버리는 꽃… 6월에 피지만 쉽게 못 본대요
감자꽃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6월부터 장마철까지 감자가 제철이에요. 한번 수확하면 1년 내내 보관하며 감자를 맛볼 수 있답니다. 그런데 감자에도 꽃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감자의 울퉁불퉁한 모습, 흙이 잔뜩 묻은 갈색빛 껍질은 흔히 잘 알고 있지만, 감자꽃은 쉽게 보지 못해 다소 생소해요.
감자는 60~100cm로 자라는 쌍떡잎식물입니다. 어느 기후에나 잘 적응할 수 있어 전 세계에서 널리 경작해요. 6월이면 긴 꽃대가 나와 끝에 손가락 한 마디 크기의 별 모양 흰색(또는 분홍색) 꽃이 피는데요. 꽃잎이 쪼글쪼글한 데다 툭 튀어나온 노란빛 수술이 도드라져요. 꽃이 꽃대 주위로 여러 개씩 모여 피기 때문에 마치 작은 꽃다발을 보는 듯 소박한 기쁨을 느낄 수 있지요.
우리가 감자꽃을 잘 보지 못하는 이유는 감자가 '덩이줄기'이기 때문입니다. 감자는 열매가 아니라 양분을 저장하기 위해 불룩해진 줄기의 한 부분이에요. 그런데 보통 여기에 저장된 양분이 꽃이나 열매를 만드는 데 쓰이면 감자가 작아지기 때문에 여름에 감자꽃과 열매를 전부 따버리지요. 그래서 우리가 쉽게 꽃을 볼 수 없는 거예요.
지금은 구황작물(나쁜 기상 조건에서도 수확할 수 있어 흉년이 들 때 식량이 되는 작물)로 전 세계 사람들의 배를 채워주는 감자이지만, 16세기 초·중반 남미 안데스산맥에서 유럽에 들여와 처음 소개될 때는 사람들의 거부감이 심했습니다. 성서에서 하느님이 '씨앗으로 번성하는 식물'을 창조했다고 했는데, 감자는 덩이줄기로 씨앗도 없이 땅속에서 마구 뻗어나가는 식물이었기 때문에 그 모습이 불온하다고 여겼다고 해요. 그래서 중세 유럽에선 감자가 종교재판을 받고 화형을 당하기도 했지요.
감자가 초록색으로 변할 때 생기는 독성 성분인 '솔라닌'도 거부감을 일으키는 데 한몫했습니다.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1세가 백성들에게 감자를 보급하려고 '감자 파티'를 주최했다가 요리사가 감자의 잎과 줄기까지 모두 요리해버리는 바람에 솔라닌에 중독돼 고생한 일도 있었어요. 이 때문에 감자의 보급이 더 늦춰졌지요.
하지만 배고픔을 없애주는 해결사로 감자는 서서히 자리 잡게 되었어요. 이때 감자의 홍보 수단으로 감자꽃이 쓰이게 됩니다. 유럽에 대기근이 들었을 때, 프랑스 국왕 루이 16세는 옷의 단춧구멍에 감자꽃을 꽂아 장식했고,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도 감자꽃을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거나 머리에 감자꽃 장식을 달아 감자를 홍보했어요.
이후 감자는 유럽 각지로 퍼져 나가며 사회를 변화시켰습니다.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감자가 돼지 사료로 쓰이며 육식 문화도 만들어 냈지요. 또 항해사들의 주된 식량으로 감자가 쓰이면서 선원들이 비타민 C 결핍으로 발생하는 괴혈병을 극복하고 장거리 항해를 할 수 있게 됐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