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속 카멜레온… 색소 세포로 무지개색·금색도 흉내
갑오징어
지난 2019년 해양수산부는 국내 기술로 인공 부화한 갑오징어를 어미로 키운 뒤 다시 알을 받아 부화시키는 양식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갑오징어는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연간 약 6만t이 잡혔지만 최근에는 연 5000~6000t 수준으로 어획량이 크게 줄었죠. 오징어와 비슷하지만 갑옷 같은 뼈가 있어 갑옷 갑(甲)자를 따 갑오징어라는 이름이 붙었어요. 일반 오징어보다 살이 두툼하고 더 쫄깃해 예전에는 중국집에서 삼선짜장, 삼선짬뽕을 시키면 맛볼 수 있었죠. 어획량이 줄어든 지금은 찾아보기 어려워졌지만요.
193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가 흔히 먹는 일반 오징어는 '피둥어꼴뚜기'라고 부르고 갑오징어를 '참오징어' '오징어'라고 불렀어요. 조선시대 문헌에 나오는 오적어(烏賊魚)는 갑오징어를 가리켰어요. 까마귀를 해치는 도적이라는 뜻인데요, 갑오징어가 물 위에서 죽은 척 떠다니다가 까마귀가 잡아먹으러 오면 촉수로 붙잡아 물속으로 끌고 들어가 잡아먹는다고 생각해 붙은 이름이죠. 갑오징어는 새우, 게, 물고기를 잡아먹고 사니 사실과 다른 내용이긴 하지만요. 그래서 새카만 먹물 때문에 까마귀와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붙은 이름이라는 해석도 있어요.
갑오징어는 아시아·유럽·아프리카에 넓게 분포하는데 따뜻한 바다의 얕은 지역에 주로 살아요. 우리나라에서는 서해에서 많이 잡힙니다. 갑오징어는 일반적으로 15~25㎝ 크기입니다. 오징어처럼 여덟 개의 짧은 다리(촉수)와 두 개의 긴 다리가 있고 모두 빨판이 많이 달려 있어요. 다리는 걷거나 헤엄치는 용도보다는 먹이를 잡을 때 주로 쓰기 때문에 빨판이 꼭 필요합니다.
우리가 흔히 오징어 살이라고 부르면서 음식으로 요리해 먹는 둥근 돔 모양 부분은 오징어의 '외투막'입니다. 이 외투막 안에는 서핑 보드를 닮은 오징어 뼈가 들어 있어요. 오징어 내장은 탄산칼슘을 분비하는데 이걸로 뼈를 만들죠. 오징어는 부레가 없는 대신 이 오징어 뼈 내부의 기체와 액체 비율을 조절해 부력을 조절합니다. 갑오징어는 몸 안에 바닷물을 받아들여 몸통을 부풀린 다음 이 물을 바깥쪽으로 밀어내면서 그 힘으로 헤엄을 칩니다.
갑오징어는 '바닷속 카멜레온'이라고 불릴 정도로 보호색을 잘 씁니다. 색소 세포의 일종인 색소포를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갑오징어는 이 색소포를 이완하고 수축하면서 색을 바꿉니다. 이러한 색소포와 빛을 반사하는 무지개색 및 백색의 색소포 층도 있어 금속성의 파란색·녹색·금색·은색도 만들어냅니다. 이렇게 몸 색깔을 바꿔서 적을 피하고, 몰래 먹잇감에 접근하기도 합니다. 물론 오징어처럼 먹물도 들고 다니면서 위험에 빠지면 먹물을 배출하고 몸을 숨기죠. 갑오징어의 수명은 약 1~2년이고, 산란 후에는 생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