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폭력, 살인, 전쟁 등의 문제를 뉴스를 통해 자주 접하게 됩니다. 심각한 도덕적 문제들이 만연한 사회에서 사람들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찾고자 합니다. 그런데 그 방안을 찾기에 앞서 우리는 ‘인간 본성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간의 본성을 어떻게 규정하는지에 따라 해결 방안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동양윤리사상에서 본성론은 다양하지만, 대표적인 성선설과 성악설을 중심으로 오늘날의 도덕 문제 해결에 보다 적합한 본성론은 어떤 것일지 논의하고자 합니다.
우선 맹자의 성선설은 인간의 본성을 선험적 도덕성의 측면에서 접근하여 인간 본성의 도덕적 선함을 주장하는 입장입니다. 맹자에 따르면 인간에게는 동물과 구별되는 인의예지의 도덕 본성이 선척적으로 주어져 있습니다. 어린아이가 우물에 빠지려 하는 것을 보았을 때, 사람들은 누구나 깜짤 놀라 그 아이를 구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길 것입니다. 이같은 마음은 보상이나 명예를 얻기 위한 계산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연스레 드는 것입니다. 이처럼 사람에게는 누구나 남에게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이 있으며, 이를 사단이라 합니다. 측은지심, 수오지심, 사양지심, 시비지심의 사단은 인의예지의 도덕 본성이 우리에게 있음을 보여주는 단서입니다. 이 사단을 확충함으로써 우리는 인의예지의 도덕 본성을 실현할 수 있게 됩니다.
한편 순자의 성악설은 인간 본성에 대해 생물학적 측면에서 접근합니다. 인간은 본성적으로 이익을 좋아하고 미워하고 질투하는 생물학적 욕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린 아기를 보면 도덕성보다 자신의 욕구 충족을 우선시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아기는 부모가 피곤하거나 힘든 것을 배려하지 않습니다. 오직 배고픔이나 졸음 등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고자 울고 보채며 자신을 돌봐달라고 합니다. 이같은 생물학적 본성 자체가 악은 아니지만 이를 방치할 경우 다툼이 생기고 사회가 혼란스러워지게 되는데, 순자는 이를 악으로 보았습니다. 즉 본성을 내버려둔 결과 사회가 편험패란하게 되는 것을 악이라고 본 것입니다. 성악설의 입장에서 선이란 예를 통해 인위적으로 본성을 변화시킴으로써 가능합니다. 본성을 변화시켜 정리평치한 사회를 이루는 게 선이라는 것입니다.
성선설의 관점에서 볼 때 도덕적 혼란을 극복할 방법은 본성의 회복입니다. 반면 성악설의 관점에서 도덕적 혼란을 극복할 방법은 본성의 변화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본성론의 관점을 취하는 것이 오늘날의 도덕 문제를 해결하는 데 더 적합할까요? 저는 성선설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도덕이라는 것은 자율성을 전제로 합니다. 물론 사회의 도덕 규범을 잘 지키는 것도 도덕적인 일입니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도덕적 인간은 외재적 규범을 준수하는 인간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도덕적 인간은 도덕적 문제 상황에서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책임있는 행동을 하는 사람입니다. 성악설에 근거한 해결 방안은 외재적 도덕 규범을 준수하는 사람을 길러낼 수는 있지만, 진정한 의미의 자율성을 지닌 도덕적 인간을 길러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반면, 성선설에 근거한 해결 방안은 인의예지의 도덕 본성을 회복함으로써, 내재적인 자율성을 통해 도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합니다.
또,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기존의 규범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하고 새로운 도덕 문제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문제들 속에서 올바른 것은 무엇인지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문제의 해결 방법을 찾는 능력입니다. 이같은 능력을 기르는 데는 성선설의 관점이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날로 잔혹해지는 범죄 뉴스, 학교에서 마주하는 학생들의 이기적인 모습을 볼 때마다 성악설이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그러나 겉으로 보이는 현상이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곧 본래의 모습이라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인간은 동물과 같이 생물학적 본성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인간만의 본성은 아닙니다. 맹자는 동물과는 구별되는 인간만의 특성에 집중합니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 맹자는 이를 내재적이고 선천적인 도덕성에서 찾습니다. 인간은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도덕성을 가지고 있는 존엄한 존재입니다. 오늘날 많은 도덕 문제는 인간 존엄성에 대한 존중이 상실되었기 때문에 일어난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도덕 본성을 회복하는 것은 인간의 인간다움을 회복하는 것으로, 인간의 존엄성 회복과도 연관됩니다. 본성의 회복을 통해 인간이 보편적이고 선천적인 도덕성을 지닌 존엄한 존재임을 깨닫고, 인간 존엄성에 대한 존중을 실천함으로써 폭력, 살인, 전쟁 등의 여러 도덕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성선설과 성악설은 다양한 차이가 있지만, 이기심을 극복하고 도덕적인 사회를 만들고자 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성선설과 성악설 어느 한쪽으로만 치우쳐 한 가지 해결책만 찾을 것이 아니라 양자를 조화롭게 활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성선설을 중심으로 하되, 성악설의 방법을 함께 활용하는 것입니다. 인간은 도덕성을 지닌 존재인 동시에, 생물학적 욕구를 지닌 존재이기도 합니다. 기본적으로는 성선설에 기초해 인간이 가진 도덕 본성을 회복함으로써 자율적 도덕성을 지닌 인간을 목표로 삼고 사단을 확충해 가는 동시에, 현실적인 인간의 생물학적 욕구를 인정하고 구체적인 상황에서 이를 절제할 수 있는 규범을 학습하도록 가르치는 것이 함께 이루어지도록 한다면 오늘날 사회에서 일어나는 도덕 문제를 보다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