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목소리 참 드문데 아까워 죽겠어요”
재즈를 듣지 않은 지 오래됐습니다.
어둑해지면 습관처럼 존 콜트레인의 색소폰을 채웠고
지인들의 선물로 제일 먼저 떠올렸던 것이 쳇 베이커의 음반이었으며
심수봉 노래가 나오는 막걸리집에서 취기에 기대 빌리 홀리데이를 청해
눈총을 자초했던 기억들이 지금,
음반꽂이 뒤에 잔뜩 먼지를 뒤집어쓰고 처박혀 있습니다.
나이도 마음도 주름 늘면서 좀 밝고 편한 음악을 찾게 된 듯 합니다.
그런 제가 요즘 다시 재즈를 듣고 있네요.
그것도 낯선 목소리의 낯선 가수의 노래를 말이죠.
그 목소리를 만난 것은
겨울 첫 휴가로 갔던 전라도 담양의 한 휴양 펜션에서였습니다.
쥔장 내외가 오디오광에 워낙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이라 덕분에 귀가 실컷
호사를 누렸네요.
바하의 첼로도 있었고 정민아의 가야금 선율도 기억나고 김광진의 편지도 들었고......
그러다 갑자기 앞에 앉은 쥔장 부부도, 손에 들고 있던 차 맛도 잊게 하는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20대에 녹음테이프가 늘어지도록 들었던 영화음악 자니 기타 Johnny Guitar가
재즈풍으로 불려지고 있었습니다.
어떤 노래는 노래보다 목소리의 주인공을 더 궁금하게 합니다.
재즈의 처절한 역사도 자니기타 가수 페기 리 Paggy Lee의 굴곡진 삶도
마치 전생처럼 아득히 여겨지게 하는 목소리
한 인생에서 저 목소리를 얻기까지 어떤 삶을 지나와야 했을까.
그녀를 꼭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선곡해준 한옥집 쥔장이
부채질 합니다.
“목소리 되게 특별하죠? 직접 무대에서 보면 카리스마 대단합니다. 지지난 겨울 임동창씨랑 산사음악회를 같이 하는델 갔는데 그 때 제가 완전히 반했습니다. 그런데 무대에 더 이상 안서려고 하세요. 노래도 그만 하고 싶어하세요. 이런 목소리 참 드문데 아까워 죽겠어요.”
쥔장내외를 ‘ 아까워 죽고’ 싶게(?) 만든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결국
한 달도 안돼 포도나무 하우스콘서트 기획팀의 이름으로 만나게 됩니다.
공연무대의 주인공은 아내, 아내 무대의 주인공은 남편
유명이건 무명이건 ‘음악과 삶이 감동적인 존재’ 가 있는 곳이라면 세상 어디든
(재정상 한반도와 부속 도서로 한정 ㅠㅠ) 취재 가는 포도나무 하우스 콘서트!
재즈가수 유미경씨를 만난 곳은 충남 금산의 소울음 소리 걸진 농촌 마을이었습니다.
무대 뿐 아니라 번잡한 곳도 싫어 시골 아낙으로 살고 있다는 유미경씨.
그러나 반생의 재즈 뮤지션의 삶이 남긴 분방함과 세련됨은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말 트기 어려울 듯한 인상과 달리 10년지기처럼 살아온 얘기도, 음악 얘기도 시원시원
뜸 안들이고 풀어놓습니다.
....꽤 살던 집 고명 딸로 피아노 치는 공주였던 어린 시절, 아버지의 사업실패와 죽음으로
빚 갚기 위해 피아노 쳤던 10년 세월, 약한 몸으로 수 차례 생과 사를 넘나들었고 늦은 유학과 연주로 세상을 유랑했으나 고독했던 젊은 시절, 그리고......
음악이 생의 십자가였다고 생각한 것일까.
결혼과 함께 선택한 평범한 촌부의 삶. 그러나 시골생활에 쉬이 적응 못해 계속되던 방황....
그런 그녀를 다시 무대로 끌어낸 것은 다름 아닌 남편이었습니다.
명상가인 남편 장석열씨는 ‘아내의 재주를 썩히기 아까워’ 노래를 계속하기 권했고
아내는 정에 못 이겨 몇 차례 크고 작은 무대에 서게 됩니다.
작가인 저를 흔든 그 ‘목소리’
노래 보다 목소리의 주인공을 궁금하게 한 그 ‘목소리’,
그 ‘목소리’가 비단 저만 동요하게 했을까요.
촌부로 사는 와중 안산 콘서트, 사포리 재즈 콘서트, 대전 예술의 전당, 보광사 산사음악회 등에서 울린 그녀의 목소리는 들불 번지듯 ‘유미경 팬’들을 만들어냈고
그 열성 팬 중 한 분이 바로, 다름아닌 ‘유미경씨가 무대에 안서려고 해 아까워 죽겠다’는
담양 한옥집의 쥔장내외라는~ 말씀올시다.
음악얘기, 인생얘기가 이어지면서 그녀를 다시 무대에 세운 남편 장석열씨의 인생 이야기도 덤으로 들었습니다.
아내 유미경씨의 인생극장은 저리가라 할 기가막힌 인생사입니다.
거짓말 같은 그의 얘기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한 인생이 감당하기엔 가혹했던 모진 풍상들을 마치 남의 얘기하듯 담담하게 들려주는’ 장석열씨의 얼굴이었습니다.
눈 맑고 입담 구수한 그의 외양 어디서도 지난날의 잔혹사가 읽히지 않습니다.
외려 글과 강의로 남들에게 베푸는 인생을 줄곧 살고 있다지요.
도회의 화려한 불빛 속에서 환호와 박수 속에 살던 유미경씨,
아름답고 젊은 아내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남편의 그런 모습이었겠지요.
자신보다 더 무거운 십자가를 묵묵히 지고 와 웃고 있는, 그런 모습.
그녀를 다시 금산 아줌마에서 재즈가수 유미경으로 만든 것도
같은 이유 아니었을까.
2016년을 여는 제15회 포도나무 하우스콘서트!
콘서트 무대의 주인공은 제 혼을 빼놓은 재즈가수 유미경씨지만
유미경씨 인생무대의 주인공은 남편 장석열씨일 겁니다.
이번 무대에서 남편의 이야기도 살짝 소개됩니다.
이번 무대는 특히 부부동반 강추합니다.
자녀는요?
자유롭고 즉흥적인 재즈리듬이 유연성, 창의성 키우는데 좋다는 거 아실 겁니다.
특히 유미경씨가 부르고 싶다는 (재즈풍으로~) ‘바닷가에서’ 와 ‘따오기’는
아이들에게 오래오래 남을 음악이 될 겁니다.
아아, 빼먹으면 큰일날 거 하나 더!
하우스 콘서트 사상 최다관객을 모은 탱고 공연 기억하십니까?
그 때 심장을 긋는 듯한 바이올린 소리로 관객들을 여럿 울렸던 MBC 관현악단 전 수석주자 김동석씨와 50년 경력의 색서포니스트 김종호씨가 출연, 무대를 더욱 빛내줍니다.
속삭이는 노래, 연주의 재즈 공연은 앞자리가 좋습니다.
지금 바로 예매하십시오!
일 시: 2016년 2월 26일(금) pm 8
장 소: 명필름아트센터 (경기 파주시 회동길 530-20 파주출판단지內) 찾아가는 길. 클릭!
예약처: cafe.daum.net/podohcon (다음카페 포도나무 하우스콘서트)
전 화: 1600-4695
입장료: 성인 20,000원 청소년(중고생) 15,000원 어린이(초등생) 10,000원
협조사항: 1. 8세미만 미취학아동은 입장이 불가합니다.
2. 보호자 1명당 어린이 2명까지만 동반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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