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 / 느티나무의료사협 사무국장
누구나 말한다. 교육이 문제라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그 속에 빠져서 허우적거린다. 악순환의 반복. 아이들은 멍든다.
여기에 반기를 든 사람이 있다. 교육학을 전공한 것도, 사회학을 전공한 것도 아니지만 ‘엄마의 마음’ 하나를 믿고 10여년을 달려왔다.
느티나무가 11번째 만난 사람은 아이다움 숲 킨더가르텐 강성희 대표님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시작된 외길 10년
첫 아이를 보낸 어린이집.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아이가 늘 아프고, 교육 방식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고민의 연속. 큰 목표 없이 또래 아이를 둔 엄마 4~5명이 각자의 재능을 모아 아이들과 함께 1주일에 한 번씩 모여서 놀았다. 이제는 타 지역에서조차 이곳을 보내기 위해 줄을 서는 ‘아이다움 숲 킨더가르텐’의 시작이다.
“사실 유치원까지 운영하겠다는 이상 같은 건 없었다”는 그녀는 “엄마들끼리 모여서 놀다가 교사 자격이 없어도 어린이집을 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준비기간 딱 한 달을 거쳐서 개원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아무 것도 모르는 비전공자’가 연 설명회에서 아이들에게 좋은 것만 먹이고 자연에서 키우겠다는 얘기만 듣고 10명이 모였다. 이후 새로 채용한 교사와 함께 아이들을 직접 인솔해서 매일 밖에서 ‘놀기’ 시작한 그녀는 “내가 아이들에게 뭘 가르친 게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놀면서 나 스스로 사람과 자연에 대해서 하나씩 배우게 됐다”고 고백했다.
이후 ‘아이다움 숲연구소’를 만들어 깊이를 더했고, 밧줄놀이와 자연미술도 접하면서 폭도 넓혔다. 밧줄놀이와 자연미술은 강성희님이 직접 독일을 오가면서 배워왔고, 이를 한국에 적용하기 위해 (사)한국숲밧줄놀이연구회도 설립했다.
아이들이 크면서 강성희님의 관심은 유아교육에서 초등교육으로 자연스레 확장됐고, 혁신학교 운동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토론 자연과 함께 하는 독일 교육
전공자가 아니면서도 아이들 교육에 관심을 쏟게 된 이유는 독일에서의 생활이 밑거름이 됐다. 고등학교 1학년, 1주일을 다니다 건너간 독일의 학교는 충격 그 자체였다.
교과서 없이 토론하는 수업 방식, 자유로운 수업 분위기(어떤 면에서는 좀 ‘싸가지’없다고 표현할 정도로), 염색이나 장신구 제한도 없고, 교내 연애도 마음대로였다. 80년대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던 소녀의 눈에 비친 이 모습이 어땠을지는 상상이 가고도 남는다.
대학 진학, 사회생활 이후에도 그녀의 눈에 비친 독일의 아이들은 항상 자연 속에서 뛰노는 모습이었다.
교과서 없이 토론하고 언제나 자연과 함께하는 아이들을 접한 독일에서의 경험은 귀국 후 그녀가 ‘엄마’라는 타이틀 하나로 새로운 길을 내는 데 자양분이 되었다.
강성희님은 “아이들은 몸을 많이 움직여야 신체적인 건강은 물론 정서적인 안정도 같이 이룰 수 있다”면서 “자연 속에서 자라다 보면 자연의 변화를 몸으로 느끼면서 관찰력이나 탐구심도 늘고, 한마디로 똑똑하고 건강한 아이가 된다”고 강조했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꿈꾼다.
아이들의 성장에 맞춰 유아교육에서 초등교육까지 관심을 넓혀온 그녀가 원하는 건 한 가지. 우리 아이들이 상식이 통하는 사회에서 살았으면 좋겠다는 소망이다.
그녀가 말하는 상식이란 개인이 존중되고 사회 전체에 균형이 잡힌 상태를 말한다.
“내 아이가 잘 자라기 위해서는 사회 전체가 고르게 발전해야 한다”면서 “개인의 의사와 개성이 존중되고 나아가서 사회적으로는 교육, 주거, 의료 혜택이 모든 사람들에게 안정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다움 숲유치원이 저소득층을 위해 일정 비율을 무상으로 다닐 수 있게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건강한 이기성을 가져라.
독일의 의료 시스템을 경험한 그녀는 “느티나무가 아프기 전에 건강을 지킬 있는 활동을 충분히 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내 아이가, 그리고 내가 늙었을 때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나만 챙기는 왜곡된 이기성이 아니라 함께 잘 사는 환경을 만드는 건강한 이기성이 필요하다”며 “느티나무가 이런 문화를 확산하는 데도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노인들끼리, 또는 노년층과 청년층이 함께 사는 주거협동조합 관련한 일도 해보고 싶다는 그녀의 얘기를 들으며 느티나무와 그녀가 새로운 일로 만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