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다가 갑자기 땀을 쏟아내고 싶은 욕구가 넘치기도 하는 데 그날이 오늘이다. 지난 주는 호우로 아침마다 하던 자전거라이딩이나 걷기를 접고 대체할 것를 찾고 있었다. 7월 보직변경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편두통으로 시달렸는데 주말아침엔 개운한 느낌으로 깨어났다. 날씨를 생각하며 뭘 할지다시 고민하다. 너무 높지도 멀지도 않고 경관이 비교적 수려한 곳을 찾다보니 북한산(여성봉, 오봉)이 생각났다. 작은 가방에 물병 하나를 챙겨 넣고 식구들이 깰세라 고양이 걸음으로 집을 나섰다. 차의 시동을 거니 기름이 부족하단다. 이마트 주유소를 찾았지만 아직 이르고 교도소 인근에 있는 훼미리 주유소에서 채우고 나서 수락산과 북한산 중 선택을 고민하다. 비교적 사람이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후자로 결정했다. 의정부 IC를 들어가 송추IC로 나와서는 양주와 의정부 방향 갈림길에서 우회전하면서 보이는 송추기사식당에서 이른 아침을 주문했는데 이게 뭔 맛인지 이렇게 만들어 놓고 장사를 하는 가 싶었다. 북한산(여성봉)송추 1주차장을 찾았으나 제2 주차장을 이용하라는 푯말에 따라 2주차장에 주차를 하니 국립공원 직원이 차량번호를 기재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짐을 챙겨 여성봉 입구를 찾아 가는데 이른 시간이라 사람은 서너명이 전부 였다. 입구에서 교현지역으로 가는 샛길이 있었지만 목적한 대로 길을 잡았다. 여성봉으로 오르는 길에는 상수리 나무의 잔가지 들이 즐비하여 밤새 폭우와의 치열한 전쟁을 말해주고 있었다. 얼마를 더 오르니 매미 소리가 그 처절함을 위무하듯 진혼곡을 연주한다. 지난 밤 전투에서 살아남을 자를 위로하고 죽은 자를 추모하는 그런 느낌 얼마를 더 오르니 2015년 50대 여성이 사진을 찍으려다 추락사 했다는 곳에 이르러 어찌하다 그런일이 생겼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겨 둘러봤으나 그다지 빠져들만한 경관은 아니었다. 망자를 위로하고 다시 길을 재촉하여 그늘진 세로를 따라 오르는데 민바위출입을 금한다는 표식을 보고 스쳐 올라 다시 왼쪽을 보니 그 바윗머리가 한눈에 들어오기에 들어가 경관을 눈에 담고 여성봉을 향했다. 지역 경관에 대한 설명을 사진으로 남기고 우측으로 돌아 보니 먼저온 산객이 쉬고 있다. 셀카로 몇 컷을 남기는 데 그가 사진을 부탁한다. 여성봉과 오봉, 백운봉을 배경으로 남겨주고 나도 품앗이를 청했다. 그에게 안산을 권하고 목을 축이며 돌아서는데 흘러간 노래를 크게 틀며 다가오는 할배를 지나쳐 다음 목적지인 오봉으로 향했다. 1.2km라 했는데 조금 길게 느껴진 까닭은 흐린 날씨로 생각했는데 해가 떠오르며 더워졌기 때문이리라 . 오봉에서 사진을 몇장 찍고 있는데 아까 품앗이 했던 산객이 오기에 다시 사진 몇컷을 교환하고 물으니 인천 송도에서 왔단다. 안전한 산행을 축원하고 송추폭포와 자운봉 방향으로 이동하는데 산세는 그다지 힘들지 않은데 단지 어제의 빗물을 머금은 까닭에 미끄런 곳이 간혹 있는 정도였다. 남은 자운봉 1km까지 섭렵하고 다시 송추폭포로 내려가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간식이며 1개월간 등산을 접은 것 등을 고려하니 그대로 송추폭포 방향으로 발을 옮기는데 거리는 5km가 넘는다. 사진도 남기고 경관도 구경하며 미적거리다가 뒤 따라오는 인기척에 놀라 바라보니 왠 처자가 하산중이다 먼저 길을 내어주고 나의 속도에 맞게 걸음을 이어갔다. 송추폭포 주변에는 어제의 강우 때문인지 크고 작은 폭포가 많아 걸음이 늦어질 수 밖에 없었다. 한장이라도 더 남기려 무던히 애를 쓰는데 아뿔사 핸드폰 밧데리가 13% 남았단다. 혹여 가족들이 걱정할 것을 우려하여 언능까톡에 송추폭포에서 하산중이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서둘러 주차장으로 내려오니 이미 전화는 맛탱이 가고 나는 오던 길을 거슬러 다시 집으로 왔다. 전신이 땀에 젖어 불편함이 없지 않지만 개운한 마음에 밀린 숙제를 마친 학도처럼 뿌듯한 뭔가를 느끼는 루다. 아 또 언제 날 좋은 그런 날을 골라 산에 오르려나 ;
첫댓글 다행이 비가 멈췄을 때 였나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