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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SNUMD22 원문보기 글쓴이: 이건일
내일이면 이곳 마드리드를 떠난다.
참, 오늘은 세고비아(Segovia)를 가보기로 하였 었지.
호텔에서 주는 아침이 호텔 방값에 포함 된것인줄 알았더니
어제 먹은 아침 값이 한사람당 30 유로 씩 도합 60 유로나 나왔다.
그러면 $80 이나 되는 돈. 살인적 물가 로구나.
그래 오늘 아침은 2-3분 걸어 가면 되는 거리에 있는 Starbuck에 가서 크로와쌍 한개와
Cafe Americano (이 곳 진한 커피를 묽게 한것) 그리고 홍차 한 잔을 사가지고
호텔방에 돌아와 먹었다. 도합 7유로 들었다.
처음 가보는 기차역이라 조금 일찍 나와 택시를 불러 타고
샤마틴 역 (Estacion de Chamartin)으로 향하였다.
역사는 제법 컸다. 마드리드 북쪽 방면으로 나가는 기차들이 떠나고 들어 오는 곳이었다.
커다란 안내용 스크린에 내가 타야 할 열차 번호와 출발 시간은 있었는데
출발 플렛홈 번호는 아직 않나와 있었다.
아마 출발 시각이 임박 해야 발표 하는 모양이다.
기차 표는 어제 호텔 데스크에서 컴퓨터로 구입을 해 주어서
차량 번호와 좌석 번호는 가지고 있으니 시간이 될때 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것 같았다.
역사에는 세계 어디서나 다 마찬 가지로 매점과 간이 식당 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한가지 재미 있는 사실은 표를 사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지 않아도 되게끔,
매표소에 들어 오는 순서 대로 번호표를 기계에서 뜯어 가지고 있다가
전광판에 그 번호와 창구 번호가 나오면 그리로 가서 표를 사게끔 되어 있었다.
좀 있다가 우리가 탈 기차의 출발 플렛홈 번호가 스크린에 나오면서 안내 방송도 나왔다.
출구 번호를 확인 하고 그리로 향하였다.
기차는 마치 프랑스의 TGV 나 한국의 KTX 같이 생긴 날씬한 유선형에 차량이 4개 밖에 않달려 있다.
이 열차는 ADIF (Administrador de Infraestructuras Ferroviarias*: 열차 인프라스트럭쳐 건설부)
에서 운용 하고 있다.
역사도 철로도 기존 RENFE ( Red Nacional de Ferrocarriles Españoles*; 스페인 국립 철도 회사)와는
다른 새로 만든 것들을 사용 하고 있나 보았다.
이 곳 마드리드 역사는 같이 사용 하고 있지만.
*註; Ferroviarias=railways, Ferrocarriles=railroads (우리가 쓰고있는 鐵道는 아마 일본사람들이
번역한 것을 그대로 쓰고있나 보다.)
시간이 되자 기차는 미동도 없이 정시에 출발 하였다.
열차 안은 비교적 차가운 날씨임에도 관광객들로 거의 다 찼다.
세고비아에는 30분쯤 걸려 도착 하였다. 어제 다녀온 살라망카 (Salamanca) 보다 가깝 구나.
도착한 세고비아의 역사는 새것 이었다.
관광 안내소가 있길래 지도와 필요한 정보를 얻으러 들어 갔다.
중국인 으로 보이는 젊은 부부가 앞에서 브로큰 잉글리쉬로 안내 하는 여자와 힘든 대화를 하고 있었다.
남자 친구의 영어가 짧음에도 무언가 자꾸 자기 주장만 되풀이 하는 것 같은데 안내양이 힘들어 하는 것 같다.
대화에 끼어 들까 하다 그만 두었다.
요즘 중국 사람들은 단체 여행을 졸업 하고 이렇게 단독 여행 할 정도로
발전한 모양이다. 아마 자기 나라에서는 꽤나 잘 사는 사람들 일 것이다.
자기 나라에서 재다가 나오니 이런 외국에서도 그 태도가 별로
세련 되지 못 하였지 하는 생각을 속으로 해 본다.
드디어 그들의 긴 대화가 끝이 나고 내 차례가 되어
이 곳 지도를 한장 얻고 기본 정보를 물어 보니 여기는 시내 중심부에서 30 km쯤 떨어진 신 역사이고,
구역인 RENFE 정거장은 시내 가까운 곳에 있으니 마드리드로 돌아 갈때 조심 해서 이곳으로 다시 돌아
와야 된다고 몇번이나 당부 한다. 그리고 택시는 비싸니 이 앞에서
기다리는 시내버스를 타면 시내 중심부 가까이 있는
로마시절 수도관 (Roman Aqueduct) 유적 앞에서 내려 주니 그리 하란다.
'Thank you, I'm not Chinese!' 하니 안내양이 싱긋이 웃는다.
역사에서 나와 보니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이곳은 주위를 높은 산들이 둘러 싸고 있는 분지 이다. 그래서인지 바깥 온도가 좀 낮은 것 같다.
꽤나 쌀쌀 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멀리 보이는 눈 덮인 산 봉우리들이
둘러 싸고 있어서 경치가 제법 좋다.
맨 앞의 버스는 이미 사람이 가득 타고 있고 그 뒤에 있던 버스가 우리 앞으로 와서 선다.
사람들이 줄을 서는데 아까 안내소에서 보았던 그 중국인 부부가 내뒤에서 새치기 하려는지
나를 살짝 밀기에 'EXCUSE ME!' 하고 큰 소리로 말했더니 여자가 머쓱해서 물러 선다.
아, 그 후진국 근성은 어디가서도 버리지 못하는 구나.
버스종점에 도착하니 운전기사가 있다가 돌아갈때 바로 이 자리에서
이 버스를 타야 역사로 간다고 주의를 준다.
건너편에 보니 일반 시내버스들이 정차하고 있는데 밖의 모습은 똑 같다.
내 스페인어 실력으로는 잘 못 하면 다른데 가는 버스를 탈까 보아
정차 지점의 지형 지물을 다시 세심히 관찰 하고, 마누라에게도
잘 보아 두라고 당부 하였다.
내리자 마자 눈에 들어 오는 것은 로마시대 수도관 ( Roman Aqueduct; Acueducto romano) 인데
기원 1세기에 로마인들에 의해 세워져 19세기까지도 사용이 되었다 한다.
세고비아는 로마 와 무어인들의 통치시 Segovia (Σεγουβία, Ptolemy ii. 6. § 56)이나
아랍어로 Šiqūbiyyah (Arabic شقوبية)라고
불리웠는데 이것은 켈틱어( Celtic) 로 '성채'를 의미 한다고 한다.
슬슬 걸어서 시내 중심부로 들어 가는 번화가 골목길을 올라 갔다.
날씨가 약간 쌀쌀 해서인지 행인이 별로 많지 않다.
시청앞 광장 (Plaza Mayor) 에 도착 해보니 대 성당이 바로 앞에 버티고 있다.
이왕 왔던 길이니 들어가나 보자고 하여 들어가 보니 여타 다른 도시의 성당과 별로 달라 보이지 않아
약간 실망 하고 나왔다. 다시 같은 골목길을 따라 성 (Alcazar) 으로 가는 길을 계속 걸어 갔다.
한 10 여분 걸어 가니 시내 서쪽 끝 벼랑위에 자리 잡은 성이 나타난다.
이 성은 1410-1455 에 축조 되어 1862년 화재로 소실된 것을 복원한 것이라고 한다.
프랑스 르와르 (Loire) 계곡의 성들 (Chateaux) 과 비슷 하게 생겼다. 아마 프랑스 Bourbon 왕가가
스페인 왕위를 잇게 되어 그런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성안의 전시품들은 전부 모조품인것 같았다. 옛날 기사들의 갑옷, 무기들, 녹쓸은 대포들...
이렇게 추운 돌로된 집에서 어떻게 겨울을, 아니 사시사철을 보냈는지 모르 겠다고 마누라가
중얼 거린다. 하긴 호흡기 질환에 류머티스 성 관절염에 고생 께나 했을것 같다.
성안이 너무 추워서 구경을 대충 마치고 나왔더니 햇볓은 쨍쨍 한데 아직도 좀 춥다.
아마도 고원 지대라 그런 모양이다.
춥고 배도 고파져서 아까 이리로 올때 보아 두었던 허름한 식당에 들어 가기로 하였다.
안에는 동네 사람 두어명이 이른 술을 마시고 있었고 노인 하나가 테이블에 앉아 점심을 먹고 있다.
날씨가 추우니 파리는 없구나.
메뉴를 보니 세 코스 짜리 점심이 11 유로라. 나는 그걸 시키기로 하고
우리집 사람은 스파게티를 먹겠단다. 아니 이 스페인 시골에서 파스타가 왼말이냐고 해도 막무 가네다.
첫 코스로는 숲이 있는데 스페인 어로 sopa de huevo 어쩌구 하고 써 있다. huevo가 달걀인 것은 안다.
그래서 아하 아마 중국식 egg drop 숲 같은 건가 보다 하며 그걸 시키고 메인 디쉬는 쇠고기요리,
디저트로는 이곳 특산 달걀 custard 를 시켰다.
숲이 왔는데 맛을 보니 그저 먹을 만 하다. 달걀 하나가 들어 있고 감자와 무슨 빵 조각 같은 것이 들어 있다.
이태리 에서도 야채숲 시키면 딱딱한 빵조각을 숲에 넣어 오는 것을 보았던 터라 별로 생각 않하고 먹었다.
먹다 보니 그 빵조각이 아무래도 이상하다. 빵조각 치고는 너무 부드럽고 약간 질기다.
빵조각은 국물이 배면 흐믈흐믈해지는 법이데.
마누라에게 맛을 좀 보라 하였더니 하시는 말씀이' 이거 빵 조각 아니야. 돼지비게 같은데' 한다.
그러고 자세히 보니 돼지 비게를 오랫 동안 삶아 흐믈흐믈 하게 해 놓은 것이었다.
갑자기 내 심장 근처가 아픈것 같다.
이 숲을 반 이상이나 먹었는데... 아까 메뉴에 달걀 다음에 써있던 말이 아마 돼지비게 라는 말이었구나 하고
알아채 었을 때는 너무 늦었다. 하여간 사람 먹는 건데 무어 어때 하고 자위를 해보지만 속은 편치 못하다.
점심은 그렇게 끝이 났다. 마누라의 스파게티는 제법 맛이 괜챦았다.
식사를 반이상 끝내었을때 아까 기차역에서 보고 마음에 않들어 하던 바로 그 중국인 부부가 들어 온다.
아마도 자기들도 쌈 직한 집을 찾다 이리로 들어온 모양이다. 서둘러 식사를 끝내고 나와 버렸다.
돌아갈 기차는 4시차인데 이제 겨우 한시다.
날은 춥고 더 볼것도 없다고 생각 하니 한시라도 빨리 이곳을 떠나고 싶다.
버스 정류장으로 가니 거기 서 있던 버스 기사 말이 기차역 가는 버스는 한 30분 기다려야 된단다.
기다려 버스를 타고 역으로 갔다. 혹시나 하고 창구 직원에게 4시기차인데 그 전에 가는 것이 있으면 바꿔 줄수 없냐고 했더니
얼른 그러라고 하며 2시45분 편이 있다고 하였다. 어찌나 감사 한지.
'Gracias, muchos gracias' 소리를 연발 하고 표를 바꾸었다.
예정보다 일찍 호텔로 돌아와 얼었던 몸을 녹이며 낮잠 (Siesta)을 늘어 지게 즐겼다.
로마에 가면 로마식을 따르 렸다.
이윽고 저녁때가 되니 또 끼니 때울 일이 문제다. 오늘은 이곳에서 마지막 저녁이니
순 스페인식 으로 먹어 보자고 마누라와 의견 일치를 보았다.
후런트 데스크에 있는 아가씨 에게 물어 보았다.
이 근처 걸어갈 거리에는 괜챦은 토박이 스페인 음식 전문 레스토랑이 있느냐고.
그랬더니 이 근처에 자기가 아는 레스토랑은 없고 택시를 타고
한 10여분 가면 아주 좋은 곳을 자기가 안단다.
그래서 그리로 예약을 해 달랐더니 이내 전화를 건다. 무어라 쑝쑝쑝 하고 이야기
하더니 몇시에 식사를 하겠 느냔다.
그래 지금 6시니 한 7시반이나 8시가 어떻냐고 했더니
이곳 레스토랑들은 제일 이른 테이블 씨팅(seating)이 9시란다.
그래서 아이구 그건 너무 늦다 우린 내일 아침 새벽 같이 비행장에 나가야 되니
될수록 빨리 먹고 소화 시키고 자야 된다고 하였더니,
이 삼십도 채 않된 아가씨가 나에게 훈계한다.
'외국에 가면 그 나라 풍속 습관에 따라야 되는 것 아니요?'
한방 먹었구나. '그래 나도 잘 안다. 미안 하게 되었소.'
'9시 테이블이라도 잡아 주시오.'
8시45분에 택시를 불러 주어 이름이 'Sixto Restaurante' 인 그 집으로 갔다.
실내 장식이 아주 모던 하면서도 기품이 있게 잘 되어 있다.
웨이터는 영어를 한 마다도 못 하고 메뉴는 전부 순 스페인 어로 되어 있다.
아마도 관광객들이 오는 곳은 아니고 진짜 토박이 마드리드 사람 들만 오는 곳인 모양이다.
메뉴를 읽을 줄 모르니 대충 짐작으로 넘어 가기로 하였는데 마누라는 아직도 속이 그득 하여 숲만 먹겠단다.
메뉴에 Sopa maricos 가 있는데 이건 해산물 숲이다. 그건 싫단다.
그 밑에 보니 Verdura (vegetables) 어쩌구 하고 있기에 야채 숲인가 보다 하고 이인분 을 주문 하고
나중에 나온 것을 보니 아스파라거스,호박,고추,가지 등을 쎈 불에 구운 것이다.
마누라가 그대로 먹겠다고 하여 2 인분을 혼자서 다 먹었다.
주요리 부분에 보니 Carnes (meat)이 있는데 이게 다 화성 글자라 무어가 무언지 알수가 없다.
마침 낮에 돼지 비게국을 먹던 생각이 나고 이 참에 제대로 된 돼지고기 요리를 먹고 싶어 졌다.
육류 섹션을 손으로 가리키며 'Do you have Oink,Oink' 돼지 흉내를 냈더니 웨이터가 손가락으로 짚어 준다.
'Cochinillo asada con patatas y something something..'
Si, senor 내가 그걸 먹겠소. 나중에 내어온 요리는 아주 잘 구워진 아기 통돼지 구이 였다.
껍질이 아작아작 하게 아주 잘 구워졌다. 아주 맛 있었다.
내가 손님이고 내손에 유로나 달라가 쥐어져 있는 이상은 이들이 내 말을 알아 들어야 된다는
뱃장 하나로 말도 잘 안통 하는 나라들을 돌아 다녔고 또 돌아 다닐 것이다.
'어디 여행 갔다 왔니' 하고 물어 보면
'스페인' '프랑스' '폴튜갈' 하면
'너 그 나라 말 할줄 아니'하고 꼭 물어들 본다.
'아니' 하고 대답 하면
'어떻게 여행을 하고 밥을 얻어 먹느냐?'고 신기해 한다.
신기 할것 하나도 없다.
위의 원칙만 잘 지키면 왼만한 의사 소통은 손짓, 발짓과 판토마임으로 다 할수 있다.
'저만 똑똑 하면 절에 가서도 새우젓 얻어 먹는 다.' 는 옛말 도 있지 않은가.
세고비아 기차역 주변 풍경
로마 시절 수도관
세고비아 시내 전경
세고비아 대 성당
세고비아 성 (Alcazar)
Moat of Alcazar
시내 번화가 풍경
첫댓글 덕분에 공짜 여행 잘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