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의 시
‘늦가을 속으로’
가을비가 회색 숲을 파헤치며 후두둑 떨이지고
아침 바람 속에 계곡은 차갑게 떨고 있다
밤나무에서 무거운 열매가
떨어져
입을 쩍 벌려 촉촉한 갈색을 내보이며 웃는다
내 삶에 가을이 몸부림 치고
갈기갈기 찢긴 잎들을 바람이 휘몰아친다
나무 가지는 모질게 흔들리고
나의 열매는 어디에 있는가.
난 사랑을 꽃 피웠지만 그 열매는 고통이었다
난 믿음을 일구었지만 그 열매는 증오였다
나의 앙상한 마른 가지에 바람이 휘몰아친다
난 그것을 조롱하며 폭풍우를 이겨낸다
열매란 내게 무엇인가
내게 희망은 무엇인가
난 꽃을 피워냈고 피워내는 것이 나의 희망이었다
이제 난 시들어 가고 시들어 가는 것은 나의 희망 뿐
가슴에 파묻어 둔 희망은 순간적일 뿐.
첫댓글 모 가을이 수확과 풍요도 상징하지만 곧 계절의 마지막을 앞둔 중년의 심정인거 같아요. 중년의 가을... 썰렁하네요
예~ 나아라님! 정확히 시의 시사점을 아시는 진정한 가을 남자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