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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 인형극
*덧붙여:이 대본은 2013년 9월 28일(토)~29(일)에 열린 교산 허균문화제 때에 올려진 홍길동 인형극을 위하여 쓴 것입니다.
[시작에 앞서]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하고
귀뚜라미, 부엉이 소리만이 적막을 깨는 조용한 한밤중이다.
어딘 선가 풀벌레와 부엉이의 울음 소리가 메아리치듯 끝없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아버지를 아버리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네"라는 탄식의 소리가 흘러나온다.
[막] 1막 집 떠나는 홍길동
[장] 1장 으랏차차, 칼을 받아라
(길동의 목에 칼끝를 겨누고 있는 특재의 모습)
[길동] 너는 특재가 아니냐?
나와 원수진 일도 없는데 왜 나를 죽이려고 하느냐?
내 죽을 때 죽더라도 죽는 이유는 알아야 하겠다.
[특재]곧 죽을 놈이 별걸 다 묻는구나. 시켜서 하는 일이라 난 모른다.
[길동] 뭐? 시켰다고?
[특재] 그래, 난 시켜서 하는 일이니 나를 원망하지 마라.
[길동] 넌, 나쁜 짓을 저지를 사람이 아니야. 그래, 누가 시킨 것이냐?
[특재] 초~~~란이야. 저승에서 초란이에게 자세하게 물어 보렴.
[길동] 이야기 해 다오.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주는 마당에 산사람 소원도 못들어 주냐?
[특재] 곧 죽을 놈이 그렇게도 알고 싶느냐?
그럼, 산사람 소원 풀어 주는 셈치고 그 이유는 내가 알려 주겠다.
초란이 말인 즉..........
너는 장차 나라를 뒤엎고, 이 홍씨 가문을 더럽힐 관상을 타고 났으니
아예 그 싹을 미리 자르기 위하여 없애려는 것이지.
상공의 허락도 미리 받았다고 하더군.
난, 돈만 챙기면 되니까.
[길동] 뭐, 돈만 챙기면 된다고?
[특재] 이제, 들었으니 속이 시원하겠지. 그럼, 저승 갈 준비나 하거라.
[길동](분노에 찬 모습으로)
뭐라고.........? 대감나리가 허락을 해? 그럴 리가 없다.
[특재](웃으면서) 우하하하!!!
자, 이제 네 목숨은 내가 거둘 차례다. 목이나 길게 내 밀어라.
[길동](특재와 똑같이 따라 웃으며) 우하하하!!!
자, 이제 네 목숨은 내가 거둘 차례다.
목이나 길게 내 밀어라.
[특재] 아니, 이놈이 죽을 목숨을 앞에 두고 장난을 쳐.
옛다, 이 칼이나 받아라.
[길동] 잠깐! 칼을 준다면 달게 받겠다.
칼집에 든 칼을 빼서 줄테니 그 칼을 이리 다오.
[특재] 아! 칼을 빼지도 않았구나. 좋다! 칼을 빼서 주겠다고?
곧 죽을 놈이 별 걸 다 써비스하는구나.
[길동](칼을 받아 들고)
예잇, 으랏차차
[장] 2장 (집을 떠나는 길동)
[길동] 대감나리, 이제 집을 떠나겠읍니다.
[홍판서] 아니, 집을 떠나다니?
[길동] 제가 사람을 해쳤읍니다.
[홍판서] 사람을 해쳤다니.........
[길동] 저를 죽이려던 특재를 죽였읍니다.
[홍판서] 이 일을 어쩌면 좋으냐?
[길동] 그래서, 제가 집을 떠나겠다는 것입니다.
사람을 해쳤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마당에
이제, 이곳에 더 이상 머무를 수가 없습니다.
[춘섬=길동 어미] 나라 법에 서자는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지만.......... 이제 떠난다니........... 제발, 부르게 해 주세요.
[홍판서] 그래요, 아무리 나라 법이 그렇다고 하더라도 하늘이 내려준 인연은 끊을 수는 없지.
[춘섬=길동 어미] 그러니까 그렇게 부르게 해 주세요.
[홍판서] (깊은 생각에 잠기면서)
음~~~ 언제 떠나려고 하느냐?
[길동] 예, 대감나리! 내일 새벽, 사람들이 잠자는 시간에 떠나겠습니다.
[홍판서] 참으로 애석한 지고.
너는 사람됨이 남다르고, 영특하기 이를 데 없는 데........
과거를 보고, 벼슬을 하여 나라에 그 이름을 널리 떨쳤으면 좋으련만.
[길동] 대감나라! 허락하여 주십시요. 내일 아침에 떠나겠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를 아버리라 부르고, 형을 형이라 부르는 것도 허락하여 주십시요.
[홍판서] 그래, 허락하마.
어디에 있던지 몸 건강하게 잘 지내야 한다.
그리고......... 떠나는 이 마당에......... 이제라도 아버지, 형이라고 마음껏 부르려무나.
[춘섬=길동 어미] 아이구! 고마워요. 고마워요. 고맙소야.
[길동] 아! 대감나리! 아니 아~버~님! 아버님!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제가 없는 동안 부디 아버님, 어머님 옥체 보존하시옵소서.
언젠가 성공해서 돌아오면 꼭 은혜를 갚도록 하겠습니다.
[춘섬=길동 어미] 그래, 잘 알았다.
우린 걱정하지 말고 네 몸이나 잘 챙겨라.
[길동] 그럼, 절 받으세요.
이게 마지막일지도 모를 작별 인사입니다.
(흑흑.........하고 울며 눈물을 훔치면서)
(아버지, 어머니님께 공손하게 인사를 올린다.)
안~~~녕!~~~히~~~계세요!!!
[막] 2막 공부하는 홍길동
[장] 1장 콩돌이와의 만남
(어두운 밤, 풀벌레 새소리와 더불어 매미들의 맴맴 소리가 요란하게 들린다)
[합창] (노래)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 나가면
온세상 어린이를 다 만나고 오겠네
온세상 어린이가 하하하하 웃으면
그 소리 들리겠네 달나라까지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콩돌이] (노래를 부르며 나무 뒤에서 나온다)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길동] (똑같이 노래를 따라 부르며 나무 뒤에서 나온다)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콩돌이] 왜, 따라 하는 거야?
[길동] 왜, 따라 부르면 안되냐?
[콩돌이] 안되는 건 아니지만......... 넌 누구니?
[길동] 난, 길동이야......... 홍길동!
[콩돌이] 어디에 왔니?
[길동] 강원도 강릉 초당골에서..........
그러는 넌.......... 누구니? 어디에서 왔어?
[콩돌이] 난, 콩돌이라고 해. 대굴령 골탱이에서 왔지.
[길동] 골탱이? 그러면 집을 나왔구나.
[콩돌이] 그래. 집을 나왔어.
[길동] 집을 나와 어디로 가는 길인데?
[콩돌이] 오라는 곳은 없어. 그냥, 발 가는 대로 가는 길이지.
[길동] 그래..........? 나도 혼자인데 같이 가지 않을래?
[콩돌이] 좋아. 심심했는데 잘 되었군. 어디로 가는데?
[길동] 응, 굴뚝도사님을 만나러 가는 길이야.
[콩돌이] 굴뚝도사? 집에서 공부하면 안되니?
[길동] 공부하면 뭘해, 과거시험도 볼 수 없는데.
[콩돌이] 그래서 무술을 배우겠다는 거야?
[길동] 그래, 무술과 도술을 배워 나쁜 놈들을 혼내 주려고.
[콩돌이] 어떤 나쁜 놈?
[길동] 거짓말로 사람들을 속이는 놈들!
[콩돌이] 부모님을 잘 섬기지 않는 놈들!
[길동] 끝없이 제 욕심만 부리는 놈들!
[콩돌이] 친구들을 못살게 구는 놈들!
[길동] 백성들을 괴롭히는 놈들!
[콩돌이] 지구를 괴롭히는 놈들!
[길동] 그 담에는..........?
[콩돌이] 그 담에는 어떤 놈들이 있냐구요?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져 답을 유도한다)
여러분! 그 담에는 어떤 놈들이 있냐구요?
.............................................................
[길동] 좋았어, 좋았어.
[콩돌이] 그래, 좋았어! 가자!!!
[합창] (노래)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걸어 나가면
온세상 어린이를 다 만나고 오겠네
온세상 어린이가 하하하하 웃으면
그 소리 들리겠네 달나라까지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장] 2장 굴뚝도사를 만나 공부하는 홍길동
[굴뚝도사] (수염을 길게 늘어뜨린 굴뚝도사가 나타난다)
그동안 땀흘리며 열심히 무술을 연마한 너희들이 기특하구나.
칼쓰기, 창쓰기, 활쏘기, 말타기, 택견도 익혔고...... 축지법, 분신술도 배웠다.
이제 오늘은 어제 배운 변신술을 복습해 보기로 하겠다.
길동이 나오너라! 어제 배운 대로 해 보렴.
(길동이가 앞으로 나온다)
[길동] 제가 하나, 둘, 셋을 하겠습니다. 다같이 크게 외쳐 주세요.
수리수리 마수리........ 하나, 둘, 셋!!!
(동시에 변신술을 부려 콩돌이로 나타난다)
[길동] 우하하하! 콩돌이로 변신!!!
(무대에는 콩돌이 둘이 나타난다)
[콩돌이] 길동아! 너, 정말......... 대단하구나.
[길동] 그럼, 이번에는..........
자! 하나, 둘, 셋을 하겠습니다. 다같이 크게 외쳐 주세요!
수리수리 마수리........ 하나, 둘, 셋!!!
(동시에 수염을 늘어뜨린 굴뚝도사로 나타난다)
[길동] 우하하하! 굴뚝도사님으로 변신!!!
(무대에는 굴뚝도사 둘이 나타난다)
[굴뚝도사] 길동아!
[길동] 예, 말씀하십시오.
[굴뚝도사] 그동안 공부하느라 고생이 많았다.
참으로 네 실력이 부쩍 늘었구나.
[길동] 예, 도사님! 도사님의 가르침에 따랐을 뿐입니다.
한가지 더 보여 드리겠읍니다.
그럼, 이번에는..........
자! 하나, 둘, 셋을 크게 외쳐 주세요! 다같이 크게 외쳐 주세요.
수리수리 마수리........ 하나, 둘, 셋!!!
(동시에 마술사가 나타난다)
[길동] 우하하하! 마술사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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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타는 마술사가 직접 육성으로 말한다)
제가 이제, 마술사로 변신을 했으니 마술 몇 가지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보여 드릴까요?(예를 유도한다)
보여 드릴까요?(큰 소리의 예를 유도한다)
(이어서 등장한 마술사는 관객들에게 몇가지 마술을 보여 준다)
[마술사=길동] 여러분! 재미있나요?
그럼, 이번에는 다시 길동이로 돌아 가겠습니다.
자! 하나, 둘, 셋을 다같이 크게 외쳐 주세요!
수리수리 마수리........ 하나, 둘,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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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두 길동이가 다시 나타난다)
[길동] 우하하하! 길동이로 변신!!!
[굴뚝도사] 길동아!
[길동] 예, 말씀하십시오.
[굴뚝도사] 그동안 열심히 공부하더니 이젠 너에게 더 이상 가르칠 것이 없구나.
[길동] 아닙니다. 도사님! 저는 아직도 부족합니다.
[콩돌이] 와! 길동이 만세! 만세다!
[굴뚝도사] 콩돌아! 이제 너도 한번 변신술을 해 보렴.
[콩돌이] (머리를 끌쩍 거리며)
예, 한번 해 보겠습니다.
자! 하나, 둘, 셋을 다같이 크게 외쳐 주세요!
수리수리 마수리........ 하나, 둘, 셋!!!
(동시에 멍멍이가 나타난다)
[콩돌이] 우하하하! 개구리로 변신!!!
멍멍이 말고, 개구리로 변신!!!
[멍멍이=콩돌이] 멍! 멍! 멍! 깨갱! 깨갱 깽깽!
(어쩔줄 몰르는 콩돌이는 머리를 끍으며 낑낑댄다)
[굴뚝도사] 우하하하! 콩돌이도 대단하구나.
개구리 대신 멍멍이로 변신하다니..........
수리수리 마수리........ 하나, 둘, 셋!!!
멍멍이, 콩돌이!!!
(동시에 콩돌이로 다시 돌아 온다)
[막] 3막 활빈당 당수, 홍길동
[장] 1장 탐관오리가 판치는 세상
[사또] 여봐라! 배가 고프니 밥을 가져 오너라!
[칠복이] 예, 차려 놓았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사또] 여봐라! 이젠 배가 부르니 쌀을 가져 오너라!
[칠복이] 배가 부르시면 그냥 가시면 되지 왜 쌀을 달라고 하시나요?
우리 엄마가 "쌀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라고 하셨어요.
[사또] 어허? 이놈 보게나. 알면서 모른다고?
[칠복이] 아매도 우리들이 먹어야 할 쌀밖에 없을 꺼예요.
[사또] 어허? 달라면 내 놓을 것이지 무슨 말이 그렇게 많느냐?
곤장 10대의 맛을 보아야 내 놓겠느냐?
[칠복이] 아! 예, 그렇게 하겠읍니다.
[사또] 그런데......... 네가 사는 이 집이 참으로 좋구나.
[칠복이] 예, 참으로 좋은 집입니다.
겨울에 불을 때면 따따해요.
[사또] 그렇다면 내가 여기서 살고 싶다.
그러니 이 집을 내 놓아라.
[칠복이] 아이구! 사또나리! 무슨 말씀을 하시나요?
이 집을 내 주면 우리 아빠한테 혼나요. 이건 내 꺼도 아니래요.
[사또] 네가 혼나든 말든........... 그건 내가 알 바가 아니지!
[칠복이] 예? 알바가 아니시라고요?
고을 사또시면 어린이들과 싸우지 마시고
백성들이 잘 먹고, 잘 살 수 있도록 보살펴 주어야 하잖아요.
[사또] 그런데, 이 놈이 무슨 말이 그렇게 많느냐?
[칠복이] 아이구, 사또나리! 그럼, 놀러 오고 싶으면 아무 때나 놀러 오세요.
그러시면 되잖아요.
[사또] 그래, 네 이놈 말 한번 잘 했다.
난, 맨날 여기서 놀꺼다. 그러니 그런 줄 알고 넌, 당장 나가라.
[칠복이] 아이구, 사또나리! 그러면 탐관오리가 되십니다.
[사또] 아니, 이놈이......... 난, 이미 탐관오리다. 어쩔래.
아무래도 곤장 100대의 맛을 보고, 감옥에 쳐 넣어야 하겠구나.
[칠복이] 아니, 뭐 이런 세상이 다 있나요?
아니, 뭐 이런 사또가 다 있나요?
[장] 2장 탐관오리를 무찌른 활빈당
(어두운 밤, 풀벌레 새소리와 더불어 매미들의 맴맴 소리가 요란하게 들린다)
[합창] (노래)
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다면
여름엔 여름엔 파랄 거예요.
산도 들도 나무도 파란 잎으로
파랗게 파랗게 덮인 속에서
파아란 하늘 보고 자라니까요.
[도치] (노래를 부르며 앞으로 나온다) 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다면
[콩돌이] (똑같이 노래를 부르며 앞으로 나온다) 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다면
[칠복이] (똑같이 노래를 따라 부르며 앞으로 나온다) 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다면
[콩돌이] 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는데..........
이렇게 맨날 남의 물건만 빼앗는 도둑질만 하면 안되잖아.
[도치] 우린들 도둑질을 하고 싶어서 하냐?
[칠복이] 도치말이 맞아.
배가 고파 먹고 살기가 힘드니까 도둑질을 하는 거지.
그렇지요? 길동이 두목님!!!
[길동] 그래, 배가 고프고 먹고 살기가 힘들면 도둑질도 하게 되는구나.
그렇지만 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다면
백성들의 물건을 빼앗는 도둑질은 안되고 말고.
[도치]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칠복이] 굶으면 될끼야.
[콩돌이] 칠복이는 웃겨. 한끼라도 굶으면 엉엉 울면서.
[칠복이] 그러면 라면을 끓여 먹으면 되겠다.
[콩돌이] 라면이 어디에 있는데.........
[칠복이] 가게에 많아
[도치] 그럼, 가게에 있는 라면을 맘대로 먹을 수 있냐?
나보고 훔쳐 오라고?
[콩돌이] 그건 안되지. 안되고 말고
[길동] 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으니
배고픔을 이겨 내면서 땀흘려 농사짓는 착한 백성으로 다시 태어 나야지
그렇다! 활빈을 하는 거야! 이제 우리는 활빈당이다.
탐관오리를 무찌르러 앞으로 나가자!
[도치] [칠복이] [콩돌이]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합창] (노래)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걸어 나가면
온세상 어린이를 다 만나고 오겠네
온세상 어린이가 하하하하 웃으면
그 소리 들리겠네 달나라까지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포승줄에 묶인 채로 사또가 끌려 나온다)
[길동] 사또는 내 말이 들리느냐?
[사또] 예
[길동] 그러면, 무릎을 꿇어라!
[사또] 무릎이 아파서..........
[도치] 네 이놈! 무릎이 아프다고?
도둑이었던 나도 안하는 백성들을 괴롭히다니?
[칠복이] 이 사또가 우리집을 빼앗은 나리예요.
내게 "곤장 맛을 볼테냐"라고 했어요. 난, 싫다고 했어요.
못된 사또!!!
어서 무릎을 꿇어요. 꿇으라니까요.
이젠, 내가 곤장을 칠 차례예요.
[길동] 그래도 무릎을 꿇지 않겠다면 목을 치겠다.
[사또] 아! 예, 아닙니다. 무릎을 꿇겠읍니다.
[길동] 이놈이, 죽고 싶지는 않은가 보구나. 사또는 내 말이 들리느냐?
[사또] 예
[길동] 그러면 내 말을 잘 들어라.
네 놈은 네가 지은 죄를 알겠느냐?
[사또] 저는 죄인이 아닙니다. 달라고 하니 그냥 주길래 받았을 뿐입니다.
[길동] 칠복아! 그냥 달라고 해서 주었니?
[칠복이] 아니. 안주면 곤장 100대나 때리고 감옥에 쳐 넣는다고 했어.
그리고 내 것도 아니고 우리 아빠 껄 어떻게 줘?
[길동] 이 뻔뻔스러운 놈, 콩돌아 이 놈이 저지른 죄를 알려 주어라.
[콩돌이] 좋지, 네 놈은 놀부 보다 더 심한 심술보를 달고 있겠다.
어디 한번 들어 보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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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잘 먹고 욕 잘하고 게으르고 싸움 잘하고 초상난 데 춤추기,
불난 집에 부채질하기, 해산한 집에 개 잡기, 장에 가면 억지 흥정,
우는 아이 똥 먹이기, 무죄한 놈 뺨치기와 빚값에 계집 빼앗기,
늙은 영감 덜미 잡기, 아이 밴 아낙네 배차기, 우물 밑에 똥누기,
올벼 논에 물 터놓기, 잦힌 밥에 흙 퍼붓기, 패는 곡식 이삭빼기,
논두렁에 구멍 뚫기, 애호박에 말뚝박기, 곱사등이 엎어놓고 밟아주기,
똥 누는 놈 주저앉히기, 앉은뱅이 턱살치기, 면례하는 데 뼈 감추기,
잠자는 내외에게 소리 지르기, 수절 과부 겁탈하기, 통혼에 방해하기,
만경창파에 배밑 뚫기, 목욕하는 데 흙 뿌리기, 담 붙은 놈 고침 주기,
눈 앓는 놈 고춧가루 넣기, 이 앓는 놈 빰치기, 어린아이 꼬집기,
다된 흥정 깨놓기, 중놈 보면 대테 메기, 남의 제사에 닭 올리기,
한길에 구멍파기, 비 오는 날 장독 열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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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심술보를 달고 있는 네 놈의 죄는 가난한 백성들의 재물을 탐내고,
행실이 깨끗하지 못한 바로 탐관오리에 속하는 죄다.
[길동] 이 놈을 감옥에 가두고, 곳간을 열어 백성들한테서 빼앗은 곡식과 재물을 가난한 백성들에게 골고루 나누어주기로 하자구나. 우리는 서로 돕고 사는 활빈당이니까.
[도치] [칠복이] [콩돌이] 와! 활빈당 마~~~~안세! 만세!!!
[장] 3장 활빈당 깃발을 드높이고
[합창] (노래)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걸어 나가면
온세상 어린이를 다 만나고 오겠네
온세상 어린이가 하하하하 웃으면
그 소리 들리겠네 달나라까지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길동] 이제, 우리는 도둑이 아니다.
착한 백성들 편에 서서 활빈당의 깃발을 높이 들었다.
이제 우리들이 지켜야 할 것들을 알려 주겠다.
제가 앞서 외치면 함께 따라 해 주세요!
(관객들이 따라 하도록 유도한다)
하나, 우리는 착한 사람들이다.
[콩길이] [도치] [칠복이] 하나, 우리는 착한 사람들이다.
둘, 우리는 보모님 말씀을 잘 듣는다.
[콩길이] [도치] [칠복이] 둘, 우리는 보모님 말씀을 잘 듣는다.
셋, 우리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콩길이] [도치] [칠복이] 셋, 우리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넷, 우리는 남의 재물을 탐내지 않는다.
[콩길이] [도치] [칠복이] 넷, 우리는 남의 재물을 탐내지 않는다.
다섯, 우리는 남을 깔보지 않는다.
[콩길이] [도치] [칠복이] 다섯, 우리는 남을 깔보지 않는다.
여섯, 우리는 남을 괴롭히거나 해치지 않는다.
[콩길이] [도치] [칠복이] 여섯, 우리는 남을 괴롭히거나 해치지 않는다.
여덟, 우리는 서로 양보하며 질서를 잘 지킨다.
[콩길이] [도치] [칠복이]여덟, 우리는 서로 양보하며 질서를 잘 지킨다.
아홉, 우리는 서로 도와주어 가난을 물리친다.
[콩길이] [도치] [칠복이] 아홉, 우리는 서로 도와가며 가난을 물리친다.
[막] 4막 홍길동이 세운 나라, 율도국
[장] 1장 작전회의를 하는 활빈당
[길동] 내일은 저기 어지국을 쳐 부수기 위하여 출정하는 날이다.
[콩길이] 내일에 싸우러 간다고?
그동안 닦은 무술 실력을 이제서야 써먹게 되는구나.
[도치] 한판 큰 싸움이 벌어지겠군. 참으로 잘 되었네.
[칠복이] 그동안 몸이 근질근질했는데.........
내가 앞장을 설 테니 콩길이와 도치는 내 뒤를 따라와
내가 확 쓸어 버릴꺼야.
[길동] 어허? 그렇게 마구잡이 싸우면 안된다.
싸움에는 모두의 지혜를 모아 이기는 싸움을 싸워야 해.
[콩길이] 이기는 싸움이라니?
[칠복이] 도둑질하듯 그냥, 몰래 성벽을 타고 들어가 왕을 사로잡는 거야?
[도치] 그거라면 내가 앞장을 설테야.
[콩길이] 앞장을 서는 것은 좋지만...........
그게 우리 뜻대로 잘 될까?
[칠복이] 걱정하지마. 도치와 나는 몰래 슬쩍하는 데는 세계 최고지.
[콩길이] 그런데 저 높은 성벽은 어떻게 할건데.........
[도치] [칠복이] 그거야 뭐...........
우리에게는 길동이가 있으니까.
[길동이] 그래, 너희들의 그 용맹함은 잘 알겠다.
이제, 이기는 싸움을 싸워보자.
그러자면 우리의 실력을 보여주어 저들이 우리의 기에 눌려 항복을 해 오는 거지!
그 실력을 보여 주기 위하여 다음과 같이 하렴.
먼저, 도치는 좌장군이 되어 다오.
대열을 흐트리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 오른쪽을 거쳐 왼쪽으로 군사를 이동시켜 다오.
그리고 그곳에서 다음 명령을 기다려 다오.
깃발을 하나를 치켜들면 흩어져 북을 울리며 함성을 지르면서 중앙으로 나오는 거야.
깃발 둘을 치켜들면 다시 뒤로 물러나 대렬을 가다듬고
몸을 숨기고 숨을 죽여 기다리는 거야.
[도치] 그래, 잘 알겠어.
[길동이] 다음은......... 칠복이가 우장군을 맡아 다오.
대열을 흐트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
왼쪽을 거쳐 도치와는 반대방향인 오른쪽으로 군사를 이동시켜 다오.
그리고 그곳에서 다음 명령을 기다려 다오.
깃발 하나에 흩어져 북을 울리며 함성을 지르면서 중앙으로 나오고
깃발 둘에 다시 물러나 정렬을 가다듬고 몸을 숨기고 숨을 죽여 기다리는 거야
다음, 콩돌이는 상장군이 되어 다오.
[콩돌이] 그래, 상장군이 되어 저 놈들을 몽땅 무찌를 꺼야.
[길동이] 그래, 저들에게 우리의 용맹과 위엄을 보여 주기 위해서는
너의 힘이 꼭 필요하단다.
콩돌이는 저들에게 우리의 진법을 보여 주는 거야.
한치의 실수없이 엄숙을 지키면서 진법을 펼쳐 줘.
깃발 하나에 일자장사진(一字長蛇陣)
깃발 둘에 이룡급수진(二龍汲水陣)
깃발 셋에 삼방천지진(三方天地陣)
깃발넷에 사문투저진(四門鬪底陣)
두 깃발 겹지면 오호벽력진(五虎霹靂陣)
두 깃발 벌리면 육자연방진(六子連芳陣)
두 깃발 나란히에 칠성참장진(七星斬將陣)
세 깃발 나란히에 팔괘금쇄진(八卦金鎖陣)으로 마무리해 주게.
[콩돌이] 그래 알았어. 멋지게 펼쳐 보일게
[길동이] 끝으로 나는 분신술, 변신술을 써서
여덟 명의 홍길동이 여덟 마리의 말을 타고
때로는 여덟 마리의 독수리로 높이 날아올라 위용을 자랑하고
때로는 여덟 마리의 호랑이로 포효를 질러 용맹을 떨치겠네.
다들 잘 알겠나?
[도치] [칠복이] [콩돌이] (입을 모아) 그래, 잘 알겠어.
[길동] 그런 후 나는 성문 앞에 자리 깔고
한 지간에 먹을 갈고
한 지간에 붓을 풀고
한 지간에 김생(金生), 영업(靈業), 탄연(坦然), 청지(淸之), 자암(自菴), 봉래(蓬萊), 석봉(石峯), 추사(秋史)의 필법으로 난설헌 허초희와 교산 허균의 문장을 본받아서 일필휘지 봉인하여 이곳에 온 나의 뜻을 전달할 터이네.
[장] 2장 싸우지 않고 이긴 홍길동, 율도국 세워
[길동] 어지국 왕이 성문을 열고 항복하였다.
이번에 승리한 싸움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최상의 병법에 따른 것이다.
[도치] 이번 싸움에 내가 한 몫을 한 셈이야.
[칠복이] 이번 싸움에 나는 두 몫을 한 셈이지.
[콩길이] 정작 몫을 한 나는 가만히 있을 테니 몫은 너희들이 다 가져.
[길동] 그래, 다들 수고했어.
내 말에 잘 따라 주고, 군사들을 잘 지휘를 하여 큰 성과를 거두었지.
이 모든 공은 다 너희들 것이야.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새 나라를 세워
안으로 백성들이 편안하게 살 수 있게 하는 것이고
밖으로는 적의 침입이 없도록 단단히 막는 일남 남았어.
[콩돌이] 아! 이럴 때 부모님이 계시면 얼마나 좋을까?
[길동이] 그래, 어머님이 살아 계시면 더욱 좋겠지!
어머님은 늘 나에게 "잘 먹고 잘 사는 나라"가 되었으면 하고 바랬지.
어젯밤, 꿈속에도 나타나셔서 "백성들을 잘 보살펴야 한다"고 일러 주셨어
[도치] 난, 지난 밤에 꿈을 꾸지 않았는데
[칠복이] 나도.
[길동] 아! 예, 어머니..........
소자, 어머님의 품을 떠난 이후 어머님을 제대로 모시지 못한 죄, 불효막급입니다.
흐~~~윽 흑흑 어머니! 이 불효자를 용서해 주세요!!!
(합장)
(잔잔하게 노래가 깔린다)
낳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를 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자리 마른 자리 갈아 뉘시며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
하늘아래 그 무엇이 넓다 하리오 어머님의 희생은 가이 없어라
(길동이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을 이어 간다)
자! 이제 우리 모두, 사람을 하늘같이 섬기는 새 나라 새 세상을 열어 가자!
아랫 사람은 윗사람을 따르고, 윗사람은 아랫 사람을 보살 피는
새 세상, 새 나라의 이름은 율도국이다!
너와 나 모두가 하늘인 세상!
하늘과 땅, 사람이 모두 하나인 세상!
[콩길이] 율도국! 마~~~안세! 만세다!!!
[길동] 그래, 우리 모두 힘차게 율도국, 마~~~안세를 외쳐 보자.
(관객들을 향하여 함께 외치기를 청한다)
(다 같이 힘차게 외쳐 보아요)
[길동] [콩길이] [도치] [칠복이] 율도국! 마~~~안세! 마~~~안세! 만세!!!
첫댓글 저도 요즘 홍길동전을 다시 읽고 있습니다. 요즈음 같은 시국에 허균같은 분의 신념과 의지,철학이 절실하게
느껴지지 않습니까? 옳고 그름이 이야기 할수 있는 사람이 왜 보기 힘들까요?
아침바다님의 생각에 공감합니다. 길라잡이가 필요한 시대에 정작 불 밝혀 나아가는 이는 없고...먹고사는 일은 점점 더 빠듯해지니 각박만 더해지는 듯하네요.. 님의 댓글을 통해 흐트러진 마음을 다시금 다잡아 봅니다. 아름다운 발걸음 이어가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