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면서 즐기는 답사여행] 2016.01.15일 매일신문
의성고운사→제오리 공룡발국화석→조문국유적지→탑리5층석탑
최치원
선생 기리며 고운사 숲길 30분, 발길은 중생대 공룡시대로
옛 삼한시대의 부족국가였던 조문국 유적지.
육쪽마늘과 작약, 홍화씨로 잘 알려진 의성은 천년 고찰 고운사를 품고 있는 고장이다.
단촌면 소재지에서 정겨운 들판을 약 20분 정도 달린 후 마주하는 고운사(孤雲寺)는 송림 울창한 등운산(騰雲山) 자락에 아늑히 자리 잡고 있다.
681년 신라 신문왕 때 의상조사가 창건하고 고운 최치원 선생이 여지, 여사 두 분의 대사와 함께 중건하였다고 한다. 임진왜란 때에는 사명대사가
승군의 전방기지로 식량을 비축하고 부상한 승병을 뒷바라지한 유서 깊은 사찰이기도 하다.
고운사에서 눈여겨볼 건물은
연수전(延壽殿)이다. 실개천 위에 건축한 가운루(駕雲樓)를 지나 대웅전 왼쪽에 위치해 있는데, 다른 사찰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건축물이다.
솟을대문이 있는 이 건물은 조선 영조 20년(1774)에 왕실의 계보를 적은 어첩(御帖)을 봉안하기 위해 건립되었다. 평면 형태가 여타 전각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취하고 있으며, 숭유억불(崇儒抑佛) 시대에 사찰 내에 배치된 왕실 관련 건물이라는 점이 이채롭다.
고운사에서 꼭
눈여겨봐야 할 문화재는 보물 제246호인 석조석가여래좌상이다. 약사전 안에 광배와 대좌를 완전히 갖춘 돌로 만든 부처님 한 분이 모셔져 있다.
약사전에 모셔져 있지만 손에 약합을 들지 않았기 때문에 약사불이라 보기 어렵다. 오른손 손목이 떨어져 확실하지 않지만 자세로 보아 손가락으로
땅을 가리키는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을 한 석가여래로 보인다. 불상 높이는 약 80㎝이며, 육계가 분명치 않고 소라 껍데기 같은 나발 모양은
통일신라 후반기 석불의 특징을 갖고 있다.
각진 얼굴에 눈, 코, 입도 크지 않은 편이다. 얼굴 모습이 부드러운 반면 어깨와 가슴이
단단해 보여서 안정감이 있어 보인다. 옷차림은 왼쪽 어깨를 감싸고 오른쪽 어깨를 보이는 우견편단(右肩偏袒)인데, 옷이 몸에 착 달라붙은 듯하고
옷 주름은 매우 도식적이라 편안함을 준다.
고운사에서 최고의 멋스러운 곳은 일주문에서 약 1.5㎞의 소나무 숲길이다. 입구부터
아름드리 송림이 뿜어내는 솔 향기 가득한 황톳길을 걷다보면 잠시 자신을 되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고운사에서 약 30분
떨어진 금성면 제오리에는 귀중한 자연사 자료인 공룡발자국 화석을 만날 수 있다. 공룡발자국은 경남 고성 상족암, 고성 공룡엑스포공원, 해남
우황리 공룡발자국이 많이 알려져 있지만, 그곳에 버금가는 화석들이 우리 고장 의성에 있다. 중생대 약 1억1천500만 년 전 메갈로사우르스
공룡발자국 300여 기가 화석을 이루고 있다. 6천600만 년 전 먹이의 변화와 운석 충돌로 지구에서 사라진 공룡발자국 화석을 만날 수
있다.
공룡발자국 화석 인근에는 금성산이 우뚝 솟아 있다. 이 산 정상에 조상의 묘를 쓰면 ‘당대 만석꾼이 되지만 인근 지역은 3년
동안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아래에는 옛 삼한시대의 부족국가인 조문국의 경덕왕릉을 비롯한 260여 기의 고분이
드넓은 둔덕에 그림처럼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유적지 입구에는 화장실 및 주차장, 전망대, 식수대 등 편의시설도 잘 만들어져
있다.
조문국 유적지에서 5분 거리, 금성면 소재지 가장 높은 둔덕에 있는 탑리5층석탑은 국보 제77호이다. 통일신라시대의 석탑으로
높이가 무려 9.6m이며, 전탑(塼塔) 수법을 모방하는 한편 일부에서는 목조 건물의 양식을 보이고 있어 우리나라의 석탑양식의 발달을 고찰하는 데
귀중한 문화재이다. 경주 분황사(芬皇寺) 석탑 다음으로 오래된 모전석탑(模塼石塔`돌을 벽돌 크기로 다듬어서 벽돌탑 모양으로 만든
탑)이다.
아쉽게도 현재는 해체수리 중이라 현장에 걸어둔 실물 크기의 사진으로만 볼 수 있다.
약 1시간 정도만 시간의 여유가
있으면 보물 제327호로 지정된 빙산사터 오층석탑도 곁들여 볼 수 있다.
탑이란 무엇일까? 탑(塔)이란 원래 부처의 사리를 모셔놓고
예배하는 대상물이었다. 탑이란 고대 인도에서 무덤을 이르는 말인 ‘스투파’(stupa)가 불교가 전파되는 과정에서 ‘탑파’로 되고, 줄여서
‘탑’이 된 것이다. 불교가 널리 전파되면서 모든 탑에 사리를 모실 수 없으므로 후대에는 다른 사리나 불경, 작은 금동불 등을 탑 안에 모셨다.
우리나라에는 어떤 종류의 탑들이 있을까? 우리나라는 돌이 많으므로 주로 돌로 만든 탑 즉 석탑(石塔) 많아서 동양 3국 중 ‘석탑의 나라’라고
하며, 중국은 ‘전탑(塼塔)의 나라’, 일본은 ‘목탑(木塔)의 나라’로 불린다.
탑은 재료에 따라 분류하면 돌로 만든 탑이 석탑이며
가장 많이 남아 있다. 석탑으로서 가장 크고 오래된 탑은 국보 제11호 익산 미륵사지 석탑이다. 나무로 만든 탑, 즉 목탑은 거의 남아 있지
않으며, 국보 제55호 속리산 법주사 팔상전이 목탑으로 남아있다. 벽돌로 만든 탑, 즉 전탑은 국보 제16호 안동 신세동 7층 전탑 등 몇 기가
남아 있다. 모전석탑은 국보 제187호 영양 봉감 모전5층탑을 들 수 있다. 반복된 도시생활의 단조로움에서 벗어나고픈 분들에게 이 코스를 권하고
싶다.
글·사진 이승호 대구답사마당 원장 leesh0601@hanmail.net
※Tip
*가는 길:대구~중앙고속도~의성IC~단촌면소재지~고운사(소요시간 약 1시간 20분)
*모든 유적지는 입장료가 없으며, 식사는
단촌`금성면 소재지에서 해결할 수 있다.
*주위에 가볼 만한 곳은 춘산산수유마을, 여름에 얼음이 어는 빙혈계곡, 탑산온천
등.
◇연재를 시작하며
전국에 산재한 문화유산과 문화재를 찾아 떠난 지도 어느덧 20년이란 긴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보고
배우고 느낀, 우리문화유산과 문화재의 소중함과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를 소개함으로써 국내여행 시 보다 유익한 답사여행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어눌한 글솜씨지만 매일신문 독자들에게 혼신의 정열로 다가가겠습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와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이승호
이승호
대구답사마당 원장 leesh0601@hanmail.net
첫댓글 좋은 글과 유익한 정보
너무 감사합니다.^^
학생들 현장역사체험으로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