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두리안을 먹다
며칠 전 주문진과 영진 해변 사이를 지나다 작은 트럭 노점에서 파는 두리안을 보았다.
추운 겨울, 코로나로 거리두기도 해야하는 상황이라
해변 산책로도 지나다니는 사람도 차량도 대폭 줄었다.
허름한 노점에는 '두리안'을 판다는 안내 문구가 붙어 있었다.
천상의 맛! 지옥의 냄새!
이라는 별명을 가진 열대과일 두리안의 명성은 듣기만 했지
먹어 보지 못했다. 예전에 동남아지역에 여행을 갔을 때도
냄새가 지독하다는 말만 듣고
접근을 못 했다.
그런데 뜻밖의 장소에서 두리안을 보니 무조건 사서
맛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박덩어리만한 두리안 1개의 가격은 5만원, 그중 작은 것을 35000원에 1개 샀다.
집에 와서도 어떻게 먹어야하나
용기가 나지 않았다. 컨디션이 좋은 날 먹기로 하고 며칠을 또
묵혔다.
드디어, 어제 두리안 먹기에 도전했다. 철퇴같은 껍질을 해체하듯 벌렸다. 송곳같은 가시에 찔리면 상처가 나니까
조심해야한다.
결을 따라 해체하니 노랗고 통통한 물컹한 느낌의 과육이 나타났다. 오묘한 냄새는 공기 중에 퍼졌다.
상아색 크림 같은 과육 안에는 단단한 조약돌같은 씨앗이 들어 있었다.
과육을 입에 넣는 순간 진뜩하고
부드러운 식감과 함께 달콤한 향도 입안에 가득했다.그러나 달콤함은 초콜릿을 먹을 때처럼 행복한 달콤함이 아니라 낯선 달콤함이었다.
썩은 행주같은 지독한 냄새라 해서 마음을 단단히 먹고 도전한
두리안 먹기 체험!
호기심은 채웠지만 세상에서 제일 달콤한 맛!이라는 찬사에는 동의하지 못 하겠다.
코로나로 해외여행도 가기 어려워진 요즘,열대 과일 두리안 먹으며 낯선 경험을 했다.
수입과정에 붙은 관세나 유통비용 때문에 현지 가격보다
비싼 두리안을 먹어야 했다.
가격에 비해 실제 먹을 수 있는
양도 적었다. 그래도 독특한 경험을 샀다. 나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