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퇴임임원 동우회 회보,
Samsung Forever, 2017년 겨울호
풍수기행 4
50여개 하천이 모여드는 부자마을 분당
풍수지리(風水地理)란 바람과 물의 작용으로 바람과 물이 땅과 어울리는 이치를 말한다. 풍수를 장풍득수(藏風得水)라고도 하는데, 장풍득수란 바람을 갈무리하고 물을 얻는다는 의미에서 유래되었다. 바람과 물의 작용에 따라 땅의 기운은 다르게 나타난다. 어떤 곳이 바람을 갈무리하고 생기가 모이는지 여러 가지 요인들이 많지만 이것을 크게 보면 용혈사수(龍穴砂水)로 압축된다.
* 풍수의 원리가 잘 갖추어진 분지형의 마을, 분당
풍수지리의 기본원리, 용혈사수
용(龍)이라 함은 산의 능선으로 좌우굴곡, 상하기복 등 변화가 있어야 살아 있는 생룡(生龍)이며, 변화가 없으면 죽은 룡, 사룡(死龍)이라 하였다. 생기는 한 치가 높은 곳을 타고 흐르므로 용맥을 타거나 어머니의 탯줄이 연결되듯 용맥과 연결되어야 한다.
혈(穴)이란 생기가 모이는 곳이다. 생기가 모이는 곳은 생기가 흐르는 산의 능선이 물을 만나게 되면 계수즉지(界水則止)라 하여 생기는 멈춘다. 산의 능선, 용맥이 멈추는 곳에 마을이 들어서고 용맥의 끝자락에 묘 자리가 들어선다.
사(砂)라고 함은 주변에 있는 산봉우리로 뒤에 있는 곳을 후현무, 앞에 있는 것은 남주작, 좌우에 있는 것을 좌청룡, 우백호라 한다. 사신사는 주산으로부터 오는 생기가 흩어지지 않고 모이도록 하며, 상호 반사와 조응작용으로 생기를 모으는 역할을 한다.
수(水)는 생기를 멎게 하고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천리를 달려온 용이 물을 만나야 멈추게 되며 주변의 사들이 서로 조응작용을 하면서 생기가 응집된다.
이러한 풍수원리가 잘 갖추어진 곳이 분당이다. 분당은 노태우대통령 시절 주택부족을 해결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신도시로 신도시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해 왔다. 삼성 문화탐방에 100여 명정도가 참석하는데, 버스 출발지가 분당 1대, 양재 2대로 삼성 임원들이 사는 곳이 분당이 1/3, 서초, 강남, 송파 등 서울 강남권이 2/3로 상대적으로 분당에 많은 삼성 가족들이 살고 있다. 특히 해외 주재를 마치고 온 사람들 대부분이 분당에 둥지를 튼다. 왜 분당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고 분당이 부자 동네가 되고 있는가? 풍수적으로 접근해 보면 분당이 생기가 모이는 곳이기 때문이다.
산이 둘러싸는 장풍국의 분지형 마을
마을이 형성되자면 첫 번째로 마을에 지기(地氣)를 공급해주는 주산이 든든해야 하고, 바람을 막아주는 산이 있어야 한다. 분당은 한남정맥이 속리산에서 북진하여 안성 칠장산을 지나 할미성에서 산맥이 갈라진다.
하나는 북쪽으로 진행하여 불곡산, 영장산, 검단산을 거쳐 청량산으로 이어지고, 다른 하나는 서쪽으로 행진하여 수지의 소실봉, 형제봉을 지나 광교산, 백운산, 바라산, 청계산, 인능산으로 이어져서 분당의 동쪽산과 서쪽산을 형성한다.
그래서 분당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장풍국의 분지형 마을이다. 분당의 주산은 불곡산으로 불곡산에서 분당 일대에 기운을 공급해 주고 있다. 분당은 사방으로 산이 둘러 싸여 있어 웬만히 높은 빌딩도 바람으로부터 보호를 받는다. 바람에 생기가 흩어지지 않고 갈무리 되므로 생기가 응집된다.
50개의 물이 모여드는 분당의 탄천
풍수에서 물은 재물이요, 물이 깊은 곳에 부자들이 살고, 물이 얕은 곳은 가난하다고 한다. 분당 중앙을 가로 지르는 탄천은 동서 양쪽의 계곡에서 50여개의 하천이 모여든다. 물이 들어오는 것은 득수(得水)라 하고 물이 나가는 것을 소수(消水)라고 한다. 물이 들어오는 득수는 많고, 물이 나가는 소수는 성남비행장 쪽으로 좁고 하나여서 분당은 지형상 부자 동네이다. 들어오는 돈은 여러 곳으로 많고, 나가는 곳은 하나로 좁으니 생기가 응집되고, 사람들이 모여들고 돈도 계속 늘어난다.
* 50여개 하천이 모인 탄천이 시내 중심지를 관통한다. 득수(물이 들어오는 곳)는 많고, 소수
(물이 나가는 곳)는 하나로 좁게 관쇄가 되니 사람들이 모여들고 재물도 늘어난다.
분당 중심을 관통하는 탄천의 행주형 형국
분당의 중심을 통과하는 탄천은 여러 군데서 물이 모여들어 남출북류(南出北流)하여 한강으로 흘러든다. 이처럼 여러 물이 모여 시가지 중심을 통과하면 풍수에서는 ‘배가 출항하는 것을 멈추어두는 형국’ 행주형(行舟型)이라 부르며 재화와 사람이 풍성히 모이는 번창할 땅이라 한다.
그런데 행주형의 형국은 키, 돛대, 닻을 구비하여야 하며, 이러한 조형물이나 건물들이 있으면 부자의 기운이 더욱 왕성해진다. 정자동 일대의 고층 건물들이 그러한 역할을 일부 담당한다. 행주형은 사람이 모여 사는 마을 터로 제일로 손꼽는다. 따라서 분당은 사람이 많이 모여 부자가 될 산천지세를 갖춘 땅이다. 여기에 키, 돛대, 닻을 상징하는 조형물을 두루 설치한다면 행주형 부자 기운이 분당 주민 모두에게 오래도록 왕성히 미칠 것이다.
*탄천 주변의 고층 빌딩들, 배가 정착한 행주형 마을로 배에 짐을 잔뜩 실은 모습이다.
분당의 탄천은 경상도 낙동강의 축소판
경상도 낙동강의 축소판이 바로 분당의 탄천이다. 낙동강은 태백의 황지에서 발원하여 좌로는 낙동정맥, 우로는 백두대간이 지리산까지 뻗어 가면서 경상도 일원의 물들이 낟동강으로 다 모여든다.
한남정맥이 용인의 할미성에서 분당의 동쪽과 서쪽으로 뻗어 가면서 분당을 분지형으로 만들어 분당 일대의 50여 개 하천이 탄천으로 모여든다.
산과 물이 모여드는 곳에 동네와 상권이 형성되고, 물이 한 곳으로 모이니 힘도 하나로 합쳐진다, 산관인정(山官人丁) 수관재물(水官財物), 산에서인물나고 물에서 재물이 난다고 한다. 산이 모여들고 물이 모여드는 경상도에서 인물과 재물이 나왓듯이 산과 물이 모여드는 분당에서도 인물이 나고 부자가 날 것이다.
분당천이 감싸도는 한산 이씨 500년 세거지
분당의 중앙에 자리 잡은 분당중앙공원은 분당의 대표적 명당지역에 해당한다. 영장산에서 이어진 매지봉을 주산으로 한 중앙공원에는 고려 말 문신인 이색의 4대 손자이자 이지함의 조부인 이장윤(1455-1528)과 그의 후손들이 이곳에 모셔져 있고 한산이씨 집성촌이 이곳에서 500년을 이어왔다.
분당이 개발되면서도 한산이씨 500년 세거지는 공원으로 보존이 되었는데, 평지지역에 작은 봉우리가 솟았고, 이 봉우리를 배산으로 분당천이 궁수로 감싸 돌면서 앞으로는 넓은 터전이 펼쳐지는 풍수적 명당마을이다. 지금도 이곳 주변 마을은 분당에서 가장 선호하는 마을이 되었다,
*분당 중앙공원 한산 이씨 500년 세거지 수내동 가옥, 뒤로는 산이 둘러싸고 앞으로는 분당천이 궁수로 감싸주는 명당에 위치하고 있다.
용맥을 터널로 살려낸 의령 남씨묘
분당에서 수서로 가는 분당수서간고속화도로를 타고 가다 보면 가천대 앞에서 2개의 터널을 지나게 된다. 무심코 지나기도 하지만 왜 이렇게 터널을 만들었을까를 생각하는 곳이다. 터널 가운데 좌측을 보면 커다란 묘가 있는데 이 묘가 조선조의 개국공신 의령남씨 남재선생의 아들 남경문의 묘이다.
그는 26세에 요절하여 이곳에 모셔졌는데 그의 장남은 좌의정을 지냈고, 차남은 직제국을 역임하였고 3남은 창령 부곡관을 하였다고 하는데 남이장군의 할아버지라고 한다.
성남시 수진동, 태평동 일대를 개발하면서 의령 남씨 묘 500여기를 지방으로 이장하게 되었는데, 남경문 묘만을 살렸다. 그러다 다시 분당 신도시가 개발되면서 고속도로 건설로 청룡 백호자락이 잘려 나갈 위험에 닥쳤다.
그래서 문중의 대의원들이 서울에 올라오고 문중 회장을 중심으로 관계기관을 설득하여 문중 대표 산소의 청룡 백호 자락을 절개지로 두지 않고 터널로 맥을 살려냈다. 생태계를 확보하기 위하여 터널을 만들고 산맥을 잇는 경우는 가끔씩 보게 되지만 문중 묘를 위하여 청룡, 백호를 살린 예는 매우 드문데, 여기가 바로 그 현장이다. 남경문묘는 청룡∙백호 안자락에 위치하며 앞으로 분당수서간고속화도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가 횡류하며 지나가니 기(氣)의 갈무리가 더욱 잘 되는 곳으로 변하였다.
* 청룡과 백호의 용맥을 터널로 살려낸 의령남씨조상묘 앞의 분당수서간고소화도로, 생기를보존하기 위한 문중의 노력이 돋보인다.
명당에 자리 잡은 한국학중앙연구원
판교에 가면 국사봉 아래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위치해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전신은 정신문화연구원이다. 이곳에 터를 잡을 때 최종의 후보지로 오른 곳이 양재, 성남(판교), 이천 3곳이었다. 3곳의 입지를 검토한 결과 풍수적으로 가장 뛰어난 곳으로 당시 박정희대통령이 이곳을 정신문화연구원으로 선택하였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있는 곳은 청계산 국사봉을 배산으로 산이 병풍처럼 둘러주며, 용맥이 몇 번의 기봉을 거쳐 내려온다. 또한 운중천이 우에서 좌로 서출동류하는 천하의 대명당이다. 물형으로 보면 선인이 독서하는 선인독서형의 명당이며, 양택의 3요소인 배산임수, 전저후고, 전착후관이 잘 갖추어진 곳이다.
배산임수(背山臨水)란 뒤에 산을 등지고, 앞에는 물을 마주하는 형세다. 이런 곳에서 큰 인물이 나고 부귀가 있다고 한다. 전저후고(前低後高)란 뒤가 높고, 앞이 낮아야 한다는 것이다.. 전저후고에서는 출세영웅이 난다. 전착후관(前窄後寬)이란 입구는 좁으나 안은 넓은 곳을 말하며, 수구가 좁게 닫혀 있어야 생기가 빠져나가지 않는다.
*청계산 국사봉 아래 명당에 자리 잡은 한국학중앙연구원, 이곳의 입지를 정할 때 여러 후보지 중 풍수적 입지가 가장 뛰어난 곳이라 하여 선정되었다.
분당의 또 다른 명당지역에 자리 잡은 곳이 서울대 분당병원이다. 불곡산을 배산으로 서울대 분당병원으로 앞에서는 탄천이 들어오고 주변의 산들과 병원의 입지가 잘 어우러진다.
최근 주변에 병원 부지를 추가로 확보하여 한국의 의료산업을 한 단계 성장시킬 계획을 세웠는데 분당의 서울대 병원이 세계의 의료산업의 메카가 되기를 기원한다.
개발초기 분당은 베드타운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오늘의 분당은 판교가 개발되면서 자급자족의 기능을 갖춘 복합도시로 바뀌고 있다. 사방에서 물이 모여들고 산이 둘러 있어 바람을 막아주며, 수구(水口)가 닫혀있어 재물이 보전되니 사업하는 사람들에게 분당은 주목할 만한 땅이 될 것이다.
*본글은 삼성그룹 퇴직임원 동우회 회보 Samaung Forever, 2017년 겨울호(2017년 12월1일 발행)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