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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명사와 함께하는 문화여행]
매화꽃 천국에 사는 행복 농사꾼, 홍쌍리 명사
매화나무 심으며 행복 열매를 키우다
홍쌍리 명인이 매화와 첫 연을 맺은 것은 1965년, 밤나무와 매화나무가 심어진 전남 광양 백운산 자락으로 시집을 오면서다. 깊고 깊은 산속에서 외로움에 사무쳤던 명인에게 매화꽃은 삶의 위로이자 기쁨이었다.
“매화나무를 심어 5년이면 꽃이 피겠고, 10년이면 소득이 나겠고, 20년이 지나면 세상 사람 다 내 품에 오겠지 싶었어요.”
사람이 그리워 심기 시작한 매화나무는 어느새 5000여 그루가 되어 산 전체를 뒤덮었다. 이곳 청매실농원은 해마다 만발한 매화꽃이 가장 먼저 봄을 알리고, 그 봄을 맞이하러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밀려든다.
결혼 전, 명인은 부산 국제시장에서 건어물 가게를 운영하는 작은아버지 밑에서 점원으로 일했다. 노래를 잘 불러 가수를 하면 좋겠다고 사람들이 자꾸 집으로 찾아오니까 딸이 광대가 되는 것을 반대한 아버지가 작은아버지 곁으로 명인을 보낸 것이다. 예술적 기질을 타고난 명인은 당시 흔치 않던 하이힐과 미니스커트를 입으며 자신의 아름다움도 표현할 줄 아는 신여성이었다. 시장에서 분쟁이 생기면 제일 먼저 명인을 찾을 만큼 영민한 중재자이기도 했다.
다재다능한 명인이 길도 제대로 닦여 있지 않은 외딴 산골로 시집을 왔으니 그 속은 오죽했을까. 탈출의 기회만 엿보던 명인에게 어느 날 매화꽃이 딸처럼 살갑게 다가왔다.
“한번은 내가 울고 있는데 매화 꽃잎이 날아가면서 말을 걸더라고요. ‘엄마, 울지 말고 나랑 같이 살아요. 엄마, 늙지 말고 흰머리 나지 말아요. 내년 봄에 엄마 딸 찾아올 때 엄마 늙어 못 알아보면 어떡해요’라고.”
일이 힘들어서 울고 마음이 괴로워서 울던 시간을 뒤로하고, 매화꽃에 정 붙이며 온 산 가득 매화나무를 심었다. 명인의 눈물과 땀을 먹고 자란 매화나무는 봄이면 어김없이 꽃을 피우고 매실 열매를 맺는다.
“꽃은 내 딸, 매실은 내 아들, 아침 이슬은 내 보석이지요.”
매화꽃이 말을 걸어왔듯 명인도 자연에게 말을 건넨다.
“산에 가면 재밌어요. 사방 천지 모든 자연이 나를 보고 눈을 깜빡깜빡하니까. 좋다고 난리예요. 그래서 산으로 갑니다. 꽃은 춤추고 새는 노래하고, 나는 이 천국에서 흙 묻은 천사로 살고 싶어요.”
명인이 자연과 나눈 대화는 곧 시가 되었다. 밭에서 일하다가도 시가 떠오르면 주머니에서 종이를 꺼내 적었다. 틈틈이 써 내린 글을 모아 2019년 초에는 <행복아 니는 누하고 살고 싶냐>라는 시집도 냈다. 명인이 쓴 시는 외로운 사람들의 마음에 행복의 꽃을 피우며 희망을 퍼뜨린다. 명인에게 매화꽃이 그랬던 것처럼.
자식처럼 매실을 키우고 만들다
‘매실’ 하면 ‘홍쌍리’다. 매실에 빠져 보낸 세월이 어느덧 반백 년이 흘렀다. 으깨진 매실이 흙 묻은 손을 깨끗하게 닦아주는 것을 우연히 발견한 것이 계기가 됐다. 신기한 마음에 기름기 가득한 그릇에도 매실을 넣고 며칠 두었더니 기름때가 빠져 반짝반짝하더란다.
“그때 나는 매실로 사람 몸속을 뽀득뽀득 씻어주는 청소부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후 명인은 오랫동안 매실 제품 개발에 몰두했다. 자연 의학뿐만 아니라 발효나 약초에 관한 연구 논문 등을 읽고 또 읽으며 혼자서 수천 번의 시행착오를 겪었다.
“설탕이 귀하던 1960년대에 얼마나 고생을 했겠어요. 사카린으로 해보다가 소금으로도 해보다가…, 그 고생 말로 다 못해요.”
각고의 노력 끝에 1994년부터 청매실농원에서 개발한 매실 상품이 출시되었다. 이윽고 매실을 대표하는 농식품 브랜드로 빠르게 성장해나갔다. 매실 발효 등 매실 농업에 기여한 가치를 인정받으며 1997년 당시 농림부의 식품명인으로도 선정되었다. 수십 년 연구한 세월을 보상받듯 대통령상, 석탄산업훈장, 대산농촌문화상 등을 줄줄이 받는 쾌거도 이뤘다.
“아파봤던 사람이 식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내가 먼저 살고 싶은데, 내가 먼저 맛을 보는데, 허튼짓하며 만들 수가 없죠.”
지금도 명인은 이른 아침부터 청매실농원의 밭을 일군다. ‘땅이 살고 풀이 살아야 인간이 산다’는 농사 철학으로 자연퇴비를 사용해 친환경 유기농법으로 매실을 키운다. 제초제 대신 보리와 호밀을 심어 잡초가 잘 자라지 못하게 한다. 숨 쉬는 전통 항아리에 매실을 담고 맛이 잘 들도록 발효도 꼭 시켜준다. 명인은 우리 전통 장과 장아찌는 항아리에서 숙성되어야 한다고 굳게 믿는다.
“아파 보면 삶의 귀중함을 알게 되죠. 저는 매실로 건강을 되찾았고 삶을 배웠어요. 매실은 나의 인생이자 전부죠. 여러분도 매실로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시길 바랍니다.”
매실 음식을 만들며 농사철학자에게 삶을 배우는 시간
섬진강을 바라보는 백운산 자락에 매화 향이 짙어지면 청매실농원과 주변 매화마을은 매화축제로 들썩인다. 매화꽃 반, 사람 반.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청매실농원에서는 축제 기간 중 매실 음식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오늘은 매실 절임으로 고추장매실장아찌를 만들어보는 시간. 홍쌍리 명인이 담근 매실 절임은 먹자마자 ‘맛있다’는 소리를 절로 부른다. 씹으면 아삭아삭 식감이 살아 있는 데다 상큼한 단맛에 기분도 좋아진다. 명인은 잘 절여진 매실에 청매실고추장을 넣어 섞는다.
“우리 농원의 매실액은 무향, 무방부, 무색소예요. 매실 절임도 마찬가지고요. 고추장 색깔도 파는 거랑 다르죠? 검은 듯 붉은 듯해 예쁘지는 않아도 자연 그대로, 좋은 재료로 만들었으니 많이 드세요.”
고추장매실장아찌는 명인의 시연을 보면서 따라 만든다. 요리를 못하는 사람이라도 손쉽게 만들 수 있다. 30분 만에 뚝딱 완성한 후 집으로 가져갈 수 있어 일석이조. 체험이 끝나갈 즈음 명인이 꽃 같은 말을 건넨다.
“꽃같이 활짝 웃고, 아름다운 꽃을 가슴에 보듬다가 저 섬진강에 미움, 증오, 욕심 다 버리고 가십시오.”
내 몸에 약이 되는 매실처럼 명인의 말 한마디가 마음을 어루만진다. 홍쌍리 명인의 체험 프로그램은 단순히 매실 음식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반평생 자연 속에 묻혀 삶을 농사짓는 농사철학자에게 위안과 기쁨을 배우는 시간이다. 명인은 매실로 우리 몸의 독소를 빼주는 배 속 청소부일 뿐 아니라 해묵은 마음의 때도 닦아주는 마음 청소부다. 매화꽃 천국에서 모두 천사가 되어 돌아가길 바란다는 명인의 말이 오랫동안 귓가에 맴돈다. 매화꽃 향기처럼.
매실 음식 만들기 체험
매실 절임으로 고추장매실장아찌, 매실된장, 매실고추장 등을 만드는 체험 프로그램이다. 광양매화축제 기간에만 진행한다. 청매실농원 내 광양매화문화관 안내데스크에서 현장 신청한다.
광양매화축제
전남 광양시 다압면의 매화마을에서 매년 3월이면 열리는 축제다. 매화 개화시기에 맞춰 보통 3월 초부터 중순까지 진행한다. 1997년부터 시작해 벌써 20년이 넘었다. 해마다 매화와 매실을 주제로 한 새로운 콘셉트의 축제가 벌어지며 마음을 들썩이는 공연과 매실 체험 프로그램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
º 장소 : 광양매화문화관(전라남도 광양시 다압면 지막1길 21
º 문의 : 061-772-4066
º 참가방법 : 광양매화축제 기간에 현장 신청
º 기간 : 매년 3월 초~중순 (전화 문의)
º 이용료 : 무료, 체험비 별도
º 홈페이지 : www.maesil.co.kr
‘매실박사’로 불리는 홍쌍리 명인이 운영하는 매실농원. 섬진강이 내려다보이는 백운산 자락에 위치한다. 매화축제가 열리는 3월에는 천지에 봄 향기를 뿜어내는 매화꽃만큼이나 방문객이 많다. 농원으로 가기 전, 입구에 있는 광양매화문화관을 방문하자. 매화꽃이 피고 나서 매실을 맺기까지의 과정과 청매실농원의 역사 등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어 농원 방문의 재미를 더해준다. 계속해서 언덕길을 따라 오르면 농원 끝에 닿는다. 장독대와 어우러진 탁 트인 섬진강 전망에 감탄이 절로 난다. 여기서 우측 산길을 따라 또 한 번 오르면 영화 <천년학>의 세트장 등이 한데 모인 문학동산이 나타난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경치 또한 아름답다. 농원에서 생산되는 매실 관련 제품은 전시판매장에서 시음과 시식이 가능하다. 건강하고 달콤한 매실을 맛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말자.
º 주소: 전라남도 광양시 다압면 도사리 414
º 문의: 061-772-4066
º 이용시간: 09:00~18:00
º 이용료: 무료
수령 100년 이상 된 수천 그루의 동백나무가 숲을 이룬 동백 군락지. 천연기념물 제489호로 지정되었다. 동백숲이 조성된 연유는 통일신라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풍수지리 대가였던 도선국사가 이곳에 옥룡사를 창건하면서 땅의 부족한 기운을 보완하기 위해 동백나무를 심었다는 것. 남부지방 사찰 숲의 원형을 잘 보존하고 있어 가치가 높다. 동백숲 길을 따라 산을 오르면 옥룡사 터가 나타난다. 동백꽃은 2월부터 피기 시작해 4월까지 볼 수 있다. 단체 방문을 하면 입구의 관광안내소에 근무하는 문화해설사와 동행하며 해설을 들을 수 있다.
º 주소: 전라남도 광양시 옥룡면 백계1길 71
º 문의 : 061-797-2418(광양시 문화예술과)
º 이용시간 : 상시
º 이용료 : 무료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화개,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11회(06:30~22:00) 운행, 약 3시간 25분 소요. 화개정류장에서 35번 또는 35-1번 시내버스(10:00~18:00)를 타고 매화정류장 하차. 청매실농원까지 도보 9분 소요.
* 문의 : 서울남부터미널 1688-0540, www.nambuterminal.com https://txbus.t-money.co.kr/main.do
자가운전 정보
경부고속도로 한남IC→논산천안고속도로 천안JC→새만금포항고속도로지선(익산-완주) 익산JC→순천완주고속도로 완주JC→구례화엄사TG→구례로·하동 방면→광양 방면 우회전→남도대교로·운천리·광양 방면 좌회전→지막1길→광양청매실농원
숙박 정보
보스톤모텔 : 한국관광품질인증 / 전라남도 광양시 중마청룡길 6-8 / 061-792-8842
곰천계곡펜션 : 전라남도 광양시 다압면 대청길 181-12 / 061-772-5767
호텔부루나 : 전라남도 광양시 광양읍 백운로 2 / 061-761-8700 / http://bruna.co.kr/g5/
식당 정보
섬진강고향집재첩국 : 재첩국 / 전라남도 광양시 다압면 원동길 70-21 / 061-772-7654
평산각돼지숯불갈비 : 돼지갈비 / 전라남도 광양시 다압면 섬진강매화로 1235 / 061-772-4799
삼대광양불고기집 : 한우불고기 / 전라남도 광양시 광양읍 서천1길 52 / 061-763-9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