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는 눈으로는 분명 보이지만 손에 닿을 수는 없다. 오래 기다려주지도 않아 흔히 하는 말처럼 안개는 해가 뜨면 안개처럼 사라진다. 안개 풍경이 진기한 구경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전남 곡성에 안개가 자주 나타나는 마을이 있다. 이름 또한 안개마을이다. 마을 앞을 흐르는 섬진강이 일교차 큰 계절에 습지 사이로 안개를 밀어 올리는 덕분이다. 안개가 마을을 감싸는 시간은 길지 않지만 그렇다고 아쉬워할 일도 아니다. 흐릿했던 시야가 환해지면 안개가 품에 숨겼던 마을과 산과 강의 고운 모습을 눈앞에 내놓기 때문이다.
연꽃 무리가 환영인사 건네는 안개마을안개마을로 가기 위해서는 곡성 읍내에서 섬진강을 가로지른 고달교를 건너야 한다. 다리를 건너면 안개마을이 자리한 목동리까진 지척이다. 목동리는 고달면의 중심이다. 면사무소와 우체국, 치안센터, 초등학교가 마을 안에 모두 자리한다.
다리 위에서 감상하는 연꽃 (사진 제공 : 안개마을)
안개마을은 일교차 큰 가을과 겨울에 섬진강변 쪽으로 물안개가 자주 올라와 붙은 이름이다. 그 모습이 어찌나 신비하고 황홀한지 카메라에 담으려는 사진작가들이 새벽녘 마을로 모이고는 한다.
뜨거운 여름엔 가을과 겨울보다는 안개가 자주 보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벌써부터 실망하기엔 이르다.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목동제 수면을 가득 덮은 분홍의 꽃 무더기를 실컷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목동제는 안개마을 앞에 자리한 인공 저수지다. 가을부터 다음해 봄까지 연꽃을 고이 간직하고 있다 여름에 드디어 물 위로 한가득 꽃망울을 피워 올린다. 널찍한 녹색의 잎사귀와 연분홍 둥근 꽃잎의 조화가 너무도 잘 어울려 보는 이들마다 헤픈 탄성을 지르곤 한다. 그토록 예쁜 꽃무리가 넓은 저수지를 가득 덮어 목동제 하나만을 바라보고 곡성으로 달려오는 이가 하나둘이 아니다.
연꽃 풍경을 자세히 보기 위해서는 목동제 위로 설치한 다리를 건너면 된다. 물 위를 걷는지 연꽃 위를 나는지 모를 환상의 산책 코스다. 잔잔한 수면을 시샘하는 바람이라도 불면 물결 따라 춤추는 꽃잎 풍경에 괜히 마음도 설렌다.
마을 입구 쪽에서 출발한 걸음은 중간에 정자가 있는 작은 섬에서 잠깐 숨을 고른다. 튼실한 돌기둥을 바닥에 박고 선 ‘취운정(翠雲亭)’이다. ‘비취색 구름’이란 뜻이다. 분홍의 연꽃 바다 위에 세운 정자 이름치고 운치 있게 잘도 지었다 싶어 인상 깊다. 정자 옆에는 수령이 몇 년쯤 되었을지 가늠하기도 어려운 고목 한 그루도 함께 있다. 오랜 세월을 버티고 버텨 마을을 지켜주었을 수호신 같은 존재다. 목동제 연꽃이 만개하는 시기는 7월 15일경부터다. 이후 한 달 동안 목동제는 연꽃으로 고이 포장된 상태로 여행객을 맞이한다.
안개마을 곳곳에는 크고 작은 정자와 벤치가 설치되어 있어 언제든 잠시 쉴 수가 있다. 잔디 운동장을 비롯해 농구장, 배구장, 족구장도 있어 단체 방문객들은 운동회를 열기도 한다. 마을 옆 호락산으로 트레킹을 떠나는 여행객도 많다. 걸어서 40여 분이면 정상에 도착한다. 이곳에 서면 안개마을과 섬진강뿐 아니라 곡성군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안개마을에 머무는 여행객들은 생태를 주제로 한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침실습지 자전거 체험은 마을에서 자전거를 빌려 침실습지주차장까지 간 후 산책을 하면서 주변 자연을 즐기는 프로그램이다. 섬진강 주변은 국내에서 22번째로 지정받은 국가침실습지 보호구역이다. 면적만 203만㎡다. 섬진강 주변 침실습지에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1·2급에 해당하는 수달, 흰꼬리수리, 삵, 남생이, 새매, 큰말똥가리, 새호리기 등이 서식한다. 이 외에도 국내 하천습지 중에서 가장 많은 17종의 고유 어종이 살고 있으며 식물, 어류, 조류, 포유류, 양서류, 파충류, 육상 곤충, 무척추동물 등 665종의 생물종이 서식 중이다.
감장아찌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 (사진 제공 : 안개마을)
아이와 함께 방문한 가족 여행객들은 직접 과일을 따서 케이크를 만드는 과일농장 체험이 제격이다. 이 외에도 농장 산책, 건강차 시음, 업사이클링 아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주변 관광지① 도림사
한여름 더위를 식혀주기에 충분한 계곡물 흐르는 소리 들으며 올라가면 도림사를 만난다. 입구에는 ‘대루’라는 현판이 걸린 늠름한 누각 하나가 서 있고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명부전을 비롯해 응진당, 칠성각, 응향각, 범종각 등 건물을 볼 수 있다. 대루에 올라 창문을 통해 계곡 쪽 경치를 감상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곡성 도림사 보광전의 목조아미타삼존불상, 아미타여래설법도는 각각 전라남도 유형문화재 제271호와 보물 제1934호다. 절집을 구경하고 내려오는 길에는 잠깐 계곡 쪽으로 내려가 시원한 물에 발을 담가도 좋겠다. 흐르는 물 주변에는 우리 선조들이 기암괴석과 평평한 바위에 새겨놓은 글씨도 많이 남아 있다.
주 소 : 전라남도 곡성군 곡성읍 도림로 175
이용시간 : 06:00~20:00
휴 무 : 연중무휴
관 람 료 : 성인 2000원, 청소년 1500원, 어린이 1000원
문 의 : 061-362-2727
② 태안사
신라 경덕왕 원년(742)에 창건한 고찰이다. 풍경이 수려하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절집 오르며 만난 능파각은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했다며 여행객에게 잠시 쉬어가라 권하는 듯하다. 계곡물 위에 아슬아슬하게 떠 있는 능파각을 건너니 두 줄로 호위하듯 약 200m에 걸쳐 서 있는 나무들이 방문객을 절집으로 안내한다. 곡성 태안사에는 귀중한 보물도 많다. 경내에는 적인선사탑(보물 제273호), 광자대사탑(보물 제274호) 등 보물 5점을 비롯해 국내에서 가장 큰 지름 92cm 청동 대바라(보물 제956호)도 소장돼 있다.
주 소 : 전라남도 곡성군 죽곡면 태안로 622-215
이용시간 : 일출~일몰
휴 무 : 연중무휴
관 람 료 : 2000원
문 의 : 061-363-6622
여행 메모곡성세계장미축제
매년 5월 섬진강 기차마을에서 장미를 주제로 축제가 열린다. 축제 기간에는 장미 품종만 1004종을 심은 장미공원을 비롯해 장미여신상, 요술랜드, 치치뿌뿌 놀이터, 생태학습관, 드림랜드, 미니기차, 기차마을 레일바이크 등을 운영한다. 인기 가수들이 출연하는 개막식을 비롯해 뮤직 페스티벌, 굿바이 콘서트, 로즈런, 행운의 황금장미 이벤트, 게릴라 뮤지컬, 유럽 중세의상 체험, 컬러풀 길거리 퍼포먼스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여행 정보• 주소
전라남도 곡성군 고달면 고산로 39-18
• 여행 팁
1. 과일농장 체험 : 직접 수확한 과일로 케이크 만들기
- 참가비 : 2만 원(1인)
- 소요시간 : 2시간
2. 농장 산책, 건강차 시음 체험 : 농장 산책 후 우리 농산물로 만든 건강차 시음하기
- 참가비 : 1만 원(1인)
- 소요시간 : 1시간
3. 침실습지 자전거 체험 : 섬진강 침실습지를 자전거로 다녀오기
- 참가비 : 1만 원(1인, 자전거 대여료 포함)
- 소요시간 : 1시간~1시간 30분
4. 업사이클링 아트 체험 : 재활용품으로 예술작품 만들기
- 참가비 : 1만 원~1만5000원(1인)
- 소요시간 : 30분~2시간
• 추천 여행코스
당 일 여행 : 섬진강 기차마을 → 안개마을 → 섬진강 침실습지
1박 2일 여행 : (1일 차) 태안사 → 도림사 → 섬진강 기차마을
(2일 차) 곡성 섬진강천문대 → 섬진강 침실습지 → 안개마을
• 찾아가는 길
순천완주고속도로 → 서남원IC → 북남원로 우회전 → 서부로로 1.7km → 조산지하차도 진입 → 읍내교차로 고달 방면 → 곡고로 1.4km → 60번 지방도 1.9km → 고산로 409m → 좌회전 → 고산로 207m → 안개마을
• 주변 음식점
별천지가든 : 은어회, 참게탕 / 전라남도 곡성군 오곡면 섬진강로 1266 / 061-362-8746
석곡식당 : 석쇠불고기 / 전라남도 곡성군 석곡면 석곡로 60 / 061-362-3133
궁전회관 : 한정식 / 전라남도 곡성군 곡성읍 중앙로 54 / 061-362-1539
• 주변 숙소
곡성강빛마을펜션 : 전라남도 곡성군 죽곡면 강빛마을길 42-15 / 061-362-3800
화이트빌리지 : 전라남도 곡성군 죽곡면 하한리 977 / 061-363-7531
안개마을게스트하우스 : 전라남도 곡성군 고달면 고산로 39-18 / 061-363-3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