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한가운대 와 있는 동지(冬至) 날 아침은 7시가 넘었는데도 어둠이 다 걷치질 않는다. 매서운 기온 하강과 폭설로 길은 미끄럽고 바람도 제법 차갑다. 젊은날의 겨울은 땅이 얼면 길을 걷는 것이 아니라 뛰면서 옆으로 미끄럼을 타며 즐거워했는데 나이 탓인지 고양이 걸음을 하는데도 미끄러운 도로가 겁이난다.
오늘은 대한민국의 대통령들이 기거했던 관저이자 업무를 보았던 청와대를 가는 날이다. 청와대 방문예약 10시30분. 티비에서만 보았던 청와대... 고려시대에 명당으로 조선시대엔 경복궁 후원으로 일제때는 조선총독의 관저로. 광복후엔 조선주둔군 미군 관저로. 1948년 정부수립후 초대 이승만 대통령 관저와 경무대로. 2022년 5월 문재인 대통령까지 ... 파란만장했던 역사의 장소인 청와대(靑瓦臺)... 과연 어떤 모습일까??... 여러곳에서 모여든 탐방객들과 안내에 따라 둘러보는 주인 떠난 겨울의 청와대는 겉모습이나 내부가 나의 기대보단 많이 소박했고 삭막했다. 일반 서민들 생각엔 휠씬 사치스럽고 별스러운 장식들로 꾸며져 있을 것 같았는데 ..... 이제는 우리의 눈높이가 더 앞서있고 높아져 있었다. 대한민국을 이끌었던 순탄하지 못했던 역대 대통령들의 사진속에서도 왜 그리 허전하던지 ... 빈민국에서 지금의 부흥을 위해 앞장섰던 그분들이 덩그런히 벽면에 걸려있는 모습은 웬지 낯설기만 하다. 약1시간 동안 청와대 내부와 부속 건물들과 녹지원에 멋진 반송 소나무까지 둘러보았다 .
산악회 버스 안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1968년 김신조의 사건으로 일반 탐방이 불가했던 북악산(342m) 등산을 무궁화 공원에서 청와대 둿담장을 따라 정상까지 산행을 시작한다.
겨울 산행은 상콤한 것도 있지만 산행에 필요한 아이젠과. 스펫츠. 보온을 위해 갖춰야 할 옷가지등이 한짐이다. 가벼운 산행인데도 초입부터 숨은 차고 다리는 무겁고 .. 쉬운 산행은 없는 것 같다. 여자부회장님이랑 둘이서 우리끼리 천천히 산행하자며 한참을 잘 따라 가는데 ... 잘 넘어지는 난 ...여지없이 미끄덩하더니 주르륵 철프덕~ 북악산 한모퉁이에 엉덩이 도장을 찍고 땅 거래를 했다. 겨울 나무가 좋은건 하늘이 보여서다. 여백이 주는 그 자리에 무엇을 들여다 볼 수 있을까? 눈(雪) 이불 덮은 산 위를 날으는 까마귀들의 날개짓도 겨울바람 소리도 더 맑게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다. 정상으로 향한 가파른 테크 길 오르다 눈을 들어보면 푸른 소나무들 사이로 남산 타워도 멀리 강남에 롯데 타워도 시내도 볼 수 있다. 정상에선 가깝게 인왕산이. 북한산도 한발욱 건너에 펼쳐져 있고. 남산도 볼 수 있고.맑은날엔 느긋히 김포까지도 관망 할 수 있다고...
눈이 많이 쌓이진 않았지만 하산길도 조심하는데 또 넘어지는 내게 권총장님은 걸음걸이에 문제가 있다고 잘 살펴보란신다. 하산길 전망대에서는 청와대 전경과 경복궁까지 다시 더 짚어보고 ... 2시30분까지 하산이였지만 2시까지 전원 하산 완료.
늘 생각하지만 우리 산악회 부회장님은 운전도 최고~. 쎈스도 쨩이지만 선견지명(先見之明)이 있다. 오늘 서울 날씨는 올들어 제일 춥고 폭설이라고 했는데 우려했던 것보다 화창하고 청명한 날씨에 청와대 방문과 산행하기도 아주 좋았다.
청주로 돌아오는 길... 차안에서 갑자기 한회장님의 큰소리에 모두들 귀 쫑긋. 박호서 회원님의 손자가 서울대 정외과에 합격했다는 소식에 모두의 축하 박수가 터져 나오고.... 박회원님께선 기분 좋은 찬조금을 듬뿍 내셨다. 정말 축하드립니다.
화창했던 날씨는 천안을 지나니 또다시 눈발이 휘날린다. 동지(冬至)날 일기가 온화 하면 다음해 질병이 많아 사람이 많이 죽고 눈이 많이 오고 날씨가 추우면 풍년이 들 징조라고 한다. 벌써 올해도 다 가고 연말이다. 몇년째 우려 먹은 색바랜 약속이 무엇이였던가? 생각해보는 12월... 바람은 더 차가워졌지만 우리 회원님들 모두 감기에 잡히지 말고 마음도 다치지 말고 날마다 편안하게 지내시고 환한 모습으로 또 만나요 .
첫댓글감사합니다. 역사 공부도 실감나게 하시고 계절과 交感하는 행복한 산행도하시고 자녀손들이 주는 기쁨도 함께 나누는 우리 산악회는 정말 행복한 산악회입니다. 모두가 사진작가이신 앨범을 보며 또 글 솜씨 뛰어나신 분들의 산행일지를 보며 고맙고 감사함이 가득한 우리 산악회 언제나 화이팅 입니다.
추운 날씨 산행하시기도 힘드셨을텐데 산행기록으로 조목조목 역사의 발자취를 훑어 주셔서 애매했던 것들을 확실히 알게 되었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겨울나무가 좋은 이유는 하늘이 보여서다' 는 말씀이 마음에 와 닿았어요. 유난히 파랗게 보이는 겨울 하늘은 아마도 나무 덕이었나 봅니다. 혹한의 날씨에 모두 편안하시길 바랍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역사 공부도 실감나게 하시고 계절과 交感하는 행복한 산행도하시고 자녀손들이 주는 기쁨도 함께 나누는 우리 산악회는 정말 행복한 산악회입니다. 모두가 사진작가이신 앨범을 보며 또 글 솜씨 뛰어나신 분들의 산행일지를 보며 고맙고 감사함이 가득한 우리 산악회 언제나 화이팅 입니다.
추운 날씨 산행하시기도 힘드셨을텐데 산행기록으로 조목조목 역사의 발자취를 훑어 주셔서 애매했던 것들을 확실히 알게 되었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겨울나무가 좋은 이유는 하늘이 보여서다' 는 말씀이 마음에 와 닿았어요. 유난히 파랗게 보이는 겨울 하늘은 아마도 나무 덕이었나 봅니다. 혹한의 날씨에 모두 편안하시길 바랍니다.~~😷
멋진 산행기! 청와대에 대한 애잔한 소감,
겨울나무가 좋은건 하늘을 볼 수 있기 때문이라는 표현은 시인이 아니고는 아무나 할 수 있는 표현이 아니지요. 잘 읽었습니다. 자주 좀 쓰세요. 산악회원들을 위해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