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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6월, 미국의 어느 대학에 재학 중인 독자 김상일 님과 나누었던 대화 내용입니다.
박상익 교수님 반갑습니다. (김상일 님의 글)
안녕하세요, 오늘 처음 교수님의 칼럼에 들어왔습니다. 저도 크리스천이고요. 1년 반 정도 전에 저의 전공과 제가 믿는 신앙이 통합되어야 할 필요를 깨닫고 그것을 제 인생의 길로 삼은 학부생입니다. 제 이름은 김상일이고요. 대략 2년 정도 전에 미국으로 이민을 와서 지금은 대학을 다니고 있습니다.
교수님 칼럼을 읽으면서 계속적으로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그것은 교수님께서 하시는 말씀들이 어쩌면 그렇게 제가 평소에 가지고 있던 저 자신의 신앙의 이상과 일치할 수가 있냐는 것입니다. 저는 무교회주의를 몇 번 이름만 들어봤을 뿐 아직 잘 모릅니다. 하지만 교수님의 글을 보니 무교회주의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마구 듭니다. 앞으로 자주 들어와서 모르는 것이나 궁금한 것들에 대해서 질문을 해도 될까요?
참, 저는 아직 전공은 정하지 못했고요. 역사학도가 될 생각도 약간은 하고 있습니다. 지난 학기에 우연히 경제사를 들었는데, 상당히 재미있었고, 해볼 만한 전공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입니다. 아직 전공을 정하지 못한 터라 제가 가장 하고 싶은 전공은 일단은 "법"쪽입니다. 물론 변호사 되는 법학은 아니고요. 구약성경의 율법과 현대의 법을 비교해 보는 것이 지금 제가 하고 싶은 일이거든요. 하지만 아직 잘 모릅니다. 역사학도 상당히 매력 있는 학문분야 같습니다. 어쨌든 교수님 같은 분을 뵙게 되어서 정말로 반갑습니다. 계속 좋은 글 많이 올려주시고, 이 민족을 위해서 위대한 일을 하시는 교수님 되시기를 바랍니다.
김상일 드림.
박상익의 답글
김상일 님 반갑습니다. 제 글이 김상일 님이 생각하신 이상과 일치한다고 말씀해주시니, 칼럼을 운영하는 저로서는 그 이상의 격려가 있을 수 없습니다. 독일 시인 노발리스(Novalis)가 이런 말을 했죠. “다른 사람이 믿어주는 순간 나의 신념은 무한한 힘을 얻는다.”고 말입니다.
무교회주의에도 스펙트럼이 매우 다양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대학생 시절부터 노평구 선생님으로부터 신앙과 학문에 대한 가르침을 받아왔습니다. 김상일 님이 지금 그러하듯이, 저도 전공과 신앙을 일치시켜야 하겠다는 생각을 그때부터 했습니다. 그래서 대학 시절부터 종교, 문학, 역사를 함께 공부해보겠다는 결심을 했는데 다행히 지금까지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법학을 하시든 역사학을 하시든, 김상일 님이 평생 애정을 가지고 공부할 수 있는 전공을 선택하셔서 끊임없이 추구하는 자세로 나아가시기 바랍니다. 구약성경의 율법과 현대의 법을 비교해 보는 것도 자못 흥미롭겠군요. 저는 법학에는 문외한입니다만 자연법(Natural Law) 사상이 기독교 신앙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경제사도 재미있는 학문입니다. 그런데 경제사 공부하시다 보면 마르크스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크리스천으로서 당혹스럽지는 않으시던지요? 혹시 그러하시더라도 열린 마음으로 광범하게 지식을 섭렵하시기 바랍니다. 경제사 공부하면서 마르크스를 모르고 지나간다는 것은 몰상식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크리스천이라면, 아무리 반(反)기독교적인 서적일지라도 읽을 건 다 읽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믿음에 흔들림이 없어야 할 것입니다. 저도 서재에 마르크스 <자본론>과 마르크스 엥겔스 <저작 선집>을 기본 장서로 구비해놓고 있습니다.
역사학은 제가 볼 때 이 시대의 종합 학문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마지막 학문 분야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나 미국 사회에서의 인문학의 열악한 위상을 생각할 때, 저로서는 섣불리 역사학 전공을 하라고 권하기는 망설여지는군요. 현실도 전혀 무시할 수는 없으니까요.
저도 아직 배움의 과정에 있는, 이 세상에 궁금하고 모를 것이 너무나 많은, 바닷가의 어린아이와 같은 사람입니다. 요즘은 정말이지 <소년이 늙기는 쉽고 배움을 이루기는 어렵다>는 공자 말씀을 실감하게 됩니다. 그러나 제가 도움이 된다면, 아는 범위 내에서 모든 도움을 다 드리겠습니다. 자주 찾아주시고, 혹시 시간이 있으시면 저의 다른 글들도 훑어봐 주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박상익 드림.
첫댓글 저는 공학도 인데 정말 요즘 같아선 인문학도 들이 부럽습니다. 공학에도 인문학이 없이는 올바로 된 공학이 가능하지 않겠죠. 연구수준까지는 못가도 인문학 서적도 열심히 읽으려고 노력중입니다.
인문학을 필수 교양과목으로 인식하는 풍조가 형성되었으면 합니다. ^^
공자님 말씀도 좋고....인문학이 다시 부흥하는 날이 오겠지요. 요즘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라는 책을 내신 분
책 읽어보고 싶습니다. 박웅현지음인가? 확실하게는 생각이 안나지만, 광고 카피 쓰실 때 진짜 맘을 울리는
글 쓰실 때가 많아요. 간단하면서도 명료하게....그렇게 신앙도 심플하게 믿고 주님을 바라보고 싶네요.
현재 상황은 썩 낙관적으로 보이지 않으니 그게 걱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