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너를 때리고 싶다”
k s Kim
결혼은 꼭 해야 한다고하고 누구는 하면 후회할 수도 있다고하나 용기까지 내어했다면 어떠할까? 그날도 휘양 찬란한 불빛과 분주히 움직이는 많은 사람들 가운데 유독 긴장의 눈초리로 지켜보는 이들 앞에 서있었다. 한발자국의 걸음도 쉽게 나서지 못할 것 같은 이분위기는 무엇인가? 그들은 “정말 너를 때리고 싶다”는 심정일까? 제발 정신을 차리라고 볼기라도 퍼렇게 멍들때까지 때릴려는 그들의 마음은 하나 같은 생각에 차 있었다. 마음을 조아려가며 더 때리기를 은연중 기대하는 마음은 무엇이란 말인가? 한 생명의 울음보를 터트리기 위해 저렇게 “정말 너를 때리고 싶다”는 심정으로 때려야하나. 기나긴 삶의 여정을 맞이하는 어린 생명체를 맞이하면서, 평생 있을지도 모르는 매를 가불하는 것은 아닌가? 이번 기회로 퉁칠려 한 것 아닐덴데. 저 생명체가 커가면서 기쁨도 희망도 절망도 줄때마다 우리들 가슴을 또 얼마나 때릴까?, 그 누구도 모를 것이다. 모두가 그랬듯이 탄생의 선택은 내 뜻이 아니었기에, 삶의 매순간마다 선택은 이제부터 내 몫인 것이다. 그래, 이제부터는 신명나게 세상을 정말 때려볼 것이다. 훗날에 묘비명에 “정말 너를 때리고 싶다”가 아니라, “정말 너를 잘 때렸다”고 남기면 어떠할까? 그러나 왕따 문제로 비약해서는 안되겠지. 흥부가 놀부 마누라로부터 밥알 묻어있는 주걱으로 빰을 맞을때도, 형수인 그녀를 “정말 너를 때리고 싶다”라고 했을까? 오히려 다른쪽 빰을 내밀며 더 때려달라고 했던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정말 너를 때리고 싶다. 바람이 세차게 불고 비까지 대지를 깨부수듯이 때려쳐도 그들은 하늘을 원망하기는 커녕 오히려 두팔 벌려가며 더 세게 때리고 또 때려달라고 기도까지한다. 올해만이라도 풍작 농사를 바라며 가뭄이 해갈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것이다. 정말 하늘이 그분들의 소원을 들어주신 것인가, 저 멀리서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는 것이다. 들판의 농부도 강아지도 신이났다. 쩍 갈라진 저수지를 바라보던 파수꾼도 오늘만큼은 막걸리 파티라도 하고 싶을 것이다. 모처럼 낚시 가방메고 지나가는 아저씨도 월척을 꿈꾸며 시름없는 세월 속에 묻치고 싶을 것이다. 오늘따라 곰살굽게했던 마누라도 생각나고 얼굴을 때리는 빗방울이 더욱 달게 느껴진다.
장마당에 많은 군중들이 모였고 막걸리 파티까지 거하게 차려져 있다. 심봉사가 공양미 삼백석에 눈을 떠서 환생한 딸이 즐거워 내는 것은 아닐 것 같은데? 장마당 단상에는 서른 갓되어 보이는 청년이 올라와 자신만이 깨끗하고 진정한 리더라며 한표를 간절히 호소하고 있다. 민초를 위한 후보라며 단상을 두주먹으로 마구 때려치며 30분 이상 열변을 토하고 있다. 그런데 저 단상은 얼마를 더 맞아야 저 청년 후보의 소원을 들어줄까. 아직도 이런 막거리 냄새나는 정치신인 후보가 있다는 것이 왠지 신선하게 느켜진다. 옛날에는 밥 굶는 민초들이 많다보니 막걸리 한잔에 표 한장 쉽게 팔았다지만, 지금은 쌀 농사를 지어 풍작이 되어도 쌀을 적게 먹으니, 창고에는 재고가 싸이는 것이 현실이다. 농부의 마음은 타들어 가는 이때에 쌀 소비를 촉진하는 능력이 내보이는 후보자를 만나게된 것이다, 정말 후보자의 안목이 돗보인다. 청년이 누구처럼 돈봉투를 돌리는 것도 아니고, 비싼 아파트 마구지어 서민정책 편다는 말 잔치를 한 것도 아니다. 정말 누구 입에 풀칠하랴 걱정하였던 구세대는 없어진 것이다. 과거의 민초로만 가볍게 생각해서 표를 찍을 것이라 단정하고, 쌀 먹걸리도 설 수 없는 정치판을 고수하는 후보자는 이제 정말 때려서라도 퇴출시킬 때가 된 것 같다. 선거 유세장에 고성만이 판치지말고 정이 넘쳐흐르는 굿거리 장단에 막걸리도 함께 펼쳐져야 하지않을까? 막걸리도 마시면서도 펼쳐지는 구수한 정치판을 민초들은 원하고 있을 것이다.
정말 너를 때라고 싶다. 엄숙한 분위기에 삼엄한 경비가 장난이 아니다. 경찰의 호위 속에 육중한 오토바이까지 등장한다. 곧 귀빈이 지나 가시나 오래동안 기달려 보았다. 멀리서 시커먼 호송차 무섭게 달려온다. 이윽고 포승줄에 묶긴 죄수들이 줄줄이 법정으로 들어선다. 무슨 잘못을 했기에 여기까지 왔을까, 준엄하다는 검사, 돈만 주면 만사형통 할 것 같은 변호사, 방청객들까지 한동안 법정 안에서는 또 하나의 바람이 휙 지나간다. 이윽고 준엄한 심판이 낭독된다. 마법의 판결봉이 거침없이 자꾸 내려쳐진다. 판사의 마음 속에는 준엄한 판결문보다, 판결봉으로 죄수에게 후회없이 “정말 너를 때리고 싶다”고 했을지도 모른다. 죄를 미워하되 사람을 미워하지 말라하고, 너희들 중 죄없는 자가 먼저 돌을 들어쳐라 하는데, 참으로 세상은 녹녹치 않은가보다. 다시 포승줄에 묶여 끌려가는 죄수 중에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며, 저녁 반찬이 무엇일까 생각하며 법정을 나서는 것은 아닐까.
정말 너를 때라고 싶다. 개울가에서는 아낙네들이 무슨 이야기가 재미있는지 한바탕 소동이다. 개울가 흐르는 물소리도 묻힐정도로 끝날줄을 모른다. 멋모르고 쫓아온 강아지도 신나게 물장난 하느라 몸까지 흠뻑 젖었다. 멀리서 할머니의 소리가 메아리친다. “야 미친 것들아 빨래하러가서 뒤졌냐, 기다리다 죽겠다”한다. 이미 한손에는 방망이를 움겨잡고 계셨다. “이것들이 얼마를 두들겨 맞아야 정신 차리겠냐”며 으름장을 놓을뿐 휘두른 것을 본적은 없었다. “저 놈의 욕쟁이 할머니 또 시작이네” 하면서 아낙네들이 개울가를 벗어나고 있다. 저녁이 되서야 하루 일과가 끝날 것 같지만 아낙네 삶은 녹녹하지 않은가보다. 토끼같은 자식들은 칠얼거리다 잠에 떨어졌고, 서방이라고는 초저녁부터 무슨 힘을 썼기에 부친다며 이불 속으로 들어가 코골기 바쁘다. 결국 아낙네가 다른 방으로 낮에 빨래했던 이불 호청을 옮겨 놓는다. 곧이어 양손에는 다듬이 방망이가 자동으로 쥐어지며 생각할 틈도 없이 무섭게 이불 호청을 정말 너를 때리고 싶다하는 마음으로 내려친다. 아니 때린다기 보다 죽어라 펜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한맺친 업보에 대한 울분을 쏫아붓는 것처럼 보인다. 어느세 아낙네 삶에 대한 애잔함이 또 다른 정으로 다가서는 것 무엇인가. 대청 마루에 걸터앉은 머슴은 오늘따라 왜 가슴으로 두들겨 맞고 있는가. 창호지 문밖으로 흘러나오는 다듬이 방망이 소리가 어느세 자장가처럼 들려온다.
테스형을 찾는 가수처럼 목청껏 노래를 부르며 악기를 다루는 악사가 부러울 때가 있다. 그곳에서 근엄하게 피아노 연주를 듣고 있는 관중을 보았다. 나름대로 정장을 갖춰입고 기침 소리라도날까 조심하는 젠틀맨들. 멋진 드레스에 값나가는 귀걸이까지 치장하고 등장한 아가씨들도 보게된다. 연주자는 피아노 건반을 심하게 때리고 또 때려도 마법의 성에 들어선 왕자님과 공주님은 그 곳을 벗어날 생각을 못하고 있다. 건반 두들김 세계에 대한 묘미가 감흥으로 다가 오는 것인가. 정말 너를 때리고 싶다. TV를 켜면 접할 수 있는 격투기 경기에서도 허가된 상황 하에 상대방의 코피가 터지도록 주먹 세례와 발길질로 정말 심하게 때리고 또 때려도 누가하나 말리지를 않는다. 오히려 더 때리라고 대놓고 응원까지 해가며 잘 때렸다고 상까지 듬뿍 주고 있다. 이세상에는 보기 좋은 것이 몇가지 있다고 하는데 불구경 또는 불꽃 놀이와 싸움 구경이라고 한적이 있었다. 정말 우리들의 내면에는 남녀노소 구분없이 누군가를, 아니면 무엇인가를 심하게 때릴려는 잠재력이 숨어있는 것일까?. 그렇치 않으면 심심해서 못사는 영장류인가? 오늘도 “정말 너를 때리고 싶다“고 대놓고 외치고 싶은 것은 아닐까?
2023. 04.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