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 24일 수요일 단기사회사업 ‘버베나’ 18일 차
오늘은 드디어 민경 씨와 지역사회로 당일치기 여행을 가는 날입니다. 민경 씨와의 여행에 기대가 되어 부랴부랴 준비를 마치고 오전 9시 40분에 자원봉사실로 내려갔습니다. 민경 씨는 이미 자원봉사실에 앉아서 저희를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민경 씨도 오늘의 여행이 기대되었나 봅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화창한 날이 예상된다던 오늘, 갑자기 비가 오는 것입니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일정을 조율할 수 있기에 크게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민경 씨 오늘 비 오는데 괜찮아요?”
“네, 근데 이따 오후에는 그쳤으면 좋겠어요.”
“비 꼭 그칠 거에요! 그렇게 믿어봐요.”
“알겠어요. 기도해야겠어요.”
임민혁 선생님이 민경 씨와 저희를 음봉농협 버스정류장까지 데려다주셨습니다. 오늘 하루는 선생님 없이 진행되는 일정이기에 걱정 반 설렘 반입니다. 돌아다니는 동안 일정에 맞게 진행하되 민경 씨가 다치지 않도록 안전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겠습니다.
오늘의 첫 일정은 민경 씨가 그토록 바라던 ‘선생님들이 다니는 학교 가기’입니다. 학교로 가기 위해 음봉농협에서 종합터미널로 가는 버스를 탔습니다. 민경 씨가 처음으로 버스카드를 찍고 승차하였습니다. 처음이라 긴장하셨지만 저희가 알려드린 대로 잘 해내셨습니다.
“민경 씨 버스 타 본 적 있어요?”
“아니요, 처음 타는 거예요. 아니다, 저번에 엄마랑 한 번 타봤어요!”
“그렇구나. 버스카드 처음 찍어보니까 어때요?”
“떨렸어요!”
“잘 하셨어요.”
천안 종합터미널에서 버스를 한 번 갈아타고 드디어 호서대학교에 도착했습니다. 총 1시간 30분이 걸렸기 때문에 민경 씨가 힘들어하지 않을까 걱정되었습니다. 하지만 민경 씨는 힘든 내색 없이 해맑게 점심 메뉴에 대해 여쭈었습니다.
“배고프다. 점심 뭐 먹어요?”
“학교 근처에 비빔밥, 우동, 햄버거, 김치찌개 등등 많아요! 드시고 싶은 거 있으세요?”
“햄버거 먹고 싶어요. 무슨 햄버거 있어요?”
“새우, 불고기, 치킨...”
“치킨이요!”
저희 말이 끝나기도 전에 대답하신 걸 보니 치킨 햄버거가 너무나도 드시고 싶으셨나 봅니다. 무인계산대에서 결제를 마치고 “이제 결제하는 거 쉽다!”라고 말씀하시면서 박수를 치셨습니다. 맛있게 점심을 먹은 후 곧바로 호서대학교로 향했습니다.
“민경 씨 이제 학교로 가볼까요?”
“밥 먹기도 했고 소화도 시킬 겸. 운동도 해야죠!”
“그럴까요?”
“네!!”
민경 씨는 정문 앞에서부터 사진을 찍으시면서 기대에 찬 걸음으로 학교 언덕을 올라가셨습니다. 저희는 수업하는 강의실, 궁금해하셨던 컴퓨터실 등 저희가 다니는 학교에 대해 자세히 보여드렸습니다. 민경 씨는 “햄버거도 먹고 선생님이랑 호서대 같이 봐서 너무 좋아요!”라고 말씀하시면서 학교 구경에 재밌어하셨습니다.
두 번째 일정은 ‘신정호 가서 자전거 타고 카페 가기’입니다. 민경 씨가 점심 먹는 동안 이야기하면서 오랫동안 버스 타는 것이 힘들었다고 말씀하셨기에 이번에는 신정호까지 전철을 타고 가고 싶어 하셨습니다.
“민경 씨 신정호 가본 적 있어요? 자전거 타는 곳이요.”
“잘 모르겠어요.”
“힘드시면 천안에서 놀까요? 아니면 신정호가 있는 온양 쪽에서 놀까요?”
“온양이요.”
“버스 타는 건 힘들었으니까 이번에는 전철 타고 갈까요?”
“네! 전철 처음 타봐요.”
온양온천역으로 가기 위해 두정역으로 왔습니다. 전철이 오길 기다리면서 가고 싶은 카페가 있는지 여쭤보았습니다.
“민경 씨 신정호 카페거리라고 여러 카페가 모여있는 곳이 있어요. 사진 보고 골라보실래요?”
“여기요! 어디에요?”
“신정호 쪽에 있는 거예요. 이름이 ‘밀마로’래요.”
민경 씨가 고른 카페로 향해 일상 이야기를 하며 웃고 떠들면서 즐겁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후 밖으로 나와 신정호 산책로를 걸으면서 다음 일정에 대해 다시 한번 여쭈었습니다.
“민경 씨 오후에 비가 온대요. 자전거 못 타게 되면 뭐 하고 싶으세요?”
“시장 둘러보고 싶어요.”
“그럼 온양온천역 쪽에 있는 시장 둘러볼까요?”
“좋아요!”
민경 씨와 의논하여 자전거를 타는 대신 시장을 구경하기로 했습니다. “시장 냄새가 좋다, 해산물들이 움직여서 신기하다.”라고 말씀하시면서 시장을 구경하시는 민경 씨의 모습이 즐거워 보였습니다.
세 번째 일정은 ‘꽃 씨앗 사서 화분에 심기’입니다. 시장을 돌고 난 후에 씨앗과 화분을 사기 위해 다이소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민경 씨 씨앗이 여러 종류가 있네요. 해바라기, 방울토마토, 바질, 봉선화 등 있어요!”
“뭐 심을까요?”
“민경 씨가 제일 심고 싶은 것을 고르는 건 어떨까요?”
“음...해바라기 심고 싶어요!”
고민 끝에 민경 씨는 해바라기 씨앗을 고르셨고 씨앗을 심을 화분과 원예용 상토도 구매하였습니다. 해바라기는 금요일에 종결 평가를 마치고 심기로 하였습니다. 더워서 지쳤음에도 힘든 내색 없이 저희를 믿고 따라와준 민경 씨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민경 씨가 제일 하고 싶다던 ‘작별파티’를 위해 파티 때 먹을 음식을 상의했습니다.
“민경 씨 작별파티 할 때 뭐 드시고 싶으세요?”
“치킨이요!”
“그럼 미리 전화로 주문해놓고 복지원으로 돌아가면서 들려서 찾아갈까요?”
“네, 좋아요.”
“무슨 치킨 드시고 싶으세요?”
“매운 거요!”
“그럼 저희 처음 외식했을 때 먹었던 치킨 어떠세요?”
“완전 좋아요! 맛있겠다.”
복지원으로 돌아와 저희 방에서 치킨을 먹으며 지금까지의 추억을 회상하였습니다. 마침 달력을 보니 민경 씨와 함께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민경 씨는 금요일이면 모든 게 끝난다며 아쉬워하셨습니다. 민경 씨와 작별파티를 하면서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이 말이 아직도 기억에 맴돕니다.
“선생님 제가 편지 써서 읽어드릴게요. 사진이랑 음악 넣어서 동영상도 만들어드릴게요. 여행 못 가서 너무 아쉬웠는데 오늘 학교도 가고 선생님들이랑 밖에 나가서 놀아서 너무 재밌었어요.”
이 말을 듣는 순간 울컥해서 눈물이 날뻔했습니다. 민경 씨의 말을 들으니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게 실감이 났습니다.
자주성의 핵심 요소는 ‘주체 의식과 역량’입니다.
주체 의식이 있어야 자주 하며 역량이 있어야 자주 하는 일이 많고 수준 또한 높습니다.
주체 의식이 약하고 역량이 부족해도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며 자주성이 높아집니다.
당사자에게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여 복지를 이루게 돕다 보면 당사자의 주체 의식과 역량이 회복 개발 유지 개선 강화됩니다.
「복지요결」 발췌
오늘 하루 민경 씨는 처음 시도해 본 것들이 많습니다. 오늘 지역사회로 나가면서 버스카드 찍기, 전철 타기, 시장 구경하기 등 민경 씨는 새로운 경험을 했습니다. 새로운 경험을 한다는 것은 민경 씨가 더욱더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게 돕는 것이라고 봅니다. 7월 한 달 동안 차곡차곡 쌓인 경험들, 과정이 느리더라도 천천히 쌓아놓은 경험들이 민경 씨에게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함께하고 싶었는데...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큽니다... 민경 씨가 다녀오고 나서 다녀온곳에 대해 둘레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합니다. 웃음이 많은 민경 씨가 더 많은 웃음로 이야기 했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우리 선생님들이 있어서 든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