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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호 교수의 {신화와 문학에 뿌리내린 나무 이야기} 출간
송기호는 충북 보은에서 태어나 충북대학교, 서울대학교와 미시간주립대학교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공부했고, 한남대학교 영문과에서 영시를 가르치고 있다. 사회적 주변부로 내몰린 사람들의 삶을 다룬 문학작품에 관심이 많으며, 영국의 노동자 시인들에 관한 여러 편의 논문을 썼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해가는 디지털 사회에서도 느리게 책을 읽고 사유하는 일의 가치와 힘이 여전하리라고 믿고 있으며, 다양한 인문학적 주제에 관심이 있다. 최근에 쓴 책으로 『시간을 물고 달아난 도둑고양이』가 있다.
송기호의 『신화와 문학에 뿌리내린 나무 이야기』는 나무를 통해 인간 존재를 성찰하려는 인문학적 교양서이다. 이 책은 주로 그리스 로마 신화나 북유럽 신화와 같은 서양의 신화와 영미권의 시에 자주 등장하는 스무 종의 나무를 소개하면서 나무에 투영된 인간의 열망이 무엇인지, 그리고 나무가 인간의 삶에서 어떤 상징적 의미를 지니는지 살펴보고 있다. 영문학자인 저자는 서양의 신화와 문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인문학적 사유와 결합하여 자신만의 ‘나무학學’을 정립한다. 참나무, 물푸레나무, 산사나무 등 여러 나무에 얽힌 이야기들을 유려한 문체로 그려내는 이 책은 나무를 통해 인간 삶을 돌아보려는 인문적 사유가 빛나는 역작이다.
이메일 주소: 송기호 <apis@hnu.kr>
나무는 서양의 그리스와 로마 신화, 중남미의 고대 문명의 신화에 자주 등장한다. 한국, 일본,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의 신화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어느 문화권에서나 동화나 옛이야기 속에 나무는 거의 빠짐없이 등장한다. 나무는 예술에도 깊게 뿌리를 내렸다. 나무를 소재로 한 시가 많이 있으며, 회화에서도 나무는 단순히 배경을 이루는 자연물로서가 아니라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이 나무에 부여해 온 의미는 다채롭고 풍성하다.
나무는 참 신비한 존재다. 나무는 지구에 사는 생명체 중 키가 가장 크다. 그렇기에 나무는 하늘에 가장 가까이 이른 존재이다. 게다가 계속 커가는 나무의 속성은 하늘에 더 다가가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
나무는 신비한 생명체이다. 나무의 몸통과 가지가 중력을 거스르며 하늘로 향한다면, 뿌리는 편안하게 중력에 몸을 맡긴다. 몸의 절반은 중력을 거스르고, 나머지 절반은 중력을 타고 내려간다.
이 책은 나무에 관한 것이다. 그러나 나무라는 생명체의 특징과 속성에 관한 수목학적 설명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나무는 인간 삶의 여러 양상에 대한 상징으로서 부족함이 없기에, 그런 면모를 지닌 나무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앞서 나무가 인간의 삶에 깊이 들어와 있다는 말을 하면서 신화와 문학에 등장하는 나무를 언급한 데서 드러나듯이, 이 책은 신화, 옛이야기, 혹은 문학이 들려주는 나무에 관한 이야기이다. 특히 서양의 대표적 신화인 그리스 로마의 신화, 그리고 켈트족과 게르만족의 신화와 영어권 시 문학에 뿌리내린 나무를 살펴보려 한다. 다른 의미에서 이 책은 나무가 내게 어떤 존재인가에 관한 탐색의 결과이기도 하다. 이 책은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데, 1부에서는 나무가 어떤 존재인지, 나무의 삶이 인간에게 어떤 지혜를 들려주는지, 그리고 나무가 인간 삶에서 어떤 상징으로 기능하는지 살펴본다. 2부에서는 신화나 문학에 자주 등장하는 나무를 소개한다.
--[시작하는 말]에서
책의 내용
이 책은 서양의 신화와 문학 속에 나오는 나무에 관한 것이다. 신화에 문학에 자주 등장하는 여러 나무를 소개하면서, 인간의 삶에서 나무가 어떤 인문학적 상상을 불러일으키는지, 그리고 나무가 인간의 삶에서 어떠한 상징성을 지니는지를 살펴본다. 이 책은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데, 1부에서는 나무가 인간에게 어떤 존재이며, 어떤 인문학적 상상을 불러일으키는지, 그리고 나무의 삶이 인간에게 어떤 지혜를 들려주는지를 살펴본다. 2부에서는 신화나 문학에 자주 등장하는 스무 종의 나무를 소개하며, 나무가 인간 삶에서 어떤 상징으로 기능하는지 살펴본다. 신화와 문학에 등장하는 여러 나무에 축적된 다양한 문화적 상징성을 살펴보는 것은 우리 자신을 더 잘 이해하는 일이기도 하다.
책의 인문학적 쓸모
신화와 문학에 나무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 살펴보는 것은 인간이 나무라는 대상에 어떤 가치와 의미를 투영했는지 살펴보는 일이다. 더 나아가 나무에 투영된 가치와 의미를 이해하는 것은 우리가 우리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신화와 문학에 나오는 나무를 살펴보는 것은 궁극적으로 인간이라는 존재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한 탐색의 과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인문학적 사유와 탐색을 담은 책이다. 인문학의 참된 쓸모는 우리가 자신을 더 잘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더 풍요롭고 의미 있는 삶을 추구하게 하는 데 있다. 인문학적 교양서로서 이 책이 추구하는 인간 존재에 관한 깊이 있는 탐색이 더 의미 있는 삶을 모색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믿는다.
책의 세부내용
이 책에서는 서양의 신화와 영어권 문학에 자주 등장하는 스무 종류의 나무를 소개한다. 먼저 참나무는 크기가 우람하고 목질이 단단하여 나무의 제왕으로 불리는데, 제우스의 신목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이 나무를 강인함과 불굴의 의지를 상징하는 것으로 여겼다. 물푸레나무 역시 그 단단함으로 이그드라실과 같은 북구권 신화에서 세계를 떠받치는 세계수로 등장한다. 아폴론과 다프네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월계수는 아름다움이 곧 상처가 되는 연인들의 나무로 등장한다. 크리스마스를 장식하는 붉은 열매를 맺는 호랑가시나무가 온통 회색뿐인 겨울을 붉게 빛내는 나무라면, 봄이 다시 돌아온 것을 축하하는 오월 축제의 주인공인 산사나무는 봄을 빛내는 나무이다. 마가목은 마법의 힘을 지닌 나무로 여러 신화와 이야기에 등장하는데, 사람들은 이 나무에 사악한 기운을 몰아내는 힘이 있다고 믿었다. 척박하고 메마른 땅에 뿌리를 내리고 몸통이 온통 뒤틀린 채 서 있는 올리브나무는 삶의 모진 풍상을 겪은 노인의 풍모를 지녀, 삶을 견디어 내는 것이 어떤 모습인지를 잘 보여준다. 이른 봄에 꽃을 피우는 아몬드나무는 신화 속에서 사랑의 힘으로 죽은 연인을 되살려내는 나무로 등장한다. 구약성경에 자주 등장하는 무화과는 삶의 열매를 맺지 못하는 이들에 대한 경고를 들려준다. 서양 문화에서 백향목과 삼나무는 태곳적 신비를 품은 나무로 자리 잡았다.
작은 바람에도 쉼 없이 잎을 흔드는 포플라, 미루나무나 사시나무가 행복한 수다쟁이로 기억되는 나무라면, 그 뒤에 소개하는 몇 종류의 나무는 모두 슬픔과 연관된 나무다. 주목은 무덤가에 심겨 죽은 자의 곁은 지키는 나무다. 그리스 신화에서 자신이 사랑하던 사슴을 죽인 퀴파리수스가 그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나무로 변해 버린 사이프러스나무는 슬픔의 현신이기도 하다. 그리고 뽕나무는 피라무스와 티스베의 슬픈 사랑으로 검붉은 열매를 맺는 나무다. 버드나무 역시 슬퍼하는 연인들을 상징하는 나무로 자리 잡았다. 봄날 잠깐 아름답게 활짝 피었다 지는 꽃을 피우는 벚나무는 인간 삶의 덧없음을 잘 보여주는 나무다. 가녀린 여인의 몸집을 지닌 자작나무는 연인들의 사랑 이야기에 자주 등장하는 나무다. 설탕 시럽의 원료가 되는 수액을 품은 단풍나무는 붉고 달콤한 마음도 지녀 설탕 시럽과 관련된 풍성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미국의 북동부지역에서만 자라는 코스트레두우드는 빙하기 때 그곳으로 떨어져 나와 문명과 세속을 등지고 은둔의 삶을 선택한 나무이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커피나무는 현대인들의 삶에서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 가는 나무이다. 이들 나무에 축적된 여러 문화적 상징성을 살펴보는 것은 우리 자신을 더 잘 이해하는 일이기도 하다.
본문의 예
싯다르타가 나무와 맺은 인연의 절정은 보리수였다. 부처가 되기 전 싯다르타는 보리수 아래서 수행하였는데, 보리수는 해를 피할 수 있는 넓은 그늘을 만들고 소나기도 피하게 해주어 그가 깊은 명상에 들 수 있게 하였다. 싯다르타가 성불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준 보리수의 이름에서 보리(普提)는 깨달음을 뜻하는 말이다.
--[나무, 나무 그리고 나무]에서
나무를 볼 때 나무의 큰 키와 굵은 몸통, 그리고 가지마다 무성하게 달린 나뭇잎이 덮개를 만들어 하늘을 가리고 있는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나무에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감추어진 페이지가 있다. 나무의 뿌리다. 나무의 삶에서 이 감추어진 페이지에 쓰인 풍성한 이야기를 흔히 놓치기 쉽다. 그리고 강물이나 냇물의 물 거울에 비친 나뭇가지가 실제보다 초라해 보이듯, 땅 아래 가려진 뿌리가 하는 일을 하찮게 여기기 쉽다. 왕과 귀족이 주목받던 고대 도시에서 그들이 안락하고 호화로운 삶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은 조용히 충성스럽게 일하는 하층민이 있었기 때문이다. 고층 건물이 탑처럼 솟아 있는 현대 도시에서도 눈에 띄지 않는 낮은 곳에서 궂은 일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도시 자체가 기능한다. 나무의 뿌리는 이런 존재이다.
--[뿌리]에서
몇 사람이 함께 팔을 둘러야 할 정도로 몸통이 굵고, 꼭대기가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득히 높이 솟은 큰 나무도 씨앗 하나에서 시작된다는 것이 참으로 놀랍다. 씨앗은 그 안에 한 우주를 품고 있다. 자그마한 싹이 나와 햇살과 비를 먹으며 자라며 점차 몸통이 굵어지고, 수많은 잔가지가 생겨나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다시 씨를 맺는다.
--[씨앗]에서
나무는 계속 커지는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베어졌다. 나무는 인간에게 먹을 것과 쉴 곳, 불을 제공하고, 도시가 퍼져 나가게 하고, 배가 되어 사람들이 먼바다를 항해할 수 있게 했다. 또 사람들은 친구인 나무에서 위안을 얻고, 생을 마치면 나무로 만든 작은 방에 들어가 나무의 품에 안겨 영원한 안식을 누린다.
--[나무의 쓸모]에서
참나무는 나무의 제왕이다. 큰 키에 굵고 듬직한 몸통, 울창한 가지 그리고 무성한 잎을 지닌 참나무는 참으로 늠름하여 제왕적 풍모를 지녔다. 사람들은 참나무의 우듬지가 신들이 사는 하늘까지 뻗어 있고, 뿌리도 깊어 하계 깊숙한 곳까지 닿는다고 믿었다. 참나무야말로 손을 뻗으면 하늘에 닿고, 굵고 튼튼한 몸통으로 이 세상을 지탱하고, 뿌리가 땅속 깊이 내려가 있으니, 하늘과 땅과 지하세계의 삼계를 잇는 존재로서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참나무-나무의 제왕]에서
물푸레나무는 여러 신화에 등장하는 신목(神木)이다. 나무가 단단한 속성을 반영한 것일까, 이 세상과 우주를 떠받치는 나무, 즉 세계수(世界樹 world tree)로서 등장한다. 세계수는 여러 문화권의 신화에 나오지만,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이그드라실이 대표적이다. 이그드라실은 거대한 물푸레나무인데, 세상의 중심에서 자라는 신성한 나무이다. 이그드라실은 여러 문화권에 산재한 나무에 대한 신화적 상상력을 잘 보여준다. 곧 나무가 삼계, 즉 하늘과 땅과 지하세계를 이어주고 있다는 생각을 잘 반영한다.
--[물푸레나무]에서
올리브나무는 물푸레나뭇과의 늘푸른나무로 높이 6~10미터 정도 자란다. 여름과 가을에 향기 있는 옅은 녹백색 꽃이 피고 타원형의 열매가 열리는데, 이 열매의 과육에서 기름을 짠다. 올리브나무는 감람(橄欖)나무라고도 하며, 무화과나무와 포도나무와 더불어 성경에 자주 나온다. 그런데 식물학적으로 감람나무와 올리브나무는 다르다.
--[올리브나무-삶의 온갖 풍상을 겪은 노인]에서
무화과나무는 크게 자라지 않고, 겉보기에 꽃도 피우지 않지만, 이 나무에 축적된 문화적, 상징적 의미는 그리 가볍지 않다. 특히 오랫동안 기독교 세계관이 뿌리내린 서양에서 무화과나무에 붙여진 상징성은 확고하게 정착되었다. 창세기에 나오는 선악을 분별하게 하는 지식의 나무는 전통적으로 무화과나무라고 여겨졌다. 열매를 따 먹은 후 아담과 이브가 자신들이 알몸인 것을 알고 무화과나무 잎을 엮어 몸을 가렸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중에 복음서의 예수가 무화과나무를 저주하는 것은 이 나무가 이 세상에 죄와 죽음을 가져온 통로였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꽃 없는 나무에 내려지는 경고]에서
『걸리버 여행기』로 잘 알려진 아일랜드 소설가인 조나던 스위프트(Jonathan Swift)는 “커피는 우리를 진지하고 엄숙하고 철학적으로 만든다”라고 말했다. 미국 건국기의 대통령이었던 토마스 제퍼슨(Thomas Jefferson)은 “커피, 문명 세계의 최고 음료”라고 말했다. 음악의 아버지로 알려진 바흐도 커피에 관해 재미있는 말을 남겼다. “아침에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마치 구운 염소고기를 말려 놓은 것 같은 상태가 된다.” 「황무지」라는 잘 알려진 시를 쓴 엘리엇(T. S. Eliot)은 다른 시에서 “나는 내 삶을 커피 스푼으로 재어 왔다”라는 유명한 구절을 썼다. 커피가 인간의 삶 속에 들어온 지도 오래되었고, 시간이 흐르며 사람들이 커피에 부여했던 의미가 변화를 겪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커피에 부여하는 의미는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으며, 커피는 현대인의 삶에서도 새로운 신화를 계속 만들어 가고 있다.
--[커피나무--현대인의 신화를 만들어 가는 나무]에서
세상은 사랑하기에 알맞은 곳
이 세상보다 더 나은 곳을 나는 알지 못한다.
나는 자작나무 타듯 살아가고 싶다.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 [Birches] 부분
오래 예언되어 온 그들을 위해
더 우월한 종족을 위해, 그들 역시 장대하게 자신들의 시간을 채우리니,
우리는 그들을 위해 물러난다—그들 안에 우리 자신이 있다, 그대 숲의 제왕들이여!
그들 안에 이 하늘과 대기가, 이 산봉우리들이, 샤스타, 네바다
이 거대하고 가파른 절벽이, 이 광대함이, 이 광활한 계곡이, 멀리 요세미티가
그들 속에 흡수되고 동화되도록.
--휘트먼(Walt Whitman), [Song of the Redwood Tree] 부분
나는 그 자작나무에 기대어
팔로 나무를 감싼다.
나무의 맥박, 뛰어오름 그리고 떨림이
내게 사람의 심장 같다.
잠깐 나는 서 있다. 그러다 갑자기
매달리던 팔을 푼다.
오 맙소사 그 외로운 언덕,
봄의 열정적 바람!
--에밀리 디킨슨Emily Dickinson, [The Birch-Tree at Loschwitz] 부분
-- 송기호, {신화와 문학에 뿌리내린 나무 이야기}, 도서출판 지혜, 값 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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