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가 이 시대에 남긴 것
서로에게 다정한 부부
이상적 노년상 보여줘
고령화 빠른 한국사회
앞으로 노인은 주요 화두
작년 11월 27일 개봉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관객 수 440만을 넘어 가장 많은 사람이 본 한국 다큐멘터리 영화가 됐다. 이전 기록은 2009년 개봉한 ‘워낭 소리’의 290만 명이다. 지난해 개봉한 ‘명량’의 관객 수는 1800만 명. 대박영화의 기준이 관객 1000만 명이 된 한국영화계에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사소한 사건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영화의 제작비는 겨우 1억2000만 원이다. 제작비 대비 수익으로 본다면 ‘명량’보다 훌륭하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98세와 89세의 노인 부부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다큐멘터리다. 멋진 남녀가 등장하는 것도, 눈을 번쩍 뜨게 하는 액션이 있는 것도,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아니다. 그저 노부부의 나른하면서도 아기자기한 일상생활을 카메라에 담은 것뿐이다. 그런데도 수많은 관객이 선택했고 입소문도 더욱 좋아지고 있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성공 요인은 다양하다. 우선은 공감과 감동이다. 거의 백 세에 가까운 나이에도 서로에 대한 사랑과 믿음을 잃지 않고 다정한 일상을 보내는 노부부의 모습은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노후다.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관객들은 ‘나도 저렇게 늙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또 우리의 부모님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경제적으로 부유하지 않아도 부모님을 편안하고 행복하게 모실 수 있는 방법을 이 영화에서 만나게 된다.
너무나 무겁게 다가왔던 ‘워낭 소리’에 비하면 비교적 밝은 톤으로 일상을 잡아낸 카메라의 시선도 주효했다. 이미 쇠해버린 육체, 그리고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들의 일상마저 침울하면 관객이 보기에 너무 힘이 든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미래에 어떤 일이 생길지 알고 있으면서도 부부가 서로에게 보여주는 다정함에 웃으면서 눈물짓게 한다.
노인들이 나오는 영화는 인기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의외로 대중들의 관심이 높다. 2011년 개봉한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잔잔하게 인기를 끌었다. 노인들의 성(性)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박진표의 ‘죽어도 좋아’(2002)는 관객이 많이 들지 않았지만 사회적인 관심을 끄는 데에 성공했다. ‘워낭 소리’에서도 노인들이 중심인물이다.
누구나 노인이 된다. 노년 이후의 시간이 점점 길어지는 요즘 세상에 ‘노인’은 중요한 화두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감성적인 접근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한국은 지금 일본보다도 급격하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게다가 선진국에 비해 복지는 열악하다. 60세가 넘어도 체력은 여전한데 할 일은 없다. 사회적으로 무시 받는다고 생각하면 분노가 쌓이게 된다. 성실하게 일해 가족을 부양한 후에 자식들에게 존경받다가 세상을 뜨는 시스템은 이미 붕괴된 지 오래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보면 부모님에 대한 기억과 추억이 떠오르며 공감하게 된다. 그리고 미래의 우리들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노인’이 모든 세대에서 중심이 되는 사회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나아가 젊은 노동력을 수급하기 위해 외국인을 받아들이고 필연적으로 다문화사회가 될 수밖에 없는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출처: 김봉석 문화칼럼니스트 / 한국교직원신문 1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