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역사] 화폐
기원전 600년 리디아 주화가 현존 最古… 지폐는 송나라 때 첫 등장
입력 : 2022.10.25 03:30 조선일보
화폐
▲ ‘반량(半兩)’이라는 한자가 새겨진 반량전. /위키피디아
최근 미국 조폐국이 20세기 초 할리우드에서 활약한 중국계 여배우 안나 메이 웡 얼굴이 새겨진 25센트 주화 생산에 들어갔대요. 미국 화폐에 동양인 얼굴이 새겨진 건 처음이라네요. 미국은 미국 사회 발전에 기여한 여성을 기리기 위해 올해부터 2025년까지 매년 여성 5명 얼굴을 새긴 25센트 주화를 발행하는 사업을 하고 있어요. 미국 최초 여성 우주인 샐리 라이드 등이 포함됐어요. 이처럼 화폐에는 각 국가 역사적 위인이나 뛰어난 업적을 남긴 사람 얼굴을 새기는 전통이 있어요.
상품 가치를 나타내는 교환 수단인 화폐는 고대 서아시아 바빌로니아 왕국 함무라비왕 시절로 기원이 올라갑니다. 기원전 1750년쯤 돌기둥에 바빌로니아 법률을 새겼는데요. 이게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문구로 유명한 '함무라비 법전'입니다. 그런데 이 법전 처벌 중에는 '벌금형'도 등장해요. 그래서 이 무렵부터 화폐가 사용됐을 것으로 추측하죠. 하지만 이 시기 화폐는 기록상으로만 찾아볼 수 있을 뿐, 실물로는 발견되지 않았어요.
지금까지 발견된 실물 화폐 중 가장 오래된 건 기원전 600년쯤 서아시아 리디아에서 쓰던 주화로 추정합니다. 금과 은을 섞어 만든 이 주화에는 앞·뒷면에 각각 사자(獅子)가 새겨져 있죠.
동아시아권에서는 춘추전국시대(기원전 770~기원전 221) 때 다양한 청동 동전 화폐가 사용됐습니다. 이 시기 동전은 국가나 지역마다 모양이 조금씩 달랐어요. 작은 칼 모양 도전(刀錢), 농기구를 본뜬 포전(布錢·포는 당시 중국에 있던 농기구 이름) 등이 있었죠.
이 화폐들은 진시황이 중국을 통일한 후 둥근 원에 네모난 구멍이 뚫린 엽전 모양 청동 동전으로 통일됐습니다. 이 동전에는 '반량(半兩)'이라는 한자가 새겨져 있어 반량전이라고 불리는데, 세계 최초 완전한 원형 모양 동전이라고 해요.
비슷한 시기 로마에서 사용되던 동전 화폐도 둥근 모양이었지만, 금속을 망치로 두들겨 펴서 모양을 잡았기 때문에 약간 찌그러진 모양이었대요. 그런데 반량전은 녹인 금속을 틀에 부어 만들었기 때문에 완벽한 원형으로 만들 수 있었던 거죠.
금속이 아닌 종이로 만든 지폐가 최초로 등장한 곳도 중국 송나라입니다. 북송 시기에는 교자(交子)라는 이름 지폐를, 남송 시기에는 회자(會子)라는 지폐를 사용했어요.
이후 몽골이 중국 대륙을 점령한 후 세워진 원나라에서도 지폐를 사용했는데요. 당시 중국을 방문했던 마르코 폴로 '동방견문록'에는 "지폐를 조폐소에 제출하면 액면가만큼 금이나 은으로 교환해 준다"는 내용이 기록돼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서양인은 "고작 종이를 금이나 은처럼 사용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폴로 기록을 불신했다고 하네요.
김현철 서울 영동고 역사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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