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도 어느덧 3월이다. 수원화성축성 220주년을 맞아 수원시가 벌리는 '화성방문의 해'가 활짝 열었다. 조선의 성곽문화가 이제 세계를 향해 불꽃 화살을 겨냥한 것이다. 조선역사의 개혁군주, 22대 정조대왕께서 세운 수원화성의 꽃들을 어찌 다 열거할 수는 없겠다만, 장안문과 화성행궁사이 성안마을이 한옥 촌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렇듯 수원시는 2020년까지 팔달구 장안동 한옥마을지구에 250억 원을 들여 전통음식체험관과 게스트하우스 등 1만3천 평방미터 규모의 한옥타운을 조성하고, 전략적인 관광 거점지역으로 개발한다는 야심찬 계획도 e수원뉴스에서 이미 본적이 있다. 따라서 한식 목조기와지붕을 한 예절교육관과 전통생활체험관 등이 지난해에 문을 열었다. 그리고 예절교육관 앞에는 현재 국내 최초로 한옥 기술전시관을 짓고 있으며, 연면적940m2 규모로 한옥의 구조와 역사, 과학적 분석 내용 등을 전시하고 체험케 한다는 것이다.
한옥의 아름다움을 한껏 뽐내고 있는 수원천의 화홍문
그뿐만 아니라 한옥 기술전시관 옆에는 연면적180m2 규모의 한옥 게스트하우스가 조성되고, 15개 안팎의 한옥 객실이 마련되어 화성을 방문하는 국내외 관광객들이 숙박하며, 한옥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또 현재 예절교육관과 장안문 사이에 있는 콘크리트인 농협건물도 2층 규모의 한옥으로 재건축할 것이라고 한다. 이들 사업이 완성되면 장안문에서 장안동사거리까지 300m가 화성행궁과 맞먹는 대규모의 한옥타운이 펼쳐져, 그야말로 조선의 옛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관광명소가 될 것이다. 이밖에도 여러 가지 성안에서 일어나는 변화의 모습들이 많이 있지만 일일이 열거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팔달문에서 장안문 가는 길인 정조로의 소규모점포들도 수원화성 문화를 고스란히 담고 옛정을 풍긴다. 이런 옛길 정조로에 아는 듯 모르는 듯 비너스가 숨어 살고 있다면 사람들은 누구라도 귀가 번쩍 띄지 않았을까.
친구와의 뜨끈한 떡만두국이 발단이 되고...
바로 엊그제의 일이다. 찬바람이 몹시 불고 추운 날씨 속에 친구와 함께 점심을 먹자며 팔달문시장 근처의 3천500원짜리 음식점을 찾았다. 이 집은 모두가 저렴한 가격이었다. 뜨끈한 국물이 생각난다는 친구의 말대로 떡국만두를 먹었다. 음식점 분위기는 나이가 많거나 젊은 학생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모두들 주머니가 질겨서 알차 보였고, 그래서 음식도 더 맛있는 왕의 밥상이었는지 모른다.
눈치 볼 것 없이 눌러앉아 이야기도 할 수 있었고, 그때 내가 광교산자랑에 열을 올리자 친구역시 질세라 보여줄 곳이 가까운 성안에도 있다는 것이다. 언제 시간 날 때 가보자고 하는 것을, 쇠뿔은 단김에 빼자며 잡아끌듯 하여 나선 것이다. 추위도 불사하고 그렇게 찾아간 곳은 다름 아닌 정조로의 장안동 버스정거장 옆이었다.
횡단보도가 있는 그곳, 친구 역시 버스를 타고 지나는 길에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우연히 목격하게 되었다고 한다. 큰 횡재를 만난 듯 그는 연신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댔다. 사진 찍기를 좋아하고 탐구심이 강한 소년이었을까! 아니면 예술의 눈을 가진 낭만적인 노인네였을까. 그가 찾아낸 것은 플라타너스 가로수였고, 우리 말로 버짐나무라 부른다는 그의 몸매가 과연 예술이다 싶었다.
정조로에 나타난 비너스 차가 쉴 새 없이 다니고 있어 길 안쪽에서는 제대로 된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옆면에서 보노라면 보일 듯 말듯 한 부분까지 더 신비로운 상상을 불러왔다. 지나가는 행인들도, 차안의 승객들도 모두들 그렇게 우리의 행동이 이상했는지 쳐다들 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예술에 미치면 그랬을까, 쳐다보거나 말거나 한 작품 건져보겠다는 일심에 친구는 매의 눈을 번뜩이며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곳 버짐나무는 심은 지가 그리 오래돼 보이지는 않았고, 사람으로 치자면 물이 오른 한창때 같았다. 유난히 한그루만 그렇게 피부에 번진 버짐이며, 굴곡진 육체의 각선미가 마치 비너스를 떠올리게 했다. 그것은 단순히 볼 수 있는 한 면 만의 제한된 모습이 아니었고, 이쪽저쪽 보면 볼수록 흥미진진한 가운데 어느 유명 화가도 흉내 낼 수 없는 추상화가 같았다.
나도 이만하면 글래머스타
물론 보는 사람의 눈에 따라서는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화가의 눈이 아니라도 좋고, 또 예술 눈이 어두워도 좋다. 보편적 시선으로 언뜻 스쳐만 보아도 금방 한 눈에 들어온다. 누가 보아도 진경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위험한 도로에 자리를 잡았는지, 그 자리가 공원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입소문이 퍼져나가면 수많은 관광객들이 몰려와 침을 꿀꺽이며 미소를 짓고, 또 사진을 찍기 위해 야단법석을 펼칠 것은 불을 보듯 하다.
'정조로' 건너편에는 한옥 촌이 있어 수원화성 옛 도시의 아름다움을 빛내고, 이를 보기 위해 찾아온 수많은 발걸음 앞에 보너스 하나 더 내보이는 것도 금상첨화가 아닐까! 농익은 요염한 자태로 자연의 신비를 담아 흠뻑 사로잡을 수 있는 또 하나의 볼거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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