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예방과 치료
지난 2월 6일 미국 제40대 대통령(1981-1989년 재임)을 역임한 로널드 레이건(Ronald Wilson Reaganㆍ1911.2.6-2004.6.5) 탄생 100주년 기념일을 맞아 그의 ‘위대한 유산’을 추모하는 미국 국민의 열기가 뜨거웠다.
‘위대한 소통(疏通)의 달인’ 레이건의 인기는 세상을 뜬 후 ‘강한 미국’을 이끌었던 보수 진영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인들은 세계의 냉전(冷戰) 체제를 종식시키는데 큰 역할을 수행한 레이건 대통령을 갤럽 조사(2010년 11월)에서 지난 50년 동안 재임한 역대 대통령 가운데 케네디 대통령(John F. Kennedy, 1917-1963, 제35대 대통령 1961-63년 재임) 다음으로 인기 있는 대통령으로 꼽았다.
레이건은 대통령 퇴임 후 1994년 “인생의 황혼(黃昏)으로 가는 여행을 떠난다.”며 치매(알츠하이머)에 걸린 사실을 알렸으며 결국 2004년 93세를 일기로 별세하였다.
독일의 신경과 의사 알츠하이머(Alois Alzheimer, 1864-1915)가 치매에 걸린 50대 여성을 4년 동안 추적 조사한 결과 뇌(腦) 신경조직의 손상이 질병의 원인이라고 1906년 학계에 보고하였다. 이에 병명을 그의 이름을 따서 ‘알츠하이머병(Alzhermer's disease)’이라고 명명했다.
우리가 흔히 노망(老妄)이라 불리는 치매(癡呆ㆍdementia)는 뇌의 기질적 변화에 의한 후천성의 회복될 수 없는 지능장애이다. 치매는 지능이나 학력 수준과는 무관하게 발병하기 때문에 더욱 공포를 느끼는 질병이다.
우리 모두가 피하고 싶은 황혼(黃昏)의 ‘덫’인 치매의 원인에는 알츠하이머병, 뇌혈관 질환, 대사성 질환, 내분비질환, 감염성 질환, 중독성 질환, 뇌종양 등 다양하다. 다음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서둘러 전문의를 찾아 상담과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기억력이 급격히 떨어졌을 경우 ▲말로 표현하는데 문제가 생기는 경우 ▲평소 쓰던 물건의 사용법을 잊어버리는 경우 ▲기분이나 성격의 변화가 나타난 경우 ▲판단력이 떨어져서 평상시와 다른 행동을 하는 경우 등이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전체 50-60%를 차지하며, 뇌의 피질이 위축되면서 생기는 병으로 퇴행성피질성 치매라고도 한다. 대뇌피질은 상상력이나 사고 능력처럼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대 필요한 지적활동을 담당하는 곳이다. 때문에 이곳에 이상이 생기면 말과 행동이 엉망이 되고, 망상이나 환상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혈관성 치매는 전체 치매의 20-30%를 차지하는 유형으로 뇌혈관의 동맥경화가 원인으로 꼽히며, 뇌의 혈관이 축소되면서 혈류가 불충분하여 발생한다. 동맥경화가 심해지면 정상인에 비해 치매에 걸릴 확률이 5배나 높아진다. 비만, 고혈압, 당뇨환자, 심질환자, 흡연, 뇌출혈의 과거력이 있는 사람에게 많이 생긴다. 교통사고로 뇌를 다쳤다든지 또는 권투선수가 뇌에 손상을 입어면 뇌외상성 치매가 생길 수 있다.
전체 치매의 10-15%를 차지하는 수두증(뇌에 물이 차는 병), 양성종양, 신경계 감염 등에 의한 치매는 완치가 가능하다. 또 혈관성 치매의 경우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하면 더 이상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 알츠하이머병은 근본적인 치료법은 아직 없지만,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추고 이상행동을 줄일 수 있는 약물들이 있다. 치매에 흔히 동반되어 나타나는 불안이나 우울, 공격적인 행동, 망상 등의 이상행동들에 대해 적절한 약물 치료를 받으면 환자와 가족들이 겪는 고통을 줄일 수 있다.
치매 환자를 무조건 보호하는 것 보다 간단한 활동을 하도록 유도하여 환자의 잔존 기능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의사소통은 언어 외에 행동이나 표정으로 나타낼 수 있으므로 의사소통이 어려운 환자를 대할 때는 이를 활용하여야 한다. 안전한 환경을 조성해 안전사고 위험에 대비하고 노인 환자는 넘어지지 않도록 주의한다. 치매 환자 간호는 가능하면 온 가족이 책임을 나누도록 한다. 한 사람이 환자 간호에 대한 모든 부담과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위험하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존 트로야노스키(Trojanowski)교수 연구팀이 심각한 기억력 손상을 초래하는 알츠하이머 치매를 정확히 조기 진단하는 방법을 발견했다. 이 연구 논문은 학술지 ‘신경학 아카이브’에 실렸다.
연구팀은 70대 노인 300명을 대상으로 요추천자(腰椎穿刺ㆍ요추 사이에 긴 바늘을 찌르는 것)로 척수액을 채취해 주 종류의 단백질(‘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농도를 분석했다. 가벼운 인지 장애 증상을 겪는 환자의 75% 정도가 알츠하이머 환자와 비슷한 수준의 단백질 농도를 기록했는데, 이들은 예외 없이 5년 내에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신경과 양동원 교수팀은 알츠하이머 환자 16명을 대상으로 실험군(8명), 대조군(8명)으로 나눠 경두개자기자극술(TMS)을 실시한 결과 실험군의 인지기능이 향상되고, 뇌혈류량이 증가했다고 최근(2010년 12월 15일) 발표했다. TMS는 전도 전자기 코일로 강력한 전류파를 흘려 발생한 자기장을 뇌에 쏘여 뇌의 신경전달물질 분비를 바로 잡아주는 치료법이다.
양동원 교수는 “TMS는 다양한 뇌신경질환 환자의 뇌기능을 통제할 수 있는 비침습적인 방법으로, 약물치료보다 부작용이 거의 없고 약물치료만으로 치료한계가 있는 환자에게 효과적이다. 또한 우울증, 뇌경색 후유증 등 치료에는 TMS가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는 만큼 약물치료외 특별한 치료법이 없는 알츠하이머 환자에도 적극적으로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균관대학교 의대 삼성서울병원 기억장애클리닉 나덕렬ㆍ서상원 교수팀이 내원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붙이는 패치형 멀미약이 일시적 치매증상을 야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키미테 등 멀미약에 스코폴라민이라는 약제 성분이 주의력과 학습에 관련된 뇌 속의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의 활성을 떨어뜨리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치매를 예방하기 위하여 두뇌 훈련이 필요하다. 아침에 일어나 버릇처럼 하는 일들, 가령 칫솔질, 커피잔 들기 등을 평소 쓰던 손이 아닌 반대편 손으로 한다. 이것이 미국 신경생물학자 로렌스 카츠 박사가 만들어낸 신조어 ‘뉴로빅스’다. 하루에 짧은 시 한편씩 외우거나 출근할 때 다른 길로 돌아서 가는 것도 뉴로빅스 운동에 해당한다.
치매 예방을 위한 지침에는 ▲동물성 지방 섭취를 줄이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한다. ▲운동을 규칙적으로 한다. ▲술, 담배와 불필요한 약물의 복용을 삼가 한다. ▲고혈압, 당뇨병 등 생활습관병(성인병)을 예방 및 조기치료를 한다. ▲머리의 외상을 방지하기 위해 넘어지지 않도록 주의한다.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마음가짐을 갖는다. ▲생각을 정리해 표현하는 습관을 기른다. ▲건강하고 밝은 기분으로 생활한다. 등이 있다.
글/ 박명윤(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서울대 보건학박사회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