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暮途遠(일모도원)과 倒行逆施(도행역시)
일모도원(日暮途遠)은 중국 전한(前漢) 시대 사마천(司馬遷, B.C. 145-86)
이 저술한 사기(史記)의 오자서열전(伍子胥列傳)에 나오는 말로서
‘날은 저물고 갈 길은 멀다’라는 뜻으로
해야 할 일은 많은데 시간이 없어 다 이룰 수 없을 때 흔히 쓰이는 고사성어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2,500년 전, 춘추시대 초(楚)나라 명문가의 사람인 오자서(伍子胥)는
자신의 아버지와 형을 모함하여 죽인 간신 비무기(費無忌)와 초나라의 왕
평왕(平王)에게 복수하기 위하여 이를 갈았다.
그는 오(吳)나라로 망명하여 오의 공자(公子) 희광(姬光)의 측근이 되어
그가 오왕 합려(闔閭)가 되는 것을 도왔다.
그 후 오나라가 군사를 일으켜 초나라를 공격하였는데
그때는 이미 초의 평왕과 원수 비무기가 죽은 후였다.
복수심에 사무친 오자서가 자신이 직접 그들을 죽여 원수를 갚지 못한 것에 분함을
이기지 못하고 초 평왕의 무덤을 파헤쳐 시신에 3백 대의 채찍질을 하였는데
이를 본 사람들은 오자서의 잔인함에 치를 떨었다.
초나라에 살고 있던 오자서의 친구 신포서(申包胥)가 이 소식을 듣고 그에게 편지를 보내
‘이는 하늘의 이치에 어긋나며 도를 지나친 너무 잔인한 일이다’라고 꾸짖었다.
이에 오자서가 ‘날은 저물고 갈 길은 멀어 도리에 어긋난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吾日暮道遠 故倒行而逆施之/오일모도원 고도행이역시지)’
는 내용의 답장을 신포서에게 보냈다는
고사로부터 일모도원(日暮道遠)이라는 말이 유래하게 되었으며,
도행역시(倒行逆施)는 ‘순리를 거슬러 행동하다’는 뜻으로
도리에 맞지 않는 일을 억지로 하는 경우를 일컫게 되었다.
일모도원은 어떤 일을 하는데 시간에 쫓겨 조급함에 갈팡질팡하다 일을 그르치게 될 때,
또는 어떤 일을 하려고 하는데 시간이 많지 않아 계획한 일을 다 마치기 힘든 경우
흔히 사용된다.
사람이 시간에 쫓겨 급하게 일을 하다 보면 올바른 판단을 하기 어려울 때가 많고
결국 실수로 이어져 일을 망칠 수 있으므로 급할수록 천천히 신중하게
행동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분노할 일이 생겼을 때
자신의 대응이 과연 순리를 따르는 것인지 거스르는 것인지
도행역시라는 말을 기억하며 잠시 멈추고 생각해 본다면
큰 잘못을 저지르는 일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학생이 시험을 보는데 풀어야 할 문제는 많이 남았는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의
초조함과 절박함으로 부정행위를 저지른다면 일모도원 도행역시라 하겠고,
나이가 들어 은퇴한 후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려 했는데 뜻하지 않게
갑자기 큰 병에 걸려 못하게 될 때의 안타까움도 일모도원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다.
반면에 ‘세월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라는 말처럼 자신이 해야할 일을 미루지 않고
실천에 옮기는 의지를 갖는다면 일모도원의 부정적인 결과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