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이 북한 화폐 개혁에 대해 궁금해 하시는 것 같아서 제가 화폐개혁 다음날인
1일 저녁에 썼던 기사초고를 올려드립니다. 물론
지금은 이때와 상황이 더 전진됐고, 약간씩 팩트가 달라진 점이 있습니다만, 일단
기본 줄거리는 같습니다. 이
기사는 지방에 배달되는 40판에 실렸다가 지면상 관계로 서울 등 경기권에 배달되는
최종판에는 빠졌습니다. 일단 화폐개혁 다음날 저녁에 파악한 상황은 이러했습니다.
출고된
기사였던 까닭에 하나도 손을 안대고 출고됐던 그대로 옮깁니다. 2일
아침 출근하면서 동아일보를 펼쳐보니 제가 써놓고 들어온 기사가 휙 날아가서 황당했지만,
신문사에서 일하다보면 기사가 날아가는 이런 일은 흔합니다. 그래도
북한 정보망들 열심히 독촉해서 얻은 정보인데 이렇게 날아가면 속이 좀 쓰리죠.
*^^*
--------------------------------------------------------
지난달
전격 진행된 화폐개혁으로 북한 전역은 내부 상거래가 사실상 전면 중단되는 등 큰
충격과 혼란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북한 소식통들을 통해 이번 화폐개혁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 화폐개혁의
주요 내용
소식통들에
따르면 이번 화폐개혁의 핵심은 옛 화폐와 새 화폐를 100 대 1의 비율로 교환하며,
가구당 교환 한도를 옛 화폐 기준 10만 원으로 제한한 것이다. 다시
말해 현행 100원을 1원으로 바꾸어주며 가구당 새 화폐를 최대 1000원까지만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1992년에 진행됐던 화폐개혁에서는 새 화폐를 가구당 300원만
바꾸어주었다. 당시에는 근로자 평균 월급이 100원이었고 지금은 3000~5000원 정도다.
북한은
가구당 10만 원이 넘을 경우 저금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저금하는 금액에
한해서는 교환비율을 200 대 1로 한다고 한다. 10만 원 이상의 돈에 한해서는 그
가치를 50%만 인정해주는 셈. 그러나 저금을 언제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992년에도
북한은 300원 이상을 저금하게 한 뒤 제때 돌려주지 않았다. 결국 몇 년 뒤 북한
화폐가 극심한 인플레 현상을 나타내면서 저금한 돈은 휴지로 변했다. 이번에도 같은
일이 반복될 수도 있고 또는 공채나 기부형식으로 국가에 자발적으로 바치도록 압력을
넣을 가능성도 있다.
● 장사하는
사람은 울고, 직장인들은 웃고
이번
조치로 가장 큰 손해를 보는 계층은 직업이 없이 장사로 살던 사람들이다. 10만 원까지만
교환해주면 이들은 상당한 장사밑천을 날리게 된다. 이 때문에 북한 각 장마당에서는
사람들의 불만이 팽배해지고 있다고 한다.
더욱이
화폐개혁이 완료된 뒤 당국이 식량을 국가에서 정한 가격으로 팔도록 엄격히 통제한다는
소문까지 돌면서 장마당은 더욱 어수선한 분위기이다. 이 와중에도 일부 수완 있는
장사꾼들이 보관했던 돈을 국영기업의 돈으로 둔갑시키는 등 편법도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반면
직장인들이나 연금생활자들은 이번 조치를 찬성한다고 소식통들은 전해왔다. 북한
당국이 월급은 변함이 없다고 선전함에 따라 이들은 이번 조치로 사실상 월급의 구매력이
100배 늘어난다고 보고 있다.
즉
기존에 북한 돈 4000원의 월급을 받던 노동자가 이번 화폐개혁을 통해 기존 40만
원의 구매력에 해당하는 월급을 받게 된다는 것. 현재 북한 장마당의 시세는 쌀 1㎏에
2200원 전후로 월급 4000원으로는 쌀 2㎏도 살 수 없다.
기존에
연금 1000원 안팎을 받던 은퇴생활자들도 이번 조치로 기존 10만 원에 해당하는 구매력이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향후 월급을 조정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를 계기로 북한 당국이 경제난 때문에 직장을
이탈해 장마당에 흘러간 노동력을 다시 국가의 통제 아래 끌어오려 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부유층과
극빈층은 상관없어
화폐개혁이
부유층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화폐교환 직전 달러환율은 100달러당
북한 돈 약 38만 원으로 옛 화폐 10만 원은 26달러에 불과하다. 수천
달러 이상을 갖고 장사하는 '큰손'들은 환율이 오락가락하고 부피도 상당한 북한돈은
사용하지 않고 달러나 위안화로 결제해온 지 오래다. 현재 부유층은 물품을 깔고
앉아 사태를 관망할 것으로 보인다.
극빈층은
이번 조치로 혜택을 기대하고 있다. 현재 돈이 한 푼도 없으면 국가에서 500원을
공짜로 준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는 바람에 극빈층들이 돈을 교환해주면 수수료를
주겠다는 주위의 유혹에도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해왔다.
북한에서
옛 화폐를 가장 많이 바꿀 수 있는 사람들은 출장원들과 기숙사생들이 있는 집이다.
외지에 나와 있는 이들에게는 집에서 바꾸는 10만 원과 별개로 3만 원을 더 교환할
수 있게 허용됐다.
● 새
화폐 모습 오늘 오전 9시에 공개
아직
평양을 포함해 북한 전역에서 새 화폐가 공개된 지역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오늘 오전 9시에 전국에서 일제히 새 화폐를 공개한다고 전해왔다. 이
때문에 화폐 도안은 물론 최고액권의 액면가가 얼마인지도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100원짜리가 최고액권이 될 것이라는 추정이 우세하다.
화폐교환은
개개인이 직접 은행에 가서 교환하는 방식이 아니라 인민반장이 집집마다 다니면서
화폐를 걷은 뒤 한꺼번에 교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화폐교환은
6일까지 진행되며 이후부터는 옛 화폐의 사용이 전면 중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탈북자 출신인 주성하
동아일보 기자님의 개인 블로그에서 가져왔습니다.
http://www.journalog.net/nambuk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