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 끝 봄바람에 실려 온 바다의 노래를 들어라_남해 바래길 4코스 섬노래길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힐링이라는 단어가 저절로 떠오르는 남해바다
봄의 손길이 닿은 남해바다는 세수한 것처럼 말끔한 얼굴이다. 투명한 크리스털 블루에서 영롱한 터키블루, 대책 없이
푸른 그랑블루까지. 봄은 바다의 빛깔도 갈아입혔다. 코스를 따라 계속 걸어가야 하건만, 나도 모르게 한없이 바다를
바라보게 된다. 아무 생각이 없어진다. 그래, 오늘 이 바다는 내 머릿속에 마구 던져진 쓰레기를 빗자루로 쓱쓱
쓸어주는 바다다.
숨어있는 보물 같은 길, 남해 바래길 4코스
‘바래’는 옛날 남해 어머니들이 가족의 생계를 위하여 바다가 열리는 물때에 맞추어 갯벌에 나가 파래나 미역,
고둥 등 해산물을 손수 채취하는 작업을 일컫는 말이다. 남해 사람들은 토속어로 그때 다니던 길을 ‘바래길’이라고
불렀다.
남해바래길 4코스(순환)의 출발점은 송정 솔바람해수욕장이다
1.5km 해안선을 따라 송정 솔바람 해변 길이 이어진다
남해 바래길 4코스는 ‘섬노래길’이다. 이 코스의 대부분이 푸른 바다를 끼고 걷는 길이다. 4코스의 전체 루트는
천하몽돌해수욕장에서 시작하여 송정솔바람해수욕장에서 미조항까지 갔다가 다시 송정으로 되돌아오는 순환형
코스이다.
하지만 차를 가지고 왔다면, 송정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4코스를 한 바퀴 돌아서 다시 송정으로 돌아오는 코스가
편해 보인다. 혹 뚜벅이 여행자라면, ①송정→ ②설리→ ③미조항까지 걷는 약 7km의 편도 코스를 선택할 수도 있다.
‘남해 12경 중 8경’이라는 송정 솔바람해수욕장
살랑거리는 솔바람을 타고 걷는 길이 상쾌하다
송정. 이름 그대로 푸른 소나무 숲이 해수욕장을 빙 둘러싸고 있다. 소나무 사이를 가르는 바람처럼 살랑살랑
걸어갈 수 있는 오솔길도 있고, 소나무의 호위를 받으며 산책할 수 있는 해변 길도 있다. 하얀 속살을 드러낸 모래
해변과 맑디맑은 바다의 빛깔에 감탄하며, 느릿느릿 봄 바다를 만끽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다.
설리마을로 이어진 언덕길로 올라가면서 바라본 송정 솔바람해수욕장
어여쁜 초승달 모양의 백사장은 1.5km에 달한다. 그러나 소나무가 우거진 송정 해변길은 500m가 채 되지 않아서
조금은 아쉽다. 이 길의 끝에서 만난 이정표는 차도로 이어진 언덕길로 올라가라고 가리킨다. 그리 어렵지 않은
오르막이다. 조금만 더 걸으면 차도 옆 걷기길이 따로 나타난다.
한발 한발 올라갈수록, 오른쪽 낭떠러지 아래로 펼쳐진 송정해수욕장의 자태에 카메라가 바빠진다.
물 맑은 남해바다가 눈 안으로 가득 흘러들어온다. 탁 트인 바다에 마음도 시원해지고 걷는 즐거움이 잔잔히
차오르는 순간이다. 걷다가 봄빛이 조금은 따갑게 느껴질 무렵, 쉼터도 나타나고 전망대도 나타난다.
설리로 넘어가는 언덕길에서 보석을 만나다
한동안 계속 찻길 옆 걷기길이지만, 바다를 계속 끼고 걸으므로 지루하지 않다. 오르락내리락 언덕길을 걸어서,
설리 해수욕장 이정표가 나오는 삼거리까지 걸어가야 한다. 여기에서 마을로 내려가는 길이 아니라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 저 멀리 설리마을 전망대가 길잡이가 되어준다.
꽃봉오리처럼 봉긋봉긋 솟은 섬, 설리 전망대
다소 가파른 언덕길 끝에 이정표가 여행자를 반긴다. 그 방향대로 내려가다가 오른쪽으로 설리 전망대로 올라가는
산길이 나온다. 마을까지 내려가면 안 된다.
산꼭대기에 있는 설리 전망대, 놓치면 후회한다
전망대에 오르면, 산 너머 송정에서부터 걸어온 고갯길이 한눈에~
전망대에 오르면, 푸른 바다 위에 홀로 떠있는 외로운 섬 하나도~
전망대에 오르면, 앗!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오는 푸른 보석 같은 섬들이 펼쳐진다
산의 꼭대기에 있는 전망대에 오르니, 푸른 바다 위에 떠있는 크고 작은 섬들이 마치 꽃봉오리가 봉긋 봉긋 솟은
것처럼 어여쁘다. 그곳에서 몇 년째 남해 바래길을 돌고 있다는 2명의 걷기 여행자를 만났다. 현재 10코스까지 있는
남해 바래길은 계절 따라 발 닿는 대로 걸어도 좋을 만큼 자연 풍광이 뛰어나다.
설리마을로 내려가는 내리막길에서
산꼭대기에 있는 전망대에서 설리마을로 내려가려면, 올라온 계단 길이 아니라 바다와 숲길로 이어진 내리막
오솔길을 선택해야 한다. 계속 내리막이 이어지는데, 흙길과 숲길, 바닷길이 이어지며 충분히 눈을 즐겁게 한다.
언제나 그렇듯이 군 초소는 풍광이 한눈에 들어오는 명당자리이다
특히 전망 좋은 곳에 군 초소가 있다. 놓치고 가면 아쉬울 만큼 멋진 남해의 풍경을 숨겨놓고 있다. 산길은
대략 2km 정도 걸어야 하는데, 설리마을의 끝에 있는 어촌 체험장으로 내려오게 된다.
눈같이 하얀 백사장, 그래서 이름도 설리(雪里)
설리는 자그마한 포구를 지닌 예쁘장한 마을이다. 하얀 눈처럼 모래알이 반짝거리는 설리해수욕장은 수줍은
소녀의 미소를 닮았다. 여름이 되면 물이 맑아서 스노클링과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는데,
아직 철이 아닌 지금은 조용하게 빛날 뿐이다.
가는 길에 만난 설리는 작고 아담한 마을이다
설리(雪里)는 이름 그대로 눈처럼 하얀 백사장이 어여쁘다
설리의 앞바다에 서면,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밤같이 생겼다는 밤섬과 띠섬이 거친 파도를 가려주고 있다.
그래서 해변으로 밀려오는 파도가 잔잔하다. 이렇게 조용하고 한적한 곳이 1940년대에는 남해에서도 기와집
많기로 유명했고, 멸치어장이 성황을 이뤄 백사장에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보로 붐볐다고 한다.
3번과 19번 국도의 끝, 미조마을
설리마을을 지나 미조로 향한다. 미조는 설리마을의 바다 건너편으로 바라다 보이는 곳이다.
해수욕장의 끝에서 차도로 이어지는 언덕길을 따라 걷는다. 찻길이지만 차가 없으니 안전 걱정은 없다.
마침내 발걸음은 남해바래길 4코스 ‘섬노래길’의 마지막 목적지인 미조항과 미조마을에서 멈춘다.
설리 앞바다 건너편 오른쪽으로 보이는 곳이 미조항이다
설리(雪里)에서 종착지인 미조까지는 2.2km이다
미조는 남해의 최남단의 항구가 있는 큰 포구이다. 미조(彌助)라는 이름은 ‘미륵이 돕는 마을’이라는 뜻이다.
크고 작은 섬들이 점점이 떠있는 앞바다 풍경이 아름다워 ‘남해의 베니스’라고도 불리며, 3번 국도와 19번 국도의
종점이기도 하다. 모든 길이 끝나는 곳, 그래서 오늘 걷기 코스의 종착지로 제격이다.
미조항은 ‘남해의 베니스’라는 별칭이 있을 만큼 아름답다
남해는 ‘보물섬’이라는 별명만큼 잘 알려진 명소뿐만 아니라 잘 알려지지 않은, 진짜 숨은 보물 같은 곳이 많다.
남해 바래길 4코스가 그런 곳 중의 하나이다.
▶ 걷기 여행 코스
총 9.5km
송정솔바람해변(게스트하우스)~(1.5km)망산정상~(1.7km)미조항(수협활어위판장)
~(2.4km)설리해수욕장~(3.9km)송정솔바람해변
▶ 총 소요 시간
3시간 30분
▶ 화장실
송정솔바람해변, 설리해수욕장, 미조항(수협활어위판장)
▶ 식수 및 매점
음수대 3개(송정해변, 미조우체국, 미조항)
송정솔바람해변, 미조항, 미조우체국
옮겨온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