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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기간동안 휴전선랠리를 혼자 다녀오기로 하였다
2년전 통일전망대에서 부산까지 랠리를 하였기 때문에 이번에는 통일전망대에서 가장 가까운 거진읍까지는 버스로 점프하여 그곳부터 달리기로 한다
거진까지가는 버스는 하루에 오전과 오후 2번밖에 없는데 오후시간대는 22시 40분발 이다
회사에서 퇴근하고 저녁을 느긋하게 먹은후 21시까지 기다렸다가 노포동 시외버스터미널로 출발하였다
출발시간 30분을 남겨두고 도착하였는데..아직 승차를 하고 있지 않아 잠시 기다리니 승차가 시작된다
얼른 짐칸에 자전거를 집어 넣는다...가장 큰 버스 짐칸에 자전거 한대를 그대로 집어 넣으니 다른것은 더 이상 들어갈 공간이 없다...
어차피 다른 승객들도 짐칸에 넣을정도의 짐들을 가지고 있지 않은듯 하여 다행이다
승차를 한후 바로 출발하였고...장장 7시간의 긴 여정이기에 귀마개로 귀를 막은채 수면을 취한다
거진까지 가는동안 아마도 10여곳은 정차를 하는것 같은데 정차를 할때마다 운전기사는 자는 사람들을 일일이 깨워 하차를 시키는 소리에 나도 덩달아 깨어 나야 했다
그러다 보니 비몽사몽간으로 거진까지 가야 했는데..거진까지 남은 승객은 2명밖에 남지 않았다
새벽 5시 40분...운전기사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한후 출발준비를 하니 6시가 된다...그래도 주위는 너무도 깜깜하다...날이 밝을때까지 기다렸다가는 내가 동태가 될듯하여 그대로 출발한다
깜깜한 거리를 잠시 달리니 통일전망대를 가는 이정표가 보인다
나는 그 반대로 방향을 잡는다...그런데 점점 추워온다...추위에 대한 대비는 하였지만 이렇게 추울줄은 몰랐다
약1시간가량 달리니 체력적으로 바닥이 나고 특히 손과 발이 얼어 붙는듯 하여 일단 버스 정류장에서 잠시 쉬면서 아침으로 라면을 끓여 먹을 준비를 한다..주위는 아직도 껌껌하다
라면을 끓이는 동안 주위가 조금씩 밝아져 옴을 느끼며 따뜻한 라면으로 몸을 녹인다
아침식사를 한후 머지않아 오르막길의 연속이다...진부령고개를 넘는 중인데 계곡물이 너무나 맑고 웅장하다
역시 설악산 물줄기는 다른가 보다
전쟁이 발발하여 아군이 후퇴하여야 할경우 도로를 봉쇄하기 위해 만들어진 방호벽이다
이것을 보니 38선이 다가옴을 피부로 느껴온다
진부령고개를 넘을무렵 군데군데 눈이 쌓여져 있다
바람도 제법 불고...정말 쌀쌀하다
로드용 타이어라서 도로에 저런 눈이 깔려져 있으면 어떻게 될까...
괜히 힘이 빠진다
아주 거대한 탱크 저진물인 방호벽이다
도로 전체를 시멘트로 감싼 터널인데...사다리 위쪽 흰색으로 봉해진 구멍이 폭약이 설치된 곳이다
저곳에 폭약이 설치되어 있는데...일순간 폭파하면 시멘트 터널이 도로아래로 폭삭 주저 앉아 탱크등이 전진할수 없도록 한 것이다
점점 이상한 느낌이 들어 온다..역시 38선에 가까운 듯 하다
진부령 고개를 넘을때 이미 오전이 다간듯 하다
진부령 고개를 넘어 한참을 안쪽 깊숙히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는데 제4땅굴과 을지 전망대를 관람하는 입구에 다달았다
어느새 38선 끝자락까지 왔는가 보다
2년전에 아이들을 데리고 을지전망대를 찾아왔는데 오는날이 장날이라고 쉬는날이 월요일이란다
아이들에게 단지 북쪽땅을 보여주기 위해 500여키로를 달려 왔는데...구경도 못하고 다시 발길을 돌렸던 곳을 다시 찾으니 감회가 새롭다
강원도에는 고개가 많다는 소리에 각오는 하고 있었다
그런데 점심을 먹으면서 식당 아주머니가 조금만 더가면 고개를 넘지 않고 터널이 나오므로 그곳을 통과하면 수월할것이란다
속으로 "야호~"쾌재를 부르며 힘차게 고개를 올라가고 있는데....가도가도 오르막길만 나온다
분명 터널이 있다고 했는데..
벌써 800미터까지 올라왔는데..아직도 오르막이다
2시간을 올라온끝에 나타난 돌산령터널....800미터에 터널이 있다면 대체 이 고개의 높이는 어디까지란 말인가...
더 가관인것이 터널의 길이가 3키로나 된다...
터널을 달려본 사람은 알것이지만 자전거 여행자에게 공포의 대상은 터널이다
자동차가 지날갈때 들리는 굉음은 공포 그 자체이다
터널을 빠져 나오기 위해 얼마나 힘을 주었는지 다 빠져 나올때쯤 탈진 상태가 되었다
터널을 빠져나오니 새로운 세상이 나온다
저 멀리 멋진 소나무가 우뚝 솟아 있는데....400년이 된 소나무로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전설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두손모아 "여행하는 동안 아무 사고 없이 목적지까지 도착할수 있게 해주세요"라고 소원을 빌었다
말로만 듣던 평화의 댐이다
어린시절 북한에서 가두어 두었던 수문을 일시에 쏟아 부으면 서울까지 물바다가 된다고 한창 떠들며 그에 대한 대비로 만든 댐이 평화의 댐이다
그 당시 우리 국민 누구라도 성금을 하였는데...나도 손때묻은 지페를 성금으로 냈던것을 기억하고 있다
이곳까지 왔었다는 인증샷이 필요할듯 하여 셀카를 찍었는데 어찌나 바람이 불던지 카메라가 제멋대로 굴러다닐정도라서 셀카찍느라 한참을 애먹었다
평화의 댐을 지나 얼마 지나지 않아 날이 저문다
이곳의 산세가 얼마나 험한지 30분을 달려도 차 한대 지나갈까 말까 할정도의 적막한 곳이다
너무 춥고 발이 시려와서 궁여지책으로 생각해낸것이 라면봉지(환경보존을 위해 버리지 않고 쓰레기통에 버리기 위해 가지고 다니던 봉지)를 활용한 방풍덧신...정말 도움이 되었다
서너시간을 혼자서 고개길을 올라갈때....좀처럼 공포를 느끼지 않았는데...이때 처음으로 공포심을 느껴봤다
한참을 오르막을 올라가고 있을때 체력적으로 바닥이 나서 잠시 쉬어야 겠다고 생각하고 라이딩을 멈춘후 우연히 뒤를 돌아보게 되었다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리느라 몰랐었는데...뒤를 돌아본순간 정말 사방이 깜깜한 가운데 희뿌연 나무가지들이 나를 향해 엄습해 오는 사늘한 느낌....
거기에 나를 더욱 놀래킨 것은 어디에서인지는 모르지만 "짜르르~~~"하는 소리가 나를 향해 다가 오고 있었다는 것이다
혹시 환청은 아닌가 생각해 보았지만 틀림없이 내 쪽을 향해 소리가 다가왔다...그때의 섬찍함이란....
알고 보니 마른 나뭇잎이 바람에 날려 바닥을 구를때 나는 소리였다...그 소리가 이렇게 크게 들릴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체력의 바닥이고 뭐고 이제부터 앞만 보고 달려야 겠다는 일념하에 정상까지 쉬지 않고 달렸는데..정상에 도착할때쯤 긴장이 풀린탓인지 오른쪽 장단지에 쥐가 나 버렸다
근육경련의 통증이 이렇게 아프다는 것을 새삼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머리속에는 오직 뜨끈한 탕속에서 몸을 담그는 것 밖에는 생각나지 않는데...여기는 첩첩산중이다.
GPS상에서도 앞으로 20여키로를 달려야 할듯 하다....
지친몸을 이끌고 겨우 화천까지 달린후에야 몸을 녹일수 있었는데...이때가 22시가 다된 시각...내일을 위해 또 잠을 자야 한다
새벽6시에 기상하여 짐정리를 한후 바로 출발을 하였는데 머지 않아 동이 트기 시작한다
당초 화천이 아닌 철원까지 달린후 하루를 마감하려고 하였지만 예상외의 높은산과 강한 맛바람....그리고 올해 들어 가장 춥다는 강추위라는 최악의 조건속에서 달려야 하다 보니 진행속도가 상당히 늦어졌다
화천에서 철원을 가기 위한 유일한 도로를 달리던중 바리케이트가 나왔다
자세히 보니 이곳부터는 민통선(민간인 통제선)으로 야간시간 (17:30~06:30)에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되는 곳이다
어제 무리해서 화천을 출발했다고 하더라도 분명 이곳에서 저지를 당했을것이고 다시 화천까지 약20키로를 돌아가야 할 뻔 했으니 악조건속에 화천까지 달리지 못한것이 전화위복이 되었으니 정말 다행이 아닐수 없다
민통선 입구에서 군인들이 지키고 있었고 민간인이 출입하기 위해서는 허가증이 필요하였으며 허가증을 발급할때 출입증을 발급해 주는데 반대쪽 민통선에 제출해야 한다고 하면서 출입허가증을 발급해 주었다
날씨가 점점 추워짐을 느껴온다
오랫만에 목이 말라 물통을 보니 얼음물이 되어 있다
여러차레 물통을 흔들어서 물을 녹인후에 조금씩 나오는 물을 받아 마셔야만 했다
지친상태에서 한참을 달리던중 추수가 끝난 논에 수를 헤아릴수 없을만큼 많은 철새가 있었다
평생 이렇게 많은 철새는 처음인지라 아무리 지친 체력이라도 사진을 찍기 위해 조심스럽게 다가갔는데 50미터쯤 거리에서 한마리가 날아오르자 모든 철새들이 하늘로 날아오른다
날아오르는 광경은 사진으로는 표현이 되지 않지만 하늘을 덮을정도였고, 철새들이 우는 소리는 '조용히 있는 우리에게 당신은 불청객이다"라는 압박감으로 느껴져 왔다
아마도 이런 광경은 두번다시 오지 않으리라는 확신속에 마음속에 두고두고 담아두기로 한다
드디어 38선 랠리도 끝나가는 가보다
강원도땅은 사요나라....이제부터 경기도 땅으로 접어 들었다
하지만 오늘의 목적지인 경기도 고양시까지는 아직도 한참을 달려야 했다
강원도 38선 랠리구간은 약400키로 미터로 거짓말 조금 보태서 한번도 등뒤에서 밀어주지 않고 맛바람으로 일관하였고, 그와 더불어 살을 에이는 듯한 추위로 인해 검정봉지로 핸들을 감싸야 했고, 라면봉지는 두 발의 동상을 보호해 주어야 했다
또다시 아침이 시작되었다
점점 기온이 떨어져 오늘은 영하 3도란다
인도와 자전거전용도로의 구분이 확실해 정비되어 있는 한강길을 달리는데 사람들도 추워서 그런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서울의 한강과 부산의 온천길 차이점을 느끼면서 담당자의 관심에 따라 이런 차이가 날수 있는지를 다시한번 느낄수 있었다 (바닥이 정말 반들반들 할정도로 잘 닦여진 아스팔트 길이였다)
서해 소래포구를 지나면서 30년 전통의 해물칼국수로 점심을 해결 한다
해물중에 백합이 무척 많이 있었는데 옆에 빈그릇이 나중에는 백합껍질로 꽉 찰 정도로 많이 들어 있었다
대부도 까지 이어지는 방파제이다
길이는 직진으로 약12km였는데....왜 이렇게 긴 거리를 방파제로 막아 두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잠시후 알고 보니 조력발전소를 만들기 위해 만든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직 건조중에 있는 조력발전소인데 아마 다시 찾을때 쯤에는 세계 최대의 조력발전소를 구경할수 있을것이다
수년전에 찾았던 서해와 지금의 서해는 발전속도가 비약적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수년전만 해도 발길이 뜸했던 곳이 이렇게 방파제가 만들어지고 난후 많은 사람들이 찾게 되었고...그러다 보니 자연 주변이 발전하게 된다
오늘은 휴전선 랠리 3일째이다
당초 계획인 휴전선 랠리는 성공을 하였고....조금더 욕심을 부려 서해안을 거쳐 부산까지 내려오는 계획으로 수정하게 되었는데...아쉽게도 자전거의 앞드레일러가 고장이 나 버렸다
그래서 이때부터 앞기어의 변속을 할수 없게 되었는데...기어변속없이 달리다보니 체력은 금세 소진되어 버리고 급기에 무릅통증으로 이어진다
어떻게 하든 전진을 하려고 하였지만 이미 시작된 통증은 점점 심해지고....오르막길에서 기어 변속없이 올라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할수 없이 휴전선 랠리를 한것만으로 자축을 하면서 천안에서 버스로 부산까지 내려왔다
총주행거리 : 504km
주행기간 : 3일 (1일평균 168km)
여행중가장필요했던 물건 : 고무줄, 집게, 방풍복
여행중 배운점 : 우리나라 바람은 서해에서 동해로 분다. 그리고 겨울은 춥다
여행중 느낀점 : 철저한 사전조사를 한만큼 여행시 도움을 준다
첫댓글 오우 대단한 열정에 경의를 표합니다..^^ 저도 시간만 나면2박3일로 강원도 함 가보고 싶은데..영~
정말 수고많이하셨습니다..그 열정과용기에 큰~~박수보냅니다..언젠가 저도 함 도전해보고싶으네요..기회가 된다면..그리고 많은정보도움 돠었습니다.
캅스님..정말추운날씨에..어려운도전..을사진잘보고 시간나면함께라이딩을 정말로고생했습니다
캅스님 대단하십니다.. 이 추운겨울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에 찬사를 보냅니다..여행을 좋아하는 저에겐 언제쯤 이런 기회가 만들어질련지..
성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머지않은날에 라이딩 참석하도록 하겠습니다
정말대단하십니다 저는상상도못하는일이라 가슴만벅차고 머라가멍하네요 이렇게 대단하신분 얼굴이라도뵈었으면 !!!
정말대단하세요 박수보냅미다 고생하시면서찍은사진잘보았네요 고맙습미다 빠른시일안에뵙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