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제17사단 훼불사건
기독교인 부대장 명령에 불상 야산에 버려
1993년 4월1일 전차부대서
보급창고 좁다며 법당 폐쇄
불자 장병은 다른부대 전출
2013년4월1일
▲17사단 훼불사건을 보도한 법보신문 1993년 4월12일자 1면
1993년 4월1일 불교계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17사단 예하 전차대대장인 조모 중령이 부대 내 법당을 철거하고 불상을 무참하게 훼손한 뒤
야산에 버리도록 한 사건이 만천하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이 부대장은 그해 1월 부대창고가 좁다는 이유로 군수과장이었던 선모 대위에게 군법당을 폐쇄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선 대위는 법당에 봉안돼 있던 불상을 쌀 포대에 담아 법당 뒤편 야산에 버렸다.
그런가하면 이 부대장은 부처님오신날 불자사병들이 법당 주변에 연등을 걸어 놓자 목사님이 보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철거를 지시한 사실도 드러났다. 또 이 부대장은 불자 사병들에게도 지위를 이용해 교회에 나갈 것을 강요하거나 이를
거부할 경우 다른 부대로 전출시키는 일까지도 서슴지 않았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불교계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군부대장이 불교를 차별하고 종교 활동을 제한한 것도 모자라 법당에 모셔진 불상을 쌀 포대 담아 야산에 내다버린 행위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사건이었다. 조계종 최고 의결기구인 원로회의는 즉각 총무원장에게 “교권 수호차원에서 이번 훼불사태에
적극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정치적인 사안에 특별한 대응을 하지 않던 원로회의가 총무원장에게 교권 수호에 나설 것을
주문한 것은 그만큼 사안의 심각성이 컸다는 것을 반증하는 셈이다.
‘대한민국육해공군 예비역법사회’도 즉각 전차부대를 방문해 진상조사에 착수했고, 실천불교승가회를 비롯해 대한불교청년회
등 불교계 10여개 단체들은 잇따라 성명을 발표하고 “국방부 장관의 대국민 공식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즉각 해명서를 “부대 지휘관 개인의 잘못된 종교관에 의해 발생한 사건이었을 뿐”이라며
“군법당 폐쇄도 군 전투지휘검열시 비축물자관리창고가 비좁은 것이 지적돼 법당을 폐쇄조치 한 것일 뿐
의도성이 없다”고 해명하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불교계의 분노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특히 진상조사결과 국방부의 해명이 거짓말로 드러나면서 불교계의 반발이 더욱 확산됐다.
불상을 부주의로 깨뜨렸다고 발표했다가 수차례 말 바꾸기를 진행했고, 법당 폐쇄 역시 고의적으로 이뤄진 것이 드러났던
것이다. 중앙승가대를 비롯해 대불청, 대불련, 군불교진흥회 등 50여개 단체들은 ‘육군 제17사단 법당폐쇄 및 훼불사건
범불교도 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부대장의 구속
△사단장 파면
△국방부장관 대국민공식사과
△형평성 있는 군종정책 수립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또 대책위는 조계사에서 대규모 규탄법회를 예고하는 등 사태는 걷잡을 수없이 확산됐다.
결국 국방부는 부대장 조모 중령을 구속하고 징계에 나섰으며 사단장 역시 보직해임을 결정했다.
또 권영해 국방부장관도 조계종 총무원을 찾아 재발방지를 약속하며 유감을 표명하면서 훼불사태는 비로소 진정국면을 맞았다.
사실 불교계가 이 사건을 더욱 예민하게 받아들였던 것은 김영삼 장로정권의 거듭된 종교편향 때문이기도 했다.
특히 김영삼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청와대에서 공개적으로 예배를 보는가 하면 노골적인 기독교 편향정책을 진행해
불교계로부터 반감을 사왔다. 이런 까닭에 17사단에서 발생한 훼불사건은 장로정권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던 \
불교계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2008년 새로운 장로정권인 이명박 정부도 노골적인
종교편향 정치를 펼치다 불교계로부터 극심한 저항에 직면하기도 했다.
권오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