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전휴게소.hwp 황전휴게소
누구나 한번쯤 거쳐 왔음직한 현실 같은 과거 속에서 이별 뒤 그리운 사람들을 떠올려본다 서로를 떠나보낸다는 것이 쉽지 않듯 달리는 차의 불빛 속으로 불쑥 튀어 드는 산복도로 위 고라니 눈빛이 나를 향한 미련처럼 한동안 반짝일 때는 자리를 뜰 수 없다 샛강과 샛강이 처음 만난 서로에게 놀라 소용돌이처럼 겉돌다 흘러가듯 섬진강이 한눈에 들어오는 황전휴게소 난간에서 만남과 이별을 생각해본다 헤아릴 수 없는 시간을 놓아줄 수 없어 강물 같은 세월 풀어져 뿌연 산안개 덮인 지리산을 바라본다 어차피 만남과 이별도 서로를 기다리는 동안 애태우는 것이라면 그대 잠시 눈에서 잊혀진다 해도 안개 걷어낸 뒤 강물 같은 가슴 일렁이고 싶은 것이다
시작 노트
살다 보면 울컥하는 순간이 누군들 없겠는가? 순천에서 남원 가는 고속도로에 올라 어둠을 한참 달리면 섬진강이 에돌아 방향을 트는 황전 휴게소가 눈에 들어온다. 그곳을 지날 때마다 고속도로가 뚫리기 전, 깊은 밤 국도 17호 이차 선을 따라가다 마주친 아득한 풍경을 떠올린다. 한적한 도로에서 마주친 고라니들의 망중한을, 산과 강을 하루에도 빠르게 가로질러가는 인간들을 보면서 저들은 ‘인간만이 갖는 스피드’란 것이 몹시 궁금할 것이다. 흘러가는 강물은 예나 지금이나 지리산을 에돌아 느릿느릿 흘러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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