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7. 28.
우리는 언제까지 반성보다 남탓을 해야할까? 요즘 사회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보고 있노라면 자신의 잘못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자신의 억울함을 말하며 타인을 비난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유명 걸그룹 멤버의 몸에 손을 댄 남자 아이에 대해 맘까페 반응이 놀랍다. 깜짝 놀라며 뒷걸음질 치는 걸그룹 멤버의 태도가 차갑고 아이가 깜짝 놀랐는데 사과가 없었다는 비난을 보며 과연 걸그룹 멤버가 잘못한 일인지 되짚어봤다.
유명인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모르는 사람의 몸에 함부로 손을 대도 되는 것일까? 길가다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을 살짝 만지거나 가볍게 툭 치면서 말을 거는 것은 분명한 실례이다. 어린 아이라고 해도 이쁘다며 마음대로 쓰다듬어서는 안되는 세상이다. 심지어 길에서 귀여운 강아지를 봐도 주인에게 물어보지 않은 채 무턱대고 강아지를 만지지 않는 요즘이다.
어디 이것들 뿐인가. 30~40년 전 내가 어릴 때 허용되던 것들이 지금은 인권 차원에서 하면 안 되는 내용들이 많다. 과거에는 신생아의 기저귀를 아무데나 갈아주어도 괜찮았지만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신생아가 창피함을 느끼는지 아닌지와 상관없이 아이의 인권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말이다.
과거에는 어린 아이들이 급하면 아무데나 소변을 보게 했지만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생리현상이니 정말 급박한 상황이면 어쩔 수 없지만 과거처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는 아니다. 아이가 지각하지 못하는 인권을 사회가 지켜주는 것이 어른의 역할이자 책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리라.
관심이나 좋아함 혹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허용되어왔던 타인에 대한 신체 접촉은 이제 엄연히 하면 안되는 행동이다. 누가 자신에게 혹은 자신의 아이에게 하면 불쾌한 행동인데 왜 자신은 혹은 자신의 아이는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가?
학교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 교사가 학생과 대화할 때 굳이 신체 접촉을 해야 할 일이 있을까? 학생들끼리 싸움이 일어났다면 그들을 말리느라 신체 접촉을 할 수는 있다. 대화를 하는 상황이라면 어깨에 손을 살짝 얹거나 팔을 잠시 잡아 당기는 행위 등 아무리 가벼운 신체 접촉이라 해도 나는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학생을 위해 혹은 교육을 위해라고 말하면서 왜 인권을 제대로 실천하지 않는가?
사소한 신체 접촉을 하지 않으면 대화가 불가능한 것일까? 교사가 말로 했을 때 대화가 되지 않거나 학생이 막무가내로 좋지 않은 행동을 한다면 교칙에 의해 처리해야 할 일이지 신체 접촉을 정당화하는 것에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학교에는 지켜야 할 규칙이 엄연히 존재하고 규칙을 어긴다면 누구나 그에 맞는 벌을 받는 것이 공정하고 정의로운 일이다. 학교에서 이것을 몸소 경험하면서 자라야 성인이 되어 법을 존중하고 제대로 지키지 않겠는가. 이것이 제대로 된 교육의 모습이 아니겠는가.
웹툰 작가의 특수 교사 고발 사건도 나는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장애 학생이 비장애 학생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트라우마를 제공하는 것은 과연 아무렇지 않은 일인가? 특수 교사의 아동 학대만 문제 삼지말고 자신의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어떤 행동을 한 것인지는 왜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일까? 자신의 아이를 학대했다는 것에만 신경쓰고 교사를 고발하는 것이 최선이었을까? 교사 역시 힘든 상황이었을거라는 생각을 조금이라도 했다면 고소를 하는 대신 대화를 하며 앞으로 동일한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법을 함께 논의하지 않았을까 싶다.
처한 상황이 너무 힘들어서 어쩔 수 없이 아이를 학대하게 되었다는 것도 나는 이해할 수 없다. 힘든 상활이면 누구든 타인을 학대해도 되는 것인가? 힘든 상황이 쉽게 고쳐지지 않아서 괴롭다는 것을 나도 안다. 그렇기에 쉽지 않지만 문제를 그럴려니하고 넘기기보다 사람들과 함께 연대를 가지며 수면위로 떠올려야 한다. 개인이 피해볼 것이 두렵기 때문에 외면하다보니 결국 아무도 문제 상황을 고쳐주지 않게 되어 사회 곳곳에 시한 폭탄들이 즐비한 상황이다.
나는 요즘 임계점에 도달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여기저기서 자신이 당한 일을 공유하고 상대를 비난한다. 실제로 억울한 일도 분명히 존재하고 그런 경우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다. 그렇다고 해서 매번 남들에게 자신의 억울함이 정당한지 아닌지 물을 것인가?
남탓을 하거나 자기 합리화가 많아지면 그 어떤 문제도 해결하기 어렵다. 나부터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성찰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