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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3. 03.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가는 대혼란 속에 미·중 공급망 분리, 팬데믹 위기에 이어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자동차 업계가 사면초가입니다. 하지만 위기가 커지면 커질수록, 살아남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옥석이 드러나게 마련이죠.
올해 들어 자동차 업계의 큰 관심사이자 논란은 테슬라의 ‘수익력’입니다. 작년 한 해 업계가 반도체 부족 등으로 고통을 겪은 반면, 테슬라는 매출이 급증한 것뿐 아니라 돈 버는 능력에서도 업계 선두가 됐기 때문입니다.
▲ 테슬라 ‘모델3(왼쪽)’와 ‘모델Y’. 주요 부품의 80%를 함께 사용한다. 테슬라가 작년에 전세계에 판매한 93만6222대의 차량 가운데 이 2개 차종의 비중이 97%를 차지했다. / torquenews.com
◇ 테슬라의 작년 영업이익률 12.1%, 수익성에서도 업계 우등생 도요타 압도... 작년 매출은 전년보다 71% 증가한 65조원, 순이익은 7.7배 증가한 6조6000억원
테슬라의 작년 영업이익률은 2020년보다 5.8%포인트 상승한 12.1%였습니다. 도요타의 2022년 3월기 예상 영업이익률(9.3%)을 웃도는 것은 물론, 주요 자동차회사 가운데 수익률 선두입니다.
경쟁사 대비 상대적으로 적은 차종(모델3·Y·S·X 등 4개 차종)을 효율적으로 양산한 것, 반도체 부족으로 감산이나 조업정지를 피할 수 없게 된 라이벌과 달리 자체 차량 통합제어 능력을 기반으로 대당 반도체 숫자를 크게 줄이고, 결품된 반도체를 소프트웨어적으로 수정해 범용품으로 대체한 것, 세계적인 SUV 인기로 세단형인 ‘모델 3′보다 단가가 높은 SUV ‘모델 Y’의 판매 비율이 상승한 것 등이 주효했습니다.
매출·이익의 규모도 놀랍습니다. 작년 매출은 2020년보다 71% 증가한 538억2300만 달러(약 65조원), 순이익은 7.7배 증가한 55억1900만 달러(약 6조6000억원)로 당연히 역대 최고였습니다.
◇ 생산대수는 적지만 극단적인 부품 공용화로 ‘규모의 경제’... 테슬라 중국 공장, 뛰어난 생산성과 부품 공급망으로 수익력 향상에 공헌... 경쟁업체, 수익성에서 테슬라 못이기면 전기차 지속 성장 어려울 수도
이게 놀라운 이유는 ‘전기차로는 돈을 벌 수 없다’는 기존의 업계 관념을 불식시킨 정도가 아니라, 도요타·폴크스바겐 같은 기존의 대중차업체 최강은 물론, 수익성이 좋다는 독일 고급차 업체보다도 높은 이익률을 냈기 때문입니다. ‘전기차만 만들었는데도 돈을 버네?’가 아니라, ‘전기차만 만들었더니 내연기관차 만드는 것보다 돈을 더 잘 버네?’가 된 것이죠.
경쟁업체로서는 테슬라의 수익성이 점점 높아지는 것이 심각한 위협입니다. 현재 테슬라를 제외한 회사들은 전기차로 충분한 이익을 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기차를 많이 만들수록 경영에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있죠. 이미 대규모 선행투자를 통해 이익 실현에 접어든 테슬라, 그러나 이제 투자를 시작했기 때문에 전기차를 만들수록 당장은 적자가 불어날 수 밖에 없는 경쟁사들. 지금은 모두 장미빛 계획을 얘기하지만, 수익성을 확보 못한다면 전기차 대량판매는 불가능할지 모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테슬라의 경쟁사들 가운데 시장에서 밀려나는 업체가 나올 수도 있죠.
기존 업체들이 어떻게 이 난관을 극복할 수 있을까요?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테슬라의 수익성 향상의 비밀을 잘 분석해서 더 잘 준비하는 수 밖에 없을 겁니다. 테슬라의 비밀을 3가지로 분석했습니다.
◇ 1. 수익력 향상에 최고라는 ‘레고블록형 설계’를 어떤 회사보다 제대로 구현
시장 가격이 일정한 수준으로 정해진 경우, 이익을 올리는 효과적인 방법은 원가를 낮추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품질을 희생하는 건 용납할 수 없죠. 품질을 유지하면서 원가를 낮추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공용 부품의 범위와 규모를 넓히는 것입니다. 많은 자동차를 만들고 자동차 사이에 공통으로 쓰는 부품의 숫자와 범위를 늘리면, 그만큼 원가가 내려가는 것이죠. 200만대보다 500만대, 500만대보다 1000만대 만드는 회사의 원가경쟁력이 높다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일단 차를 많이 만들면 유리하겠지만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닙니다. 문제는 차량 간의 공용화 수준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느냐겠죠.
지난 10여년간 자동차 업계에서 차량 간 공용화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방법으로 가장 유행한 것이 ‘레고블록형 설계’입니다. ‘모듈형 아키텍처’라고도 부르는 이 설계방식은 자동차산업의 게임체인저라 부를 만큼 대단한 것이었습니다.(생산라인 바깥에서 미리 조립한 부품 덩어리를 이어 붙이는 ‘모듈 생산’과는 다른 개념입니다) 레고블록형 설계 이전까지의 부품 공용화 방법은 ‘플랫폼 전략’이었는데요. 차량마다 겉모습은 다르더라도, 엔진·변속기·서스펜션 등을 포함한 기본 뼈대(플랫폼)를 공용화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다는 개념이었죠.
하지만 플랫폼 전략에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비슷한 체급의 차량끼리는 부품 공유가 가능하지만, 예를 들어 소형차와 대형차 간의 공유 등은 어려웠습니다. 따라서 차량을 아주 많이 만든다고 해도, 공용부품의 사용량을 더 많이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죠.
이런 고민에 대한 해답이 바로 레고블록형 설계 방식이었습니다. 2012년쯤에 폴크스바겐이 가장 먼저 들고 나왔죠. 폴크스바겐은 차체, 파워트레인(엔진·변속기 등), 내·외장, 전장(전자장치) 등 4가지 영역을 만들고 이 부분들의 하위 개념으로 30개 부품군(tool kit)을 만들었습니다. 즉 이런 30개 부품군을 레고블록 쌓듯 조립하여 차 한 대를 만들 수 있게 한 것이었죠. 폴크스바겐은 1993년 16개나 되던 플랫폼을 1997년에 6개로 줄였고, 2012년 이후로는 4가지의 ‘레고블록형 설계방식’으로 모든 차를 만들어내게 됩니다.
이 방식은 현재 대부분의 양산차 회사가 따르고 있지만, 가장 앞선 회사를 꼽으라면 역시 폴크스바겐과 도요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두 회사가 인건비가 비싼 독일과 일본을 거점으로 하고 품질이 좋은 부품을 많이 쓰면서도, 경쟁력 있는 가격에 제품을 내놓을 수 있었죠. 폴크스바겐·도요타가 차값이 높지 않은 중소형 대중차를 많이 만들면서도, 대중차회사 가운데 영업이익률이 가장 높은 이유도 이런 뛰어난 부품공유 설계방식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획기적인 설계가 전기차 시대로 오면서 또 한 번 위기와 변화를 맞습니다. 자신들의 레고블록형 설계방식이 전기차 생산에 최적이 아님을 알게 된 것이죠. 레고블록형 설계가 공용화에 뛰어나다고는 하지만, 폴크스바겐·도요타의 방식은 기본적으로는 내연기관차 중심입니다. 현재 폴크스바겐이 시판 중인 전기차 ‘ID.3′ ‘ID.4′ 같은 전기차도 레고블록형 설계에 기반한 차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 차량을 뜯어서 분석해보면, 아직 내연기관차 중심의 설계 사상이 남아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전기차에 최적화된 설계라기보다는 과도기적인 형태라 할 수 있죠. 폴크스바겐도 이를 절감했는지, 2025년 이후부터는 기존의 설계를 버리고, 전기차에 특화된 새로운 설계 전략으로 만든 차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지난 10년간 최고의 공용화 기술로 이름을 떨쳤던 (내연기관차 기반의) 레고블록형 설계가 위태로워진 것은 테슬라 때문입니다. 테슬라의 차량을 뜯어보고 나서 진정한 레고블록형 설계는 전기차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업계 전문가들은 테슬라 차량이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레고블록형 설계의 완성을 향해 가는 과정에 가장 가까이 있음을 알게 됐습니다.
공용화의 수준과 범위에 따라 원가를 얼마나 낮출 수 있는지가 결정된다고 앞서 말씀드렸는데요. 이 점으로 보면, 내연기관차에서 가장 앞선 설계도 전기차, 특히 테슬라의 최신 대중차인 모델3, 모델Y를 이기기 어렵다는 것이죠.
▲ 테슬라의 최신 모델인 '모델S 플래드'의 구동장치에 들어가는 인버터(배터리의 직류를, 모터를 돌리는 교류로 바꿔주는 장치). 구동장치에서 인버터를 분해한 뒤 이 부품을 ‘모델3’의 전륜·후륜 구동장치, ‘모델Y’의 전륜·후륜 구동장치 어디에 조립해도 전부 잘 들어맞는다. / 먼로 라이브
모델3와 모델Y의 부품 공유 비율은 80%에 달한다고 합니다. 모양과 크기는 서로 다르지만, 부품 공유의 관점에서 보면 모델3와 모델Y는 하나의 차량이라고 봐도 될 정도입니다. 게다가 핵심 부품인 배터리·모터·인버터·기어박스 등은 대부분의 규격화·공용화돼 있습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은 약간의 조정만 거치면 서로 다른 차량에도 같은 부품을 사용할 수 있죠. 마치 판 위에 레고블록을 끼워넣듯이 말입니다.
인버터라는 부품을 예로 들어볼게요. 인버터는 배터리에서 나오는 직류를, 모터에 쓸 수 있는 교류로 바꿔주는 장치인데요. 전기차의 효율과 성능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부품입니다. 테슬라의 인버터는 모터 바로 옆에 들어가는데요. 모델S나 모델3나 모델Y나 인버터의 패키지 형상은 같습니다. 차량에 따라 앞·뒤 차축 전부에 모터가 들어가기도 하는데요. 이 경우에도 앞·뒤 모터에 들어가는 인버터 패키지가 전부 같습니다. 타사 전기차의 경우, 모터마다 다른 인버터가 들어가기도 하고, 내부의 회로 설계나 회로를 구성하는 부품도 각각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지요.
또 테슬라는 차량의 소프트웨어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기판을 직접 설계하면서 설계 초기부터 높은 수준의 공용화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모터마다 회로와 부품 배치를 변경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제조공정의 간소화와 저비용화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죠.
즉 전기차라는 게 원래도 부품 수가 적고 구조가 간단해 원가를 낮추는데 유리하지만, 테슬라는 차량 설계 초기부터 전기차가 구사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공용화를 준비했다는 겁니다. 서로 다른 차량이라도 약간의 조정만 거치면 아주 많은 부품을 레고블록처럼 끼울 수 있도록 말입니다.
특히 테슬라는 같거나 거의 비슷한 부품을 서로 사양이 다른 차량에 넣고도, 각 부품의 성능을 소프트웨어적으로 차별화하는 방식을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되면 어떤 차량에는 상대적으로 비싼 부품을 장착하고도 그 성능을 소프트웨어적으로 봉인해야 하는 경우도 생기니 비효율이라 할 수도 있을 텐데요. 그렇게 성능을 봉인해 생기는 비효율, 비용 요인보다 부품의 공용화·단순화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것이 더 이익이기 때문에 이런 방식을 취하는 것이겠죠.
전기차라고 해도, 처음부터 전체 최적화를 염두에 두고 장기적으로 준비하지 않으면, 테슬라와 같은 원가절감 효과를 거두기 어렵습니다. 테슬라의 경우, 처음에는 큰 그림의 설계를 하느라 비용이 많이 들 수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판매대수가 늘고 차종이 늘어날수록 원가 절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죠. 그렇기 때문에 테슬라의 작년 총 생산 대수가 93만대 불과했는데도, 12%라는 놀라운 영업이익률을 낼 수 있었다는 것이죠.
반면 테슬라를 빨리 따라잡아야 하는 경쟁사들은 두쪽으로 나뉩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테슬라를 이길 수 있는 수준의 뛰어난 레고블록형 설계, 극단적인 공용화 전략을 준비하는 업체가 있는가 하면, 차를 빨리 내놓기는 하는데, 모델마다 서로 채택된 부품이 제각각인 곳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기차 전략의 큰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한다면, 나중에 생산을 크게 늘려도 비용이 잘 떨어지지 않는 상황에 빠질지 모릅니다.
◇ 2. 부품조달·물류·재고관리에서 압도적으로 유리
테슬라의 이런 설계 전략은 부품조달·물류·재고관리에서도 큰 효과를 냅니다.
테슬라는 생산 차종이 4개(모델 S·X·3·Y)뿐이고, 작년 세계 판매대수(93만6222대) 중 모델3와 모델Y 이렇게 2개 차종의 비중이 전체 판매의 97%를 차지했습니다. 두 차종은 부품을 대부분 공통화했기 때문에, 사실상 테슬라는 하나의 주력 차종을 연간 90만대 이상 만든 셈입니다. 테슬라는 판매대수 자체는 아직 도요타·폴크스바겐의 10분의 1에 불과하지만, 공용화 수준으로는 도요타·폴크스바겐에서 한해에 가장 많이 만들어내는 주력모델 수준을 뛰어넘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테슬라의 작년 생산 대수는 2020년 대비 83% 증가한 93만 422대였는데요. 미국 캘리포니아와 중국 상하이에 각각 1개씩, 단 2개의 공장만으로 이룬 성과였죠. 내연기관차 공장의 경우 한 곳이 풀가동하면 통상 30만대 정도 만듭니다. 테슬라 공장은 1곳당 평균 47만대를 만들었다는 얘기인데요. 정신없이 찍어냈다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습니다. 적은 수의 공장으로 많은 차를 만들어내면 그만큼 부품조달이나 물류·재고 관리 측면에서도 유리할 겁니다.
반면 경쟁업체의 전기차 전략을 보면 빠르면 2025년 늦어도 2030년까지 20~30개 차종을 쏟아내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그런데 2025년의 전기차 판매목표가 테슬라의 올해 판매목표보다도 낮습니다.
내연기관차 중심의 주요 업체 가운데 전기차 전환을 비교적 잘하고 있다는 현대차의 경우, 이달 2일 발표에서 제네시스 브랜드를 포함해 2030년까지 17개 차종 이상의 전기차 라인업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는데요. 2026년 84만대, 2030년 187만대의 판매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작년의 연간 14만대에 비하면 아주 큰 성장이지만, 제네시스를 포함한 현대차의 2026년 전기차 판매 목표가 테슬라의 작년 판매(94만대)보다 적다는 게 무엇을 의미할까요? 현대차의 목표가 소극적이라기보다는 ‘테슬라의 판매가 벌써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수준에 도달해버렸다’ ‘기존 메이저 자동차회사들이 테슬라를 제압하기엔 이미 늦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겁니다.
게다가 전기차는 국가별 규정에 따라 스펙을 달리할 것도 많지 않지요. 반면 내연기관차는 국가마다 환경 기준 등에 따라 부품을 달리해야 하는 것이 의외로 많습니다. 이런 것을 전부 따지면 테슬라 차량의 부품 공용화·단순화가 얼마나 뛰어난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반면 기존 업계에서는 부품 관리의 최고 달인이라는 도요타마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다뤄야 할 부품 종류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죠. 도요타는 지난 3월1일 일본 내 모든 공장이 하루 동안 일제히 멈췄는데요. 한 주력 부품업체가 해킹을 당하면서 조달시스템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었습니다. 도요타는 생산 차종이 100종류쯤 되는데다, 차종마다 부품 조합이 수천·수만개나 되기 때문에, 경우의 수로 따지면 상상이 안갈 정도로 복잡하지요.
지난 10년간 레고블록형 설계를 도입해 복잡성을 줄인다고 줄였지만, 테슬라의 단순함, 획기적인 공용화 수준과는 비교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이 불안해지면서, 도요타처럼 재고를 악(惡)으로 여기며 모든 원자재·부품에 대해 거의 실시간 수준으로 재고를 관리하는 시스템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결국 글로벌 공급망 불안에 대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용 부품의 수를 줄이고 규격화·범용화하는 것일 텐데요. 여기에서 테슬라의 시스템이 상대적으로 빛을 발할 수 있다는 겁니다.
게다가 테슬라는 차량 외형을 자주 바꾸지 않습니다. 일반적인 차는 2~3년이 지나면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를 하고요. 연식변경이라고 해서 매년 조금씩 사양을 바꿉니다. 하지만 테슬라는 외형을 거의 바꾸지 않고, 무선업데이트로 소프트웨어를 개선해 성능을 높이거나 기능을 추가함으로써 차량에 새로움을 더하는 방식을 주로 사용합니다. 같은 부품을 오랫동안 바꾸지 않고 더 많이 더 폭넓게 사용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동일 부품을 대량으로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조달 코스트도 내릴 수 있죠. 요즘처럼 물류마저 불안한 상황에서 물류 관리도 훨씬 쉬워집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이 수리용 부품인데요. 자동차 회사는 이미 단종된 차량이라고 해도 통상 10년간 부품을 보유해야 하고, 차량의 금속 패널 등을 찍어낼 수 있는 금형은 수십년간 보관해야 합니다. 제조사가 수천·수만개 부품을 수십년간 보유·관리하는 데는 엄청난 비용이 들죠. 이 부분에서도 테슬라가 유리합니다.
◇ 3. 테슬라 상하이 공장의 놀라운 경쟁력
테슬라의 영업이익률이 업계 선두까지 된 이유 중 하나로 중국 공장의 경쟁력을 빼놓을 수 없을 겁니다. 정확한 분석은 아직 어렵지만, 중국 공장의 뛰어난 퍼포먼스가 작년 테슬라가 영업이익률 12%를 낼 수 있었던 주요 이유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합니다.
테슬라 상하이 공장은 2020년 1월부터 모델3, 작년 1월부터는 모델Y 생산을 시작했습니다. 조업 2년 만에 연간 생산능력 45만대 규모로 성장, 중국 시장용 뿐 아니라 유럽과 일본 수출의 거점이 됐는데요. 테슬라는 이 공장의 생산능력을 대폭 늘리는 중입니다. 조립라인이나 설비는 기존 것을 사용하면서도 라인에 올라가기 직전에 순서대로 미리 부품을 늘어놓는 시설 등을 증설함으로써, 단위 시간당 생산 대수를 늘리겠다는 것이죠 이에 따라 직원도 4000명이나 증원한 상태입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상하이 공장의 조립 품질, 인력 수준, 부품조달 경쟁력 등에 매우 만족해하고 있다는군요.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중국에 제2공장을 짓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전기차 시장이며, 전기차 생산에 필요한 서플라이 체인(supply-chain)도 우위에 있습니다. 테슬라가 제2공장을 지어 중국에서만 연간 100만대 정도의 전기차를 생산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테슬라의 수익성이 더 올라갈 수도 있을 겁니다.
올해 테슬라는 캘리포니아·상하이의 기존 공장 생산 능력을 증강하는 것과 동시에 독일 베를린과 미국 텍사스 공장에서도 모델Y 양산을 시작합니다. 지난 1월 26일 머스크 CEO는 작년 실적 발표 이후의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테슬라의 판매가 2021년보다 50%는 족히 웃도는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테슬라 판매가 전년 대비 50% 성장한다면 올해 140만대입니다. 머스크 말대로 50%를 웃도는 성장을 한다면, 150만대, 160만대도 내다볼 수 있겠죠. 생산은 현재의 4개 차종(대부분은 모델3와 모델Y 등 2개 차종) 구도가 지속됩니다. 같은 구도에서 생산량만 50% 이상 늘어난다면, 수익성이 작년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은 충분하겠죠. 벌써 예약을 시작한 전기 픽업트럭 ‘사이버 트럭’은 내년부터 본격 생산될 것으로 예상하는데요. 생산량만 받쳐준다면, 내년에는 연간 200만대 이상의 판매도 가능해 보입니다.
최원석 국제경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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