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해 도
김 명 희
굴곡진 삶의 여정
허락하는 대로 떠났던 낯선 곳으로의 여정
이런 저런 이유로 가로막혀 한동안 주춤했었다
딸의 제안으로 시작된 여정
비행기를 오래 탈수 없는 내가 원인이 되어 가까운 곳으로 정했다
단촐한 가족이지만 취향은 제각각
불협화음을 자아냈던 하코네 여행을 거울삼아 나이만큼 둥글어지기로 사전 합의
쌓인 마일리지로 티켓을 끊으며 시작되었다
가장 먼 곳에 사는 나는 새벽부터 분주했다
공항 도착은 첫 번째 뒤 이어 가족들이 도착했다
시스템이 많이 변한 입국 절차에 잠시 머뭇했지만 무사히 출발
삿보로 공항에서 예약한 렌터카는 많은 인내심을 요구했다
두어 시간 후 시내에 도착한 식당 오마카세
첫 식사는 내가 부담하기로 했는데 무진장 비싸다
기대와 달리 모양만 예쁜 일본식 단짠 요리는 가성 비 별로
음식 불평은 여행금지 십계명이라는데 꾹꾹 눌러 참는다
호텔은 생각보다 널찍했고 바로 앞 오도리 공원의 공연을 관람할 수 있어 좋았다
둘째날
습관처럼 이른 새벽 일어나 오도리 공원을 산책하며 무사한 여정을 기도해 본다
일정은 모이와 산 전망대로 시작되었다
9시쯤 도착했지만 입장은 10시부터 한 시간을 하릴없이 기다린 후 전망대에 올라 삿보로 시내를 전망했다. 추위에 약한 나를 배려한 6월 여행은 특별할 것 없는 중소도시의 모습이다
두 번째 일정은 두 명의 애주가를 위한 맥주박물관
1890년 붉은 벽돌로 지어진 건물은 홋가이도 유산의 하나이며 맥주의 공정을 이해할 수 있게 전시되어 있다.
짧은 관람 후 애주가를 위해 가든 그릴에서 삿보로 맥주를 겸한 점심 식사를 했다
애주가들은 맥주 맛이 좋다며 연신 감탄했지만 나는 그릴 요리로 만족
식사비는 애주가중의 한명이 부담했다
세 번째 일정은 두어 시간의 운전 끝에 라벤더 등으로 유명한 후라노의 팜 도미타로 향했다
라벤더는 한 달 정도 후에 만개한다는 아쉬운 소식 하지만 알록달록 메리골드 맨드라미 등
무지개꽃밭이 후라노 분지와 어울려 환상적인 경관을 자아 낸다
매년 1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팜 도미타는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팜 도미타의 메론은 유명해서 안 먹으면 다시 온다는 소문에 당도 높은 메론과 아이스크림을 먹은 후 후라노 시내 숙소로 향했다
숙소는 잔설이 여인의 머리카락처럼 정상에서 흘러내린 설산과 스키장을 마주하고 있었다
젊었을 때는 스키장을 지나치지 못했을 만큼 온 가족이 스키를 즐겼었지만 지금은 바라만
봐야 하는 짝 사랑이 된 슬로프
소나기가 지나간 뒤 저녁 무렵 호텔 앞에 팜 도미타 꽃밭을 닮은 쌍무지개가 떴다
어릴 적 이후 처음 보는 쌍무지개에 들뜬 마음으로 셔터를 눌렀다
우리 가족의 앞날에 행운이 올 것 같아 행복했다
노천 욕으로 피로를 풀고 다음 일정을 준비해 본다
세 번째 날
첫 번째 일정은
후라노에서 비에이 쪽으로 가는 길에 토카치다케 전망대에 오르기로 했다
바로 앞 인줄 알았는데 렌터카가 숨을 헉헉 내 쉬며 한 없이 올라야 했다
활화산으로 정상부근 분화구 인근에서는 지금도 연기가 피어오르고 그곳에 오르고 싶은 욕망을 누르기가 힘들었다.
흘러내린 화산 석 위로 이름 모를 꽃들과 고산식물들이 낮게 드러누워 있고 계곡에는 소나무 전나무 등이 울창하다
꾀꼬리의 노래에 맞춰 온갖 새들의 합창에 취해 있노라니 빨간색 소나무 꽃이 눈에 들어온다
아뿔싸 여지껏 소나무 꽃은 노란색 송화 가루로만 알고 있었는데 치명적 빨간색이라니
연신 감탄하는 내게 숲 해설사의 자격을 가진 남편의 일장 설명이 길어 진다
청명한 날씨덕분에 다이세쓰 산 국립공원이 그림처럼 한눈에 펼쳐지고 맑은 공기와 아름다운 풍경은 한없이 망중한을 즐기고 싶었다
두 번째 일정 흰 수염 폭포 청의 호수 사계채 언덕
전망대를 내려와 비에이의 흰 수염 폭포에 이르렀다
폭포의 흘러내린 모습이 마치 흰 수염 같다 해서 붙여진 폭포
절벽사이 바위 틈새에서 가닥가닥 퍼지는 모습이 내 눈에는 바람에 흩날리는 여인의 머리카락 같다
그 푸르름이라니 마치 어느 누가 이런 아름다운 빛을 만들 수 있을까
우아하고 고고한 모습이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뽐내며 청의 호수로 달린다
청의 호수는 사이다처럼 바닥까지 훤히 들여다 보일정도로 투명했다
하늘이 호수 속으로 내려앉고 호수 한중간 일렬로 서있는 자작나무는 호수 위와 아래로 쌍둥이처럼 거울로 비춘다
전 세계 매킨토시 컴퓨터의 광고 화면으로 쓰였던 유명한 호수위에서 나도 내 마음을 그 속에 비춰보며 부끄러움을 감춘다
비에이의 한적한 마을을 지나 사계채의 언덕에 있는 나무들을 보러갔다
끝없이 펼쳐진 둔덕위에 갖가지 이름이 붙여진 유명한 나무들
특히 내가 좋아하는 자작나무를 배경삼아 사진도 찍고 푸르게 펼쳐진 광활한 들판을 바라보며 마음을 정화해 본다
숙소로 돌아와 휴식을 한 후 비에이 한적한 마을에 식당을 찾아 나선다
원했던 징기스칸 요리는 예약을 못하고 차선책으로 나선 한국식 BBQ
헉! 고기는 짜고 기름덩어리 오늘 점심 저녁 식사는 엉망이다
여행 십계명을 다시 명심하며 노천 욕으로 위안을 삼는다
여행 넷째날
첫번찌 일정은
호텔에서 마주보이는 스키장 앞 바람의 가든으로 향했다
가는 곳마다 입장료 주차료가 장난 아니다
희귀한 꽃과 식물들을 관람한 후 삿보로를 거쳐 오타루로 향한다
두번째 일정은
오타루의 숙소에 짐을 풀고
유명하다는 오타루 운하를 구경하러 나갔다
한 겨울에는 얼음 축제 눈 축제로 유명하다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운하
운하를 따라 낡은 창고 건물들이 늘어서있고 크루즈가 있었지만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즐겨 탓던 크루즈에서 느꼈던 운치나 유서 깊은 건물들도 없어
웬지 손해 보는 느낌
저녁식사를 위해 몇 군데 식당을 서치 했지만 정보와 다르게 문 닫은 곳이 많아 할수 없이
숙소로 돌아와 호텔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호텔 세프의 탁월한 솜씨가 그동안 식사의 불만을 사라지게 해 줬다
역시 노천 욕으로 하루를 마감하고 넷째 날 일정을 마친다
다섯 째날
첫번째 일정은
바다가 보고 싶은 가족을 위해 히요리 야마 등대로 향했다
우리나라 어느 바다의 등대와 비슷하지만 청명한 날씨덕분에 멀리 멀리 끝까지 바라보며 맑은 공기와 비릿한 바닷바람을 가슴 깊이 들여 마신다
두번째 일정은
오로골에 호기심 많는 딸의 일정으로 마지막으로 간 오로골당
오로골당 입구에는 증기 시계가 심볼로 서있다
세상에서 가장 큰 증기 시계로 캐나다의 시계장인 레이몬드 샌더스씨가 제작한 청동시계이다
보일러로 발생시킨 증기의 힘으로 15분 간격으로 5개의 기적이 5음계의 멜로디를 연주 한다
인산인해라니 너무 많은 사람들로 오로골당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장인들이 화려한 장식을 사용해 만든 다양한 스타일의 오로골 들에 빠져 한동안 정신을 못 차렸다
아차 비행기 시간
서둘러 달려 달려 공항으로 향한다
멀리 사는 나 혼자 다른 가족들과 헤어져 리무진을 타고 집으로 향한다
5일간 일정과 오른쪽 운전 모든 것을 신경 써 계획했지만 여행 십계명을 자주 어기는 엄마 아빠로 인해 스트레스 많이 받은 수고한 딸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