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라산 백록담(1,850m)
ㅇ 산행일 : 1978.1. 12(목) 등반 4일째 (흐림, 안개)
ㅇ 소재지 : 제주도 제주
ㅇ 산행코스 : 기상(0600)~용진각산장(0800)~북벽~장구목(1140)~백록담~윗새오름 대피소(1520)
~숲지대 입구(1740)~취침(2000)
ㅇ 산행시간 : 9시간 40분
ㅇ 특이사항
산장 출입문은 고장나서 찬바람이 불어오고, 창문으로 눈발이 들어 오지만 텐트보다는 편히 잠을 잤다.
럿셀조로 심길남형, 중경, 나 3명이 편성되었다. 좌측능선으로 기존루트가 있었으나 많은 적설량으로 지체되고 머뭇거릴때 대장왈 "이런 날씨와 적설량에는 좌측능선으로 우회하는 원거리 코스보다는 북벽을 직선으로 처 올리는 것이 더 용이하다"며, 에베레스트에서도 직등하는 시대에 우리라고 못 할것이 무엇이라며 먹줄을 팅기듯이 계곡을 처 올리라고 하신다.
대장 얘기를 듣고보니,,, 젊은 나는 좋다! 해보자는 용기가 더 생기게되었다. 북벽으로 직상하는 루트는 단구간코스로 많은 적설량과 나무둥치 위쪽으로 럿셀하는 등 힘은 많이 들었으나 여름에는 불가능한 구간으로 재미있는 산행을 하였다. 그러나 후진파트는 기슬링(처음엔 3개, 중간부터는 길남형 1개)를 shoport 하느라 럿셀조보다 더 어려웠었다.
정상 서측 시로미 밭(장구목, 해발 1,800m/1140) 중앙부근으로 올라서니 갑자기 불어오는 강풍과 개스로 한라산 정상부의 웅장한 모습을 볼 수 없어서 섭섭하였으나, 이제는 북벽처럼 힘들게 오를 곳이 없다고 생각하자 기슬링의 무게가 사라지고 눈속으로 빠지지 않을 것으로 만 느껴져서 몇걸음을 걸으니 눈속으로 쑥쑥 빠지는것은 마찬가지였다. 순간적인 착각에서 벗어나 다음행동으로 옮길수 있는 것은,,, 체력보다 정신력이 앞선다는 대학선배인 승우형의 말이 생각난다.
개스가 짙어 질수록,,, 함께 강풍이 불어서 순간적으로 변화하는 자연의,,, 그 심오하고 오묘한 느낌을 만끽할 수 있었다. 짙은 안개속에서도 기념촬영은 놓칠수 없는 것이며, 그 산을 산행함에 있어서 정상(頂上)으로 오르고 싶은 욕망은 人間本然의 순수한 심리욕(心理慾)인가 보다.
배냥을 벗어놓고 백록담으로 오르는 길목의 시멘트 계단위에는 얼마의 시간동안,,, 비와 눈 , 바람으로 다져졌는지 얼음이라고 여길 정도로 눈이 붙어져 있다. 올라 가기에는 별 지장이 없으나 하산시에는 위험하여 경사가 급하고 여러동작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는 피켈로 스텐스 등을 만들었다.
바닷바람의 영향 때문인지 한라산처럼 변덕이 심한 산은 처음이다. 개스가 겯힐듯 하면서도 칠흑같이 다시 끼이고,,, 다시 겯힐듯 하고 정상에서 조금 벗어나 백록담 쪽으로 향하며 짙은 안개가 조금이라도 더 강풍에 날아가 버리기를 빌면서 한동안 앉아있으니깐, 백록담이 보이는 듯하고 때론 구름위에 앉아 있는것 같기도하여,, 이런 상태로 오래 있다가는 창공을 나르는 새가 될까바, 다음 기회에 백록담을 구경하기로 하고 하산했다.
능선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서 중식(1400)을 먹고 있는데 제주대학산악회라는 4명을 만나 서로 인사를 나누며, 지난년말 대학연맹 설악산 합동등반때의 소식이며 한양대 OB라 소개하니 대우가 달라진다.
윗새오름 대피소(해발 약 1,670m/1520)에서 제주대 악우들이랑 헤어지려고 하니 길안내를 해준다며 앞장을 선다. 아랫새오름 중턱 쯤에서 내년 서울에서 만날것을 기약하고 헤어지고 숲 지대입구에 도착하니 오후 4시 30분이다. 한시간 이내에 영실산장 또는 숲지대를 벗어 나야 된다고 생각하니 갈길을 제촉해야 하겠다
지도상에는 직선으로 내려가게 되어 있으나, 제주대학 악우들 얘기로는 우측으로 약간 트레파스해야 된다고 하여, 후진이 도착하기 전에 우회하여 길이 있음직 싶은곳을 서너번 찾아 보았지만 허탕이였다. 숲속에서 야영하여 계속 치고 나아 갈것인가? 우회하기 전의 장소에서 야영하여 내일 다시 시작하느냐로 얘기 중이다.
정원수선배가 나무위에 올라가서 정찰한 것이랑 숲지대로 들어 오기전에 독도한 것을 종합하면 우회를 너무 많이 한 것은 틀림이 없으며, 숲지대를 뚫을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숲지대입구(해발 약 1,600m/1740)에서 텐트를 치고 석식후 내일의 산행을 다시 계획하기로 하였다. 테트조, 주방조, 나무조로 나누어 짧은시간에 야영준비를 하였다.
정원수선배와 김시태선배의 주방 1m이내 접근 금지는 주방장의 권위를 한결 높혀주었으며,
모닥불을 처음으로 지필때에 연료봉의 인식을 심어주었다. 영주에서 파라핀을 구매할려고 영주시내를 몇시간 찾아 다녔지만 구할 수가 없었다.
권태순선배에게 "얼나"라는 대답을 잘 못하여 중경이랑 함께 야단을 들었다.
모닥불은 사그려 들어가고, 밤하늘의 별들도 하나 둘 사라지고,, 몸도 피곤하여 축축 쳐지나,,, 정신은 더욱 더 말똥 말똥하여 애꿎은 담배만 없어지고 있다. 내일의 산행을 위하여 전창규대장님, 권태순총무님 등 윗 선배분들의 열띤토론이 계속되고 있다. 취침(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