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웃다! PASS!> 5강 색채학 영상 디자인, 6강은 조소 공예입니다.
면접 스터디 / 강지수
허리를 반으로 접고 아 소리를 내면
그게 진짜 목소리라고 한다
진짜 목소리로 말하면 신뢰와 호감을 얻을 수 있다고
그러자 방에 있던 열댓 명의 사람들이 제각기 허리를 숙인 채
아 아 아 소리를 낸다
복부에서 흘러나오는 진짜 목소리가 방 안을 채운다
이제 그 음역대로 말하는 겁니다
억지로 꾸며낸 목소리가 아닌 진짜 당신의 목소리로요
엉거주춤 허리를 편 사람들이 첫인사를 나눈다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저는 대전에서 왔고……
멋쩍은 미소를 짓고 몇 번 더듬기도 하면서
말을 하다가 불쑥 허리를 접고 다시 아 아 거리는 이도 있다
나는 구석에 앉아 이 광경을 바라본다
선생님이 손짓한다
이리 와서 진짜 목소리를 찾아보세요
쭈뼛거리며 무리의 가장자리에 선다
허리를 숙인다 정강이가 보이고 뒤통수가 시원하다
아 아 아
낮지도 높지도 않은 미지근적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옆집 아이와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쳐 어색하게 안부를 물을 때
보다는 낮고
지저분한 소문을 전할 때
보다는 높다
언뜻 저 사람과 그 옆 사람의 목소리하고 똑같다
우리 셋이 동시에 얘기하면 참 재미있겠죠
진지한 모임에서 그런 말은 할 수 없어서
그저 소리만 낸다
아 아
교실은 소리를 머금은 상자가 되고
이가 나간 머그잔에 물을 담아 마시다가 바닥에 흘렸다
닦아내려고 허리를 숙인 찰나
물 위로 번지는 그림자가 보였다
진짜 같았다
고개를 들었다
진짜사람들이 진짜미소를 지으며 진짜 멋진 진짜옷을 입은 게
이제야 눈에 들어왔다
우리는 다 합격할 수 있을 거예요
진짜행복이 밀려왔다
표절미학 : 세리 레빈(Sherrie Levine)과 리차드 프린스(Richard Prince)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초반, 신디 셔먼(Cindy Sherman), 리처드 프린스(Richard Prince), 셰리 레빈(Sherrie Levine)을 비롯한 일단의 예술가들(당시에는 '픽처 제네레이션 Picture Generation' 세대로 불렸음)이 사진을 사용하여 재현 전략과 코드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말보로 광고, B급 영화 스틸, 심지어 모더니즘 사진의 고전을 패러디하거나 재구성하는 표절미학(appropriation, 차용)을 제시했다.
첫댓글 그림이 오브제에 대한 재현이라면, 재현의 리-재현은 무어라 할까요? 과연 진품과 가품의 기준이 무엇인지 진짜와 가짜에 대한 질문이 이리 똑같을수가. 이를 시인은 진짜인척 행사되는 현실의 가짜와 이를 훈련하는 스터디를 통해 인터뷰이 모두 <언뜻 저 사람과 그 옆 사람의 목소리하고 똑같다>라며 아이러니를 지적합니다. 에반스와 애프터 에반스와 같은 이 현실을 시인은 <우리 셋이 동시에 얘기하면 참 재미있>을 거라며 진심과 위선의 문제까지 건드리며 우리를 불편하게 합니다. 그러나, 어찌 되었건, <진짜행복>은 <합격할 수 있>음이라는 절박한 심정에 필자도 깊이 공감하며, 왜? 그건 진짜니까! 존 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