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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동의 인색함<上편>
중종대왕 때, 전라도 남원 고을에 '황진동'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50세가 되도록 슬하에 자식은 없었으나 평생 동안 모은 재산이 엄청 많아서 전라도 제일 가는 갑부였다.
그러나 황진동은 부자로서 유명하기 보다는 인색한 구두쇠로 더 악명이 높았다.
무슨 잔치가 돌아와도 생선 한 마리 사는 법이 없고 누구를 초대하는 일도 없었다.
자기 집에 누가 찾아 오는 사람은 물론이고 비록 가까운 친척이 올지라도 그 집에서 밥 한 숟가락을 얻어 먹은 이가 한 사람도 없었다.
그런가 하면 자기 자신도 하루에 쌀 한 홉과 소금 반 숟가락으로 끼니를 때우는 것이었다.
간혹 가난하게 사는 이웃 집에서 쌀 몇 되를 꾸러 오면 꿔 주기는 커녕 오히려 호통만 치고 내쫓는 그런 위인이었다.
그러기 때문에 그 고을에 사는 사람들은 남녀 노소를 가리지 않고 그를 무척 미워하게 되었다.
그런 까닭에 언제 누가 그랬는지 몰라도 그 고을의 한 사람이 거짓으로 관가에 고발을 한 사건이 일어났다.
그 내용인 즉은,
황진동이 자기 집 안에서 무단 향곡을 쓰니 엄벌에 처하십시오라는 것이었다.
'무단향곡'이란 국가에서 제정한 법을 시행하지 않고 어떤 개인이 스스로 만들어 쓰는 법을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밀고가 들어오자,
관에서는 황진동을 잡아 들였다.
마침내 황진동이 죽을 상을 하고 사또
앞에 끌려나오자,
추상같은 호령이 떨어졌다.
이놈 고개를 들어라!
네가 감히 돈있는 것만을 자랑으로 여기고 네 스스로 법읆 만들어 하인들을 다스리고 있다니,
그 말이 사실이렸다?"
그 말을 들은 황진동은 기가 막혔다.
하도 기가 막혀 멍하니 앉아있던 황진동이 가까스로 마음을 진정하고 입을 열었다.
사또님,
지금 한 말씀이 모두 무슨 말입니까?
마른 하늘에 날벼락도 유분수지,
일개 백성에 불과한 제가 어찌 그런 엄청난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제발 그런 터무니 없는 말씀은 하지도 마십시오.
황진동은 부들 부들 떨면서도 옹고집이 있는 구두쇠 답게 또박 또박 항변을 했다.
허허 이놈이 감히,..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거짓을 고하는고?
쓸데없는 시간낭비하지 말고 어서 이실직고 하는 게 네신상에 좋을 것이니라.
사또, 정말 억울하옵니다.
전 그저 평범한 백성이오며,
죄가 있다면 재물이 남보다 조금 많은 것 외엔 죄가 없습니다.
음,
고얀 놈 같으니라구. 여봐랏!~
당장 저놈을 형틀에 묶고 실토할 때 까지 매우 쳐라.
결국 아무 죄도 없는 황진동은 인색한 구두쇠라는 이유 하나로 형틀에 묶인 채 곤욕을 치루고 있었다.
(下편은 다음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