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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격 3
집안으로 들어서는 쌍둥이들을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이 있었다. 가이샤와 아까 사라졌던 나이라세였다. 가이
샤는 여전히 시선을 쌍둥이들이 있었던 곳에 두며 말했다.
"우리 집안 내내 어린아이들을 그렇게 꼬셨나 보군."
「꼬시다니? 그건 너희 선조 둥가라둥가스 하니궁가 퍼라스의 부탁이었 어!」
그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말했다.
"그래, 그래. 안 되면 언제나 우리 선조님 탓을 내지."
「뭐야? 내가 모습은 이렇지만 너의 증조 할아버지의 증조 할아버지의 증조 할아버지의 증조 할아버지의....
..」
"알았어, 알았어."
만약 지금 가이샤가 이렇게 나이라세의 말을 저지 안 한다면 그 말은 언제 끝날지 모른다. 나이라세는 창조
주가 제일 먼저 만들었다는 소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굴복(?)하는 가이샤의 모습을 보며 흡족함을 느꼈다. 알 수 없는 나이라세의 마음이었다. 워낙 오래
인간과 살아서 마음이 이상하게 변해버린지도 모른다.
가이샤는 예전에 지금 라이샤의 나이쯤에 그를 만난 적이 있었다. 그때도 나이라세의 사탕발림에 속았었다.
나이라세의 말은 가이샤에게 결정적으로 도움이 되기는 했지만. 나이라세의 말에 의하면 퍼라스 집안이 생기
고 난 후에 저 일을 겪지 않은 퍼라스의 성을 가진 자는 없다고 한다. 정령을 보는데는 타고난 능력이지만 오
랫동안 살아오면서 할 일이 없는 나이라세가 둥가리둥가스 하니궁가 퍼라스의 부탁으로 퍼라스 집안의 자손은
전부 정령을 볼 수 있도록 해 버렸다. 이건 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그는 이미 신의 존재를 넘어서고있
었다. 하지만 워낙 낙천적이고 악한 일을 겪어 보지 않았기에 신계에 대한 반란같은 것은 생각도 해보지 않았
다(가이샤는 이 말을들을 때 나이라세는 분명히 낙천적인 것이 아니라 바보여서 그렇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리고 마족이 출현했을 때 그는 신계 구석에 쳐박여서 천사들하고 놀았다고 한다(아무 근거도 없는 말이지
만......).
가이샤가 생각에 빠져 있을 때, 나이라세는 다시 나무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는 가이샤를 등진 채 있었는데 자신이 돌아갈 때 꼭하던 인사가 없자 이상해서 뒤를 돌아보았다. 가이샤가
자신이 해준 이야기를 다시 되뇌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나이라세는 가벼운 코방귀와 함께 사라졌다. 가이샤는 여전히 그런 모습을 보지 못했다.
해가 꼭대기까지 솟아 나무 나이라세의 꼭대기에 걸렸다. 햇볕이 따가워 밖에서 약간 움직이면 땀이 날 정도
였다. 이런 무더위에 서로 대무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차앗!"
짧은 기합성과 함께 붉은 머리띠를 맨 소년이 자기 아버지쯤 되어 보이는 중년사내에게 목검을 휘둘렀다. 굉
장히 빠르고 정확했지만 중년사내는 가볍게 막아냈다. 그러자 붉은 머리띠를 맨 소년 옆에 서 있던 푸른 로브
를 푹 눌러쓴 소년이 마법을 날렸다.
"번개를 지배하시는 크라셔 님이시여. 당신의 가장 미약한 존재를 보내시어 지금 나에게 반항하는 저 어리석
은 자를 없애주소서!"
"뭐? 어리석은 자? 도저히 용서 못한다 이노옴!"
중년사내가 얼굴을 벌겋게 하고는 고함을 질렀다. 굉장히 큰 소리였다.
하지만 푸른 로브의 소년은 아무말없이 마법을 발동시켰다. 이 마법은 소환마법 중 가장 낮은 것에 속하는
뇌조(雷鳥)를 소환하는 주문이었다. 가장 쉬운 주문임에도 불구하고 그 소년이 주문을 다 말하는 것으로 봐서
마법수준이 낮은 것 같았다.
마법은 수준이 높을수록 주문을 단축할 수 있었다. 초급 마법사일수록 주문을 다 외우기에 쉽게 당하기 쉬웠
다. 대 마법사는 칼을 든 검사(빠른 스피드를 자랑하는 칼잽이. 스피드가 빠르기에 마법사와 싸우면 지는 일이
거의 없었다)와 싸워도 이길 수 있는 이유가 주문단축에 있었다.
그 주문이 끝나자 그의 손에 있던 지팡이에 박힌 보석이 빛을 내며 마법진을 만들어냈다. 그 마법진은 그 소
년의 지팡이 끝에 생겨 아까의 중년사내에게 향하도록 했다. 그러자 마법진이 환한 빛을 내면서 한 마리의 노
란빛으로 빛나는 새가 중년사내에게 날아갔다.
"헤헹, 이정도론 어림도 없지!"
중년사내는 그렇게 외치며 날아오는 노란 새를 가볍게 목검으로 내리쳤다.
그러자 그 새는 산산조각이나 사라졌다. 중년사내는 소리내어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그 정도로 이 역전의 용사 가이샤님을 쓰러뜨리려고 하다니! 그리고 뇌조가 목검에 통할거라 생각
한 그대에게 경의를 표하리, 으하하하!"
중년사내는 가이샤였다. 푸른 로브의 소년은 두 말할 것 없이 마이샤였고 붉은 머리띠의소년은 라이샤였다.
지금 그들은 영문도 모른 체 자신의 아버지에게 당하고 있었는데 공격에 살의는 없었다. 말이 살의가 없지 맞
으면 어디 한두 곳은 부러질 것 같았다. 아버지와의 대무는 퍼라스 집안의 내력이었다. 나무정령인 나이라세를
만나고는 실시하는 것이었다(마이샤는 이미 오래 전에 만났던 적이 있었다. 형임에도 불구하고 라이샤가 늦었
던 것이다).
이것은 나이라세가 만든것이라고 한다. 무엇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처음에는 쌍둥이들이 유리했다. 하지만 갈수록 그들은 밀리기 시작했다. 마법은 쓰지도 않을 것 같던 자신들
의 아버지가 생전 듣지도 못한 마법을 자신들에게 날리고 있었던 것이다.
어떤 마법은 주문도 외우지 않았는데 푸른색을 띈 불꽃이 날아오고 뭐라고 간단히 말하고 목검을 휘두르자
목검 끝에서 녹색의 기(氣)가 나와 목검이 두 배는 길어졌다. 목검이 지나가면 바위도 두 동강 낼 정도 여서
라이샤의 목검은 이미 잘라진지 오래였다. 어쩔 수 없이 보이는 나뭇가지를 들고 싸웠는데 그 녹색의 기가 있
는 검에 닿기만 하면 모두 잘라져 버리는 것이었다.
마이샤는 나름대로 마법을 날려 보았지만 그때마다 번번히 다 사라지고 말았다.
그들은 점점 절망에 빠졌다. 이 때까지 수련만을 해온 그들이었지만 웃고 싸우는 자에게 진 것은 처음이었다
(그들은 쌍둥이콤비로 마을 건달들은 그들에게는 시비를 걸지 않았다).
순간 가이샤의 검이 빨라지더니 순식간에 라이샤가 들고 있던 목검(?)이 잘라지고 녹색의 기가 라이샤의 목
에 닿았다. 순식간의 일이었기에 라이샤는 피할 수도 없었다. 라이샤는 자신의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가이샤는
잔인하게도 웃고 있었다. 이때까지 보아왔던 자신의 아버지가 아닌 느낌이 들었다.
가이샤의 눈빛은 미친 사람의 눈빛 그 자체였다.
순간 녹색의 기가 흔들리는 것 같이 보였다. 라이샤는 겁이나 눈을 찔끔 깜았다. 밑의 바지가 축축해 지는 느
낌이 들었다(죽음의 느낌을 라이샤는 그때 느꼈기 때문이다). 흔들리던 녹색의 기는 마이샤에게로 향하고 있었
다. 라이샤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아직까지 아버지의 잔인한 웃음이 생각나 몸이 사시나무 떨리
듯이 떨렸다.
마이샤는 자신에게 그 잔인한 웃음을 지으며 다가오고 있는 자신의 아버지를 보았다. 귀신이라도 씌인 듯 자
기자식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 같았다. 마이샤는 연속해서 불꽃을 날렸다. 그때마다 가이샤는 손을 내밀어 전의
그 푸른빛의 불꽃을 날려 반격했다. 두 불꽃은 부딪혀 모두 사라졌다. 가이샤가점점 다가오자 마이샤는 지팡이
로 막아볼 생각으로 지팡이를 두 손으로 잡았다. 여전히 미친 사람의 눈빛으로 다가오던 가이샤는 순간적으로
모습이 흐려졌다. 마이샤는 무의식적으로 지팡이를 얼굴 가까이 가져가 막았다. 그러자 지팡이가 두 토막이 나
며 가이샤의 모습이 나타났다. 가이샤는 웃고 있었다. 녹색의 기가 마이샤의 목으로 달려들자 이제 세상을 다
봤구나 하는 생각이 마이샤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바지가 축축해 졌다(역시 죽음을 느꼈기에)녹색의 기가 마이
샤의 목을 가르기 직전이었다.
채앵!
철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가 나며 녹색의 기는 멈추어져 있었다. 마이샤의 눈앞에는 한 사람이 검으로 가이샤
의 검을 막으며 서 있었다. 마이샤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갑자기 나타난 사람은 주저앉은 마이샤
를 보며 말했다.
"이봐! 그렇게 서 있으면 내가 싸우기 곤란하잖아! 어서 비켜!"
라이샤는 그 목소리를 들자 순간적으로 정신이 번쩍 깨며 그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나이라세가 분명했
다. 몸에 날개도 없었고 몸이 빛이 나지도 않고 눈빛이 투명한 녹색이 아니고 말이 웅웅 울리지 않았지만 그
가 느끼기엔 나이라세가 분명했다. 나이라세가 어떤 이유로 인간의 모습이 되었는지는 몰랐지만 마이샤의 목
숨을 건져준 것 같아서 라이샤는 기뻤다.
"나이...... 라세?"
마이샤가 나직하게 말했다. 그와 나이라세가 만난 것은 아주 어릴 때였으므로 마이샤가 기억할리 없었다. 하
지만 마이샤는 놀랍게 그를 기억해 냈다.
"나이라세? 나이라세! 그래, 나이라세, 너였구나!"
마이샤는 기쁨에 찬 목소리로외쳤다. 마이샤의 말을 들은 나이라세가 미소지으며 말했다.
"그래, 내가 기억이 났느냐? 너의 기억력에는 나도 무릎을 꿇어야 할 정도이구나. 하하하!"
나이라세가 유쾌하게 웃으며 말하자 쌍둥이들은 둘 다 따라 웃었다. 그의 웃음이 너무나 유쾌했기 때문이었
다.
나이라세와 가이샤는 서로 칼을 맞대고 싸우고 있었다. 가이샤가 칼질을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휘둘렀
지만 그때마다 나이라세는 모두 다 막아내었다. 역시 나이를 제일 많이 먹은 생명다웠다.
"이런, 이런. 이 정도로 폭주할 줄은 몰랐는걸. 너희들에게 쌓인 것이 많았나 보다. 광란의 마법은 가이샤에게
는 다시는 걸지 않도록 해야겠다. 킥킥"
"광란의 마법?"
마이샤는 마법목록이 있는 책에서 광란의 마법에 대해 읽은 적이 있었다.
광란의 마법은 평소보다 더욱 강력한 힘을 나게 해주었지만 자의를 잊고 싸우기 때문에 자신의 동료들을 공격
할지도 모르는 마법이어서 잘 사용하지않는 마법 중 하나였다. 하지만 아버지가 자신들에게 이렇게 불만이 쌓
일 수는 없었다. 이 정도의 광란이라면 자신의 부모를 죽인 자에게 복수하는 정도의 마음이었기 때문이었다.
마이샤의 의문을 시원하게 꽤 뚫어 버린 말이 나이라세의 입에서 나왔다.
"이건 내가 만든 공간이기에 상대를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거야. 그렇게 깊이 생각하지마. 보는 사람까지
심각하게 만들잖아. 푸훗."
광란으로 미친 가이샤와 여전히 칼을 부딪히면서도 농담까지 하는 나이라세의 모습에 라이샤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실 없이 웃기는 해도 저 정도의 힘으로 내려치는 검을 여유 있게 맞받아 치는 나이라세의 모습은 라
이샤가 보기에는 거의 신과 같았다.
라이샤가 나이라세의 모습을 바라보며 감탄을 하고 있을 때 마이샤는 새로운 결론을 하나 내렸다. 그건 바로
'나이라세는 아마도 바보일 것이다!' 라는 것이었다. 그 이유로는 자신이 만든 공간에서 저렇게 바보같이 칼을
휘두르는 모습을 보고 말이다. 공간에 의해 저렇게 광란의 전사가 되었다면 다시 광란을 푸는 것도 그 공간을
만든 사람에게는 가능했다. 하지만 그는 가이샤의 광란을 풀지 않고 힘만 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결론을 마이샤가 내렸을 때 나이라세가 삐진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뭐? 내가 바보라고? 누가 그걸 몰라서 이러고 있는 줄 알아? 힘이 남아 있는 이상 광란의 마법은 풀리지 않
기 때문에 이런 고귀한 몸을 쓰고 있는 거야! 감히 누굴 보고 바보라는 거야?"
"웃! 아직 그 재주는 여전하군. 어린 나의 모습을 보고 사탕을 가져다주었었지."
"오, 제법 인걸? 아직 까지 그 일을 기억하고 있다니 말이야. 누구와는 판이하게 다르군.큭큭."
'누구와는' 이라는 말을 했을 때 나이라세는 라이샤를 슬쩍 쳐다보았다. 물론 라이샤는 그 시선을 보지 못했
지만 그 시선을 본 마이샤는 웃기 시작했다. 가장 강력하다는 적을 앞에 두고 말이다.
가이샤는 칼질을 하면서 지쳤는지 헉헉대기 시작했다. 곧 힘이 다 빠진 듯 칼을 아무 힘이 없는 듯 잡고 있
었다. 나이라세가 축 늘어진 칼을 보며 말했다.
"음, 이제 됐군. 자 그럼 이제 현실 세계로 돌아가 볼까나."
그는 이렇게 말하며 손을 한번 휘익 휘저었다. 그러자 이때까지 보이던 모습들은 사라지고 새로운 모습들이
보였다. 바로 나무 나이라세가 그들 앞에 거대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가이샤가 서 있던 자리에는 짚단으로
만든 인형이 목도를 들고 서 있을 뿐이었다. 어느새 젖었던 바지가 다 말라있었다.
그리 고약한 냄새가 바지에서 나지는 않았기에 그들 모두 안심할 수 있었다.
"너희들 거기서 뭐하는 거냐?"
"우와앗!"
가이샤가 집안으로 들어오자 쌍둥이들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소리쳤다. 아까의 공포가 너무 심했던지라 그들
의 몸이 그들의 생각보다 먼저 반응을 보인 것이었다. 나이라세는 그 모습을 보고 배를 잡고 웃으며 말했다.
「푸헤헤헷, 너희들 그게 뭐냐? 푸하하하! 아무리 무서워도 말이야, 큭큭.」
"뭐? 무서워? 아 너희들 나이라세의 특별 수련을 받고 왔나보구나?"
가이샤가 알았다는 듯이 말했다. 그의 말이 끝나자 쌍둥이의 입에서 동시에 말이 튀어나왔다.
"나이라세의 특별 수련?"
"그래, 나도 옛날에 겪은 일인데 아마 너희들은 오줌을 바지에 쌌을 껄?"
"웃!"
"......"
라이샤는 소리치고 마이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가이샤의 말이 나오자 놀라는 것 같이 보였다. 가이샤
는 그들의 반응을 보며 웃으며 말했다.
"하하핫! 이건 자랑은 아니지만 나도 그때 오줌을 샀었거든. 너희들도 그러지 않을 이유가 없지. 그리고 하나
가르쳐 주겠는데 나이라세가 너희에게 거짓말을 하나 한게 있을 거다. 그건 말이지......"
「그거 가르쳐 주지마......!」
나이라세는 가이샤의 말에 굉장한 반응을 보이며 말했다. 그의 반응이 엄청난 것을 봐서 아마 쌍둥이들을 놀
려먹은 것 같았다. 하지만 가이샤는 그를 무시하는듯 말을 하려고 했다.
"너희들은 광란의 마법을......"
「멈추란 말이야......!」
"나는 그때 당했기에 이런 말을 하는 거야. 광란의 마법은 말이야, 아마 체력이 다 돼야 마법을 풀 수 있다고
했을껄?"
"그걸 어떻게 아셨어요?"
"나도 당했다니까. 그렇게 시간을 끄는 건 말이다......"
「그거 말하면 너하고 절교할거야......!」
말투는 섬찟하나 진정으로 말하기를 않기를 바라는 눈빛이로 말했다. 하지만 가이샤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너와의 절교는 별로 무섭지 않아. 그 이유로는 말이다 자신의 공간에서 너희들의 얼굴을 마구 뒤죽박죽으로
만들어서 자기만 알아보고 웃는 거지. 물론 너희들에게는 그 얼굴이 보이지 않지."
「안돼에......!」
"아하, 그래서 싸우다가 실없이 웃었구나. 후후, 나이라세? 그 대가는 치뤄야 하지 않아?"
「아 그건 말이지, 이 몸의 취미 생활이랄까......」
라이샤는 나이라세가 보면 기절할 정도의 눈빛을 내며 나이라세에게 다가갔다. 나이라세는 공포심을 느꼈는
지 계속해서 변명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라이샤는 그 변명에는 신경도 쓰지 않고 다가가 나이라세의 어깨에
손을 얹혔다. 나이라세는 공포심에 도망도 가지 못하고 제자리에 있었다. 라이샤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오호, 내 손이 네 어깨에 있네?"
「라이샤, 그건 말이야......」
"나는 변명을 싫어해. 그리고 이건 날 놀려먹은 죄값이다!"
라이샤는 나이라세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이번에는 지나가지 않았다. 돌에 맞춘 것 같지도 않았다.
나이라세는 기막힌(?)표정(눈은 사팔뜨기로 하고 이빨은 한 개 나간 상태)을 지으며 쓰러졌다. 라이샤는 한 대
더 때리려 했지만 어디선가 폭음이 들려왔다.
쿠와왕
그 소리와 함께 마을의 담벼락(성벽이라 부르기에는 너무 낮으므로)쪽으로 연기가 솟아올랐다. 웅성거리며 마
을수비대들이 그쪽으로 향하는 모습도 보였다.
라이샤는 의문을 느끼며 주위를 돌아보았다. 주위에는 마을 담벼락 쪽에서 오고 있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그
사람은 헐레벌떡 뛰어가고 있었다. 라이샤는 그 사람을 잡고 물었다.
"왜 그래요? 무슨 일이 있어요?"
"저, 저기에 괴, 괴물이 나, 나타났어!"
그 사람은 몹시도 떨고 있었다. 라이샤가 그 사람을 놓아주며 말을 이었다.
"괴물? 몬스터를 말하는 것인가?"
라이샤는 시선을 하늘 쪽으로 두었다가 다시 나이라세가 있던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나이라세는 그새 도망
가고 없었다. 라이샤는 속으로 나이라세를 100방은 때렸다 생각하고 목검을 가지러 집안으로 들어갔다. 그때
가이샤가 나오며 한 물건을 던지며 말했다.
"이게 뭐......"
"그거 가지고 빨리 연기 난 쪽으로 와!"
라이샤가 말할 틈도주지 않은 체 가이샤는 천으로 둘러싸인 물건을 가지고 연기 난 마을 담벼락 쪽으로 달려
갔다. 라이샤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다시 정리를 하고 있을 때 마이샤가 푸른색으로만 되어 있는 검
을 들고 나왔다. 라이샤는 마이샤에게 말했다.
"야, 이게 무슨......"
"빨리 그거 들고 따라와!"
"뭐, 뭐?"
하지만 마이샤는 라이샤를 기다려 주지도 않은 체 가이샤가 갔던 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둘다 서두르는
것으로 봐서 상당히 급한 일인 것 같았다.
이샤는 의문도 모른 체 달려가면서 아까 받은 물건을 보았다. 그 물건은 천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달리면서
그물건을 풀어 보았다. 아까 마이샤가 들고 간 검과 생긴 건 같은데 색만 다른 검이 있었다. 그 검은 붉은 색
이었다. 단색으로만 되어있는 검은 또 처음 보는지라 정신없이 그검만 바라보고 달려갔다. 금속 중에 붉은 금
속이 있다는 말은 또 들어본 적도 없었다.
저 멀리서 칼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나던 반대쪽에는 마구 연기가 날리고 있는 것으로 봐서
마법을 마구 난사하고 있는 것 같았다.
콰앙
이 소리는 마법으로 인해 생긴 소리가 아니었다. 몬스터가 돌댕이에 맞는 소리도 아니었다. 라이샤가 이마를
남의 집 벽에다 헤딩하는 소리였다. 라이샤의 이마에는 혹이 하나 자그마하게 올라왔다. 정신없이 칼만 보고
가다가 결국은 부딪히고 만 것이다. 라이샤는 쓰러지고는 좀비같이 벌떡 일어서서는 이마를 만지며 계속 달려
가지 시작했다.
곧 라이샤의 눈에는 몬스터와 싸우고 있는 마을 경비대의 모습이 보였다.
오크와 트롤과 골렘이 동시에 마을 수비대에게 덤벼들고 있었다. 그들 뒤에 그들의 킹들이 보였다.
킹이라는 것은 그 종족 중 강한 녀석이 대장행세를 하는 것인데 킹들은 수도 없이 많았다. '오크와싸우더라
도 오크 킹을 만나면 도망가라' 라는 소리가 있을 정도로 그들은 강했다. 하지만 전장에서 싸우는 모습을 거
의 보기 힘들어 그들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알게 해 준다고 한다.
내장이 튀어나와 있고 잘려진 살 조각과 피들이 구역질이 나오게 만들었다.
라이샤는 붉은 색 검을 들고 마을 경비대와 같이 행동했다. 오크는 별로 강하지 않았으나 트롤이나 골렘은
상대하기가 힘들었다. 트롤은 때려놓으면 금방 재생되고 골렘은 워낙 단단해서 때려도 부수어 지지 않았다. 하
지만 마을 경비대들은 용감하게 그들과 맞서고 있었다. 가이샤와 마이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런 생각
을 할 틈도 없이 오크가 메이스를 들고 달려들었다.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았기에 쉽게 피하고 붉은 색 검으로 내려쳤다. 오크의 팔이 떨어져 나갔는데 잘려나간
부분이 소리를 내며 타들어 갔다. 라이샤는 놀라 뒤로 물러섰다. 오크는 괴로운듯 땅에다가 상처를 비비고 있
었지만 고통만 더해지는 것 같았다.
라이샤는 검의 위력에 놀라 잠시 멍하게 하고 있었다. 그를 보자 골렘 한 마리가 그에게 달려들었다. 그 골렘
은 무기가 없었다. 그 거대한 손을 들어 그를 내려치려고 했다. 하지만 라이샤는 그 사실도 모르고 멍하니 서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푸른 검광이 나타나 내려치던 골렘의 손을 잘라버렸다. 그러자 잘린 상처에서부터 얼기 시작
했다. 골렘은 서서히 얼음으로 뒤 덮히기 시작했다. 푸른 검광은 아까 마이샤가 들고 갔던 검이었는데 그 검은
공중에 떠 있었다.
"그워어어어!"
골렘이 마지막 남은 얼굴이 얼리며 지른 소리에 라이샤가 정신을 차렸다.
골렘의 팔이 얼어버려 있었다. 라이샤는 놀라 주위를 둘러보았다.
"돌아와라."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익숙한 소리가 라이샤의 귀에 들려왔다. 마이샤의 목소리였다. 그 말을 들은 푸른 색
검은 마이샤의 손에 날라 갔다. 마이샤는 보지도 않고 날라 오는 검을 잡았다. 그 검을 잡고는 라이샤에게 말
했다.
"그렇게 멍하니 서 있지 말고 어서 도와!"
"뭐? 아, 응......"
마이샤는 다른 몬스터를 찾아 달려가면서 덧 붙였다.
"참, 그리고 아버지가 50마리 못 채우면 못 채운만큼 마을 돌린다던데?"
"뭐엇!"
"그렇게 알고 있어. 차앗!"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몬스터를 모두 합쳐도 6,70 마리 정도밖에 없는데 그건 라이샤에게 죽으라는 소리였다.
벌써 마이샤는 라이샤가 본 것만 9마리는 없애버렸다. 라이샤도 이렇게 보기만 있다간 나중에 마을을 20바퀴
는 돌아야 할 것 같았다. 라이샤는 곁에서 누구에게 덤벼야 할지 몰라서 우왕좌왕하는 오크 한 마리를 재빨리
베어버렸다.
그냥 베어버려질 것만 같았던 오크는 다가오는 검을 들고 있던 글레이브로 막았다. 철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나며 오크는 한 발짝 물러섰다. 멍하니 있던 오크라고 생각할 수 없는 빠른 몸놀림이었다. 라이샤는 천천히 몸
을 움직였다. 오크는 천천히 움직여도 경계하면서 노려보았다. 천천히 움직이던 라이샤의 몸이 오크의 눈에 순
간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라이샤는 엄청난 스피드로 이미 오크의 등뒤에 서 있었다. 오크는 그런 라이샤의 움
직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순간 오크의 가슴에서 붉은 것이 하나 솟아올랐다. 라이샤의 검이었다. 라이
샤의 검이 낸 상처에서부터 타 들어가기 시작했다. 오크는 괴성을 지르며 쓰러졌다.
"이런, 이런, 오크 한 마리로 그렇게 시간을 끌어서야 어떻게 50마리를 채우겠나."
비꼬는 듯한 말투의 어디서 많이 들어본 목소리. 바로 가이샤의 목소리였다. 라이샤는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가이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가이샤는 그런 라이샤의 모습이 다 보인다는 듯 말했다.
"살펴보아도 보이지 않을 거야. 어? 네 앞에 트롤이 돌진하네?"
"우왓!"
트롤이 휘두른 메이스에 간신히 피한 라이샤는 트롤의 손을 베었다. 아니 베려고 했다. 트롤은 재빠르게 손을
빼서 손이 잘리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트롤은 다시 메이스를 휘둘러 라이샤를 맞추려고 했다. 하지
만 라이샤는 검을 들어 그것을 막아내었고 메이스는 두 동강이 나 버렸다. 트롤은 옆에 떨어져 있던 창을 들
고 라이샤에게 달려들었다. 트롤치고는 매우 지능적인 일이었다. 다른 트롤 같았으면 그냥 몸으로 달려들텐데
말이다. 그 트롤은 창으로 라이샤를 찔렀다. 꽤나 능숙한 움직임이었다.
"어? 제법인데?"
트롤은 창을 라이샤에게 날렸다. 라이샤는 갑자기 의외의 공격에 놀라 수그렸다. 트롤은 라이샤의 복부에 강
한 타격을 입혔다. 복부에 엄청난 타격을 입은 라이샤는 잠시 비틀거렸다. 트롤은 이제는 몸으로 그를 어느 집
의 벽으로 밀어붙였다. 라이샤는 비틀거리다 강한 타격을 받아 벽에 박혀버리고 말았다. 트롤은 창을 쥐고 달
려들었다. 트롤이 창으로 라이샤의 심장을 노리고 찔렀으나 창은 갑자기 멈춰 섰다.
창은 힘없이 라이샤의 가슴위로 떨어졌다. 창이 떨어지는 충격에 라이샤는 정신이 들었다. 라이샤의 시선에
보이는 것은 새빨갛게 피로 물들어진 마이샤의 검이었다.
"괜찮아?"
트롤을 옆으로 치우면서 마이샤가 말했다. 라이샤는 마이샤의 말에 치욕감을 느꼈다. 쌍둥이이긴 하지만 자신
이 형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동생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마이샤가 내밀었던 손을 쳐버리고 라이샤는 스스로 일어섰다. 마이샤는 자신을 손을 만지며 일어섰다. 마이샤
는 자신의 형을 바라보다가 돌아서서는 공중에 있던 검을 잡고 또다시 몬스터들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라이샤는 자신의 신세를 처량해 하다가 오크가 달려들자 다시 검을 들고 맞서기 시작했다. 라이샤의 마음속
은 복잡하기만 했다.
오크는 글레이브를 들고 라이샤의 머리를 노리고 들어왔다. 아주 단순한 동작이고 그리 힘없어 아주 바보 같
은 동작같이 보였다. 하지만 그 동작도 라이샤에게는 힘들었다. 머릿속은 복잡하고 마이샤가 쉽게쉽게 몬스터
들을 베어나가는 것을 보자 마음속에서 화가 치밀었다. 마음속이 복잡해지니 단순한 공격도 힘겹게 막아내는 것이었다.
"으음...... 이거 생각보다 심각하네......"
저 하늘 높이 떠 있는 자가 한 말이었다. 그리 대단하지는 않지만 꽤 많은 근육을 지니고 있었고 그의 몸은
공중에 떠 있었다. 그 자의 말에 그 자 옆에 있는 빛의 구체가 말을 했다.
「그거야 첫 경험이고...... 아, 이상한 생각마시길...... 자신이 형인데도 동생에게 뒤진다는 압박감 때문이지.」
"압박감? 그게 그렇게 저 애에게 큰 영향을 주나, 나이라세?"
공중에 떠있는 자는 가이샤였고 옆의 빛의 구체는 나이라세였다. 그들은 공중에 떠서 싸우고 있는 두 쌍둥이
를 바라보고 있었다. 위험하면 도와주려고 준비하는 그들이었다. 하지만 위험할 때마다 쌍둥이들은 서로 도와
그들을 지켜냈고 차차 라이샤가 마이샤에 비해 뒤쳐지기 시작했다. 아까 말한 압박감 때문이었다. 그들은 저
밑의 아이들을 걱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