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1권 3-18
3 술회述懷 18 자회自悔 스스로 후회하며
시주청광사십년詩酒淸狂四十年 시詩와 술에 청광淸狂하기 40년
여금왕사갱의연如今往事更依然 이제 와도 지나간 일 그대로 의구하여라.
미도미원응수각迷塗未遠應須覺 잘못 든 길 멀지 않았으니 응당 한 번 깨달아서
의파○○학지선擬把○○學地仙 ○ 잡고서 地上仙 배울 만도 하여라.
●자회가自悔歌/존재存齊 위백규魏伯珪(1727-1798)
1787년(정조 11) 위백규魏伯珪가 지은 252행의 가사문학
전체 8단락으로 나누어진다.
제1단은
어버이가 자식을 낳아서 온갖 희생과 정성을 다하여 길러내는
父母恩功의 서사적序詞的인 사연
제2단에서는
자식을 길러 행여 기쁨이나 볼까 하고 기다리는 어버이의 소망은 아랑곳없이 혼인 후에는
제 처자식에게만 사랑을 옮겨 늙은 부모를 천대하는 망은불효忘恩不孝의 태도를 노래했다.
제3단은
젊은 아들내외는 단란한 생활을 영위하나
어버이는 이미 늙고 병들어 온갖 고초와 슬픔을 다 겪으며 잠 못 이루다가도 날이 새면
또 다시 어쩔 수 없는 천륜의 정 때문에 세상걱정 손자 사랑에 세월을 보낸다는 사연
제4단은
노부모가 죽은 뒤에 그제야 효자인 척 울음을 울며 명당을 얻어 저 혼자 부귀영화를 누리려 하나
하늘이 시기하여 죽어도 편하지 못하게 천장遷葬까지 하게 된다는 사연이다.
제5단은
어느덧 자신도 늙고 보니 돌아가신 부모의 일을 돌이켜보고 뉘우치며 슬퍼하는 참회를
제6단은
형제끼리 화목하고 언행을 조심하여 선행으로써
어버이의 낯을 내도록 하여야 된다는 사연을 내용으로 한다.
제7단은
참된 인간이 되어 남에게 칭찬을 받으면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이며
궂은일을 범하면 부모를 욕되게 한다는 것을 서술하고
제8단은
생전의 불효는 뉘우쳐도 미치지 못하니 後生길에 가서라도 부모자식간의 연분이
다시 맺어지길 황천에 축원하는 결사結詞이다.
이 가사는 생시의 부모에게 효도를 권장하는 도덕가적인 성격으로 되어 있으나
그 사연이 다른 도덕가류처럼 관념적인 면에 치우치지 않고
섬세한 사연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 특이한 점이다.
특히 눈에 뜨이는 것은 관념적인 한자어는 거의 쓰지 않고
순수한 우리말의 생활어를 조금도 꾸밈없이 실감 있게 구사하고 있어서 작자의 연시조인
<농가農歌>와 함께 우리들에게 더욱더 친밀감과 소박한 진실감을 자아내게 하는 수작秀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