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의 <보수를 말하다>
1. <보수를 말하다>는 2021년 정치평론에서 가장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진중권의 한국 ‘보수정치’에 대한 분석이자 조언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보수 정치는 최근에 치른 4번의 선거에서 연속적으로 패배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근본적인 변화에 대한 고민이나 구체적이고 개혁적인 행동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새는 두 날개로 난다”라는 말처럼 현재의 한국 정치의 문제점은 진보의 독주 때 그것을 제어할 수 있는 건전하고 상식적인 보수의 부재에서 비롯되었는지 모른다. 정치는 한 세력이 잘못했을 때, 다른 세력으로 바꾸는 과정이다. 그럼에도 우리 정치에서 보수 세력은 대안으로 선택되기에는 너무도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진중권은 나름 상식적인 잣대로 보수의 치부를 제기한다.
2. 대한민국의 보수가 정치에서 추구하는 이념적 가치는 ‘극우반공주의’와 ‘자유시장주의’이다. 특히 ‘반공주의’는 한국전쟁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국민들의 공포와 불안을 자극하기에 좋은 소재였다. 과거 선거 때마다 터진 ‘북풍’은 보수 세력의 승리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이제 ‘반공’은 철지난 가치에 불과하다. ‘한국전쟁’의 공포를 지닌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좌빨’, ‘종북’이라는 공격은 자폐적인 외침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실제적으로 그들이 공격하는 정치세력도 결코 ‘사회주의자’들이 아니다. 대부분 보수적인 자유주의자로 변모한지 오랜 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3. 보수가 내세우는 또 다른 공격 무기는 ‘시장주의’이다. 진보적 정치가들이 국가의 독점을 통하여 시장의 자유를 파괴하는 반시장적 정치를 추구한다고 비판하는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사태를 통해서 전 세계는 ‘국가’의 중요성을 다시금 인식하고 있다. ‘신자유주의’를 내세우는 국가들도 ‘국가’주도의 경제가 언제든지 중심을 이루고 있었다. ‘시장’, ‘대기업’ 친화적 정서로는 정치의 중심이 되기 어려워진 시기이다. 오히려 부의 양극화 속에서 어떻게 경제적 발전과 부의 적절한 분배를 균형잡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이다.
4. 과거의 정치적 습관과 태도에서 벗어나지 못한 보수정치를 망치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은 정치가들의 ‘막말’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보수 정치가들이 ‘세월호 사건’이나 ‘518 항쟁’에 대하여 보여준 막말은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잃어버린 공감 제로의 잔인한 공격이었다. 정치적 적수나 상대에 대해서 넘어서지 않아야 할 ‘금도’가 존재한다. 하지만 이들은 그것에 대한 조금의 배려도 없이 공격적인 언사를 토해낸 것이다.
5. 하지만 이러한 정치가들의 언사는 그들을 지지한다고 믿는 소수의 극우적 세력에 대한 믿음에서 비롯되었다. 거리를 떠도는 ‘태극기 부대’라는 정치세력, 전광훈 목사로 대표되는 극우적 기독교 세력, 유튜브를 장악하고 온갖 가짜뉴스와 선도를 일삼은 극우 미디어 세력에 대한 과도한 믿음에서 이러한 잘못된 태도가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결국 극단적인 발언과 상대에 대한 비난에 지친 국민 대다수는 보수 정치를 신뢰할 수 없었던 것이다.
6. 현재 민주당으로 대표되는 ‘진보정치’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위선’이다. 정의와 공정을 앞세우던 정치가들이 알고보니 보수 정치인 못지않게 탐욕적이고 위선적인 행위를 저지른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조국 사태’이다. 그럼에도 그들에 대한 지지세력은 잘못을 정직하게 인정하지 않고 특이한 정치 프레임으로 문제의 본질을 뒤바꾸려 시도하는 것이다. 이러한 부정직과 위선적 태도에 많은 진보 지지층과 중도적 국민들이 실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7. 현재 한국 정치는 어떤 세력도 지지하기 어려운 혼돈의 시기인지 모른다. 각 세력 모두 극단적인 지지층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정치적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진중권이 보수 정치세력에게 주는 조언은 나름 의미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보수세력이 극우적 정치세력과 분명한 거리를 두고 반공주의와 시장주의에서 좀 더 중도적 위치로 전환할 것을 권고한다. 정치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보수의 정책이나 이념이 중도적 시민들에게 설득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위해서는 막말이나 극우적 성격이 강한 인물들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고, 거짓을 일삼은 유튜브와도 거리를 두어야 한다. 이러한 변화에 대하여 일부 정치인(대표적인 인물 홍준표)들은 보수의 본질을 잃어버리는 얼빠진 행위라고 비판하지만 새롭게 변화된 정치에서 세력을 갖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8. 진중권은 2020년 전방위적으로, 특히 SNS를 통해 진보 정치세력의 ‘위선적 행위’를 공격하는 데 앞장섰다. 그 과정에서 그 또한 공격적이고 과격한 언사를 동원한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던 그가 자신의 생각을 차분하게 책을 통해서, 신문의 칼럼을 통해서 정리하기 시작하고 있다. 공인된 책이나 신문을 통한 그의 글은 상당히 이성적인 논리를 회복하고 있다. 현재의 정치에 대한 상식적인 분석과 이성적인 판단을 통해 제시하는 의견은 경청할만하다. 진중권에 대한 진보정치 지지세력의 공격도 격렬했다. 하지만 그러한 공격의 대부분도, 공지영의 박사학위 미취득에 대한 공격같이 인신적인 비난에 가까웠다. 그런 점에서 진중권의 정치평론에 관한 책의 발간은 정치적 논의의 성격을 바꾸어야 할 시점이 왔다는 것을 말해준다. 한동안 트럼프의 트위트가 정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이러한 선동적인 방식이 아닌 문제에 대한 신중하고 논리적인 논쟁이 요구된다. 진보든, 보수든, 제대로 된 논의를 바탕으로 정치의 본질을 회복해야 하는 것이다.
9. 진중권의 다음과 같은 말은 정치인 뿐 아니라 시민들도 성찰해야 할 중요한 정치적 태도라고 생각된다. “독립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개인들이 필요하다. 그 개인들은 설사 특정 진영에 속해 있어도 제 진영이 아니라 제 자신의 이름으로 발언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 해방된 개인들이 자유로운 토론과 논쟁을 통해 진영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사안에 대해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판단을 내리는 공론의 장이 있어야 한다.”
첫댓글 보수든 진보든 어둠을 밝혀주는 빛으로서 거듭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