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인터넷 뉴스에서 '개그맨 김병조 "명심보감, 환경과 생명 사상을 배워"' 라는 제목의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내가 어릴 때 알던 그 웃기던 개그맨 아저씨가 대학교에서 우리 아이들이 지금 낭송을 하고 있는 명심보감 강연을 한다고?
짧지 않은 기사였지만 열심히 읽어 내려가면서 나는 김병조의 강연을 직접 들오보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하지만 바램뿐이었다. 강연을 듣기 위해 타지역을 찾아갈 만큼의 열정과 시간이 허락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과 며칠뒤 대한민국 독서대전에 '김병조의 청주판 명심보감 이야기' 강연이 진행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게 웬 떡인가?싶었다.ㅋㅋ
게다가 '청주판 명심보감 이야기'에는 신항서원 인문숲학교 아이들이 명심보감 낭송 공연을 하기로 되어 있었다.
겸사겸사 참 뜻깊은 일이 될꺼란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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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 늦잠을 자고싶은 아이들을 데리고 고인쇄박물관 세미나실로 부지런히 발길을 옮겼다.
어제 '독서대전 고전낭송대회'에서 무대위에 한번 섰던 아이들이었기에 긴장감은 어제보다 덜 한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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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을 들으러 오신 분들로 객석이 채워지고 멘트를 매끈하게(?) 날리는 사회자 이은희샘의 김병조 유행어 '나가놀아라~~~~~~'와 함께 강연은 시작되었다.
강연 시작은 청주 신항서원 인문숲학교의 명심반,보감반,서원반 아이들의 명심보감 낭송과 함께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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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반은 저학년의 개구진 모습과 함께 웃음을 자아내는 낭송을 보여주었다.
마치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의 모습을 보여주듯 날 것 그대로의 모습으로 최선을 다해 명심보감을 낭송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마음을 밝히는 보배로운 거울~ 명심보감~ 명심보감~!
선한 일을 하는 사람 하늘이 복을 내려~ 선한 일을 하는 사람 하늘이 복을 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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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문화재야행 무대에도 올랐던 보감팀은 경력만큼이나 멋진 무대를 보여주었다.
'공수! 례!' 인사까지 하면서 '우리가 잡아야할 열가지 도둑들~!!! ' 에 대한 낭송을 했다.
"게으른 도둑! 게으른 도둑!!
불성실한 도둑! 불성실한 도둑!!
잔머리 도둑! 잔머리 도둑!!
질투하는 도둑! 질투하는 도둑!!
꼭 잡아야할 도!! 둑!! 들!!!"
나도 모두 잡아야할 도둑들이라 속이 뜨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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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한 형님들 서원반의 명심보감 낭송은 원숙미를 보여주었다.
"남을 헐뜯는 말은 도리어 나를 해친다~
남을 헐뜯는 말은 도리어 나를 해친다~
만족하며 사는 것은 즐! 겁! 다!!"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가 이어지고 아이들도 부모님들도 뿌듯한 순간이었다.
맨 앞에서 숲학교 아이들의 명심보감 낭송을 바라보고 계신 김병조선생님도
매우 뿌듯한 표정을 짓고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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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팀의 낭송이 끝나고 드디어 김병조선생님이 무대 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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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솔직히 명심보감이 어떤 책인지 알지 못한다. 제목만 수도 없이 들어보았고 아이들이 낭송을 할 때도 낭송문구를 들으면서 '아~ 저런 내용이 들어있구나~다 좋은 말이네~' 이렇게 생각하는 정도였다. 강연을 통해 명심보감이 어떤 책인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된 것인지, 숨은 이야기를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명심보감은 1454년 청주에서 '청주판 명심보감'으로 출판된게 처음이라고 한다. 당시 청주목사 황보공, 청주목판관 구인문, 도사 김효급, 청주유학교수관 유득화 등 5명이 의기투합해서 만든 것이다. 이 인물들은 모두 '계유정난'과 연관이 있다고 한다.
이 시기는 민감한 시기였고 땅에 떨어진 도덕을 세우고자 만든 책이다. 명심보감은 '마음을 밝혀주는 보배로운 거울'이라기보다, '마음을 청정하게 하는 책'이다.
당시 이 책을 만든다는 것은 목숨이 위태로운 일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5명의 충신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명심보감 목판본을 만들기 위해 애를 썼기 때문에 지금의 우리가 명심보감을 접할 수 있는게 아닐까? 정말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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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조 선생님의 지난 살아온 이야기, 어렸을 때 배를 곯았던 이야기. 어머님에 관한 이야기, 한 쪽 눈을 실명하게 된 이야기까지 살아오신 많은 이야기들을 함께 들려주시는데 몇몇 관객들도 함께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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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특유의 위트로 웃음을 짓게도 만들고
한문을 함께 따라 읽으며 참여하는 느낌도 가질수 있었고
명심보감의 고향이 청주라는 점을 알려주셔서 청주시민으로서 뿌듯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또한 그런 청주에서 아이들의 목소리로 읽혀지는 명심보감 낭송은 더욱 뜻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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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조 선생님 말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두가지 있다.
명심보감에서 말하는 선한 일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사람들이 대게 선한 일을 해야한다고 말을 하지만 도대체 선한 일이란 무엇일까?
선한 일, 착한 일, 그것은 곧 배려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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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는 남을 생각하는 것, 남이 불편하지 않고 편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일, 그것이 선한 일이라고 한다. 내가 먼저가 아닌, 남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는 삶이 명심보감에서 말하는 선한 일이라고 알려주신다.
또 한가지는 분수!!
분수에 맞는 삶을 살아라.
여기서 분수란 무엇일까? 분수에는 가분수와 진분수가 있다.
3/4, 5/4 이런게 분수다. 3/4는 진분수이고 5/4는 과분수이다. 넷을 가졌는데 다섯을 쓰면 가짜다. 자기 능력은 넷인데 다섯이라 생각하면 가짜다. 김병조 선생님은 분수를 알아야 한다고 말씀하신다.내가 가진만큼,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서 살아야 탈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문 가득한 어려운 명심보감을 김병조선생님이 명쾌하고 간단하게 정리를 해주신 듯하다.
이 두가지만 기억하고 인생을 살아도 꽤 괜찮은 인생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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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의 넘치는 강연을 마치고 명심보감을 공부하는 김병조선생님과 명심보감을 낭송하는 아이들이 함께 사진을 찍었다. 과연 아이들에겐 명심보감이 조금은 이해가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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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을 마치고 독서대전 행사장 체험부스를 다니다가 액자꾸미기를 하게되었다.
책모양의 액자를 꾸미고 그리고 글씨를 쓰는 체험이었는데
아이가 말한다.
"엄마, 난 여기에다가 '돈이 많은 사람이 부자가 아니라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이 부자다.'라고 쓸꺼야!"
순간 소름돋게 놀랐다.
강연 중에 김병조 선생님이 하신 말씀중에 있는 말이었다.
아이들에게 지루한 강연이었을꺼란 나의 짧은 생각.
귀담아 듣기나 하겠어?라며 기대조차 하지 않았기에
아이의 대답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멋있는 말이라고 느꼈기에 쓰겠다고 생각했단다.
아이들은 순간순간 모든 걸 보며 흡수하고 자신의 살로 만들어 살아가는 듯하다.
아이를 데리고 독서대전의 행사에, 명심보감 강연에 온 것에 정말 뿌듯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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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함께 하는 생활!
책 읽기의 중요함에 대해 새삼 깨닫게 되는 하루였다.
첫댓글 저도 김병조의 명심보감 강연 감명깊게 들었어요. 청주사람으로 자부심을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나저나 아들래미 정말 기특하군요. 꼭 부자되시길! ^^
아들이 부자가 되려면 제 시간과 입을 써야한다는게 흠인거 같아요~ㅋ
강연을 끝까지 듣지 못해 아쉬웠는데 이런 말이 있었군요.
'배려 하기와 분수에 맞게 살기'
타인배려도 해야겠지만 자기배려가 되어야 한다고 하네요^^
진분수처럼 살라는 말은 재밌으면서도 공
어! 페이스북 공유시 왜 사진이 저절로 뜨지 않죠? 꼭 사진자리를 눌러야 사진이 보여유~
어떻게 해봐유~
와~~~~~~~ 역시~~~👍👍
같은 강연을 들었는데,, 그 느낌을 글로 완벽히 나타내는 당신은 진짜 최고네요!!
월설샘이 갈수록 매력을 뽑내보이니 그것에 홀리지 않는자가 없을듯요?!!!
👏👏👏👏👏👏👏👏👏👏👏
무한한 칭찬에 몸치인 제가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은 심정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