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족산은 대전 동쪽에 솟은 범상치 않은 산이다.
서쪽의 계룡산과 함께 닭계(鷄)자가 들어간 이름부터 뭔가 오묘한 이야기를 숨긴 것만 같다.
무던한 육산 치고는 가파르게 우뚝 솟아오른 산봉우리가 고고하고, 산줄기에는 백제의 고성(古城)인 계족산성이 장중하다.
산의 서쪽은 대전 시가지가 펼쳐지고 동쪽은 대청호의 푸른 수면이 드넓은 등고선으로 드리워져 있다.
계족산 허리춤을 돌아 산을 한 바퀴 도는 임도는 대전 시민들에게는 편리한 등산로이고 자전거에게는 여유로운
산악코스가 된다. 계족산성 최정상까지 박차고 오르면 어느새 세상은 발밑으로 질펀하다.
* 한밭을 둘러싼 ‘닭의 산
대전은 닭과 무슨 인연이 있는가 보다. 대전 서쪽에는 계룡산(鷄龍山)이, 동쪽에는 계족산(鷄足山)이 있어서 닭으로 포위된 형국이다. 대전(大田)은 큰 밭 곧 ‘한밭’이니 닭이 모이를 찾아 모여든 것일까. 계룡산(845m)은 전국적으로 유명하지만 높이가 절반 밖에 되지 않는 계족산(431m)은 언뜻 보면 평범한 산 같다. 계룡산의 주능선은 닭벼슬을 닮았고 계족산은 지형이 닭발과 비슷하니 계룡산은 머리이고 계족산은 다리인 셈이다. 시가지를 굽어보며 급준하게 솟구친 산세는 바위가 없는 육산인데도 당당하고 헌칠하다. 오똑하게 도드라진 봉우리 위에는 정자(봉황정)가 날아갈 듯 앉아 있어 더욱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봉황정이 있는 곳이 계족산 정상(423m)이지만 지금은 계족산성이 있는 봉우리가 더 높아 그 봉우리를 정상으로 치는 것 같다. 계룡산은 시내에서 한 발 물러나 있고, 꽤 높은 데다 유명한 국립공원이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찾기에 다소 부담스럽다면, 주택가 옆에 솟은 계족산은 일상 속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휴식처다. 그런 점에서 계족산은 대전 시민들이 더 친근하게 여기고 자주 찾는 곳일지도 모른다. 곧추선 산정에 봉황정을 세워서 대전을 지나는 고속도로나 철길에서 고개를 젖히고
우러러 보게 만드는 것도 ‘대전 계족산’의 상징성을 엿보게 한다.
* 백제의 산성이 있는 곳
계족산은 서쪽으로 넓은 분지가 펼쳐지고, 중부지방과 영남지방을 잇는 길목이어서 옛날부터 전략적으로 중시되었다.
그 증거가 바로 계족산성이다. 출토유물로 보아 백제의 산성으로 추정되며, 길이 1천2백 미터, 높이 7미터 규모로 일부
성벽은 복원되어 옛날의 장대한 모습을 되찾았다.
산성은 고려 이후 우리에게서 멀어져간 상무(尙武) 정신의 총화이면서 세계적인 유적이기도 하다.
역사상 최고의 전국시대였던 삼국시대의 산물로, 대부분의 산성은 삼국시대에 처음 축조되어 개축과 증축을 거듭하며
조선시대까지 사용되었다.
얼마나 많은 산성이 축조되었던지 한반도에 약 2천 개의 산성이 분포하는데, 면적 대비 밀도에서 단연 세계최고다.
험준한 산 속에 그 많은 돌을 다듬고 옮겨서 낮게는 3미터, 높게는 10미터가 넘는 성벽을 수천 미터씩 쌓는다는 것은
엄청난 공사였을 것이다.
근 2천 년 전에 전국의 산에 2천개의 산성을 쌓은 것은 실로 경이적이다.
지금은 한낱 돌무더기로 변해 버린 그 돌 하나하나에 깃든 역사성과 지형의 굴곡을 따라 구비치는 형태상의 아름다움,
기막히게 멀고 시원한 조망, 그리고 그곳에서 구현된 상무정신은 현대적인 의미에서 무용(武勇) 행위라고 할 수 있는
산악자전거로 올랐을 때 특별한 감흥으로 다가온다. 계족산을 휘감아 도는 산길을 따라 돌다 끝내 계족산성 최정상까지
치고 올랐을 때 거친 호흡의 틈을 비집고 전신을 훑고 지나는 격정은 일상에서 벗어나 상무정신을 체감하는 데서
비롯되는 것 아닐까.
* 코스안내
25km 단거리 코스는 3시간 정도면 여유롭고, 31km 코스는 4시간 정도 잡는다.
단, 계족산성을 오른다면 거리는 1.5km 더 늘어나고 시간도 30분은 더 걸린다.
1. 계족산 일대에는 총길이 39km의 임도가 개설되어 있다. 일부 등산로도 코스로 사용할 수 있지만 등산객이 많이 다녀서
길이 넓은 임도 코스만 다니도록 한다. 계족산에서는 산악자전거대회도 열리는데, 여기 소개하는 임도의 대부분이
대회 코스에 포함되며, 그밖에 등산로를 이용한 일부 싱글트랙 코스도 있다. 출발지는 시내에서 접근이 쉽고 주차공간도
충분한 용화사로 잡는다.
2. 용화사에서는 좌우 어느 쪽으로 가도 원점으로 돌아오는 순환코스가 된다. 여기서는 시계방향으로 돌기로 하고
왼쪽 길로 진입한다. 용화사에서 1.6km 가면 연화사 입구다.
연화사를 지나 1.5km 더 올라가면 정자가 있는 넓은 공터가 나온다.
여기서 길은 크게 꺾이며 남쪽으로 방향을 바꾸고 골짜기 저편으로 계족산성도 모습을 드러낸다.
정자 뒤로 내려가는 등산로는 수자원공사로 이어지는 싱글트랙으로 산악자전거대회 다운힐 경기 코스다.
초반에 점프대가 설치되어 있다.
3. 정자에서 2.5km 가면 임도삼거리다.
좌우가 연결된 14km 순환코스의 기점인데, 절고개에서 추동임도를 거쳐 가양비래공원~용화사 방면으로 가지 않는다면
이곳으로 되돌아오게 된다. 여기서는 임도삼거리로 돌아오는 코스를 소개한다. 임도삼거리에서 왼쪽 길로 간다.
이후 몇 번 갈림길이 나오면 모두 직진(우회전) 해야 한다. 왼쪽 길은 산을 내려간다.
임도삼거리까지는 등산객이 많지만 이후에는 임도를 걷는 보행자가 드물다.
4. 임도삼거리에서 3.3km 가면 왼쪽으로 장동삼림욕장이다. 5.3km 가면 자작나무 숲이 멋진 삼거리인데, 왼쪽 내리막은
이현동으로 하산하는 길이다. 오른쪽 길로 계속 직진한다.
임도삼거리에서 9.8km 들어온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가파르게 올라가는 갈림길이 계족산성 진입로다.
산성을 돌아보고 내려와서 우회전, 3km 가면 비래사에서 올라오는 등산로와 만나는 절고개다.
5. 절고개는 삼거리를 이루는데, 왼쪽길이 추동임도로 가양비래공원~비래사를 돌아 용화사로 이어지는 길이다.
용화사까지는 약 12km 거리. 이 코스로 가면 총일주거리가 31km 정도 되는데, 이 길을 택하면 왔던 길을 다시
가지 않아서 좋다.
절고개에서 우회전할 경우, 1.4km 가면 앞서의 임도삼거리로 나온다.
임도삼거리에서 용화사까지는 5.6km로 코스 총길이는 25km 정도다.
형편에 따라 선택하면 되는데, 여기서 소개한 길은 절고개에서 우회전, 임도삼거리를 거쳐 왔던 길로 용화사로
복귀하는 코스다.
숲이 울창하고 낙엽이 서걱이는 편안한 산길이 내내 계속된다.
* 가는 길
경부고속도로 대전IC에서 나와 바로 우회전해서 1.5km 가면 법동사거리다.
약 1km 가다 영진로얄아파트와 현대아파트 중간쯤에서 오른쪽 경부고속도로 아래로 들어가는 굴다리 길로 진입한다
(용화사 표지판 있음). 굴다리를 건너 800m 정도 올라가면 작은 저수지를 지나서 용화사 아래에 도착한다.
* 주변관광지
계족산성 - 백제 때 처음 세워진 석축 산성으로 사적 제355이다. 성벽은 높이 7m 정도, 둘레는 약 1200m이다.
산정을 빙 둘러싼 테뫼식 산성으로 서쪽 성벽은 잘 복원되어 있다. 동문 근처에서는 수문과 함께 저수지 유적도 발견되었다.
증개축을 거쳐 조선시대까지 사용되었으며 주변 조망이 시원하다.
계족산 순환임도에서 700m 가량 급한 오르막을 올라야 하지만 계족산에 간다면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 주차: 용화사 입구에 공터가 있다. 절 입구에 주차공간이 없다면 절 약간 아래에 있는 용화사소류지 옆의 주차장을 이용한다.
* 숙식: 대전시내나 유성온천 등지가 숙소로 좋겠다. 용화사 입구에 식당이 몇 곳 있다.
* 휴식: 임도 곳곳에 정자가 세워져 있다. 임도삼거리, 계족산성, 절고개 등지가 쉼터로 좋다.
* 주의: 휴일은 물론 평일에도 임도를 따라 등산객이나 산책객이 많이 다녀서 안전사고에 주의한다.
과속하지 말고 보행자가 놀라지 않도록 배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