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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일시: 2015년 8월 29일 (토)
o 날씨: 맑음 (오후 약간 흐림)
o 산행경로: 우전마을 - 피바위 - 황석산성 - 황석산 - 거망샘 - 거망산 - 수망령 - 금원산 - 동봉 - 기백산 - 도수골 - 용추사 주차장
o 산행거리: 27.4km
o 소요시간: 12시간 10분 (휴식 1시간 40분)
o 지역: 경남 함양, 거창
o 일행: 온라인산악회
오늘의 산행지는 경남 함양과 거창에 걸쳐 있는 황거금기 종주 산행이다. 이곳에서는 남쪽으로는 지리산, 북쪽으로는 덕유산, 서쪽으로는 장안산과 덕유산, 그 뒤로 호남정맥, 동북쪽으로는 가야산 국립공원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기 때문에 진작부터 탐색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온라인산악회를 따라 나서게 되었다.
황거금기 4산 종주는 산행거리가 25km 안팎으로 당일치기는 사실상 어렵다. 이번 산행도 무박산행이다. 무박산행은 이른새벽에 산을 오르기 때문에 더위를 피할수 있고, 운이 좋으면 일출을 볼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들머리부터 날이 밝기 전까지는 핸드폰 카메를 사용하는 나로서는 사진을 남길 수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
보통 유동마을을 산행들머리로 하는데, 오늘은 우전마을이 들머리다. 서울에서 밤 12시에 출발한 버스가 산행들머리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3시 40분, 사방은 어둠에 쌓여있고 하늘에는 덩그러니 보름달(?)이 우리를 내려다 보고 있다.
우전마을에서 황석산 정상까지의 거리는 약 5km다. 마을어귀에서 약 2.5km의 동네길과 임도를 지나면 마을끝에 식수원으로 사용되고 있는 사방댐이 나타난다. 이 사방댐을 끼고 우측으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동네는 전형적인 시골마을이다. 여기저기서 동네개들이 낮선 불청객(?)들을 경계하면서 짖어대는 소리가 새벽을 깨울 듯하다. 하늘을 바라보니 뭇별들이 쏟아지고....시골고향에서 평상에 누워 하늘을 쳐다보며 별을 헤던 어릴적 모습이 스친다.
임도를 벗어나니 등산로는 갑자기 고도를 높이기 시작한다. 여기서 부터 정상까지는 약 2.6km의 거리다. 정상까지의 거리가 비교적 짧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오르막이 가파르지 않을까 걱정이다. 오르막이 가파르면 어쩔수 없이 무리를 하게 되고, 초반에 무리하게 되면 산행내내 부담이 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무리하게 선두를 쫒지 말고 내 페이스를 유지하자는 생각을 하지만 나도 모르게 앞의 일행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쓰게 된다. 헤드렌턴이 있지만 어둠속에서 앞선 일행을 놓쳐 버리면 등산로를 이탈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둠속이라 주변이 보이지는 않지만 사방댐으로 흘러들어가는 계곡물 소리는 마치 우뢰(?)와 같다. 보이지 않으면 듣는 것이 훨씬 민감해지는 모양이다.
등산로를 접어든후 얼마쯤 가면 정유재란의 한이 서려 있는 피바위가 나온다. 어둠속이라 피바위는 볼수가 없지만 등산로 옆에 있는 안내판이 피바위의 내력을 알려 준다.
▼ 피바위 안내판 (펌)
피바위를 지나 가파른 오르막을 좀 더 오르면 황석산성이다. 산성의 모습은 어둠에 묻혀 제 모습을 보기는 힘들지만 등산로 양쪽 옆으로 높게 쌓아 올린 보루는 여기가 산성임을 알수 있게 해준다.
▼ 황석산성 안내판
▼ 황석산성 모습 (펌)
황석산성 안내판을 지나면 평탄한 숲속 등산로가 이어지는데 오른쪽으로 언듯 언듯 보이는 황석산성은 마치 트래킹 하는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어느 순간 갑자기 오르막이 급해지고 숨가프게 그 오르막을 오르면 유동마을에서 올라오는 등산로와 만나는 삼거리가 나타난다. 우전마을과는 약 5km, 유동마을과는 약 4.2km의 거리다. 이제 황석산 정상까지는 200m만 남았다.
멀리서 보면 황석산 정상은 뾰족한 암봉의 모습이다. 정상아래 삼거리에서 정상까지 200m가 가파른 오르막 암릉이라는 의미다. 이전에는 밧줄을 잡고 정상을 올랐다고 하는데, 지금은 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그래도 조심과 안전이 제일....
▼ 황석산 정상을 오르는 길 (펌)
황석산 정상은 좁은 암봉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올라갈수 없다. 아직도 아침은 요원한데 황석산 정상 아래로는 사방이 운해의 바다다. 동쪽에서는 일출의 기운이 서서히 세력을 넓히고 있고...... 산아래로는 일행들의 헤드렌턴 행렬도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옛날 같으면 '도깨비 불'이라고 했을 텐데...^^
어둠속이라 핸드폰 카메라로는 인증샷을 찍는것이 어려워 산행대장께 DSLR 카메라로 인증샷 한장을 부탁했다.
▼ 황석산 정상
[황석산] 높이는 1,190m이다. 함양군에서 북동쪽으로 15km 떨어져 있으며, 월봉산(月峰山:1,279m)·기백산(箕白山:1,331m)·괘관산(掛冠山:1,252m) 등과 더불어 영남·호남 지방을 가르는 소백산맥의 줄기를 형성한다. 이곳에서 남강(南江)의 상류인 남계천(濫溪川)의 일부가 발원한다. 바위산으로서, 기백산을 북쪽으로 마주보고 있으며 덕유산에서도 모습이 선명하게 보인다.정상 일대는 2개의 커다란 암봉(巖峰)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남봉(南峰)은 북봉(北峰)보다 더 뾰족하여 피라미드 형태를 이룬다. 금원산과 기백산 사이의 심진동에는 유명한 용추계곡이 있는데, 안의면에 있는 화림동계곡(남계천 일부), 거창군 위천면 원학동계곡을 합쳐 화림 삼동(三洞)이라고 부른다. 가을철에는 산정상 바로 밑에서 거망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온통 참억새로 빽빽하게 뒤덮여서 대장관을 이루는데, 그 때문에 능선의 선이 매끈하고 아름답게 보인다. 문화재로는 임진왜란 때인 1597년 왜군에게 항거하다가 많은 사람이 죽음을 당한 포곡식(包谷式) 산성인 황석산성이 있고, 인근의 안의면 화림동에는 뛰어난 절경의 8개 못과 8개 정자, 즉 팔담팔정(八潭八亭)이 있었는데, 지금은 농월정·동호정·거연정·군자정만이 남아 있다.(두산백과)
황석산 정상 바로 아래에 거망산으로 가는 이정표가 있다. 거망산까지는 약 4.2km, 거망산으로 가기 위해 이정표를 조금 지나치니 잘 조성되어 있는 황석산성의 모습이 아직 가시지 않은 어둠속에서도 눈에 잘 들어온다. 이곳에서 황석산 정상을 올려다 보니 앞다리를 치켜 들고 있는 공룡의 날카로운 등뼈 모습이다.
황석산성을 지나면 암릉이 나오는데 직진 하자니 조금 조심스러워 약간 우회를 하니 바로 뒷쪽에도 암릉을 오르는 길과 연결되어 있다. 여기가 북봉이다. 북봉에 서서 사방을 살펴보니 "오 마이 갓!..." '별유천지비인간''무릉도원'이 이것을 두고 하는 말인가.... 북봉을 벗어나면 거망산까지는 숲속 등산로이기 때문에 시야가 없어므로 여기서 일출을 보고 가자는 산행대장의 말에 따라 일행들이 모두 베낭을 내려놓고 신이 빚은 자연의 신비에 빠져들기 시작하였다.
▼ 북봉에서 바라본 황석산 정상
▼ 같은 장소 좋은 카메라 ^^ (일행중 한분이 찍은 사진)
황석산 정상에는 후미의 일행 모습도 보이고, 아래로 힘차게 흘러내린 암릉이 어둠속에서도 그 기개가 느껴진다. 정상 오른쪽 봉우리는 남봉이다. 그리고 왼쪽으로 운해에 잠겨 있는 황매산(가장 뒤쪽)과 월여산, 감악산도 보이다. 사실 황매산 뺴고는 어느산이 어느것인지 잘 모르겠다...가장 왼쪽은 오도산 숙성산 능선인가?....
▼ 황석산과 황석산성 (펌)
▼ 정상 오른쪽 멀리 보이는 지리산 능선. 가장 높은 곳이 천왕봉이다.
북봉에서 약 30분간 자연의 신비에 빠져 있을때 동쪽에서는 오늘의 해가 또 하루를 시작한다. 오늘 하루도 모두 행복하길........
▼ 일출 (첫번째 사진도 일행중 한분이 찍은 사진)
▼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
일출 왼쪽 중간이 가야산, 그 왼쪽이 단지봉, 가야산 방향이다. 가야산 오른쪽으로는 우두산, 비계산, 두무산, 오도산 등일 텐데.....
▼ 수도산에서부터 황매산까지의 파노라마.
▼ 황석산을 배경으로 한 컷
해가 구름을 벗어나니 같은 장소 다른 느낌이다.
북봉에서 일출을 함께한 일행들이 이구동성으로 오늘 같은 장면은 쉽게 보지 못하는 감동적인 장면이라고 한다. 이런 맛에 무박산행을 다닌다는 사람도 있고..........모두들 이런 모습을 카메라에 담느라고 분주하다. 이럴때마다 핸드폰 카메라의 한계를 더더욱 느낀다. 핸드폰 카메라를 수십번 눌러 보지만 실제의 20%도 표현하지 못하는 것 같다. 나도 DSLR 카메라를 살까.... DSLR 카메라를 사더라도 충분히 옯바르게 사용하지 않을 것이 분명한데.....갈등이 생긴다.
운해와 일출의 장관을 원없이 봤으니 여기서 산행을 중단하고 하산해도 여한이 없다. 그냥 퍼질러 앉아서 하루종일을 보내도 좋겠건만.....일행이 있으니 이제는 거망산으로 가야 한다.
북봉을 벗어나면 거망산까지는 약 3.5km의 능선길이다. 큰 오르내리막은 없지만 등산로가 대부분 숲길이거나 수풀에 둘러싸여 주변 조망은 좋은 편이 아니다. 가끔 시야가 터지는 조망포인트가 걸음을 멈추게 한다. 중간중간 억새군락지가 있는데 아직은 가을의 억새를 느낄수 없다. 억새 군락지가 깊어 여차하면 길을 잃을 수도 있겠는데, 선두의 산행대장이 깔아놓은 깔지가 큰 도움이 되었다.
▼ 뒤돌아본 황석산(왼쪽)과 지리산 능선(뒷쪽)
지리산 주능선 왼쪽 끝으로 웅석봉도 구름위로 얼굴을 내밀고 있다.
▼ 대봉산/백운산과 지리산 능선 (오른쪽 볼록한 곳이 반야봉와 노고단)
▼ 백운산(왼쪽)과 영취산(오른쪽), 장안산(영취산 뒤)
▼ 서상면 방향. 구름이 감싸고 있는 모습이 환상적이다.
▼ 남덕유산(오른쪽)과 서봉(남덕유산 왼쪽), 그리고 할미봉(중간)
거망산으로 가는길에 남덕유산의 장쾌한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뒤로 보이는 봉우리가 서봉이고, 그 앞이 남덕유산이다. 서봉으로 오르는 능선 중간의 암봉이 할미봉이다. 할미봉 뒤로 멀리 흐릿하게 보이는 곳은 운장산과 구봉산 방향이다.
지난 7월 덕유산 육구종주가 생각난다. 서봉과 남덕유산에서 감동하였던 운해와 지리산의 장관.....황거금기를 바라보면서 빠른시일내에 가보리라 다짐했었다.
▼ 황석산에서 부터 백운산까지의 파노라마. 그 뒤로 황매산과 지리산 능선이 아른하다.
거망산 직전 안부에서 산아래로 50m 지점에 거망샘이 있다. 황거금기 종주산행에서 여기가 유일하게 식수를 보충할 수 있는 곳이라고 하니 충분히 식수를 보충하고....뒤에 알고 보니 수망령에도 약수터가 있다.
▼ 거망샘
거망샘 안부에서 약 100백여 미터를 올라가면 거망산 정상이다. 붉은 글씨의 커다란 거망산 정상석이 인상적인데, 큰 정상석 뒷편에 조그만 정상석이 있는 것으로 봐서는 최근에 새로 세운것으로 보인다.
▼ 거망산 정상
[거망산] 높이 1,245m. 남쪽 기슭에 용추사(龍湫寺)가 있는 기백산(箕白山:1,331m)을 북으로 마주하고 있다. 백두대간의 산줄기 소백산맥이 덕유산과 남덕유산을 치솟게 하고 다시 남덕유산에서 뻗어내린 산세가 월봉산(月峰山)을 거쳐 기백산·금원산(金猿山:1,353m)·거망산·황석산을 옹골차게 빚어놓았다. 이들 네 산에서 흘러내린 골짜기 물이 용추계곡을 지나 지우천을 이룬다. 깊은 계곡은 수량도 풍부하며 심원정에서 용추폭포까지 주변에 기암괴석이 널려 있고, 용소와 크고 작은 폭포들이 시원스레 물줄기를 쏟아내고 있다
지우천(智雨川)은 기백산에서 발원하여 거망산 사이를 관류하여 남강으로 흘러간다. 거망산은 용추교에서 출발하여 용추폭포와 용추사를 거쳐 정자벌 입구에서 오른쪽 계곡길을 타고 능선에서 왼쪽으로 굽어들면 정상에 닿을 수 있다. 지장골 남릉을 따라 주능선까지 오르는 산길은 억새와 조릿대ㆍ싸리나무ㆍ잡목림이 빽빽이 들어차 길이 안 보일 지경이다. 주능선을 따라 거망산으로 오르는 일대는 억새로 덮여 있다. 덕유산과 지리산의 연봉들이 거대한 연꽃잎처럼 뚜렷이 보이는 주봉우리에 서면 황석산(黃石山:1,235m) 정상 밑까지 이어진 능선은 온통 참억새로 뒤덮인 억새 대평원의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두산백과)
▼ 거망산에서 뒤돌아본 황석산 (중간 왼쪽 뾰족한 봉우리 2개)
▼ 거망산에서 바라본 금원산과 기백산. 가야할 곳이다.
거망산에서 금원산과 기백산으로 가기 위해서는 수망령을 거치게 된다. 수망령까지는 거망산에서 6.2km의 숲속길과 내리막 길이다. 황석산에서 거망산까지의 등산로와는 달리 오르내림이 많은 편이다. 산행시간이 길어지면서 다리에 이상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발바닥이 아파오고 발가락, 특히 엄지발가락의 통증이 심하다. 평소에는 종아리와 허벅지에 쥐가 오르는 경우가 많았는데, 오늘은 발바닥이 문제다. 내리막이 점점 고통스러워진다.
거망산에서 4.85km를 가면 월봉산으로 갈수 있는 삼거리가 나오는데 월봉산까지 왕복 약 3.5km의 거리다. 당초 목표가 아니었으므로 과감하게 패스...일행중 몇사람은 월봉산으로 갔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산행을 하다보면 정말로 대단한 산꾼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된다. 오늘 일행 중에도 화대종주를 6번이나 했고, 육구종주, 설악종주, 지리산 남북종주 등 종주란 종주는 다 해본 사람도 있다. 지금은 설악동에서 마등령으로 오른후 공룡능선을 거쳐 대청봉에서 서북능선까지 총 46km 종주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한다.
나도 언제가 대한민국 4대종주는 해봐야 할텐데....화대종주가 관건이다.
월봉산 삼거리에서 수망령까지는 약 1.3km. 가파른 내리막이다. 내리막 곳곳에 나무계단이 설치되어 있지만 발바닥에 힘이 쏠리니 아픈 발바닥에 불이 나는 듯하다. 내리막은 고도를 급속히 낮춘 후 임도를 만나면서 멈춘다.
▼ 수망령 (왼쪽 계단이 금원산으로 올라가는 계단이다)
[수망령] 우리말로 물바라기재라고 일컫는 수망령(水望嶺). 경남 거창군 북상면과 함양군 안의면의 경계를 이루는 해발 915m의 이 고개는 동으로 금원산과 기백산, 서쪽으로 월봉산과 거망산 등 1,200~1,300미터급 준봉들을 거느리며 남북으로 길게 뻗어 이어진다. 물을 바라본다는 뜻 그대로 수망령은 고갯마루 양쪽으로 수량 풍부한 계류들을 굽어보고 있을 뿐 아니라 정상 바로 옆에서는 맑고 시원한 샘물(약수터)이 솟아나온다. (신문 자료)
수망령에서 페이스가 비슷한 일행 몇몇이 함께 요기도 하고 휴식을 취하였다. 팔각정 아래 200m 지점에 약수터가 있어 식수도 보충하고....'산행중에 이렇게 식수를 보충할 수 있는 곳이 있으면 베낭이 훨씬 가벼워진다' 는 한 산우의 이야기가 가슴에 와닿는다.
수망령에서 금원산까지는 2.2km의 비교적 짧은 거리다. 수망령의 고도가 915m, 금원산이 1353m 니까 약 400m 의 고도차이가 있다. 즉 짧지만 강한(?) 오르막을 각오해야 할 듯 하다. 금원산을 오르는 계단의 경사가 만만치 않은 시작을 말해주는 것 같다.
계단을 오르면 실제로 비교적 가파른 오르막이 계속된다. 오늘 등산코스의 반환점을 벌써 돌았지만 체력이 많이 고갈된 상태라 작은 오르막도 무척 괴롭다. 경사가 심한 곳은 나무계단이 설치되어 있지만 제대로 관리가 되어 있지 않아 오히려 방해가 된다. 오르막을 만나니 발바닥의 고통이 종아리와 허벅지로 올라온다. 근육이 굳어지면서 쥐가 날 것 같다. 속도를 늦추되 꾸준하게 일보 또 일보.... 얼마의 오르막을 지나니 어느듯 등산로가 평탄해지고, 다시 오르막이 나타나고....걱정했던 것 보다는 무난하다고 해야 할까...
고도를 높일수록 맞은편 황석산과 거망산 및 남덕유산이 눈에 들어오지만 날씨가 흐려지면서 원거리 시야는 나빠지고 있다.
▼ 금원산을 오르며 바라본 황석산과 거망산 능선. 황석산 뒤로 지리산 능선도 흐릿하게 보인다.
▼ 금원산으로 오르면서 바라본 남덕유산 모습
완만하던 등산로는 금원산 정상을 앞두고 다시 고개를 치든다. 거리가 짧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
▼ 금원산 정상
[금원산] 금원산(1,353m)과 기백산은 거창군 상천리와 함양군상원리의 경계로 이 두산은 능선으로 연결되어 있어 한번 산행으로 두 산을 함께 오를 수 있다. 금원산의 모산은 남덕유산이다. 남덕유산에서 남동쪽으로 가지를 쳐내린 월봉산능선은 두가닥으로 갈라지는데 오른쪽 수망령쪽 능선 최고봉이 금원산이다. 금원산 정상에서 남동으로 뻗어내린 능선을 타면 기백산과 만난다. 금원산의 이름은 옛날 이산에 살고 있던 금빛 원숭이를 원암(猿岩)이라는 바위에 잡아 가두었다는 전설에서 유래됐다.
금원산에는 유안청폭포, 자운폭포, 한수동계곡을 비롯하여 크고 작은 소와 담이 있으며, 마애불 등의 문화 유적이 많다. 이태의 <남부군>에 "5백여명의 남부군이 남녀 모두 부끄럼도 잊고 옥같은 물 속에 몸을 담그고 알몸으로 목욕을 했다"는 곳이 여기다. 금원산의 유안청폭포 인근에 자연휴양림이 조성돼 있고, 산행코스가 험하지 않고 산길이 완만해 가족단위 산행지로도 적격이다. (대한민국 구석구석)
금원산 정상에는 가을을 알리는 고추잠자리가 떼지어 하늘을 날고 있다. 금원산 정상은 현성산으로 통하는 등산로와도 연결되어 있다. 여러 산우들이 제각기 인증샷을 남기고 잠시 숨을 고른 후 마지막 고지인 기백산으로 총총....
▼ 금원산 정상에서 기백산(왼쪽 끝)으로 가는 길. 멀리 황석산과 그 뒤로 지리산 능선의 모습도 보인다.
금원산 정상을 내려오면 바로 아래에 헬기장이 나오고 헬기장을 지나 약간 오르막을 오르면 금원산 동봉이다. 금원산 정상에서 250m 거리다. 동봉에는 이정표와 산객들이 오다가다 쌓은 듯한 돌탑이 눈길을 끌지만 금원산 동봉이라는 표지판은 보이지 않는다.
▼ 금원산 동봉 (가야산을 보느라 정신이 팔려있는 나)
금원산 정상에서 진행방향으로 등산로 왼쪽에 동봉이 있다. 대부분 사람들이 등산로(동봉의 오른쪽)를 따라 우측 내리막길로 내려간다. 하지만 몇걸음 옮겨 동봉에 올라보면 동쪽으로 현성산과 그 뒤로 가야산 국립공원의 장관을 한눈에 볼 수 있고, 북쪽으로는 부채처럼 펼쳐져 있는 덕유산 능선을 감상할 수 있다.
▼ 금원산 동봉에서 바라본 덕유산 (중간 봉우리가 향적봉이다)
▼ 금원산 동봉에서 바라본 가야산 방향
가야산 (중간 왼쪽)은 구름에 머리를 숨기고 있고 그 왼쪽으로 단지봉과 수도산도 구름을 머리에 이고 있는 모습이다. 가야산 오른쪽 앞으로는 우두산, 비계산이 이어진다. 가장 앞쪽의 암산은 현성산 능선이다. 오후들어 흐린날씨와 구름 때문에 원거리 시야가 깨끗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황매산과 지리산은 실루엣 정도만 보인다.
▼ 금원산 동봉에서 바라본 파노라마 (덕유산 향적봉에서 부터 오도산 너머까지...)
▼ 금원산 동봉에서 바라본 기백산(왼쪽)과 황석산(오른쪽 멀리) 그리고 황석산 뒤의 지리산 모습
금원산 동봉에서 한동안 넋을 놓고 있다가 문득 후미가 지나치는 것을 보고 나도 급하게 기백산으로 발길을 돌릴수 밖에 없었다. 동봉에서 내리막길을 좀 내려오면 팔각정이 나온다. 해와 비를 피할 수 있는 산객들의 쉼터로 안성마춤이다. 실제로 많은 산객들이 여기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 보인다.
▼ 팔각정
동봉에서 기백산까지는 약 5km다. 팔각정을 지나면 숲속의 등산로가 오랫동안 이어진다. 오르내림이 많지 않고 비교적 평탄하지만 나무와 수풀에 가려 주변 조망이 없다는 것이 약간은 지루하게 한다. 등산로 중간 중간에는 수망령과 사평방향으로 내려갈 수 있는 갈림길이 있다. 기백산을 약 1km 앞두고 전방의 조망이 터이면서 멀리 기백산의 누럭덤과 책바위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멀리서 보면 밋밋해 보이던 기백산은 두개의 암봉이 하늘을 찌를듯 우뚝 솟아 있다.
▼ 기백산으로 가는길에 바라본 누룩덤(앞, 1265봉)과 책바위(뒤)
멀리서 봐도 올라가기가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누룩덤과 책바위 위에는 이미 몇몇 산객들이 정상을 만끽하고 있다.
▼ 누룩덤 모습
진행방향에서 누룩덤으로 올라가는 길을 찾지 못해 뒤쪽에서 길을 찾고 있노라니 일행중 한명이 길을 친절하게 알려준다. 하지만 오른쪽으로 바위 낭떠러지를 끼고 나무가지에 발을 걸치고 올라야 하는 위험 구간이다. 어찌어찌 올라갔더니 주변의 조망은 좋지만 누룩덤 자체는 몇개의 거대한 바위가 겹쳐있는 평범한 모습이다. 때로는 가까이 보다는 멀리서 바라보는 것이 훨씬 아름다운 것이다. 사람도 인생살이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올라온 곳으로 다시 내려가자니 바위절벽이 훨씬 까마득해 보인다. 자세를 낮추어 이리저리 몇번을 시도해보지만 여의치가 않다. 손을 잡을 곳도 발을 걸칠 곳도 없다. 아뿔싸....... 다른사람들은 쉽게 오르락 내리락 하던데.... 한참을 망설이다가 과감하게 오른발을 뻗어 바위를 딛고 중심을 잡은후 조심스럽게 내려올 수 있었다. 아래에서 보면 별것도 아닌데 위에서 보면 훨씬 높아 보인다....
▼ 책바위로 올라가는 길에서. 일행 한분이 찍어 주셨다.
이제는 책바위를 올라야 한다. 진행방향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다. 그쪽으로 내려오는 사람도 있고 올라가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바위앞에 서면 오른쪽은 낭떠러지를 끼고 돌아야 하고 직진하면 높은 바위 위에서 바위와 바위사이를 건너 뛰어야 한다. 아무리 봐도 무리다. 할수 없이 바위 오른쪽 아래의 우회길을 돌아 뒤쪽으로 오르기로 했다. 뒤쪽에서 오르는 길도 거칠긴 하지만 크게 어렵지 않다. 가능하면 그쪽(기백산 가까운 곳)에서 책바위로 올라가는 것을 추천드리고 싶다.
▼ 책바위 모습
▼ 책바위에서 바로본 누룩덤
▼ 책바위 위에서...
▼ 책바위 꼭대기(?)에 올라가 있는 일행
책바위 위도 공간이 넓지 않아 조심해야 한다. 중간쯤에 비교적 안전한 졻은 공간이 있지만 그외는 사방이 낭떠리지다. 사진을 찍어주시는일행이 좀 더 앞으로 나오라고 하지만 다리가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바위와 바위를 뛰어 넘어 건너편으로 내려가는 사람들을 보자니 내가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고소공포증....
책바위를 지나면 곧바로 기백산 정상이다. 기백산 정상은 비교적 넓찍한 편이라 많은 산객들이 모여 있다. 부산에서 온 산악회 회원들이 단체로 정상석을 둘러싸고 인증샷을 찍느라 시끌벌쩍하다. 순서를 지키자니 언제 내차례가 돌아올지 몰라 중간에 기회를 이용하여 인증샷 한장을 부탁하였다.
▼ 기백산 정상
[기백산] 높이 1,331m이다. 옛 이름은 지우산(智雨山)이며, 봉우리의 바위들이 마치 누룩더미로 쌓은 여러 층의 탑처럼 생겼다 하여 ‘누룩덤’이라고도 한다. 백운산(白雲山:1,279m)·괘관산(掛冠山:1,252m)·금원산(金猿山:1,353m)·황석산(黃石山:1,190m) 등과 함께 소백산맥의 덕유산(德裕山:1,614m) 줄기에 속한다. 북쪽 산기슭과 남쪽 산기슭에서 낙동강 수계에 속하는 위천(渭川)과 지우천(智雨川)이 각각 발원한다. 산 남쪽에는 원추리와 싸리 군락으로 이루어진 기백평전이 펼쳐지며, 크고 작은 계곡과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많아 천혜의 관광지로 꼽힌다. 특히 깊은 계곡을 타고 흘러내리는 용추계곡(龍湫溪谷)과 용추폭포이 유명하고, 가을철 금원산에서 기백산을 거쳐 조두산(鳥頭山:942m)를 잇는 능선의 억새밭도 장관이다. 사찰로는 남쪽 산기슭에 487년(신라 소지왕 9) 장수사(長水寺)의 부속암자로 세워진 용추사(龍湫寺)가 있는데, 이 절의 일주문이 경상남도유형문화재 제54호로 지정되었다. 그 밖의 문화재로는 가섭암지 마애삼존불상(迦葉庵址磨崖三尊佛像:보물 530)이 있다. 1983년 11월 일대가 군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두산백과)
▼ 기백산 부근의 억새밭 (펌)
드디어 기백산 정상을 찍었다. 이제는 산행 날머리인 용추폭포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 약 4.2km의 내리막 길이다. 산행거리가 20km를 넘어면서 다리 특히 발바닥의 고통이 점점 심해진다. 내리막길에는 특히 쏠리는 몸의 무게를 지탱하느라 엄지발가락의 고통이 가중된다.
▼ 하산하면서 올려다본 누룩덤과 책바위
내리막길은 흙길과 너덜길이 반복된다. 절반을 지나서 부터 계곡을 낀 등산로는 대부분 너덜길이다. 걸음이 삐닥삐닥거리면서 양쪽 엄지발가락 바닥에 물집이 잡히는 것 같다. 등산양말을 갈아 신으면 훨씬 나아질텐데....베낭무게를 줄이느라 갈아입을 옷을 버스에 놓고 오는 바람에 별다른 방법이 없다. 최대한 발바닥 전체를 지면에 붙이면서 천천히 걷는 수 밖에. 신발을 벗고 시원한 계곡물에 족욕이라도 할까 하다가 때도 장소도 놓쳐 버렸다.
절둑거리는 걸음으로 드디어 임도에 도착. 임도에서 아래로 200m를 내려가면 일주문이고, 주차장에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용추사와 용추폭포를 그냥 지나칠수가 없어 일주문 방향과는 반대로 용추폭포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약 500m를 올라가니 왼쪽으로 용추계곡에 용추폭포의 상단부분이 보이다. 하지만 폭포를 제대로 보려면 건너편 폭포아래에서 올려다 봐야 한다. 건너편으로 가기 위해서는 조금 더 위쪽의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 용추사를 지나 내려와야 한다.
▼ 용추사
[용추사] 용추사는 신라 소지왕 9년(487년)에 각연대사가 창건한 옛 장수사와 4대 부속 암자 중에서 현존하는 유일한 사찰로서 대한불교 조계종 12교구인 해인사의 말사이다. 6.25때 소실되어 1953년 안의면 당본리에 있는 봉황대에 별원을 차려 주변 경관이 수려한 자연속에 위치하고 있으며 옛 장수사의 흔적을 간직한 경남 유형문화재 제54호(덕유사 장수사 일주문)을 비롯한 많은 문화재가 보존되어 있다 또한 이곳은 장수사 시설 설파상언대사가 전국의 승려들을 모아놓고 화엄경을 강의했던 유명한 곳으로 전해지고 있다. (안내판)
용추사에서 조금만 더 내려가면 왼쪽으로 용추폭포가 있다.
▼ 용추폭포
[용추폭포] 용추폭포는 높이가 15m이며, 수심은 십 수미터쯤으로 짐작한다. 항상 수량이 풍부해서 인근의 지리산, 덕유산 계곡에서는 그 규모가 가장 큰 편이다. 장마때면 계곡의 초입에서부터 웅장한 폭포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폭포 아래서 단 몇 분만 앉아 있어도 옷이 다 젖을 만큼 물방울이 분무된다. 그러나 폭포가 온통 숲으로 싸여 무지개는 볼수가 없는 아쉬움이 있다.
이 폭포에는 물레방아 굵기의 이무기가 살고 있었다. 이 이무기기는 용이되기 위해 신령께 빌어 108일 금식기도를 하면 용이되어 승천 할 수 있다는 계시를 받게 되었다. 이후 이무기는 온갖 고난을 참으며 매일매일 기도를 하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내일이면 108일을 다 채우는 날이다. 이무기는 용이 된다는 기쁨에 그만 날짜도 잊고 있는 힘을 다해 하늘로 치솟았다. 동시에 천둥이 치며 벼락이 이무기를 향해 때렸다. 벼락을 맞은 이무기가 공중에 요동을 치다가 인근의 위천면 서대기 못에 떨어졌고 서대기들은 이 이무기의 썩은 물로 3년이나 거듭해서 풍년 농사를 지었다는 전설이 있다. (안내판)
용추폭포를 구경하고 시간을 보니 산행 마감시간 40분 전이다. 용추폭포에서 주차장까지는 10분 거리이므로 큰 문제는 없다. 발바닥 통증도 평평한 도로를 걸으면서 부터 훨씬 나아졌다.
▼ 용추사 주차장. 뒤로 보이는 일주문이 옛 장수사 조계문(일주문)이며, 그 뒤로 장수사 터가 있다.
이렇게 오늘 산행을 마감하였다. 베낭을 벗고 신발끈도 느슨하게 푸니 하루의 피곤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듯하다. 시간 여유가 좀 더 있었으면 주차장 옆 가게에서 막걸리라도 한사발 했을 텐데....
▼ 함양 8경 안내도
기대했던 황거금기 4산 종주를 완주하였다. 황석산에서 본 새벽과 운해의 바다 그리고 가야산을 뚫고 솟아오르는 일출의 장관은 두고 두고 잊지 못할 감동이었다. 황석산은 겨울 산행도 멋있을 것 같다. 또다른 기회가 있기를....